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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킬러〉

 

‘더 킬러’ 원작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이렇게나 지칠 수 있다니

 

권태로움을 못 견딘다면

 

이 일은 당신에게 안 맞는다

 

“챕터1, 파리/더 타깃”

 

파리는 여느 도시와
다르게 깨어난다

 

천천히…

 

베를린이나 다마스커스의
디젤 엔진 소리도

 

끊임없이 윙윙대는
도쿄의 소음도 없이

 

뽀빠이의 말이
가장 잘 어울린다

 

‘나는 그저 나다’

 

난 비범하지 않다

 

난 그저…

 

다를 뿐

 

나와 엮인 적 없다면
운이 좋다 생각해라

 

물론 운은 실재하지 않지만

 

업보도 그렇고

 

안타깝지만

 

정의도 마찬가지

 

이런 관념들이
존재하는 척하고 싶지만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은 태어나
자신의 삶을 살고

 

종국엔 죽는다

 

‘네 뜻대로 행하라
이것이 율법의 전부니라’

 

말한 자

 

어떤 이

 

누군지 모르겠다

 

매년 1억 4천만 명이
태어난다

 

얼추 그렇다

 

세계 인구는
대략 78억 명이다

 

매초 1.8명이 죽는다

 

그리고 그 매초
4.2명이 태어난다

 

내가 무슨 짓을 하든
이 지표엔 영향이 없다

 

사람들은 종종 회의를
냉소로 오인한다

 

사후 세계가
차갑고 무한한 공허란 걸

 

사람들은 좀처럼 믿지 않는다

 

하지만 난 받아들인다

 

그 진실을 인정함으로써
오는 자유와 함께

 

나는 깨달았다

 

가장 위험한 순간은
행동하는 순간이 아님을

 

진짜 문제가 발생하는 건

 

일을 수행하기
며칠, 몇 시간, 몇 분 전

 

그리고 며칠, 몇 시간
몇 분 후다

 

모든 것은 준비와

 

세부 사항에 대한 주의

 

반복 확인

 

반복 확인

 

반복 확인에 달렸다

 

요정들에게
흔적을 남겨주지 마라

 

그들의 핀셋, 증거 봉투
DNA 키트를 조심해라

 

그리고 눈에 띄지 마라

 

사실 21세기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적어도
인상을 남기진 마라

 

침착을 유지하고

 

계속 움직여라

 

난 최근 런던에서 봤던
독일인 관광객처럼 위장했다

 

독일인 관광객에게
접근하는 사람은 없다

 

스트리트 마임을 피하듯
날 피해 간다

 

프랑스엔 맥도날드가
1,500개 있다

 

단백질 10g을
1유로에 섭취할 수 있고

 

매주 4,600만 명이
이용하는 좋은 곳이다

 

정확히 언제 나타날지
말해 주고 싶지만

 

현재로선 나타날 거란
말밖에 못 하겠군

 

최선을 다해보지

 

듣고 있나?

 

5일째잖아요

 

내일까지 기다리죠

 

좋아

 

알고 있겠지만
우리가 약속 못 지키면…

 

- 우리?
- 그래

 

지금까지의 경비는
우리가 부담할 테니까

 

24시간 별일 없이
지나가 버리면

 

그때 전화해

 

거기부터 우리가 맡지

 

여…

 

약육강식의 세상이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자기 앞가림은
자기가 해야 한다

 

죽이거나 죽임당하거나

 

적자생존이다

 

그게 인간의 본성 아닌가?

 

기꺼이 성선설을
믿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정확히 뭘 근거로?

 

에어비앤비를 애용했으나

 

이젠 쓰지 않는다

 

슈퍼호스트들은 CCTV를
너무 좋아한다

 

하긴 잘못된 유죄 평결의
70-80%가

 

목격자 진술의
직접적인 결과니까

 

‘데이트라인’ 몇 편만 봐도

 

꼬리 밟히는 방법이
수도 없이 나오지만

 

사실 열댓 개만 떠올려도
당신은 천재다

 

난 천재가 아니다

 

역사의 시작 이래

 

항상 소수가 다수를
착취해 왔다

 

이것이 문명의 반석이다

 

회반죽 속의 그 피가
벽돌들을 결속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수가 아니라
그 소수가 되어라

 

저격 작업에서는

 

거리만이 유일한 이점이다

 

그 외 폭죽 소리처럼
튀는 소리나

 

유리 깨지는 소리, 비명

 

모두 난점이다

 

타깃 근처에 행인이 있을 땐

 

타깃 말고 모두 흐릿해진다

 

전투 베테랑들은
‘터널 비전’이라고 하지만

 

나는 직업적 행운이라…

 

젠장

 

사람을 파멸로 이끄는 건
한가한 시간이다

 

딜런 토마스의 말은 아니지만
제법 비슷하다

 

사람을 화나게 하려고
고안된 일들은

 

어째선지 하나같이
지루한 것들이다

 

이제는 근접 작업이
낫게 느껴진다

 

사고로 가장한 암살

 

점진적인 중독

 

창의력이 요구되는 것들

 

깔끔하게 익사시킨 게
마지막으로 언제였더라?

 

래리 리지웨이

 

‘그린 리버 킬러’

 

20년간 최소 여자 49명을
살해한 자다

 

A와 T를 줘도
‘CAT’을 못 쓰는 작자지만

 

성실하긴 했다

 

난 10,000시간을 채웠다

 

경찰의 과로 덕을
보고 있기도 하고

 

사건이 좀 많아야지

 

테드 윌리엄스의 타율은
3할 4푼 4리였다

 

어느 마피아 경리가

 

심장마비로
죽은 것만 아니었으면

 

나도 10할이었을 텐데

 

결혼 스트레스와 육류와
니코틴에 신세 진 건

 

그때가 유일했다

 

군산복합체들의
수많은 거짓말 중에

 

가장 좋아하는 건

 

수면 박탈이 고문이
아니라는 말이다

 

경계심은 필수다

 

아무리 절제력이 뛰어나도
지칠 수 있고

 

조급해하거나

 

서두르거나

 

엉성해질 수 있다

 

음악은 집중에
도움이 되는 존재다

 

집중 도구

 

내면의 목소리가
방황하지 않게 해준다

 

내 작업은 순전히 계획적이며

 

좁은 범위에
초첨을 맞추고 있다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어떠한 의견을
주창하지도 않는다

 

보수만 맞게 준다면

 

내게 대의명문을
설명할 필요도 없다

 

나는 어떤 신도
국가도 섬기지 않고

 

이념도 없다

 

내가 효율적인 것은

 

단 하나의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난…

 

뭣도…

 

상관…

 

안…

 

 

이 거리라면

 

아음속 탄의 탄도 하강도
문제가 안 된다

 

심박을 60 아래로 하고

 

신중히 당기면 될 뿐

 

빈티지 창에
탄도가 바뀌지 않도록

 

계획대로 해

 

예측하되 임기응변하지 말고

 

아무도 믿지 마라

 

이점을 포기하지 마라

 

보수가 따르는
싸움에서만 싸워라

 

공감하지 마라
공감은 나약함이다

 

나약함은 약점이다

 

단계마다 자문해라

 

‘이게 득이 되는가?’

 

이게 전부다

 

전념해야 한다

 

성공하고 싶다면

 

간단하다

 

망할

 

이건…

 

이건 처음이다

 

그 사람이라면?

 

존 윌크스 부스라면
어떻게 했을까?

 

원자화된 니트로

 

눈알을 문질러 닦고
혀를 면도하고 말지

 

이만하면 됐다

 

침착하고 심호흡해

 

좋아

 

마일리지가 많으시네요
웅거 씨

 

대단하신데요

 

즐거운 여행 하세요

 

어쩌다 그랬어?

 

- 전례가 없잖아
- 그렇게 됐어요

 

클라이언트한테도
그렇게 됐다고 할까?

 

말이 좋아 문제지
보통 문제가 아니야

 

이번 기회를 놓쳤으니
언제 또 올지 몰라

 

진짜 환장하겠네

 

최대한 빨리
내가 연락해볼 거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수습한다고 할 테니까

 

자네는 때가 되면…

 

여권 주세요

 

모자도요

 

산토도밍고행 1258편
곧 탑승 시작합니다

 

추후 항공편을
이용하실 승객께는

 

무료 바우처를
발급해드리고 있습니다

 

필요하신 분들은
게이트에서 말씀하십시오

 

좌석을 양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벙커 씨

 

오늘 묵으실
숙소 바우처와 더불어

 

내일 음료 쿠폰도
같이 드립니다

 

내일 첫 비행편이고
산토도밍고 직항입니다

 

이쪽에 두세요

 

- 필요하시면 저쪽에…
-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챕터2
도미니카 공화국/은신처”

 

집중치료실 4호실이요

 

안 돼

 

깨우시면 안 돼요

 

안정을 취해야 해요

 

내출혈이 있어서

 

방금 2차 수혈했고
진통제도 맞았어요

 

둘이었어요

 

복면도 없이 와서
인상착의를 기억한대요

 

한 명은 여자였어요

 

강도도 아니었대요
누나 말로는…

 

- 그…
- 천천히 말해

 

‘살았으면 됐지
이만하길 다행이야’

 

계속 그 말만 해요

 

말이 돼요?

 

‘이만하길?’

 

누나가 그러는데…

 

맞다가…

 

남자를 찌르고
창문 뚫고 도망쳐서

 

- 정글에 숨었…
- 마커스, 진정해

 

지붕에 등 달린
녹색 차 타고 떠났대요

 

택시 같은 거요
이게 말이 돼요?

 

누나는 말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걸 알아요

 

그간 누나에게 잘해줬고
누나도 당신을 사랑해요

 

나도 캐묻지 않았고요

 

- 그치만 이건…
- 마커스

 

당신을 노리고 왔고
모조리 죽이려 했어요

 

마커스, 잘 들어

 

내가 맹세할게

 

다신 이런 일
벌어지게 두지 않아

 

이제 좀 회복되셔서
푼타 카나에 있는

 

말씀하신 개인 병원에
후송해드릴 거예요

 

아니야, 누워 있어

 

괜찮아?

 

어디 봐

 

내가 뭔가 말할까 봐
정말 무서웠어

 

근데 안 했어

 

그 사람들이 뭐라건

 

나한테 뭘 하건

 

아무것도 말 안 했어

 

당신 얘기는

 

하나도

 

대견하게 생각해줘

 

- 나 진짜 강했어
- 나도 알아

 

나 많이 다쳤어?

 

금방 볼 텐데, 뭐

 

계속 되뇌었어

 

‘못 버텨내면’

 

‘여기서 죽으면’

 

‘그 사람 다신 못 봐’

 

그건 못 견디니까

 

그래서 악착같이 버텼어

 

이제 좀 쉬어

 

쉬고 있어

 

“운전기사:리오 로드리게스”

 

빠른 등기로 보낼까요?

 

일반이면 이틀 후에
도착할 거예요

 

성함이… 매디슨 씨

 

원망스럽군, 리오

 

일을 집까지
가져오게 만들다니

 

계획대로 해

 

예측하되 임기응변하지 마라

 

아무도 믿지 마라

 

이점을 포기하지 마라

 

보수가 따르는
싸움에서만 싸워라

 

- 미안, 늦었어
- 공감하지 마라

 

공감은 나약함이다

 

나약함은 약점이다

 

단계마다

 

자문해라

 

‘이게 득이 되는가?’

 

이게 전부다

 

전념해야 한다

 

성공하고 싶다면

 

간단하다

 

젠장, 방금 개시했어요
돈도 얼마 없어요

 

보여줄게요

 

가져가요

 

거기 콘돔도 있어요
가져가시든지

 

지갑도 가져도 돼요

 

또 뭐요? 라디오?

 

3일 전 큰손 손님
얘기 좀 듣지, 리오

 

네?

 

3일 전이요?

 

잠깐만! 알았어요
말하면 되잖아요

 

그 살벌한 놈이랑
여자 얘기죠?

 

전용기 비행장에서
태운 사람들?

 

점심시간 직전에
태웠던 걸로 기억해요

 

비행장에서 죽치는데
파리만 날리더라고요

 

그러다 한 대 내리길래
누가 오나 봤더니

 

희한한 백인 남자랑
면봉처럼 생긴 여자 하나

 

그 남자 있잖아요?

 

얼마나 살벌한지
미친 개인 줄 알았네

 

같이 뭘 했는지
자세히 설명해봐

 

그거야 쉽죠
태워준 게 끝이에요

 

왕복이라고 1번 고속도로
북쪽으로 가라더니

 

무슨 정글 속으로
쭉 들어가는 거예요

 

구글맵 보여주길래
거기로 운전했죠

 

거절 못 하겠더라고요

 

어떤 저택까지 가서
나는 기다렸어요

 

들어간 지…

 

한 시간쯤 됐었나

 

다음 출구로 빠져

 

너무 배가 고파서

 

택시비고 뭐고
눈에 안 들어왔어요

 

그냥 갈까 했는데
결국 못 갔어요

 

여기 세워

 

일몰 지나서 왔는데

 

그 남자 다리가
피범벅이더라고요

 

비행장으로 가자길래
태우고 갔어요

 

그게 다예요

 

피워도 돼요?

 

하나 줘요?

 

뭐든 물어보세요

 

누군지도 모르고
당신도 모르고 싶어요

 

미안한 말이지만

 

열쇠 두고 나갔다가
담배 빨리 피우고

 

자…

 

됐습니다, 커닝햄 씨
즐거운 여행 하세요

 

“챕터3
뉴올리언스/변호사”

 

뉴올리언스

 

사랑스럽고 습한 뉴올리언스

 

천 개의 레스토랑
그리고 하나의 메뉴

 

호지스 교수님이
법학 공부 관두라며

 

다른 길로 이끈 곳

 

미국의 창고 시설은
5만 개가 넘는다

 

나도 6개 사용한다

 

가끔 상상한다
자동 결제가 막혀서

 

‘창고 전쟁’ 프로그램에서

 

내 창고를 하나 뜯고

 

내 짐을 보는 거다

 

“철물점”

 

돌로레스

 

나 보고 싶었어?

 

CCTV와 1980년대
데드래치 잠금장치

 

보안 문제에 대처하기엔
구시대적인 방식

 

잠깐만요!

 

진짜 감사해요

 

사람 하나 살리셨어요

 

1초

 

2초

 

3초

 

4초

 

5초

 

6초

 

7초

 

네, 주세요

 

- 하나예요?
- 하나예요

 

어머나

 

- 안녕히 계세요
- 안녕히 가세요

 

안녕하세요, 돌로레스

 

안녕하…

 

“에드워드 호지스
국제무역 변호사”

 

어떡해

 

어떡해

 

- 어떡해
- 그 말 그만해

 

- 이게 뭐지?
- 죄송합니다

 

내가 이메일은…

 

맙소사

 

대체 무슨 생각으로
여길 왔나?

 

자네답지 않군
설명 좀 해주겠나?

 

딱히 값진 걸
갖고 있지도 않는데

 

이런 무모한 짓을
벌이는 이유가 있겠지

 

하게나

 

시키는 대로 해

 

미친 짓이야

 

다른 표현을 못 찾겠군

 

내게 화를 낼
이유가 없을 텐데

 

죄송해요
제가 괜히 문을 열어서

 

- 돌로레스
- 택배가…

 

사과는 내가 해야지
정말 미안하네

 

분명 무슨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잠깐 여유 좀 찾고

 

생각해보게

 

금방 해결될 테니
걱정 말고 있어

 

어리석은 행동이란 걸
깨달을 테니까

 

집에 갔었군?

 

내 입장 알면서 거길…

 

나도 이 일엔
힘이 없단 걸 알 텐데

 

- 그런데도 집에 가?
- 그놈들 누구지?

 

누구냐고?

 

알 게 뭐야?

 

인보이스 보지도 않았어
그건 상관없으니까

 

누군가 일을 그르치면
대가를 치르는 게

 

당연한 거야

 

그게 고객에 대한
우리의 의무지

 

아주 힘 있는 사람이
조치를 요구했어

 

그래도 설마 집으로
갔을 줄은 몰랐지

 

꿈에도 몰랐어

 

뭐야? 애도 아니고

 

아직 늦지 않았어

 

이번엔 없던 일로
해줄 수 있지만

 

당장 잠적해야 해

 

진작 떠났어야지

 

돈은 평생 써도 남잖나

 

내 덕이기도 하지만

 

지구 반대편으로 가서

 

위장 신분 중 하나로
쓰면서 살아

 

날 안 믿는군
못 믿는 표정이야

 

내가 자초한 거지

 

바닥부터 여기까지
함께 일궈 왔으니

 

각별한 관계라 생각했는데

 

여기 어딘가 있어

 

백업 있는 거 알아

 

나와 모두의 정보

 

당신은 인터넷에
저장하지 않으니까

 

이 사무실 바깥으로
내보낼 리가 없어

 

그런 건 없어

 

내 모든 정보는
노트북 두 대에 있지

 

이젠 날아갔지만

 

감히 날 위협해?

 

위협해봐야 안 통해

 

자네에게 유일한 길은

 

당장 뒤 돌아서
저 문을 나가서

 

새 인생을 사는 거야

 

잘 살길 빌지

 

천천히 익사하고 나면
어디다 버려줄게

 

당신 부업의 흔적은

 

단편이나마 남겠지만

 

당신이 사라진 후엔

 

흔적조차 사라질 거야

 

그게 아니면…

 

그 정보가 필요해

 

이제 시간이 없어

 

꺼져

 

9게이지 못 세 개
중년 초반 비흡연자

 

대략 80kg

 

6, 7분쯤은 버텨야지

 

젠장

 

계획대로 해

 

예측하되 임기응변하지 마라

 

보수가 따르는
싸움에서만 싸워라

 

아무도 믿지 마라

 

빌어서 살려준다면
진작 빌었어요

 

당신이 찾고 있는
이름들 알아요

 

누군지 알아요

 

하지만…

 

말해주기 전에
부탁할 게 있어요

 

그런 일도
할 줄 아시는 거죠?

 

사고사로 위장하는…

 

그 이름들 넘길 테니까

 

꼭 사고사로 보이게
해줘야 해요

 

제발요

 

그냥 사라질 순 없어요

 

우리 애들한테
사망 보험금이라도…

 

공감하지 마라

 

알면서도 빌고 있네요

 

공감은 나약함이다

 

나약함은 약점이다

 

단계마다 자문해라

 

‘이게 득이 되는가?’

 

그게 전부다

 

전념해야 한다

 

성공하고 싶다면

 

간단하다

 

시체 처리 도와드려요?

 

난 나쁜 사람 아니에요

 

난 아니에요

 

당신이 파리 의뢰를
시작한 날이

 

11월 28일이니까
N으로 가봐요

 

N에서 숫자로
1128 찾아봐요

 

1128

 

아는 주소일 거예요

 

그…

 

“예상 못 한 초과 지출”

 

그 실패 때문에

 

뒷면에 부록이 있어요

 

고유 송금 번호
두 개가 있는데

 

당신이 찾고 있는
사람들 번호예요

 

거기 계좌도 있어요
계좌 번호 뭐예요?

 

- 2, 3, 1
- T

 

이것도 발음대로예요

 

“플로리다 세인트피터즈버그”

 

“뉴욕 비콘”

 

“전액 지급, 클레이본, H”

 

클레이본?

 

클라이언트예요

 

깔끔한 뒤처리는
노역이나 다름없다

 

과장이 아니다

 

퍼즐의 완성을 막으려면

 

조각을 한두 개 없애고

 

나머지는 흩어버려라

 

그 표현 뭐더라?

 

‘두 번 재고
한 번에 잘라라’

 

때때로 잊지 않으려
떠올려야 한다

 

유일한 인생 길은
지나온 길뿐임을

 

됐습니다, 가져가시죠
킨케이드 씨

 

“챕터4, 플로리다/짐승”

 

180m 전방
좌측에 목적지입니다

 

선샤인 스테이트

 

이렇게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은

 

교도소밖에 없다

 

자고 가려는 게
아니면 좋겠는데

 

중요한 일부터

 

“수면제”

 

“맥주”

 

“팔메토 카지노”

 

크레아틴 30일 적응 기간이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

 

자, 시작이군

 

경계심

 

고도로 집중

 

뭣도 신경 안 쓰는 건
잘되고 있나?

 

디바, 엎드려!

 

엎드리라고!

 

정보로 짐작하건대

 

핏불의 평균 체중은
20-25kg이다

 

그보다는 커 보인다

 

가까이서 보니

 

주의, 디펜히드라민 함유

 

디펜히드라민에 알레르기가
있다면 드시지 마세요

 

구토나 설사를 하거나

 

털 빠짐이 심할 경우
수의사에게 연락하세요

 

디바!

 

구 남부는 변화 중이지만
아직도 향취가 가득합니다

 

미국의 음악을 만나보시죠

 

대서양의 태양과 해변으로
가는 길입니다

 

우리의 목적지는
카리브해의 섬입니다

 

오늘은 보실 곳은
체셔의 ‘알리 홀 앤 가든’으로

 

정원을 사랑하신다면

 

기대해도 좋으실 거예요

 

현존하는 최고 정원이니까요

 

계획대로 해

 

예측하되 임기응변하지 말고

 

아무도 믿지 마라

 

보수가 따르는
싸움에서만 싸워라

 

집 잘못 골랐어
이 씨발 새끼야

 

그 도미니카인이야?

 

너 맞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게 전부다

 

전념해야 한다

 

성공하고 싶다면

 

간단하다

 

안녕하세요, 그랜트 씨

 

탑승 시작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귀국편인가요?

 

아직 아니에요

 

라과디아행 직항 182편
승객님들께 알려드립니다

 

어린 자녀를 동반하신
승객께서는

 

도움이 필요한 경우
사전에 말씀…

 

“챕터5, 뉴욕/전문가”

 

잠들지 않는 도시
지척에 있는 곳

 

비교적 한적한 곳이다

 

뭐 하는 거지?

 

‘평범한 자’들
사이에서 살다니

 

됐습니다, 말론 씨
안전 운전하세요

 

바쁜 직장인이

 

교외 지역에 살다니

 

흔치 않은 선택이다

 

“이부프로펜”

 

리오의 말에 따르면
면봉처럼 생긴 여자다

 

틀린 말은 아니군

 

서북서에서 시속 30km로
불어 오겠습니다

 

내일은 가벼운 눈발과 함께
추위가 계속되겠으며

 

오늘 낮 최고 기온 -2도
밤 최저 기온 -9도

 

내일 낮 최고 기온 -3도
서북서에서…

 

좋아

 

여성이 살해된 채
발견된 상황이면

 

남편이나 남자친구가
유력 용의자란 건 상식이다

 

성폭행당한 흔적이
없다면 더더욱

 

뭐…

 

상식이 아닐 수도 있겠다

 

그게 예술인지 모르겠지만…

 

잠깐만요

 

건강식만 챙겨 먹었는데

 

끼니마다 하겐다즈를
안 먹은 게 후회되네

 

- 메뉴 드릴까요?
- 괜찮아요, 칼

 

한 잔쯤 괜찮겠지?
위스키 시음 세트 줘요

 

내 병도 갖다주고

 

알겠습니다

 

말이 한 잔이지
잔뜩 마시고 싶네

 

호지스가 죽었다는
말이라도 해줘

 

처참하게 죽었다고

 

좀 들어

 

셰프가 엄선해서
내온 요리들이야

 

시그니처 요리라 맛있어

 

뉴욕에도 이만한 건 없어

 

내겐 최후의 식사인데
이러면 예의가 아니지

 

독 있을까 봐?

 

성질 급한 플로리다인은
만나고 오셨겠지?

 

다행이네

 

- 여기 있습니다
- 빠르네요

 

설명해 드릴까요?

 

설명 마칠 무렵엔
다 마셨을 거예요

 

드시죠

 

이것도 안 마셔?

 

참 나

 

분명히 말하지만

 

난 당신 여자친구
건드리지 않았어

 

그 여자가 당한 일
나와는 상관없어

 

난 그 사람 방식에
분명히 반대했어

 

당신도 봤겠지만
그 친구 고집이…

 

좀 세야지

 

이름과 주소를
받고 간 것뿐이지

 

악감정은 없어

 

때때로 목표 사이에
껴 있는 민간인을

 

처리해야 할 때가
있는 법이잖아

 

처음 일 시작할 땐
나도 내가 놀랍더라고

 

그렇게 쉬울 줄이야

 

충격적이었어

 

절대 할 리 없다고
생각했던 일이거든

 

돈 때문이었어

 

물론…

 

다른 삶을 살 정도로
돈이 충분해지면

 

우린 또다른 거짓말로
자신을 속이지

 

눈앞의 타깃이
왜 그리 경멸스러운지

 

자신에게 물어본 지
얼마나 됐어?

 

모르는 게 좋을걸

 

누군가의 잔인함이
누군가에겐 실용주의지

 

어떤 사냥꾼이 숲에서
곰 한 마리를 봤어

 

엄청난 놈이었지

 

그래서 총을 쐈어

 

곰이 쓰러졌고

 

사냥꾼이 뛰어가 보자
아무것도 없었어

 

곰도 부러진 나뭇가지도
핏자국도 없었지

 

그런데 갑자기

 

그 곰이 팔짱을 끼고
나타나서 말하는 거야

 

‘넌 총을 쐈지만’

 

‘빗나갔어’

 

‘그러니 선택해’

 

‘내게 먹히든지’

 

‘항문을 내놓든지’

 

당연히 사냥꾼은
사는 쪽을 택했어

 

다음 날

 

그는 훨씬 큰 총을 들고

 

숲으로 돌아왔고
또 그 곰을 봤어

 

조준, 발사, 곰이 쓰러졌지

 

뛰어갔더니 아무것도 없고
곰이 옆에서 나타나서

 

그렇게 말하는 거야
‘다음은 알지?’

 

또 수모를 당했지

 

다음 날 사냥꾼은
또 숲으로 돌아왔어

 

이번엔 바주카포를 들고

 

곰을 포착하고
조준하고 발사했지

 

바주카포 반동으로
뒤로 날아갔어

 

포연이 걷히고 올려다보니

 

곰이 팔짱을 끼고
앞에 서 있는 거야

 

곰이 눈을 가늘게 뜨더니

 

‘너 사냥하려고
오는 거 아니지?’

 

뺑소니나 낙사 같은 걸로
꾸밀 수도 있을 텐데

 

이렇게 찾아오다니

 

내가 비명을 지르면

 

난 죽게 되겠지

 

당신은 빠져나갈 거야

 

그럴 확률이 크지

 

하지만 깔끔하게
빠져나가진 못해

 

왜 그런 위험을 자초해?

 

대화가 절실해서?

 

고맙지만 아니야

 

당신도 어쩔 수 없이
여기 온 거야

 

내 맞은편에 앉으면
위안이 될 것 같으니까

 

최근에 총을 둘러매고

 

어째선지…

 

빗맞힌 날처럼

 

어떻게 이러지?

 

그렇게 오래도록
각오한 순간인데

 

막상 닥쳐 오니까
믿어지지가 않네

 

식사 마치셨습니까?

 

다 먹었어요, 치워줘요

 

알겠습니다

 

혹시 아이스크림은 없겠죠?

 

디저트 메뉴 드릴까요?

 

아뇨, 됐어요

 

계획대로 해

 

예측하되 임기응변하지 마라

 

- 아무도 믿지…
- 아직 덜 왔어?

 

더 가?

 

좀 멀지만 강가로 갈까?

 

몇 분 후 죽는단 걸
아는 기분이라니

 

내 원수한테도
권하고 싶지 않아

 

지금으로선 당신이지

 

우리의 대화를
기억하게 될 거야

 

분명히

 

당신의 때가 찾아오면

 

내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갈 거야

 

내가 그렇게라도
당신을 괴롭혀야지

 

좀 도와주지?

 

아무도 믿지 마라

 

이게 전부다

 

성공하고 싶다면

 

이번 건 위험하다

 

경찰의 수사 노력과
피살자의 자산이

 

정비례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렇다

 

그러든지

 

“챕터6, 시카고/클라이언트”

 

부라는 건 그렇다

 

더 많이 가질수록
몸을 숨기기 어렵다

 

물론 사치스러운 번호판도
도움이 안 된다

 

“도보로 9분”

 

“카드키 복사기”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모사드 출신은 아니겠군

 

멘사도 아니겠고

 

게임 잘해라

 

“멤버십 옵션
1주 트라이얼”

 

마무리를 확실히 하고
미련을 남기지 마라

 

‘사요나라’, 북미여

 

여기 성함 적어 주세요

 

체크도 하시고요

 

“인출 - 은행 송금”

 

됐습니다

 

저희 은행과의 거래는
종료되셨습니다

 

모두 카리브 제도 계좌로
송금해 드렸습니다

 

또 모실 수 있길
기대하겠습니다, 제퍼슨 씨

 

괜찮으시다면

 

선별 고객들을 위한
투자 프로그램이 있는데

 

설명드려도 될까요?

 

흥미롭군요

 

어이, 저리 가

 

저쪽에서 놀아, 고마워

 

보세요

 

브라우닝, 스미스앤웨슨, 콜트

 

찾는 거 없으면 구해줄게요

 

뭐가 좋아요? 380?

 

제임스 본드 총이죠

 

이거 어때요?
작살나는 38구경인데

 

엘크도 한 방에 보내는
데저트이글도 있어요

 

총 좀 아는 분이네

 

소음기도 쓸 줄 아시고

 

마음에 드네
다음엔 반값에 줄게요

 

이거면 됐어요

 

- 탄은요?
- 됐어요

 

그럼 됐고

 

안녕하세요, 하틀리 씨

 

처음이시네요

 

운동 즐겁게 하세요

 

새 옷인데

 

죄송해요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시속 150km로
출근하는 게 미친 거지

 

맞아요

 

그러곤 다신 이딴 짓
하기 싫다고 하죠

 

그러곤 다음 날
또 시속 150km로 출근해

 

그러니까요

 

내가 말을 해도
자네가 안 듣잖아

 

‘클레이, 비트코인 거래
어떻게 해요?’

 

‘클레이, 숏이 뭐예요?’

 

말해주면 좋아하긴 하는데

 

- 듣질 않아
- 듣고 있어요

 

- 근데 왜 그래?
- 그만 가시죠

 

운동하러 가시죠

 

똑같은 거야
‘래더 인터벌 하시죠’

 

그럼 내가 그러지
‘응? 래더는 싫은데’

 

“복사 완료!”

 

음식 배달이 있는데
트로이 목마가 왜 필요해?

 

보안이 삼엄해도

 

억만장자가 수박이 당기면
느슨해지는 법이다

 

당신을 노리고 왔고
모조리 죽이려 했어요

 

내가 뭔가 말할까 봐
정말 무서웠어

 

누군지도 모르고
당신도 모르고 싶어요

 

누군가 일을 그르치면
대가를 치르는 게 당연해

 

- 알면서도 빌고 있네요
- 집 잘못 골랐어

 

최근에 총을 둘러매고
어째선지 빗맞힌 날처럼

 

그의 눈을 보면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
짐작할 수 있다

 

절세 가능한 부분이
있을 거 아니야

 

내가 놀랄 방법을
찾아보란 말이야

 

자네한테
실망하는 게 아니라

 

자넬 교체하지 않았다고
나와 모두를

 

실망시키게 될…

 

넌 또 누구…

 

어떻게…

 

알았어

 

저기…

 

다시 걸게, 마빈

 

다시 걸겠다고

 

끊어야 된다니까

 

저…

 

일단 좀 진정하고

 

그러니까 요구가…

 

뭐든 말해봐

 

보안 빌딩 좋아하시네
올해 크리스마스 보너스 없어

 

그게…

 

여긴 현찰이 없어

 

가져오랄 순 있어, 싫어?

 

그래, 원하는 게 뭐지?

 

당신에게 얼마나 쉽게
접근하는지 보여주러 왔어

 

그리고 물어보려고
우리 무슨 문제 있나?

 

우리가… 문제?

 

당연히 없지

 

우리가 구면인가?

 

요새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아서

 

좋아

 

주소가 있군

 

그레브가 3번…

 

이걸 봐도…

 

잠깐

 

당신이군

 

못 알아봤어

 

내 말 좀 들어봐

 

대답부터 하자면
우리 사이엔 문제없어

 

무슨 일이 있었건
나쁜 의도는 없었어

 

그건 분명히 하자고

 

그 사고 후로

 

전화를 한 통 받았어

 

일이 계획한 대로
안 풀렸다더라고

 

그래서 실수도
할 수 있겠거니 했어

 

솔직히 이런 상황엔
어떻게 하냐고 물었지

 

그랬더니 헤지스가

 

흔치 않은 경우지만
방법이 있다는 거야

 

나도 후폭풍을 막을
보험책이 필요하잖아

 

내가 왜 이 책임을
져야 하나 싶더라고

 

이해를 좀 해줘
나도 이런 건…

 

이런 건 처음 해봤어

 

돈은 좀 날렸지만

 

후폭풍만 없다면야 괜찮아

 

그래서 15만 달러를
추가로 내고

 

흔적을 지우기로 했어

 

내가 한 말은 이런 거야
‘3번 복도 싹 치워’

 

그 사람 말이구나

 

그래서 돈을 보내고

 

그 후론 생각 안 했어

 

그런데…

 

어떻게 말해야
알아들을지 모르겠지만

 

당신에게 악감정이
없다는 얘기야

 

전혀 없어

 

내가 생각하기론

 

문제없어

 

궁금해지는군

 

한밤중에

 

소음기 권총을 들고
집에 들어왔는데

 

찾아온 이유도
짐작이 안 가나?

 

내가 다시 오면

 

당신 커피잔에 방사능이
묻어 있을지 몰라

 

천천히 죽어 가겠지

 

안면이 고통스럽게 구겨지면서

 

혹은 집 엘리베이터에서
안타깝게 실족하거나

 

내가 약속하는데

 

꼭 맞는 걸 찾아주지

 

“에필로그, 도미니카 공화국”

 

내겐 안전하다는
느낌이 필요하다

 

그건 미끄러운 경사면이다

 

운명은 플라시보다

 

유일한 인생 길은

 

지나온 길뿐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 동안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면

 

그 소수에 속하는
사람이 아닐지 모른다

 

어쩌면 나처럼…

 

다수에 속할지 모르지

 

자막: 황석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