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제목 with Caption Creator 4

약사의 혼잣말

 

새 숙비

 

진심이세요?

물론이지.

모처럼 묘묘가 돌아와줬잖니.

 

이 정도면 됐나.

후궁과는 다르게

외정은 제대로 약초 난 데가 없어.

조금씩 늘려야지.

소묘.

 

청소를 부탁한 건 집무실 아니었던가?

바로 가겠습니다.

 

텃밭 가꾸기는 적당히 하렴.

 

까다로워.

 

어떻게 된 거지?

글쎄요.

수정궁 현비 이화
비취궁 귀비 옥엽

 

실례하겠습니다.

 

석류궁에 새 숙비가 들어온 건 아느냐?

네.

떠나버린 아다비의 후임인가.

 

그래서 후궁 차원에서
비의 교육을 하고 싶은 모양이다만,

네게 강사를 하라는구나.

강사 묘묘

 

농담도.

뭐가 농담이냐.

추천인의 이름도 쓰여있잖느냐.

추천인?

귀비 옥엽

 

한 통 더 있다.

 

현비 이화

 

이화 님까지...

 

그건가...

 

그렇게 됐으니,

부탁하마.

 

두 명의 비에게 부탁받아서야

역시나 무시는 못하지.

 

친절하시게도
보상액수까지 써있었으니.

 

그나저나 할멈, 제법 세게 불렀네.

 

이 틈에...

 

이 짐이 강의에서 쓸 교재냐?

 

네, 이쪽이 청구서입니다.

 

이 정도밖에 안 되나.

 

왠지 여기만 먹의 색이 다르구나.

움찔.

 

역시 까다로워.

이 할멈이 있는 한
도련님을 봉으로 잡는 건 어렵겠어.

 

내용물은 뭐지?

 

소중한 교재를 보여줄 순 없어!

 

아, 알았다.

안 보마.

 

나르실 거면 도와드릴까요?

괜찮습니다.

 

하기로 한 이상 철저하게 한다.

 

오랜만이네, 이 느낌.

묘하게 여자 냄새 나는 게 진정되네.

임씨 님이셔!

오늘도 참 고우셔!

 

상당히 모여있군요.

수업의 소문을 듣고 모인 거겠지.

 

말해두겠다만,
수업을 받는 건 상급비뿐이다.

볼일 없는 자는 물러가도록.

 

이 환관, 요괴나 뭐 그런 거였어?

 

안 됩니다!

 

어째서지?

수업을 받으시는 건 상급비뿐이라고
말씀하신 건 임씨 님이십니다.

 

젠장, 보기보다 훨씬 튼실하구만.

 

여기서부터는 여자들의 정원에서의
누설할 수 없는 비술인지라!

 

옥엽 님,

여전히 아름다우셔.

홍낭 님도 딱히 변함은 없는 모양이야.

 

이수 님은 위축되신 건가.

뭐, 다른 상급비가 셋이나 있으면
무리도 아닌가.

저 기미역의 시녀가 곁에 있으면

이전보다는 낫겠지.

 

이화 님도 거의 원래의
풍만한 체형으로 돌아오셔서

건강도 괜찮으신 것 같아.

 

저 시녀는 분가루 사건 때의...

 

그렇게 경계할 것까진...

 

그리고, 아다비의 후임,

새 숙비 앵란(桜蘭)비인가.

 

남국풍의 화려한 옷은 취향인가?

생김새는 북쪽 사람으로 보이는데,

출신을 잘 모르겠네.

 

나이대로 봐서
천자의 밤시중은 들 것 같군.

 

후궁의 균형이 무너질 일은
없을 것 같은데.

 

뭐, 아무래도 상관없나.

 

이번에 강사 일을 받잡게 된
묘묘라고 하옵니다.

 

지금부터 여러분들께 가르쳐드릴 것은

여자들의 정원에서의 비술이기에

발설 금지 부탁드리옵니다.

 

그러면 교재를 나눠드리겠사옵니다.

 

어머!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모르겠군.

 

수고 많았다.

오래 걸렸군.

 

이 녀석, 엿듣고 있었구나.

 

왜 그러시죠?

 

이건 대체 어떤 상황이지?

 

권태기 이탈!

 

여길 이렇게 해서...

 

무리, 절대 무리!

 

이수 님!

 

시키신 대로 강의를 한 것뿐입니다.

 

그래도 추천인 두 분께선
기뻐해주신 모양이다.

 

마지막까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잘 알 수 없는 비였네.

 

알아서 써줘.

이봐, 어떤 수업을 한 거지?

후일 천자께 감상을 여쭤봐주십시오.

어이!

 

피곤하네.

 

보상의 금일봉, 기대되는군.

 

-무슨 일이야?
-저쪽이다!

 

그만둘까.

 

추워!

 

나한(羅漢) 님, 나한 님!

 

나한 님, 이런 곳에.

 

뭔가 신경 쓰이시는 거라도?

아니,

아무것도 아니라네.

 

어제 그 소리, 뭐였을까?

 

환관이면서 후궁뿐만이 아니라
외정 일도 있는 거야?

 

시답잖은 법안일 거라며
무시할 수도 없는 모양이고.

 

좋은 종이니까
팔면 용돈벌이가 될 텐데.

 

불태우다니 아깝게.

 

쓰레기 소각장, 군부 근처인가.

 

소묘.

 

바깥은 추운지라.

 

감사합니다.

 

역시나 성실해.

환관으로 두기엔 아까워.

 

이건 임씨 님께서 주신 것이고!

전 그저 건네드린 것에 지나지 않으니!

 

그런가요.

하녀에게 솜옷 하나 건네는 데에도
허가가 필요하다니

고생 많네.

 

감사합니다, 임씨 님.

 

신경 쓰지 마라.

 

외정은 후궁의 몇 배나 되는
공간이 있는데,

약초는 그다지 잘 안 보여.

 

역시,

눈에 띄는 약초는 어디에나 있는

민들레나 쑥 정도인가.

겨울철엔 아무리 찾기 힘들다곤 해도...

이 주변에도 씨앗을 심어둘까.

 

석산!

여기에도, 저기에도!

 

구근을 물에 담가두면
맛있단 말이지.

독 빼기를 실패하면

복통으로 괴로운 꼴을 당하지만.

 

아, 이백 님이시네.

띠의 색깔이 이전과 달라.

 

그렇단 건 출세한 거야?

 

오, 아가씨!

 

이백 님.

 

비의 수행이나 뭐 그런 거야?

후궁에서 나오다니 별일이군.

 

내가 해고당한 걸 모르는구나.

 

이백 님,

녹청관 세 공주 중 한 명,

백령 언니에게 반해서,

여자를 위해서 출세하려고 하는

사랑스런 바보 같은 면이 있는 남자다.

 

백령 언니를 부르려면

평민이 반 년은 벌어야 할
은을 필요로 해.

비싸서 쉽사리 부를 수가 없지.

 

녹청관에는 견습 기녀 상대로
자주 차를 마시러 오는 모양인데,

 

만날 일은 없었다고 한다.

 

천상의 꿀을 알게 된 남자는

잠깐만이라도 봤으면 하고
자주 다니게 되겠지.

 

열심히 사네.

 

뭐냐?

아뇨.

지금은 후궁 일에서
어떤 분의 방 담당으로 바뀌었는지라.

방 담당?

누구냐, 그 별난 인간은?

네, 참 별나죠.

 

그나저나 바쁘신 중 아닙니까?

조금 그렇지.

이 계절엔 드물지도 않은 작은 불이야.

발화 지점을 모르겠다고 해서
차출되었어.

원인 불명이라.

어제 그 소린 이건가.

 

부상자는?

창고지기뿐이야.

목숨에 지장은 없다만...

아니, 이봐,

너무 접근하지 마라.

알겠습니다.

 

그런 얘길 들었는데
끼어들지 말라고 해봤자.

 

옆 건물가지 닿은 그을음.

건물 주변에 널브러진 파편.

이래선 작은 불이라기 보단
폭발에 가까워.

 

그렇군.

방화가 의심된다고 보고 있는 건가.

 

말단 관리가 아니라

이백 님이 나온 것도 납득이 가.

 

어디 다른 데에 널린 창고라면 몰라도,

여기는 천자가 있는 궁전 안이야.

 

이 나라는 대체로 평화롭긴 하지만,

모든 사람이 현 상황에
만족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드물게 이민족들이 습격해오고,

기근이나 가뭄도 없는 게 아니고,

타국과의 화평도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어.

 

이국들 중에선
불만을 가진 자도 있겠지.

 

숯?

아니, 불탄 감자인가.

아깝게.

 

그렇단 건 여긴 식량고...

 

상아 세공?

담뱃대인 것 같군.

 

멋대로 어슬렁대지 마!

 

담뱃대...?

 

폭발,

식량고,

담뱃대...

 

이봐!

 

내 말 안 들리나?

 

들립니다.

들으려 안한 것뿐이지.

 

불탄 창고에는

이곳과 똑같은 게 놓여있었습니까?

 

그래,

안쪽부터
오래된 걸 두고 있는 모양이더군.

 

이거, 받아가도 되겠습니까?

 

괜찮지 않겠느냐.

 

그리고, 이것도.

망치와 톱,

그리고 못도 필요하겠군요.

 

뭘 할 생각인데?

 

약간의 실험입니다.

 

이거면 되려나.

묘하게 능숙한데.

못 먹고 자란 몸이라,

없는 걸 만드는 건 잘합니다.

 

그거, 밀가루지?

네, 창고이 있었던 겁니다.

 

이거면 되겠습니까?

그리고 부탁드렸던 불씨는?

 

여기에.

 

감사합니다.

 

뭐 하잔 건지 모르겠군.

 

준비됐습니다.

위험하니 떨어져있어주세요.

 

네.

그럼...

 

이백 님, 위험한데요.

뭐가 위험하단 거냐?

아가씨가 뭘 하든
무관인 내가 위험할 것 같으냐!

 

알겠습니다.

위험하니 충분히 주의해주세요.

 

바로 도망쳐주세요.

 

엉?

도망치다니 뭘 말이냐?

 

꺼줘!

 

그러니까, 말했는데.

 

그래서, 뭐가 어떻게 돼서 폭발했다고?

 

원인은 이겁니다.

 

밀가루?

네, 밀가루나 메밀가루 같은 가루는
불타기 쉽고,

공중에 떠돌다간
불이 붙는 일이 있습니다.

 

불씨는 이게 아닌가 하고.

 

담뱃대?

 

남의 눈을 피해 한 대 피우기 위해
안에 들어갔더니,

 

바깥 공기가 흘러들어와서

가루가 날리게 됩니다.

 

거기서 담뱃대에 불을 붙이니...

 

창고 안에 충만했던 밀가루에 착화해서

그 결과, 폭발이 일어납니다.

 

창고지기 분께

창고 안에서 담배는 자제해달라고
전해주시겠습니까?

그런 걸 잘도 알고 있군.

전에 녹청관에서 빌렸었던 방을
날려버린 적이 있는지라.

너...

 

이 멍청한 계집이!

그때의 할멈은 무서웠어.

 

그나저나

가루가 폭발을 하다니, 참 신기하군.

이 세상엔 신기한 일이란 건 거의 없다.

신기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모르고 있는 것뿐이다.

 

감기 걸리시지 않도록 조심해주십시오.

걸리시면
홍등가의 나문의 약이 잘 듣습니다.

그래.

아버지는 장사치 기질이 없으니까.

조금 정돈 영업 활동 해줘야지.

 

백령 언니를 만나러 가는 김에라도
들러줘.

 

그럼 일 하러 돌아가겠습니다.

그래.

 

이거 갖고 와버렸네.

 

깨끗하게 해서 새 물부리를 달면
원래대로 돌아갈까?

팔면 나름대로 돈이 될 것 같네.

그보다 창고지기가 갖고 있기엔
너무 훌륭해.

혹시 소중한 걸까?

 

닦아서 돌려줄까.

 

젠장!

 

나도... 젠장...!

 

다음 시간,

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