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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상일"

 

이놈 알아?

 

- 알지
- 알아? 소아성애자잖아

 

- 소아성애자?
- 잘은 몰라

 

2007년인가?

 

- 응, 우리 태어났을 때
- 그러네

 

- 얘가 범인이야?
- 맞아, 이놈

 

너도 봐 봐

 

오른쪽이 범인

 

- 얼굴이 다 보이네
- 소아성애자야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햄버그스테이크 시키신 분

 

경찰이 구하는 장면이야

 

근데 이다음을 봐

 

뜨거우니 조심하세요

 

더 시키실 거 없나요?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 세뇌됐구나
- 애를 세뇌하다니

 

- 이런 놈은 사형해야 해
- 나도 찬성

 

후미!

 

후미!

 

- 피울래요?
- 깜짝이야

 

괜찮아요?

 

너무 오랜만이라

 

놀랐어요

 

안색이 창백해요

 

실은 못 피워요

 

- 미안해요
- 어쩐지

 

다음은 나미키초
나미키초...

 

나가요

 

- 다녀왔어?
- 다녀왔어

 

- 이거 봐, 끈적끈적해
- 잠깐 기다려

 

땀 좀 닦고

 

자, 수고했어

 

힘들어

 

저녁은 카레야?

 

할머니가 야채 보내셨거든
너 좋아하잖아

 

- 할머닌 너무 무리를 해
- 뭐?

 

아까 아버지가 전화했는데
어제부터 몸이 안 좋은가 봐

 

걱정이네
어떠신지 뵈러 가

 

너는 어쩔 건데?

 

할머니가
보고 싶어 했는데

 

그래, 그렇지

 

두 분 다
시골 양반들이라

 

네 과거를 알면
놀라겠지만

 

그걸로 결혼을
반대하진 않을 거야

 

잘 말하면
이해해 줄 거야

 

일요일에 간다고
아버지께 말할게

 

이번 일요일엔
일해야 하는데

 

뭐야

 

같은 날 쉬기로 했잖아

 

미안, 사람이 부족해서
급하게 부탁받았어

 

어차피 알바인데
열심히 안 해도 돼

 

혹시 화났어?

 

결혼 얘기

 

아니

 

그냥

 

좀 놀랐어

 

나는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어

 

사라사 너는
아무 걱정 안 해도 돼

 

내가 알아서 할게

 

있잖아, 료

 

난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불쌍한 애가 아니야

 

응, 알고 있어

 

뚫어지게 쳐다보면
무서워

 

미안

 

죽은 것처럼 잘 자길래

 

왠지 다시 살아난 것 같아

 

오빠?

 

사에키 후미

 

후미라고 불러

 

후미 씨

 

'씨' 빼고

 

그럼

 

후미

 

왜?

 

이거면 돼?

 

늘 그렇게 자니?

 

요즘 잘 못 자서 그래

 

엄마, 아빠랑 살 땐
평범했어

 

지금은 이모네
골칫덩이지만

 

부모님은?

 

아빠는 배 속에 나쁜 게
생겨서 순식간에 죽었어

 

엄마는 애인이랑 살아

 

후미 씨는

 

후미는

 

저녁 대신 아이스크림을
먹게 해 주네?

 

- 네가 먹고 싶다고...
- 안 된다고 할 줄 알았지

 

사라사야

 

내 이름
카나이 사라사

 

- 사라사 짱
- '짱' 빼고

 

사라사

 

후미

 

나 계속 여기 있어도 돼?

 

 

정말로?

 

나 대신 일하게 해서
미안해

 

아니야, 괜찮아

 

괜찮은 사람 없을까?

 

- 점장님 있잖아
- 점장님 좋지

 

괜찮을지도 몰라
그렇지?

 

- 술 나왔습니다
- 감사합니다

 

카나이 씨랑
오랜만에 마시네

 

그러게
늘 땡 치면 가잖아

 

죄송해요

 

카나이 씨는
애인을 돌봐야 하거든

 

카나이 씨하고
애인 얘기도 해요?

 

점장님하고 근무 변경
얘기할 때 들었지

 

동거인에게 사정이 있어서
일요일 근무는 힘들다고

 

그렇지?

 

그럼 애인이
속박하는 타입인 거야?

 

내 과거 때문에
걱정하는 거죠

 

그렇지 않아요?

 

아니야, 예뻐서
걱정하는 거지

 

그래, 속박하고 싶을
정도인 거야

 

고생했어요

 

네, 안자이 씨도

 

참 팔자 좋은 사람들이야

 

남편이 돈 벌어오니
남 뒷얘기나 하고 살지

 

아이고, 부러워라

 

난 싱글 맘이라
밤엔 스낵바에서 일해

 

카나이 씨도 일이 많았지?
미안하지만 검색해 봤어

 

그렇구나

 

어릴 때 기억에 남아 있어
방송 많이 했었으니까

 

아, 화났나?

 

익숙해요

 

- 익숙해지는 일인가?
- 익숙해져야 편하죠

 

- 간만인데, 한잔 더 할까
- 정말요?

 

카리코? 캬리코?
뭐라고 읽는 거지?

 

분명히 술집일 거야

 

멋 부린 칵테일이
나올 거 같은 느낌

 

아래가 골동품 숍인 것도
분위기 있고

 

- 가 본 적 있어?
- 없어

 

저기 괜찮지 않아?

 

한번 들어가 보자

 

- 대단한데?
- 그러게

 

보고 올게

 

미안, 카페였어

 

숨은 술집인 줄 알았는데

 

커피 괜찮아?

 

- 뭐든 괜찮아
- 그럼 단 거나 먹을까

 

어서 오세요

 

이런 곳에서 심야 영업을
하는 카페라니 신기하네

 

뭐야, 진짜
커피만 있는 거 같은데?

 

여기요

 

카나이 씨, 정했어?

 

정하셨나요?

 

- 맥주 같은 거 없죠?
- 네

 

케이크 같은 것도 없고

 

그렇죠?

 

그럼 저는
1번 할게요

 

저는...

 

저도 같은 거로요

 

 

되게 무뚝뚝하네

 

거만한 거 적응도 안 되고
차만 마시고 나가자

 

그래

 

바카라 와인 잔이에요

 

와인 잔요?

 

저희 아빠는
여기다 위스키를 드셨는데

 

우리 아버진
이 잔으로 소주를 드셨죠

 

싸구려 술도 이 잔에
마시면 맛있어진댔어요

 

아가씨 아버님 물건인지도
모르겠군요

 

물건도 사람과 같아요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줘봐요

 

잠깐 기다려요

 

감사합니다

 

1번입니다

 

여보세요?

 

늦어서 미안해
료, 저녁 먹었어?

 

또 누구 대신 일하지?

 

맞아, 급하게 처리할
잔업이 생겼어

 

배고파 죽겠어

 

응, 미안해
이제 들어갈 거야

 

응, 알았어

 

- 카나이 씨
- 네

 

잠깐만

 

요즘 애인이랑 잘 지내?

 

네?

 

아니
성희롱 같은 게 아니고

 

실은 어젯밤에

 

카나이 씨 약혼자란
사람이 전화를 했어

 

근무 교대 상황을
알고 싶다고

 

물론 안 알려줬어
왠지 꺼림칙해서

 

- 불편하게 해서 죄송해요
- 아냐, 그건 괜찮고

 

진짜 애인이었을까?

 

아마 그럴 거예요

 

그래, 그렇구나

 

사랑받아서 좋겠다

 

좀 치사하지만
그것도 사랑의 형태지

 

우리 같은 사람은 결국
남자한테 기대야 하잖아

 

상장기업 정사원에
본가는 시골 땅 부자

 

최고잖아

 

- 그렇겠지
- 그렇지

 

기댈 가족도 없는 사람은
도망갈 데도 없는 거야

 

연애를 떠나서 애인은
보통, 삶의 필수 요소야

 

이사나 입원할 때
만약 보증이 필요할 때도

 

일반적으로 친구는
도장 안 찍어 주잖아

 

너무 부럽다

 

애가 딸려 있으면 힘들어

 

사랑받고 행복한 카나이 씨가
싫어질지도 몰라

 

"빨간 머리 앤"

 

"포 시집"

 

'어린 시절부터 나는
다른 아이들과 달랐다'

 

'다른 아이들이 보는 것처럼
보지 않았고'

 

'정열이 솟아나는 샘물도'

 

'다른 아이들과는 달랐다'

 

넌 아직 이해 못 해

 

- 잘 먹겠습니다
- 잘 먹겠습니다

 

사라사 선수
돌았습니다

 

깔끔하게 회전!

 

- 한 입 줄까?
- 아니, 됐어

 

'그러니까
어린 시절의 나는'

 

'폭풍 같은 인생 앞의
고요한 새벽에 서 있는 나는'

 

'선이나 악의
깊은 심연으로부터 온'

 

'그 신비에
마음이 이끌린 것이다'

 

행방불명이 된 것은
카시와도시에 사는

 

초등 5학년 카나이 사라사
10세입니다

 

경찰에 따르면 사라사 양은
지난달 26일

 

하굣길에 저녁때까지
집 근처 공원에서

 

친구와 놀았던 걸로
확인되었으나

 

그 후 행적이
묘연해졌다고 합니다

 

공원에서는 사라사 양의
책가방이 발견되었고

 

범행에 휘말렸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색 중입니다

 

나 돌아갈까?

 

가고 싶으면
언제든지 가도 돼

 

여기 있고 싶어

 

후미가 체포될지도 몰라

 

괜찮아?

 

좋지는 않아

 

하지만 여러 가지가
드러날 거야

 

드러나?

 

사람들에게 들키는 거

 

뭘 들켜?

 

죽어도 알리고 싶지
않은 일

 

밤이 되면 그놈이
내 방에 들어와

 

그놈?

 

타카히로

 

이모 집에 있는
중2짜리 아들

 

어른들이 잠들면
방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그놈이 여기저기를 만져

 

하지 말라고 해도
소용없어

 

빨리 가버리면 좋겠다

 

그 생각만 했어

 

엉덩이 백 대짜리네

 

1번입니다

 

어서 오세요

 

잠시만요

 

뭐가 좋아?

 

사라사 거 뭐야?

 

1번

 

- 그거 주세요
- 네

 

특이한 집이네

 

사라사에게 카페 순례
취미가 있는 줄은 몰랐네

 

미안해

 

왜 사과를 해
카페에 온 것뿐인데

 

그런데 어떻게 알고...

 

감사합니다

 

언제 커피메이커 사러 갈까?
원두도 골라 사고

 

종류가 많아

 

 

가게에 전화했었지?

 

왜 나한테
직접 묻지 않았어?

 

요즘 네가 이상해서
걱정이 됐어

 

이상하다니 어디가?

 

갑자기 일을 많이 하고
카페에도 오고

 

그게 이상한 거야?

 

이상하지
너답지 않아

 

료는

 

나에 대해 뭘 알고 있어?

 

사라사, 변했다

 

전엔 그런 말대꾸
안 했는데

 

1300엔입니다

 

감사합니다

 

가자

 

미안해, 료

 

미안해

 

괜찮아?

 

집에 안 가?

 

가기 싫어

 

우리 집

 

갈래?

 

 

갈래

 

고마워

 

- 가족들과 중국 갔을 때
- 응

 

거북이를 즉석에서
요리해 주는 데가 있었어

 

근데 나는 힘들었어

 

- 왜?
- 피가 나잖아

 

병원 일로 익숙하잖아

 

그건 일이잖아
일이니까 괜찮지만

 

저기요

 

저...

 

최근에 자주 오셨죠?

 

- 미나미, 누구야?
- 손님

 

- 아까 달 봤어?
- 달?

 

잘됐다

 

잘됐어, 후미

 

후미

 

소아성애란 거
힘들어?

 

소아성애가 아니라도

 

인생은 힘든 일 투성이야

 

- 저거, 경찰 아니야?
- 사건이야

 

사건?

 

이봐

 

후미

 

- 진정해, 사라사
- 후미!

 

- 진정해
- 진정해

 

후미!

 

후미

 

후미

 

 

아파

 

할머니가 쓰러지셨어

 

뭐?

 

한밤중에 구급차에
실려 갔대

 

빨리 가봐야지

 

너랑 같이 가야 해

 

알았어

 

같이 갈게

 

- 고마워
- 감사합니다

 

냄새나지?
이 달큰한 느낌

 

어? 이즈미

 

지금 막 집에 도착했어

 

그래?
병원 갔었어?

 

응, 할머니가 괜찮으셔서
안심했어

 

- 애인 데리고 왔어?
- 아, 뭐...

 

- 나중에 보러 가야지
- 안 와도 돼

 

- 우리 부모님이랑
- 오지 마

 

끊는다, 나중에 봐

 

그래, 기다릴게
끊어

 

오빠에게 듣기론

 

료가
힘든 사람을 만났댔는데

 

- 아니에요
- 얘...

 

만나서 좋네요

 

어려서 고생했다면서요

 

그만큼 신중하고 심지 굳은
아가씨네, 안심이야

 

할머니도 좋아하셨어

 

할머니가 사라사를 보고는
침대 난간도 안 잡고

 

'사라사' 하면서 일어나서
깜짝 놀랐지

 

료는 분명히 할머니를
부르면서 울었을 거야

 

이즈미, 시끄러워

 

어쨌든 할머니 살아 계실 때
결혼식 해야지

 

- 장거리 이동은 무리야
- 그렇지

 

이참에 둘이
예식장 둘러보고 가

 

그런데 료 상사를
이리로 부를 수 있나?

 

그런 거 신경 쓰지 마

 

어차피 농사일 이을 건데

 

그거야 모를 일이죠

 

둘이 얘기해서 결정해

 

사라사 씨
그 멍, 료 때문이죠?

 

우리 부모님도 큰아빠도
다 알아요

 

우리가 모두 속이는 거
같아서 말하는 건데

 

예전 여자 친구 사귈 때도
그런 말이 있었어요

 

사라사 씨 만큼은 아니지만
그분 가정도 꽤 복잡해서

 

료는 늘 그런 사람을
고른단 말이죠

 

그런 사람이라면 엄마처럼
자길 안 버릴 거 같나 봐요

 

그런 사람?

 

만일의 경우
도망칠 곳이 없는 사람?

 

- 괜찮아요?
- 괜찮아요

 

하지 마, 하지 마

 

괜찮아?

 

이건데...

 

카나이 씨에게 말해야 하나
많이 의논했어

 

"카나이 사라사 양 (당시 10세)"

 

"최신, 사에키 후미 목격
마츠모토시 (사진 있음)"

 

그 사람, 카나이 씨 유괴한
범인이지?

 

경찰하고 얘기해 보는 게
좋지 않겠어?

 

가까이 있을지도 몰라

 

카나이 씨가 여기 사는 건
전부터 알려졌잖아

 

일 터지고 나서는 늦어

 

괜찮아?

 

후미

 

있었으면 문 좀 열지

 

아무것도 없잖아

 

배달시킬까?

 

미안해

 

뭐 좀 만들게

 

무슨 일이야?

 

- 편의점에 갔다 오려고
- 사에키 카페지?

 

뭐?

 

왜, 왜 그놈이야

 

태연하게 카페 운영하는
척이나 하고

 

료...

 

후미 일, 알고 있었어?

 

그런 놈이 영원히
숨어 있을 순 없어

 

인터넷에 까발려질 게
뻔하잖아

 

사라사

 

이제 그만 눈을 떠
현실을 받아들이라고

 

혹시

 

너야?

 

후미 사진

 

네가 찍었어?

 

말도 안 돼

 

아니지?

 

얼마나

 

후미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료, 네가 무슨 짓을
하는 건지 알아? 겨우!

 

후미가 겨우 손에 넣은
행복인데

 

왜 그랬어?

 

말도 안 돼

 

후미, 후미, 후미
듣기도 싫어

 

너희 대체 뭐야

 

놈은 널 유괴한
변태 소아성애자라고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고

 

왜, 너도 날
배신하는 거야?

 

너도 날 버리는 거야?

 

말해 봐

 

말을 하라고!

 

웃기지 마

 

그런 놈이
어디가 좋은 건데!

 

헛소리 말라고

 

사라사

 

사라사, 사라사

 

사라사

 

하지 마

 

하지 마!

 

왜?

 

싫어

 

그놈이라면 좋겠어?

 

싫다고

 

후미, 봐
달이야

 

후미

 

도망쳐

 

도망쳐

 

얼른

 

빨리

 

도망가

 

사라사는

 

사라사만의 것이야

 

아무도 마음대로 하게
두지 마

 

그 손 놔!

 

- 얌전히 있어
- 후미!

 

- 괜찮아
- 후미!

 

- 사라사
- 후미

 

- 후미
- 진정해

 

후미

 

후미

 

후미

 

후미

 

후미

 

괜찮아?

 

 

보이는 것만큼
심하지 않아

 

가게, 갈래?

 

 

갈래

 

이제 잊어버린 척 안 해?

 

나하고 엮이지 않는 게
나을 것 같았어

 

그런데 이런 모습으로
왔잖아

 

미안해

 

그만 갈게

 

돌아갈 데는 있어?

 

여기 있어도 돼

 

후미는 날 미워하지?

 

- 왜 그런 말을 해
- 왜냐면 내가...

 

내가...

 

사라사

 

그때

 

경찰에게 말 못 했어

 

후미는 아무 짓 안 했대도
아무도 안 믿어서

 

내가 말을 못 했어

 

그놈 일

 

타카히로에게 당한 일을
말 못 했어

 

말 못 하는 게 당연하지

 

지금이라도 나는
후미에게 사죄해야 해

 

후미 사진이
인터넷에 떠 있어

 

이 카페도

 

언젠가 후미를 만나면
무릎 꿇고 빌어야지

 

죽으라고 하면
죽어야지 했어

 

어차피 살아 봤자
좋을 것도 없고

 

하지만

 

나는 살아 있었기 때문에

 

사라사를 다시 만났어

 

후미

 

나는 어떤 애였어?

 

아주 자유로웠어

 

구김살 하나 없이

 

후미는

 

옛날하고 똑같아

 

내면은 많이 변했지만

 

어른 여자를

 

사랑할 수 있게 됐잖아

 

사라사

 

지금도 저녁 식사 때
아이스크림 먹어?

 

아니

 

이젠 애가 아니잖아

 

- 베란다에서 우리 집 봤지
- 응?

 

- 훔쳐봤어?
- 사라사가

 

미안해

 

후미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은 했는데

 

왜? 자기가 살고 싶은데서
사는 건데

 

불편하지 않아?

 

- 불편하게 하게?
- 아니

 

그럼 됐잖아

 

후미 곁에서 살고 싶었어

 

옆집이지만

 

다시 살아난 기분이야

 

역시 사라사는 사라사야

 

지금까진 후미가 아는
내 모습으론

 

살 수가 없었어

 

혼자 살아갈 만큼
강하지도 않았고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과

 

사랑도 해 봤어

 

그런 사람이라면 나를
그대로 받아 줄 거 같았어

 

하지만 역시 사람이란

 

보고 싶은 대로만
보고 사나 봐

 

게다가 나는 그런 거
정말 못 해

 

그런 거?

 

연애 관계에서
해야만 하는 일 있잖아

 

아무래도
그게 싫은 거야

 

당연히 말도 못 하고

 

눈치 안 채게
계속 노력했지만

 

어떻게든 전달이 됐어

 

알아

 

어떻게 알아?

 

그냥 알아

 

향수 바꿨어?

 

눈치챘어?

 

그건 그렇다 쳐도

 

남녀 문제는
알 수가 없는 거야

 

사실 남의 남자를
뺏고 싶진 않아

 

근데 별거할 거란 말을
들은 날엔

 

마음이
확 흔들리더라니까

 

확 흔들려?

 

그럴 마음이 확 들잖아

 

무디기는

 

- 먹고 싶은 거 있었어?
- 아니, 됐어

 

그렇지만

 

깊어지면 안 된다고 느낄
때는 이미 깊어진 거잖아

 

왔다

 

- 돈 줘야지
- 됐어, 아까 네가 냈잖아

 

- 정말? 고마워
- 응

 

가자

 

리카, 이리 와

 

새로 아빠 찾아 줄게
알았지?

 

사자상 사 올게
좋지?

 

간다, 잘 부탁해
안녕

 

- 우치
- 기다렸지?

 

고마워
타도 돼?

 

리카 괜찮겠어?

 

세 밤인데 뭐, 여차하면
일주일 정도 맡길까?

 

- 괜찮나?
- 괜찮지 그럼

 

다녀오세요

 

안녕

 

너 누구야?

 

하지 마요

 

이젠 옆이야?

 

이거 봐라

 

간다

 

고마워

 

후미는 참 다정해

 

- 그런가?
- 응

 

오늘도 별말 없이
허락해 주고

 

혼자 있으면 무서우니까

 

그 이후로
후미는 어땠어?

 

응...

 

여러 일이 있었겠지

 

본가에서 몇 년간
감시당했어

 

뭐?

 

소년원을 나온 후에

 

밖에서 일할 생각이었는데
부모님이 불렀어

 

갔더니 뒷마당에
내 전용 별채가 생겼더라

 

뭐 때문에?

 

뼛속까지 올바른 어머니는
날 용서할 수 없었던 거지

 

사실은 그냥 불안했던
건지도 몰라

 

그래도 밥만은 해 줬어

 

매일 규칙적으로

 

지금은 자유야

 

사에키하고 살고 있어?

 

내게 돌아와

 

지금 오면 용서해 줄게

 

뭘 용서해?

 

내가 뭘 용서받아야
하는데?

 

뭐?

 

 

그 남자가 무슨 짓을
했는지 잊었어?

 

있지, 료

 

나는 불쌍한 애가 아니야

 

너는 아파

 

그래서는
평생 빠져나올 수 없어

 

그렇다고 해도

 

너하고 상관없어

 

까불지 마!

 

난 포기하지 않을 거야

 

이젠 불가능해

 

늘 감사하긴 했어

 

나를 좋아해 줘서

 

그래서 나 역시

 

료를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누가

 

누가 감사해 달라고 했어!

 

미안해

 

나도

 

네게 못된 짓을 했지

 

괜찮아요?

 

어라?

 

당신은...

 

애인은 내가
사에키 후미인 건 몰라

 

사건 얘기를

 

몇 번이나 하려고 했는데
못 했어

 

난 옛날하고 하나도
안 달라졌어

 

애인과는
연결이 안 돼

 

그럼 후미는...

 

후미는 아직...

 

그 사람을

 

소중히 여겨야겠다고는
생각해

 

귀찮게 해서 미안해

 

아니
그런 생각 안 해도 돼

 

결근하는 게 낫겠어

 

내가 볼게, 출근해

 

안자이 씨, 몇 번이나
걸어서 미안해

 

언제 올지만이라도
알려줘

 

연락 기다릴게

 

리카가 말은 안 하지만
애써 견디고 있어

 

"포 시집"

 

뭐 읽어?

 

시집

 

시를 많이 모아 놓은
책이야

 

시집이 좋아?

 

옛날에 자주 읽었어

 

죽을 만큼 시간이
많았거든

 

후미 오빠는 일 안 했어?

 

오랫동안 틀어박혀 있었어

 

틀어박혀서 뭐 했어?

 

- 생각했어
- 뭘?

 

옛날에 헤어진 사람을

 

매일 아침

 

지금은 어디 있나

 

뭘 하나

 

건강한가

 

잘 때도

 

그 사람이 첫사랑이야?

 

글쎄, 어떨까

 

사라사 언니에겐
비밀로 해 줄게

 

고마워

 

이제, 시집 읽어 줘

 

- 리카는 아직 이해 못 해
- 괜찮으니까 읽어 줘

 

'어린 시절부터'

 

'나는 다른 아이들과
달랐다'

 

'다른 아이들이 보는 것처럼
보지 않았고'

 

'정열이 솟아나는 샘물도'

 

'다른 아이들과는 달랐다'

 

'슬픔 역시'

 

'다른 아이들과 같은 샘에서
나오지 않았다'

 

'마음을 기쁘게 하는 노래도'

 

'다른 아이들과
같은 곡조가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을 사랑할 때도'

 

'늘 나 홀로
사랑한 것이다'

 

'그러니까
어린 시절의 나는'

 

'폭풍 같은 인생 앞의
고요한 새벽에 서 있는 나는'

 

'선이나 악의
깊은 심연으로부터 온'

 

'그 신비에
마음이 이끌린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다'

 

'지금도
그 거친 물살과 샘에'

 

'그 산의 붉은 절벽에'

 

'내 주변을 감싸고 있는
저 빛나는 금빛 가을볕에'

 

'질풍과도 같이
하늘을 지나는 저 번개에'

 

'천둥소리나 폭풍에'

 

'그리고 구름에'

 

'마력이 있는 괴물이 된
그 구름에'

 

'그렇다'

 

'그런 신비에
마음이 이끌린 것이다'

 

후미, 봐

 

달이야

 

"금단의 15년 사랑?
가해자와 피해자의 현재"

 

실례해요

 

이런 건 대체로
다 거짓인데 말이죠

 

"반복되는 세뇌의 비극"

 

설마 싶지만

 

옛날에 자신을 유괴한
범인과 사귀는 건 아니죠?

 

요 며칠 본사로
취재 의뢰가 있었어요

 

카나이 씨 얘기를
듣고 싶다고요

 

취재에 응하든 말든
기본적으론 자유예요

 

다만 카나이 씨가 일하는
직장으로서

 

회사 이름이 노출되는
것만은 피하고 싶어요

 

가끔

 

당장 그때의 나로
돌아가고 싶어

 

지금 당장 후미가 바라는
모습이 돼서

 

후미가 하고 싶은 거

 

전부 들어주고 싶어

 

힘들 때는
함께 고통받고 싶어

 

후미만이

 

나를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그냥

 

후미를 위하고 싶어

 

"607호 사에키 후미
소아성애자와 피해자가"

 

"이 아파트에 산다"

 

"소아성애자 새끼
변태, 죽어라"

 

여기가
후미 오빠 가게야?

 

그래

 

소아성애가 뭐야?

 

어른 여자를
좋아할 수 없는 거

 

그럼 오빠 얘기가 아니네

 

응?

 

사라사 언니를 좋아하잖아

 

맞아

 

대박 아니냐
진짜 소아성애 현장이야

 

비켜, 네가 찍히잖아

 

찍었어
야, 여기 본다

 

- 여기 본다
- 빨리 가자

 

- 같이 가
- 너 뭐 해

 

소아성애자래요

 

"카나이 사라사 사건 재현"

 

오랫동안

 

감사했습니다

 

아니, 그렇지 않아

 

많은 사람이
좋을 대로 말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 말을
들어 줘

 

카나이 씨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사람도 있어

 

이거, 너야?

 

들어와

 

여전히
계속 괴롭히는 거야?

 

네가 불편하면
다 괴롭히는 거야?

 

그거 나 아니야

 

너와 그놈이 같이 있는 거
역겨워할 사람 많아

 

출근 안 했어?

 

뭐야

 

나 걱정해 주는 거야?

 

너하고 있으면

 

정말 내가 싫어져

 

지금까지

 

고마웠어

 

사라사

 

료!

 

 

잡지 봤어

 

너희 얘기를 알고

 

토할 뻔했어

 

그런 사람을 좋아한
나도 소름 끼쳤어

 

어린 여자애잖아

 

미나미 너는

 

처음부터 알았지?

 

내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걸

 

그래서 말 안 한 거잖아

 

처음부터

 

나란 사람을
믿지 않은 거잖아

 

됐어

 

그만 됐어

 

하나만 알려줘

 

나랑 한 번도 안 잔 건
그거 때문이야?

 

말해

 

그런 거지?

 

그래, 맞아

 

나는 어린 여자애가 좋아

 

혹시 어른하고도
가능한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이용해서 미안해

 

리카와 있는 거
사에키 후미죠?

 

지금은 미나미라는
어머니 성을 쓰고 있죠

 

저는 료 씨 건으로
여기 있는 거 아닌가요?

 

주간지는 참 천박하죠

 

마치 당신이 리카를
짝지어 준 거 같잖아요

 

 

나카세 료 씨는
자해로 확인됐습니다

 

상처도 얕은 것 같아요

 

- 저는 이만...
- 잠시만요

 

여기

 

사에키 후미 데려와 줘
얘기 좀 듣게

 

여덟 살짜리 여자애도
같이 있으니 보호하고

 

아니, 잠깐만요!

 

후미는 아무 짓 안 했다고
했잖아요

 

공교롭게도
그 사에키 후미예요

 

그가 어떤 사람인지
당신은 잘 알잖아요

 

코토가와서 소년계
히노입니다

 

네가 리카지?

 

경찰서에서
얘기 좀 해 줄래?

 

사에키 후미지?

 

이 상황을 설명해 줬으면 해
서에서 얘기 좀 하지

 

- 언니랑 같이 가자
- 싫습니다

 

우리가 왜 왔는지 알지?

 

이리 와

 

같이 가자

 

안 들려?

 

싫어

 

안 가

 

- 후미 오빠
- 이봐

 

사에키

 

- 후미 오빠
- 가만히 있어

 

- 후미 오빠
- 손 놔, 사에키

 

- 후미 오빠
- 이거 놔

 

- 놓으라고
- 얌전히 있어

 

제발 그만해!

 

놓으라고!

 

가만히 있어

 

이거 놔!

 

어렸을 때

 

어머니가 정원에
심었던 나무

 

빈약하고 성장이 더뎌서

 

결국 어머니가 틀렸다며
뽑아버렸죠

 

성장이 멈춘다는 게
뭐지?

 

네가 이상한 게
널 낳은 내 탓이니?

 

역시

 

저는 틀린 건가요?

 

어머니

 

저를 똑바로 보세요

 

똑바로 보세요

 

내가 어떻게 보상하면
좋을까

 

나 때문에
후미가 상처받고

 

후미의 인생이 망가졌어

 

하지만

 

그래도

 

후미를 떠나고 싶지 않은
내가 있어

 

이기적이고 끔찍하다는 건
알지만

 

너무나 후미와
함께 있고 싶었어

 

그때

 

호수에서 손을 잡아 준 거
기억해?

 

나는

 

그때의 그 감촉에
의지하며 살아왔어

 

영원히

 

나만 어른이 될 수 없어

 

사라사는 성장해서
어른이 됐는데

 

나는 틀려먹어서

 

이런 내 장애 때문에

 

누구하고도
연결될 수 없어

 

사라사가
가까이 있을수록

 

무서워졌어

 

사라사에게만은
알리고 싶지 않았으니까

 

사라사가

 

알았으면 했어

 

 

사라사

 

입에 케첩 묻었어

 

더 번졌어

 

미안

 

정말 괜찮아?

 

나하고 있으면

 

어딜 가더라도...

 

그러면 또

 

어딘가로 흘러가면
그만이야

 

"히로세 스즈"

 

"마츠자카 토리"

 

자막 정원
번역 서미성

 

자막 제작
스튜디오210

 

자막 제공
전주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