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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하군...

 

저 메뚜기 놈들이

수확 전의 벼나 작물들을
남김없이 먹어치워버린 것이겠지

 

도련님

 

이웃 마을들을
둘러보고 왔습니다

 

어땠지?

 

쥐들이 경작지를 먹어치워
어지럽히는 등

원인은 다르지만

어느 마을이건
재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개중에는
돌림병이 덮친 마을도 있었으며

 

국경에 있는 땅일수록
피해는 심각했고

서서히 영내로
퍼져나가고 있는듯 합니다

 

역시...

귀신이 한 짓일까?

우리가 그녀석을
끝내 해치우지 못한 탓에...

 

확인해보아야겠군

지옥당으로 가자!

 

간곡히 부탁드리옵니다!

 

부디...!

이 아이에게!

먹을 것을 한조각만이라도
나눠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맛있냐, 사키치?

아직 더 있으니까!

꼭꼭 씹어먹어라!

 

이 지방을 다스리는 자로서
약속하지

결코 그대들을
내치지는 않을 것이야

 

이 세상을 등지고

 

뱃속에서 꿈틀대고 있지

 

내장을 먹어치우고서

 

검붉게 넘쳐흐르고 있어

 

그을린 피부를 찢어낼 때까지

끓어오르는 어둠의 속에는

빛이 있고

 

멀찍이 목소리를 서로 확인하고

 

젖은 손가락으로 쓰다듬듯이

언젠가 너와 맞닿아서

 

어둠의 속에는 빛이 있고

 

멀찍이 목소리를 서로 확인하고

 

젖은 손가락으로 쓰다듬듯이

언젠가 너와 맞닿아

보이겠어

 

sub by kairan

 

누에의 권
제20화

 

굉장해~!

사방이 죄다 새빨갛네!

 

도로로

 

어이쿠, 이럴 때가 아니지

 

여기에는
괴물 퇴치를 하러 왔었잖아~

이 부근 산에서 몇명이나
습격당했다는 모양인데...

 

이상하네

가을산에 온 게
처음도 아닌데

 

왜 이렇게...

 

그렇구나

혼자 있었을 적에는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고역이었으니깐

 

나도 먹어야지~

 

나한테 주는 거야?

 

도로로 몫

 

형님이...!

나한테 먹을 걸...!

 

형님!

계절에는 말야

봄, 여름, 가을, 겨울이란 게 있거든

 

지금은 가을이라고 하는데!

가을이 되면 온 산이
새빨갛게 물든다!

 

새빨갛다고 해도...

귀신의 색이랑은 완전 딴판일걸?

보고 있자면 뭐라 형용하기 힘든
상쾌한 기분이 들거든!

 

그런 걸 "예쁘다"고 하지

 

나도...

방금 전에 알았거든

형님도 언젠가

꼭 보이게 될 거야!

산만이 아니라

햇님이라든가, 구름이라든가

이런저런 예쁜 것들을 말야!

 

응, 응, 응
이 소리밖에 안 하는데...

진짜 제대로
듣고 있는 거 맞아?

 

그러니까
더 듣고 싶어

도로로의 이야기

 

형님...

뭔가 변했네

 

역시 변했어

처음 만났을 적이랑은
천지차이네!

나도, 형님이랑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잔뜩 있거든!

 

그래도~

우선은 그 전에
괴물 퇴치를 해야겠지~

괴물을 찾고 있는 거냐?

 

뭐야, 댁은!

 

그리 경계하지 말라니깐

나도 말야, 괴물을 죽이러 왔거든

 

나는 사이노메노 사부로타라고 한다

반년 쯤 전부터
이 산에서 놈을 노리고 있지

 

버거운 놈이라서 말야~

몇번이나 맞붙고는...

이 모양 이 꼴이지

 

왜 그렇게까지 하면서?

 

놈이 어무이를 잡아먹어버렸거든

눈앞에서 말이야

 

엄마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때부터...

여기에 뻥하니
구멍이 뚫려버렸나 보더라

 

형씨...

 

그 팔을 보니...

댁도 놈들한테
험한 꼴을 당한 모양이구만

 

분명 무시무시한 일을
겪었던 거겠지

 

가자, 도로로

 

놈은 딱 정해진 날에
이 바위밭에 나타나지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괜찮아

형님은 강하거든

분명 엄마의 원수를
갚을 수 있을 거라고!

 

그래...

믿고만 있는다

 

온다

 

뭐..뭐야?

저 몸은...

 

이런저런 것들이 섞여 있잖아

 

귀신!

 

이쪽으로 오지 마!

 

형님!

 

무슨 짓이야, 너!

 

조금은 싸울 줄 아나 보구만~

왜..왜 괴물이랑 같이 있는데!

그녀석은 엄마의 원수라며!?

괴물을 죽인다 한들...

어무이가 돌아오지는 않아

그러니까 말이야

그 대신
내 쪽에서 빼앗아주려는 거다...

 

이 산길을 지나려는 녀석은

죄다 이녀석한테 먹여줬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살려달라며 울어제끼더라니까

 

그런 꼬라지를
보고 있을 때만큼은...

여기가 채워지는 것만 같거든

 

너...

 

나리

 

지옥당에 묘한 일이...

 

때때로, 귀신상 중 하나에서

고동같은 소리가 울리더랍니다

희미하긴 합니다만

틀림없이...

 

그 보살상이 산산조각이 났을 때

똑똑히 느꼈사옵니다

 

열 두 귀신 중에...

그 아이를 미처 먹지 못한 것이
있었다는 것을

 

보살상이 부서진 지금

낭군님과의 약정은 깨지었습니다

이 나라가 누리는 안녕의 때는

머지 않아 끝날 것이옵니다

 

도로로

도로로...

 

형..님?

 

그랬지

우리는 저기서 떨어져서...

 

그녀석...

 

도로로

 

아무것도 아냐!

지금 바로 일어날게

 

안 되겠네~

 

도로로!

걱정하지 말라니깐!

조만간 빠지겠지

 

아니, 아래쪽이다

 

그 팔로는 무리야, 형님

 

그렇다면...

 

조금만 더 가면 돼, 어무이!

이 산을 넘으면
의사가 있는 마을이야

 

미안하구나, 사부로타...

 

나는 언젠가
이녀석으로 출세할 거야

그러면 더 이상

짐승 가죽 같은 걸 팔며
입에 풀칠할 필요는 없다고!

 

내가 좀 힘내서
호강시켜줄게!

사부로타!

 

사부..로타...

 

사부...!

사부로..타!

 

다음이다!

다음 녀석을 끌고 오지...

 

아니면...

나를 먹을 테냐?

 

아..안 된다니깐!

망가지겠어!

형님의 소중한 팔이잖아!

괜찮아

이런 건 내가 알아서
잘 빠져나와 볼게

 

도로로?

 

살짝쿵 비켜 보시게

 

이제 괜찮다!

 

어째 들어본 거 같은
목소리가 들리기에 말이야

안 늦어 천만 다행일세

 

몸을 갖고 싶은 게냐

갖고 싶어

어째서냐

내.. 거야...

 

형..님?

 

너, 살아 있었던 거냐?

 

귀신...!

 

뭐~야

 

너도 여기에

'구멍'이 뚫려 있는 거냐

 

하지만―

다 부질없는 짓이지

 

사부로..타!

 

사부로타!?

 

그..그건 뭐니?!

 

어미를 버리고
혼자만 도망쳐 왔다니, 참...

무사 흉내나 내더니

정작 중요한 때에는...

 

이건, 어쩔 수 없잖아...

어쩔 수 없었다고...

어쩔 수 없었어...!

가자고, 사부로타

 

원수를 갚으러 가야지!

 

싫어...!

 

사..살려줘!

 

뭐~야

 

다들 똑같았잖아

 

그만둬어어어어어!!

 

어째서냐고!

왜 너는 안 도망치는데!?

무섭잖아?!

그럼 비명을 지르라고!

울면서 목숨구걸을 하란 말야!!

 

나는...

 

나는...!

너..처럼, 되고 싶었어...

 

하지만...

 

이제...

될 수가 없겠더라...

 

형님...

 

그런가―

내놔...

너는―

내놔...!

 

사람..이 아니니까―

 

저번, 요괴 여우 때랑 똑같아

귀신을 쓰러뜨렸는데도
몸이 돌아오질 않아

 

이것은...

 

돌려줘!

제발 그만해, 형님!

 

내 몸이야!

이런 건...

이런 건 너무 잔인하잖아!

 

도련님, 저것을!

 

이것은...!

 

이제...

제발 그만해줘, 형님...

 

형님?

 

어디 가는 거야?

 

다이고!

 

거기에, 내 몸이 있어

 

기..기다려 봐!

형님!

 

짊어진 기구한 숙명으로부터는
벗어날 수 없단 말인가

 

어쩜 이리도 애처로운지...

 

이또한 숙명..인가

 

구원 따윈 없어

태어나버린

일그러진 마음의 형태에

그러나 용맹한 고동이 외치고

돌아보지는 않아

수라의 길이라 할지라도

시들어가는 계절 같은 것은 넘어서

분명한 답을 찾아 헤맸지

 

추한 모습에

그 고통마저 깨닫지 못한 채

우리는

이 가죽까지도 벗겨내버린 거야

 

아아, 언제나

어리석음에 꾸짖음 당하고 있어

하지만 말야, 괴로워져서

끝나지 않을 밤이라면

분명 의심하지 않을 당신은

저주받은 세상도 사랑할 수 있을 테니

모든 것을 짊어진 지금

되찾는 거야

 

누에
 

누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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