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제목 with Caption Creator 4

책상의 무늬,

 

그런 아무래도 상관없는 게,
내 마지막 광경이었다.

 

하고 싶은 일을
무엇 하나 하지 못했어.

혹시 다음 인생이 있다면...

 

마도구사 달리아는 고개 숙이지 않아

 

달리아의 꿈

 

아빠?

 

일찍 일어났구나, 달리아.

 

뭐 하고 있어?

 

일 하고 있지.

일?

이리 오렴.

 

이건?

이건 마도구라고 한단다.

마도구?

마도구란 건

마법을 쓸 수 있게 해주는 도구란다.

 

이 나라에선
다들 그것들을 쓰며 살고 있지.

 

마도구는 사람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준단다.

방을 시원하게 해주고,
따뜻하게 해주기도 해.

 

예를 들면,

불의 마석으로
번쩍하고 불을 켤 수도 있고,

물의 마석으로
쏴아하고 씻어낼 수도 있어.

 

바람의 마석을 쓰면

청소도 순식간에 끝나.

 

여러 가지 마석 등을
잘 조합해서 쓰는 게 마도구란다.

 

그거, 마법이랑은 달라?

 

조금 다르지.

마법을 잘 쓸 수 있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어.

하지만 마도구는 누구나 쓸 수 있단다.

 

나도?

그래, 달리아도 쓸 수 있단다!

 

달리아, 손을 내밀어보렴.

 

이렇게,

그래, 거길 돌려서.

 

굉장하지?

 

이게 마도구!

이런 도구를 만드는 게 마도구사,

아빠의 일이란다.

 

저기, 아빠!

마도구는 나도 만들 수 있어?

 

물론이고 말고.

달리아가 공부...

아니, 착한 아이로 지내면 말이지.

 

만들고 싶어!

 

그렇구나.

그럼 달리아는 장래에
마도구사가 될 거구나?

될래!

나, 아빠랑 똑같은 마도구사가 될래!

 

그럼 앞으로 배워야할 게
산더미처럼 많단다.

뭐부터 하면 돼?

그러게, 우선은...

 

달리아 스페이스...

 

굉장하지?

 

굉장하네!

 

어라?

와줬구나?

 

죄송해요, 일하시는 중에.

이르마 언니에게
달리아 스페이스 보여주고 있었어!

 

그러니, 그러니.

하지만 말이다, 지금,
아빠는 일에 집중하고 싶으니,

밖에서 놀다 와주지 않겠니?

 

같이 마물 도감을 읽으려 했는데...

 

달리아, 가자!

응, 알았어.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렴.

-네!
-네!

 

달리아, 저기 꽃밭 가서 놀자!

응!

 

달리아의 마도구?

 

성미가 급하구나.

 

멋대로 만지면 혼나실걸요?

 

소피아 씨?

달리아 스페이스,

굉장히 소중히 여기고 있으니까요.

 

그렇구나.

 

달리아는 정말로
마도구사가 되고 싶어?

응, 꼭 될 거야.

 

결심이 대단한데.

 

이르마 언니는
뭐 갖고 싶은 마도구 같은 거 있어?

갖고 싶은 마도구...

 

없는데.

냉장고는 갖고 싶지만.

이미 있는 거 말고,

아직 없는 것 중에서 뭔가 없어?

그렇게 말해도 딱히...

그럼 불편한 점 같은 건 없어?

불편... 그러게.

나, 장래에 미용사가 되고 싶거든.

 

그래서 자기 머리카락으로
연습하기도 하는데 말이야,

기니까 말리는 게 힘들어서...

말린다...

그거!

 

달리아?

 

아빠, 아빠!

 

얘, 얘, 왜 그러니, 달리아!

 

마도구!

생각났어!

 

있잖아, 이르마 언니,
장래엔 미용사가 되고 싶대.

으, 응, 그러니?

이르마는 미용사 지망이구나.

그래서, 머리를 빨리 말리고 싶으니까,

그런 마도구가 있으면 좋겠다, 해서.

그러니까, 불의 마석과
바람의 마석을 써서...

 

따뜻한 바람이 있으면
머리는 잘 마르겠지?

그러니까, 이렇게, 이렇게 해서...

 

아빠, 어때?

응, 잠시만 기다리렴.

 

그렇군, 온풍이라.

드라이어, 라고 해!

벌써 이름도 정했니?

대단하구나.

저기, 아빠,

이거 만들어도 돼?

 

지금은 아직 무리란다.

좀 지나서 하자꾸나.

바로 만들고 싶은데.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지만,

만드는 건 조금 더
경험을 쌓고 나서 해야겠지.

 

아, 하지 마!

 

외출이신가요?

올랜도네에 잠시.

 

달리아를 부탁드립니다.

네.

 

그래서?

 

우리 딸이
세계에서 제일 귀엽단 거지!

 

술은 안 들어갔는데 말이지.

그리고, 천재일지도 몰라.

자식 자랑
이보다 팔불출일 수 없구만.

아직 초등학원에도
들어가지 않았는데,

작업 스페이스?

위험하잖아.

 

괜찮을 거야.

마석을 쓸 때는

나와 같이 하는 게 아니면
안 된다고 말해놨어.

내 경험상 얘기하는 거지만,

대개의 아이들은 의외로
주의 사항을 안 듣고 있고,

예상밖의 일을 저지를걸?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양반이 하는 말은 다르구만.

하지만 내 아이야,

문제없을 거야.

 

그런 네 아이가

마도구사가 되지 않더라도
토라지지 말라고.

아니,

달리아는 분명 마도구사가 될 거야.

그런 눈을 하고 있었어.

그럼 장래에

달리아 쨩이 만든 마도구를
우리 가게에서 취급할 날도 올지도 모르겠군.

오랜 친구라고 해도
값은 안 깎아줄 거야.

오랜 친구라고 해서
비싸게 매입해줄 거라 기대하지 말라고.

 

안녕하세요, 다녀왔습니다.

어머, 빨리 오셨네요.

 

테오에게 급한 용무가 생겨버려서.

 

달리아는 뭐 하고 있나요?

 

정원에서 논 뒤엔

자기 방에서 놀고 있는 모양이에요.

 

저녁은 다 되어있으니,
얼른 드세요.

감사합니다.

그럼 내일 또 뵙죠.

 

달리아, 달리아?

 

달리아, 괜찮니?

 

아픈 데는 없니?

 

마석을 쓸 거면
내가 있을 때 하라고 했잖니.

 

잘못했어요...

이제 됐어.

 

왜 이런 일을 했니?

 

몰래... 만들고 싶었어...

 

왜?

아빠 놀라서
잔뜩 칭찬해줄 줄 알았어!

 

드라이어에 마석을 넣었더니,
불이...

그렇구나.

메커니즘은 맞는데,

이거라면 불과 바람이
한 번에 확 나오겠는데.

 

마력의 출력 계산과 혼합 회로 연결법은
아직 가르쳐주지 않았으니까.

잘못했어요...

 

마음은 이해해.

떠올라버리면
안 하고 가만히 있을 순 없겠지.

하지만 달리아,

마도구를 만들 때는
위험한 작업도 있단다.

 

그리고 네게는
아직 가르쳐주지 않은 게 잔뜩 있어.

알겠니?

 

응...

하지만 아빠가 있어.

 

그러니

네가 한 사람 몫을 하게 될 때까지는
함께 만들어 나가자,

응?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이건, 머리를 말리고 할 게 아니군.

 

하지만 구조는 나쁘지 않아.

마도 회로로 마력을 제어하면
적당한 온풍이 될 거야.

정말?

그러면, 그러면,

차가운 바람이랑 따뜻한 바람,
둘 다 나오게 하고 싶어!

그렇구나.

그거라면 불의 마석의 회로를
전환 가능하게 해서...

 

왜 그러니?

 

아빠, 대단해!

 

달리아의 발상도 대단하단다.

 

지금 바로 할래?

떠올라버렸으니 말이야.

 

통의 소재를 좀 더 좋은 걸로 하자.

 

이쯤이라면 되려나.

 

온풍을
약한 거랑 강한 거로 하고 싶어.

할 수 있을까?

물론이지.

바람의 마석의 출력을 조정하면

어렵지 않을 거야.

 

아빠!

 

그래.

 

얼른, 얼른!

 

뜨겁지 않지?

괜찮아, 기분 좋아!

 

그러니, 그러니?

 

아빠, 브러시.

그래, 그래.

 

아얏.

아, 미안, 괜찮니?

정말, 브러시 이리 줘.

으, 응, 그래.

 

다 말랐니?

응!

회로에 이상 없음.

마석도 문제 없음.

그러니까...

 

-완성!
-완성.

 

건배.

건배!

 

좋은 아침입니다.

두 분 다 일찍 일어나셨네요.

 

소피아 씨, 소피아 씨!

있잖아,

드라이어가 완성됐어...!

 

달리아 양?

 

아, 잠들어버렸나.

 

철야했으니까.

 

철야?

어떻게 된 건가요, 카를로 씨?

아, 아니, 이건...

이런 어린애한테 철야를 시켰다니,
이게 무슨 소린가요!

오, 오해...

...가 아닌가.

둘이서 마도구를 만들다가, 그...

 

어제 저녁을 지금 드셨군요?

설마 목욕도?

 

죄송합니다.

아직입니다.

 

아무튼 달리아 양을 침대로 옮기죠.

그, 그래야죠.

 

아직 가볍네.

 

미안해요, 소피아 씨.

달리아 양은 아직 어린애니까요,

카를로 씨가 빠릿하게 안 하면
어쩌잔 건가요.

응, 빠릿해져야지.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런 딸이니까.

이전에 제가
달리아 양의 머리카락을 칭찬했더니,

아빠랑 같은 색이었으면 했다고
말했답니다.

그런 말을?

 

벌써 이런 마도구를 만들 수 있다니,

달리아 양은 대단하네요.

응, 재능이 똘똘 뭉쳤어.

 

어쩌면 나보다 대단할지도.

 

언제까지고
자그마한 달리아일 순 없겠구나.

언제까지고 카를로 씨의 딸임은
변함없답니다.

그러게요.

 

아빠, 다음은 어떤 마도구를 만들까...

벌써 다음 마도구를
생각하고 있는 거니?

그럼 카를로 씨,

다시 한 번 설교하죠.

조금 길어질 테니까요.

아, 네.

 

이런, 잠들어버렸네.

 

언젠가는 만들어보고 싶지만,

아직 멀었으려나.

 

아빠, 어서 돌아와.

뭐냐?

우리 따님은 또 일터에서 잠든 거니?

못 말리겠네.

아빠야말로 또 마시고 온 거야?

응, 옛 친구를 만났거든.

이야기가 꽃을 피워서.

오, 드디어
요정 결정 랜턴에 도전이니?

그건 아직 멀었어.

만드는 법은 이해했어도,

이렇게까지 균일하게
마력을 부여 못하는걸.

한 사람 몫 하기엔 아직 멀었나.

 

부여 연습을 빠짐없이 하다보면

달리아도 조만간
만들 수 있게 될 거야.

정말로?

정말이야.

누가 뭐래도 내 딸이니까.

 

알았어.

부여를 더 잘 할 수 있게 되면
그때 다시 가르쳐줘.

 

자, 아침 먹자, 아빠.

 

그나저나
갑자기 선배 제자가 생긴다고 하면,

달리아는 화낼지도 모르겠네.

 

아빠!

 

어이쿠, 미안,

지금 가마.

 

뭐야?

아니,

달리아도 야채 써는 게 능숙해졌구나.

옛날엔 눈 뜨고 볼 수가 없었으니까.

 

또 그런 옛날 얘기를.

 

미안, 미안.

 

지금은 이미
내쪽이 더 요리 잘하거든.

알고 있어.

아빠야말로
이제 젊지 않으니까 과음은 자제해.

네, 네, 삼가겠습니다.

정말...

 

새로운 마도구를 생각해냈니?

생각해낸 건 잔뜩 있지만,

제대로 된 물건이 될 만한 건...

 

세 개 정도?

그거 우수하군.

역시 내 딸.

급탕기 남작,
카를로 로세티의 딸이니까요.

 

너도 달리아 로세티로서

왕국에 이름을 새길
마도구사가 될 거야.

 

상상이 안 가네.

 

오늘은 늦게 온댔나?

응, 저녁은 이르마나
다른 사람들이랑 먹을 거니까.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응, 잘 다녀오렴.

 

한 사람 몫을 하는 마도구사라.

여정은 멀겠는걸.

 

부여 실력도 아직 한참 멀었고,

아이디어는 있어도 실물은 못 만들고,

그때 봤던 요정 결정 같은 재료를

잘 다루지도 못하고.

 

하지만, 언젠가 도달해내고 말 거야.

 

아빠가 보여준 그 반짝임을 꼭,

나도 만들어낼 거야.

 

아빠처럼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는
마도구사가 될 거야.

 

그게 나의 목표,

마도구사 달리아의 꿈이야.

 

카를로의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