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MI> 자막 제목 with Caption Creator 4

약사의 혼잣말

 

들었어, 지난번의 작은 화재 사건?

이백 녀석, 공을 세웠더군.

그 녀석이 해결할 줄이야,
의외였어.

그게 아무래도 소문에 의하면
하녀가 사건 해결에 한몫했다더군.

하녀?

임씨 님의 방 담당 하녀라더군.

 

정말이야?

임씨 님이라고 하면

지난번에 녹청관의 기녀를 빼오셨다며?

듣자하니 지적이고
차가운 눈빛을 한 미녀라던가.

그러게, 본 녀석들이
하도 난리를 치더군.

 

나한 님!

 

그 이야기,

자세히 들려주지 않겠나?

 

회무침

 

소묘,

잠시 괜찮을까요?

고순 님, 무슨 일이십니까?

 

봐주셨으면 하는 게 있습니다만.

 

오래된 사건의 자료로군요.

10년 전의 어느 상인 집안에서

복어 회무침을 잘못 먹어
식중독이 일어났다라.

 

복어독!

그 찌릿찌릿한 마비감이 좋은데!

아아, 먹고 싶어!

 

다음에 그런 쪽의 요릿집에
데려가 드릴 테니.

 

이게, 어쨌단 거죠?

옛날에,

제가 이 사건에 대해
일 때문에 상관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것과 꼭 닮은 사건이
최근 일어났다 하여,

전 동료에게 의논하러 온 겁니다.

 

꼭 닮은 사건?

한 관료가

복어 회무침을 먹고
혼수 상태에 빠진 상태입니다.

혼수 상태...

 

죄송합니다, 고순 님.

그건 제가 들어도
괜찮을 이야기일까요?

문제없습니다.

소묘는
자기 분수를 잘 알고 있으니까요.

 

즉, 말하지 말라, 라.

 

그리고 이제 와서,

독이 나오는 이 이야기를
도중에 끊어도 되겠습니까?

 

하시죠, 계속 뒷얘기를.

 

이번 회무침에는

복어의 껍질과 살을
살짝 데친 것을 썼다고 합니다.

 

그것을 먹고 혼수 상태에 빠졌다고.

복어의 살입니까?

독이 많은 건 간 등의 내장입니다만.

네,

껍질과 살입니다.

 

살은 비교적 독이 옅을 텐데.

 

뭐,

종류나 환경에 따라선
살에 독이 있는 경우도 있을지도 몰라.

 

딱히 이상한 점은 없지 않습니까?

그게,

이번 사건도 이전 사건도

요리사는 복어를 조리에 쓰지 않았다고
잡아떼고 있는 겁니다.

 

재밌을 것 같은 이야기군요.

 

공통점은 그것뿐만이아닙니다.

 

쓰러진 두 사람,

이번 관리와 지난번 상인은

똑같이 미식가라서

진미를 선호했지요.

 

평소부터 생선 날것 같은 것도
자주 먹어서,

복어도 참 좋아했다더군요.

 

사건 후에

주방의 쓰레기로부터

내장이나 껍질이
전부 발견된 걸로 봐서

간은 먹지 않았다는
판단이 내려졌습니다.

 

두 개의 사건의 요리사는 둘 다,

복은 전날 요리에 쓴 것이고,

회무침에는 다른 생선을 썼다며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증인이 되어줄 사람이 없었죠.

 

관리는 요리를
전부 다 먹고난 30분 뒤,

중독 증상을 일으키고 쓰러져

경련하고 있던 와중에 발견됐습니다.

 

의외로 빠짐없이 조사했네.

 

적당한 조사로 범인을 날조하는

돼먹지 않은 관리들도 잔뜩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증상은 복어독 같습니다만,

지금 이야기만으로는 뭐라고 하기도.

 

고순 님,

조금 더 정보를 모아와주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조사해두겠습니다.

 

지금 계절이라면

음식물 쓰레기를
며칠 놔둔다 해도 이상할 건 없어.

다른 생선을 썼다는 이야기도

먹고 남긴 게 발견돼서 모순은 없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느냐?

 

아무리 그래도 그 표정은
나도 상처받는다.

 

고순의 이야기를 유난히
열심히 듣고 있었던 모양이다만?

재밌는 이야기라면
사람은 귀를 기울이는 법이니까요.

어이, 잠깐만.

너, 내 이야기는 자주 도중에...

그럼 시간이 늦었는지라,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이봐, 아직 이야기는 안 끝났...

이런, 이런, 움직이지 마세요.

 

자, 가만히 계세요.

 

소묘,

어제 그 얘기 말입니다만.

 

이것은 조리서입니다.

 

사용인의 증언으로는

주인에게 낼 요리는
거의 다 여기에 쓰여있다고.

감사합니다.

 

살짝 데친 생선에
잘게 썬 아채를 더해서 식초로 무친다.

회무침 만드는 법에
특별히 이상한 점은 없군요.

식초의 배합은 몇 종류인가
쓰여져 있습니다만,

재료는 자세히 쓰여있질 않습니다.

아마도

계절에 따라 입수할 수 있는
생선이나 야채가 바뀌기 때문이겠죠.

이래선 정작 중요한
뭘 써서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겠군요.

 

알 수 없는 거냐?

 

얘기에 끼고 싶은 모양이군.

 

그래서, 뭘 알 수 없다고?

 

식사하시기 전이니까요.

알고 있어.

 

꽤나 어린아이스런 짓을.

 

사건이 일어난 건?

일주일 정도 전입니다.

 

겨울철의 야채라면

회무침의 재료로는
무나 당근 정도이려나요.

그게, 해초를 썼다고 해서.

해초인가요?

해초입니다.

 

진미를 좋아한다고 하면,

별난 해초를 넣는 일도 있겠지.

 

혹시 괜찮으시다면,

그 집의 주방을
보여주실 순 없겠습니까?

 

고순 님께서
여기에 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만.

마섬이다.

이야기는 들었다.

묘묘입니다.

지금부터 저택으로 갈 거다만,

넌 어디까지나 내 수행인이다.

알겠나?

멋대로 행동하지 마라.

 

알겠습니다.

 

저쪽에 가면 저택의 하인이

주방을 안내해줄 거다.

네.

역시 고순 님, 일처리가 빠르셔.

 

그나저나...

 

처음 보는 무관이네,

누군가를 닮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좋게 보고 있진 않은 것 같은데,

뭐 됐나.

 

이쪽이 주방입니다.

 

독 사건 이후로 쓴 적이 없습니다.

 

이봐!

 

멋대로 들어오지 마라!

나가라!

뭐 하고 있나!

이딴 녀석들을 데려온 게 너냐!

 

엄연히 안주인께 확인은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업무인지라.

 

그게 사실이냐?

들어와 있어도 문제 없겠지요?

아니면 뭔가 곤란한 일이라도?

 

멋대로 해.

 

누군가요?

주인 나리의 동생분이십니다.

주인 나리께서 혼수 상태에 빠지시고,

마님께서도 피로로 드러누워버리셔서,

동생분께서 저택을 통솔하고 계신지라.

 

그런 거였나요.

 

마섬 님.

그래.

 

조리도구는
요리사가 씻어버린 모양이야.

 

그 외엔...

 

이것은?

아, 주인 나리께서 좋아하는 거네.

마음에 들어하셔서 자주 드셨는지라,

독은 없을 것 같습니다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진 않군.

그렇다는군.

 

끝났으면 얼른 돌아가주게.

 

그래야겠군요.

 

실례가 많았습니다.

 

왜 간단히 물러났지?

물러났다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져온 거냐?

 

이거, 좀 이상합니다.

이 해초를 딸 수 있는 시기는
아직 조금 이릅니다.

그렇다고 해서

소금에 절여둔다 한들

지금 시기까지 가는 물건도 아닙니다.

 

그렇군.

아마도 이 근방에서 딴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교역으로
남쪽에서 사들여온 거라든가.

어디에서 사들여온 건지
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알아차려준 모양이군.

그렇다면

나도 내가 해야할 일을 하자.

 

뭐지, 이건?

 

저택에서 가져온 해초입니다.

사전에 둘로 나누어서

물에 담궈뒀습니다.

 

어째서 임씨 님도 있는 거지?

조사해보니, 역시 해초는
남방에서 들여온 것이었습니다.

하인의 증언으로는

주인은 겨울철에
그 해초를 먹을 일이 없었다고 합니다.

 

요리사도

평소에 먹는 해초와 같은 종류라서

독일 리가 없다고.

같은 해초라면 독이 없다,

그렇지 않습니다.

 

어쩌면 남쪽에선 그다지

이 해초를 먹는 습관이
없는 걸지도 모릅니다.

 

미식가인 관리가 좋아하는
음식인 걸 안 교역 상인이

돈이 될 만하다 싶어서,

일부러 현지인들에게
해초의 소금 절임을 만들게 시켰다면?

 

그게 어디가 문제가 되는 거지?

 

이 세상엔

독이 무독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장어에는
본래 독이 있습니다만,

피를 빼거나 가열함으로써
먹을 수 있게 됩니다.

 

이 해초의 경우엔

석회수에 담글 필요가 있었을 겁니다.

 

여기에 준비한 것은

석회수에 담근 것과

그렇지 않은 것입니다.

 

뭐 하는 거냐!

괜찮습니다.

아마도.

아마도, 라니 뭐냐!

안심하시길.

빠짐없이 구토제도 여기에.

 

자신만만하게 말하지 마라!

고순!

네!

 

잠깐...!

 

토해!

 

하룻밤 담가서 독성이 없게
만들 수 있는지 어떤지,

먹어서 검증해볼 생각이었는데.

 

다시 새로운 기분으로,

여기서 문제입니다만,

교역상인에게 해초의 소금절임을
가져오도록 제안한 건

누구일까요?

 

들여온 게 먹은 당사자라면

어떤 의미에선 자업자득입니다만.

하지만 혹시 그렇지 않다면...

 

먹는 습관이 없는 지방에서 들여오면

위험성이 높은 건 당연합니다.

 

알겠습니다.

 

여기에 있는 자들은 똑똑해.

이 이상 말할 필요는 없겠지.

 

일단은 한 건 해결이려나.

 

이 녀석!

 

결국 범인은

쓰러진 관리의 동생이었습니다.

 

매입처를 찾아낸 차에
자기가 샀다고 자백한 모양입니다.

 

동기는
차남인 자신이 업신여김 당하고,

장남이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서, 인
모양입니다.

곧잘 있는 이야기지요.

하지만,

그런 얕은 생각을 이유로
살인을 저지르려 한 남자가

어떻게 해초의 독에 대해 안 걸까요?

 

술자리에서 옆에 앉은 손님으로부터

우연히 알게 된 모양입니다.

 

우연... 이라.

 

결국 독이 남은 해초는 먹지 못했네.

 

그나저나 어디에 쓸까!

그 말라붙은 벌레에서 자란

가랑잎 색깔의 버섯!

약주로 만들까?

환약으로 만들까?

 

안녕히 다녀오셨습니까!

 

안녕히 다녀오셨, 습니까!

 

무슨 일입니까?

 

내 탓이 아니야!

 

피곤하신 모양이군요.

일이 쌓여있는데,

도무지 죽이 안 맞는 상대가 있어서

의견이 갈리고 말아.

임씨 님께도
껄끄러운 분이 계시는군요.

 

상대는 머리가 아주 좋은
군부의 고관이야.

 

집안은 좋으면서,

사십을 넘어서 아내를 두지도 않고,

조카를 양자로 들여서
집 관리를 맡기고 있는

유명한 괴짜야.

 

사십을 넘은,

군부의 고관이고,

괴짜?

흥미가 있는 거라 하면 오로지

바둑과 장기와 소문.

 

트집을 잡아서는 돌격해와서는

안건에 도장을 찍는 걸
질질 끌게 만들지.

아무래도 표적이 되어버린 모양이야.

 

요즘 들어
매일 같이 집무실에 눌러앉아서는...

 

좋았어!

잊자!

떠올려봤자 좋을 게 하나 없어!

 

하지만,

뭐, 잊었다 한들

평소처럼 나쁜 예감은 잘 들어맞지만.

 

안건은 이미 통과되었을 겁니다만.

겨울에 꽃구경은 어렵지요.

그렇다면 이쪽에서 할까 해서 말입니다.

 

이 남자의 이름은 나한.

군사(軍師)를 맡고 있다.

 

아무래도 트집 잡아오는 이유는,

녹청관에 연이 있는 묘묘를
하녀로 삼은 것에 있는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녹청관에 옛날에
잘 아는 사람이 있었는데 말이죠.

의외의 이야기야.

남녀의 정사 따위엔
전혀 흥미가 없는 줄 알았는데.

어떤 기녀입니까?

 

무심코 묻고 말았군.

 

참 좋은 기녀였지요.

바둑과 장기를 잘 둬서,

장기로는 이길 수 있지만
바둑으로는 지기만 했었지요.

 

군사님을 지게 만들다니,

그것 참 강했겠군요.

그 정도로 재밌는 여자는

더는 못 만날 거라며,

기적에서 빼는 것도 생각했는데,

세상일이 참 안 풀리더군요.

 

어느 별난 부자 둘이서

경쟁하듯이 가격을 끌어올렸지요.

 

그건 참으로...

때로는 기녀를 빼내는데 드는 돈은

별궁을 하나 세울 정도의
액수가 된다고 한다.

 

별난 성격의 기녀였거든요.

하지만 그런 얘기를 해가면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재주는 팔아도 몸은 팔지 않고,

그러기는커녕
손님을 손님으로도 생각하지 않았지.

손님에게 차를 따를 때도

미천한 것을 위해 베풀고 있는 듯한

거만한 눈으로 바라봤지요.

 

하지만 거기에 넋이 나간
별난 것들도 있는 법이라,

 

이렇게 말하는 저도
그 중 한 명입니다만.

등골에 오싹오싹하게 오는 감각이
참을 수가 없었거든요!

 

언젠가 자빠트려보고 싶다고,

생각했었지요.

 

결국 그 기녀를 끝내 포기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다소 더러운 수를 썼습니다.

그렇다 하심은?

비싸서 손을 못 댄다면

싸게 만들면 문제가 없는 거니까,

희소 가치를 내려버린 거지요.

 

어떤 방법인지 알고 싶으십니까?

 

여기까지 와서 뜸을 들이시는 겁니까?

 

뭐, 그 전에 조금
부탁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만.

 

뭡니까, 대체?

 

그쪽에 최근에 들어간 하녀란 게

상당히 재밌는 모양이던데,

묘하게 수수께끼 풀이를
잘 하는 모양이더군요.

 

내 지인 중에 궁전 어용의
조금(彫金)세공사가 있거든요.

그 녀석이 얼마 전에 훅 가버렸지요.

제대로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은 채로 말이지요.

녀석에겐 세 명의 아이가 있었고,
제자로 삼았었는데,

비전이라고 할 만한 기술을 전하지
못한 채 가버린 게 가엾어서 말입니다.

 

분명 그의 의미심장한 유언이

뭔가 단서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마음에 걸려서 말이지요.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걸까요?

아니, 뭘, 대단한 건 아닙니다.

그 비전의 기술을 알 방법이 없나 하고
생각한 것뿐입니다.

그래, 예를 들면...

 

머리가 잘 돌아가는 그쪽의 하녀가

조사해줄 수 없나 하고.

 

일단,

이야기만이라도
들려주실 수 있을는지요.

 

많이도 내리네.

 

다음 시간,

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