[W]백성녀와 흑목사 11

네…

좋은 아침입니다, 성녀 님

들어갈게요

 

네…

 

일어나 보세요
오늘도 날씨가 정말 좋아요

추워서 이불에서
나갈 수가 없어요…

아래쪽 방은 따뜻하게
만들어 두었어요

 

로렌이 보였어요

 

어서 내려와 주세요

네~

 

그 후로 가끔씩

성녀 님을 모르겠어

 

사랑에 빠지는 순간 다시 태어나

푸른 하늘과 너뿐이야

 

(뚜루뚜 슈와)

(뚜루뚜 빠두빠)

백성녀 흑목사
sub by 별명따위

저기, 꽃이 피어난 길을 흔드는
두 사람의 그림자에

살짝 닿고서 몰래…

두근거리는 마음

정말, 항상 그런 표정이야

상냥하고 둔감한 미소

결국 알아주진 않잖아?

실망이야… 오늘도

 

Lan Lan♪

사랑의 스텝

Tu Tu♪

연주해 보자

「좀 더 알고 싶어」

「다가가고 싶어」

「나를 봐 줘」

「내 마음을 알아줘!」

Shining, Charming, Blooming, Be mine!

 

너를, 너를 「좋아해!」라고 외치고 싶어

나만을, 나만을 돌아보며 웃어줘

정말 신기해, 너를 생각하면

세상이 형형색색 물들어 가

아직, 아직, 아직, 아직
이대로 끝내지 않을 거야

사랑을

운명의 사람을 돌고 돌아 만났어

쭉, 영원히 곁에 있을게

좀 더 미소를 보여줘

 

sub by 별명따위

 

제11화
『두 사람의 만남』

 

오늘은 오후부터
교회에 가는 거였나

아가씨가 부르기 전까지
좀 더 잘까

 

좋은 아침이에요, 아벨

무슨 일이세요?

집에서 공부 도구를 보내줬길래

짐을 푸는 걸 도와달라고
하려던 것뿐이랍니다

저야 뭐든 상관없지만요

아가씨가 벽을 치면서
부를 때마다

제 방의 물건이
떨어진단 말이죠~

제 방의 물건들도 떨어진답니다!

문을 두드리라는 거야

 

그 두 사람은 저희가
나간 걸로

좀 더 가까워지긴 했을까요?

글쎄요

이전 관계로
돌아간 것뿐이니까요

 

그래요!
그 표정이에요!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이런 얘기를 하고 있으면

항상 그 표정을 지으시죠?

네…?

그야 주변에서 뭐라고
할 일은 아니지만요

두 사람이 어찌 되든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답니다

저는 그냥 두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두 사람 일은 두 사람 사이에서
끝나야 할 일이니까요

저도 그러는 편이
좋다는 건 알고 있답니다

하지만 그 둘

이대로 둔다면 10년이 지나도
그 상태일지도 몰라요

 

이대로 둬도 되는 걸까요?

당신의 친구가 어리석은 10년을
보내게 되더라도

 

잘 생각해 보니

몇 년이 지나도 두 사람이
변함없이 함께 있는다면

세실리아 님이 로렌스를
지켜주고 있다는 뜻이니까

나로서는 크게 상관없는데~

상관없는데

그건 세실리아 님이 바라는
관계와는 다르겠지

어쩔 수 없지

이렇게 된 이상
파고들어 볼까

 

뭐야, 와 있으면
좀 도와달라구

먼저 차라도 한 잔
마시면서 생각하는 게 어때?

정말이지

뭐, 나도 잠시 숨을 돌리러 온 거라
탓하지는 않겠지만

아, 거기 있는 과자

아까 세실리아 님이 눈을 번쩍이면서
빙글빙글 돌아가며 먹고 있었던데

그건 그 사람 나름대로
몰래 집어먹는 거야?

 

그런 건 신자들 앞에서는
말하지 말아줘

 

그러고 보니 로렌스

서쪽 도시에서 세실리아 님을
이름으로 불렀다며?

 

어떻게?

기젤베르트 씨가
득의양양한 표졍으로 말하더라

 

그 사람…

다른 도시까지 가서 성녀 님이라고
부를 수도 없잖아?

방에 들어가는 건
망설이지도 않으면서

왜 그렇게까지 이름을
부르고 싶어 하지 않는 거야?

부르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만났을 때부터 "성녀 님"이라고
부르고 있어서

그… 지금 와서 이름으로
부르는 건 부끄럽지 않아?

그 전부터 잘 이해가 안 됐지만

점점 더 네 말이
이해가 안 되는 것 같다

 

정작 당사자는
불려서 기뻐했었잖아?

부, 부를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고 했으니까

성녀 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해드리고 싶다고는 생각해…

 

무슨 말을 시키는 거야

예전에는 이런 일로
고민하는 타입은 아니었는데

지금 그렇지 않게 되었다는 건

세실리아 님과의 만남이

이 녀석에게 어지간히도
커다란 일이었던 걸지도 모르겠네

너, 변했어

갑자기 그런 소리를
해도 곤란한데

살짝 화가 나

 

두 분, 여기에 있었네요!

아벨은 또 땡땡이를
치고 있는 거예요?

휴식이에요

마침 차를 끓여놨으니까
한 잔 어떠세요?

 

마실게요!
휴식할게요!

잘 마실게요

 

성녀 님, 몰래 드시는 건
적당히 해주세요

 

그치만 맛있어 보이는 걸요…

 

그래서 어땠어요?

 

로렌스한테 제대로
얘기는 했어요?

뭐, 그 녀석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 모양이에요

 

열심히 하는 사람한테 보채는 건
제 취향이 아니어서

저는 역시 지켜보는 걸로 만족할게요

네? 무슨…

- 아벨 선생님~
- 그래~

잠깐만!

 

세, 세…
세실…

 

안 되겠어

애당초 이름을 부르는 걸로

성녀 님이 행복해하시는 모습이
상상이 안 돼

스콘을 드실 때가
더 행복해 보인단 말이지

처음 먹었을 때에도
기뻐했었지

 

만났을 때부터 저 사람은
"성녀 님"이었으니까

 

어디 보자, 다음 방문처는…

부탁드려요!

제발 제 말을 들어주세요

이 다리를 철거해 주시지 않겠어요?

호우가 내려서
큰일이 벌어질 거예요

부탁드려요!

비?

저 아이, 벌써 몇 시간이나
저러고 있어

아무나 부르는 편이 나을까?

 

저기, 거기 있는 분―

선생님

 

이런 데 있었네
엄마가 기다려

아, 미안

오늘은 과자를 구웠대!

응…

 

저, 저기…!

 

선생님?

아, 응

 

이 마을에 호우가
내렸던 기록은 없었을 텐데

 

이건…

 

그 여자애가 한 말대로
되는 거 아니야?

 

역시…

이대로라면 정말로
호우가 내릴지도 몰라!

 

만약 많은 비가 내려서

산에서 토사물이나
큰 나무들이 마을로 쏟아져 온다면

 

그 아이는 대체 정체가 뭘까?

 

성녀라 함은 사람들을
지키는 존재이다

 

혹시…

 

부탁드려요

이 다리를 철거해 주세요

그렇지만 이 근방은
수해는 없는 한적한 자역이야

그보다도 너, 휘청거리고 있잖니
괜찮아?

저는 괜찮아요

그보다도 더 이상 시간이 없어요…

 

- 선생님
- 목사 님

괜찮으세요?

아, 네

시간이 없다는 건 대체
얼마나 없다는 건가요?

 

저, 저기…
지금 당장이라도 이 다리를!

 

다치진 않으셨어요?

 

당신은 성녀 님이세요…?

 

저는 신의 계시를 받은 자로서

이 마을을 재앙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오게 된 성녀예요

 

성녀…

 

부탁드려요
제발 제 말을 믿어주세요!

이 마을을 지키고 싶어요!

 

알겠습니다

 

저는 당신을 믿겠습니다

다리를 철거하죠

 

이쪽으로 오세요

괜찮아요

 

성녀 님

 

마을은?

 

무사해!

다행이다

성녀 님께서 가르쳐 주셨기 때문이에요!

 

저 혼자서는 마을 여러분께
이 사실을 전하지 못했을 거예요

당신이 있어준 덕분이에요

 

저를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갑자기 찾아와서

마을 사람들을 위해
목이 쉴 정도로 말하는 모습과

구름 사이로 비춰지는
햇빛에 비춰지는 광경은

할아버지가 내게 쭉
전해줬던 그대로의

사람들을 지키는
성녀의 모습 그 자체였다

 

- 목사 님!
- 성녀 님~

여러분

 

마을은 무사해요

 

감사합니다

 

성녀 님, 이제 돌아가는 거야?

쭉 여기에 있어줘

염치없는 소리겠지만

괜찮으시다면 좀 더 이곳에
머물러 주실 수 없겠습니까?

맞아!
이 은혜를 갚고 싶어!

이제 돌아가는 거야?

 

저는 돌아갈 곳이 없어요

 

그렇구나…

그럼 이 교회에서
살면 되지 않아?

 

그 왜, 성녀 님이 여기에 있으면
우리도 만나러 오기도 쉬울 테니까

한동안 목사 님이
돌봐주기도 했었지?

그건 그렇지만…

성녀 님하고 쭉 같이 있고 싶어!

 

좋아

성녀 님

 

과자를 만들었으니까
괜찮다면 하나 어떠세요?

 

이건 뭐라고 하는 과자인가요?

스콘이에요

스콘…

처음 먹어봤어요

 

만났을 때부터 지금껏
내 나름대로 지켜 왔어

 

저 사람은 성녀 님이니까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닌 것 같기도…

 

역시 다 같이 먹으니 즐겁네요

기껏 나갔는데

결국 거의 매일을
여기에서 밥을 먹고 있네요

 

뭐 어때요
매일 와 주세요!

성녀 님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시니까
꼭 와 주세요!

그치만 말이지~

너무 추우면 바깥에
나가는 게 좀 겁난단 말이지

추운 건 정말 괴로워요

세실리아는 겨울을 싫어하세요?

싫어한다기보다…

아침에 이불에서
나갈 수가 없어져요

그건 꼭 겨울에만
그러는 게 아니지 않아요?

 

그 말대로예요…

잘 먹었습니다

그럼 또 봐요

- 조심해서 가세요!
- 안녕히 주무세요

 

성녀 님, 잠깐 저를 따라와
주실 수 있나요?

 

다락방이에요

이런 곳에…
몰랐어요

조심해서 올라와 주세요

네!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겠어요…]

 

[추억]

 

이런 공간이 있었네요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지만

청소를 해둬서
깨끗할 겁니다

헤에

그런데 왜 여기에…?

 

로렌!

하늘이! 별이!
정말 아름다워요!

성녀 님, 추운 건 정말로
괴롭다고 하셨죠?

오늘의 밤하늘이 이렇게나
아름다운 건

추운 겨울이기 때문이에요

이런 좋은 면도 있다는 걸
성녀 님께 가르쳐 드리고 싶어서요

괜한 참견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요

 

로렌

 

저는 세상 일은
거의 아는 게 없어요

쭉 그 숲에서만
틀어박혀 살아서

춥고, 괴로운 겨울 하늘이 이렇게나
아름답다는 것도 몰랐어요

 

나는 만나기 전의
성녀 님이 어떤지도 몰랐었네

지금껏 쭉 함께 살아왔는데

지키고 싶다고 생각하는데도

 

성녀 님의 얘기를
들려주실 수 없을까요?

 

갑자기 왜 그러세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성녀 님에 대해 더욱
가르쳐 주실 수 있을까요?

 

네!

 

성녀는

신의 목소리를 듣고서,
계시를 받게 되는 순간이 있어요

 

제 경우에는 철이 들기
시작하려고 했던 어렸을 때

머릿속에 신의 목소리가
울려퍼지면서

사람들을 사랑하며, 구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제 안에서 세상이
급변하게 됐어요

 

그 후로 쭉 저는 성녀였어요

 

그리고 철이 확실히
들었을 무렵부터는

할머님과 숲속에서
조용히 서 있는 집에서

둘이서 살고 있었어요

 

할머님께선 성녀로서 필요한 것들을
제게 가르쳐 주시고

애정을 쏟아주시고

온화한 나날을 보냈다고 생각해요

 

그런 어느 날

 

할머님?

 

할머님께선 돌아가셨어요

 

외톨이가 된 그날 밤 일이었어요

 

저는 꿈을 꿨어요

 

안 돼요!

 

그 꿈은 제게 성녀의 역할을
전해주는 것이었어요

 

그 마을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저는 숲을 나섰어요

 

그리고 여러분께 전했어요

"곧 호우가 내린다"

"이 다리를 철거하지 않는다면
마을이 물에 잠긴다"고…

 

하지만 여러분을
설득할 순 없었고

체력도 한계에
가까워졌을 그때

 

당신을 만났어요

 

선생님?

다리를 철거하다니
그렇게 쉽게는 못합니다

거기다 성녀라뇨…

 

제 할아버지셨던
오즈웰 목사가

제게 최우선적으로 지키라고
쭉 당부하셨던 가르침이 있습니다

- 오즈웰 씨가?
- 네

 

성녀는 사람들을 지키는 존재이다

하지만 그것은 우선 저희가
성녀를 지켜주어야

비로소 성립하는
관계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마지막까지 그 가르침을
전해주신 할아버지와

그런 할아버지께서
지키고 싶어 하셨던 성녀 님을

믿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다리에 관해서는 만약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제가 책임을 지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성녀 님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주실 수 없을까요?

 

뭐, 오즈웰 씨의 가르침이라면
이 마을 사람으로서는 지켜야겠지

그러네, 로렌스 군한테만
짊어지게 할 수는 없으니까

여러분

아, 감사합니다!

 

다들 믿어주셔서 조금은
마음이 놓이셨죠?

성녀 님

 

아, 네!

 

그때 로렌이 저를
찾아주셨어요

찾아드렸다고요?

저를 성녀라고 가장 먼저
믿어주셨던 건 로렌이에요!

 

- 그런가요
- 네!

그리고 이곳에서
로렌과 지내게 되면서

저는 외로움을 잊게 됐어요

 

어릴 적에 할머님과
보냈던 나날은 무척 행복했지만

할머님께선 쭉 집에
계셨던 게 아니어서

쓸쓸할 때도 있었어요

그래서 로렌과 함께 지낼 수가 있어서
정말 기뻐요!

 

저도 외톨이였어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부터

 

전에 헤이제릿타가 그랬어요

 

물론 성녀는 한 명의 여성으로서
행복해졌으면 하니까 그런 거예요

 

행복?

저는 정말 행복해요
로렌

로렌은…

 

별이 아름답네요

 

성녀 님은 행복하다고
생각해 주시고 있구나

 

나도

함께 보내는 이 둘도 없는
시간이 쭉…

 

이만 돌아갈까요?

늦은 시간까지 죄송해요

 

로렌의 손은 따뜻하네요

 

이불이 더 따뜻해요!

먼저 돌아가 주세요

- 안녕히 주무세요!
- 안녕히 주무세요

 

내게는 성녀 님이 필요하고,
쭉 함께 있고 싶어

 

성녀 님도 그렇게
생각해 주신다면…

 

뭐지?
이 마음은…

 

산들바람처럼 그것은

틈 사이를 어루만지며 웃고 있어

항상 다른 매일을 장식해가고 있어

날 비춰준 것만 같았어

어디에나 있는 매일을

이 손에 쥐어준 것만 같았어

부드럽게 웃는 네 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어

마음에 지펴진 이 온도를

지켜나가고 싶어

특별할 것 없는 이 나날을

끌어안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언제까지나 이 경치를

당신과 웃으며 보고 싶으니까

기도를 바람에 실어

당신이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형태는 없지만

둘도 없는 이 추억은

언젠가 말이 되어주길 바라

 

[세실리아가 오기
얼마 전의 이야기]

 

또 너무 많이 만들어버렸어

 

혼자선 다 못 먹겠네

sub by 별명따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