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녀와 흑목사 01

성녀라 함은 사람들을
지키는 존재이다

지켜주는 존재는

우리 또한 지켜주어야
그 관계가 성립하지

잘 듣거라, 로렌스

 

만약 성녀 님과 만나게 된다면
그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너는 남들보다 조금 특별하니까

 

목사 님~

 

이런, 안녕하세요

바쁘신 와중에 죄송합니다

이 아이가 성녀 님이 아니면 절대
얘기를 하고 싶지 않은 일이 있다고 해서

 

왜 그런가요?
그런 표정으로

 

상관없습니다
지금은 일도 없으니까요

성녀 님께서도 안쪽에 계십니다

 

성녀 님

 

네!

 

무언가 상담할 일이 있으신가요?

 

그래서…

그 친구하고 싸운 후로 안 만나서

내일부터 걔하고
만나기 거북해

성녀 님,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럼 어떻게 하면
만나기 거북해지지 않나요?

그러니까…

싸우기 전으로 돌아간다거나…

 

성녀 님의 힘으로
시간을 되감아줄 수는 없어?

할 수 없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길을 걷는
누군가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것

그 누군가가 용기를 내서
움직여야만 하겠죠

 

어쩌면 좋을지는
이미 알고 계시죠?

 

괜찮아요
그건 올바른 길이에요

 

성녀 님에게 상담을 하는 게
실례되는 건 아니었을까요?

아뇨, 아뇨

어떤 고민도 성녀 님께선
들어드릴 겁니다

방황하는 마음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도와준다

그것이 성녀 님의 역할이니까요

 

백성녀 흑목사
sub by 별명따위

 

sub by 별명따위

 

제1화
『두 사람의 관계』

 

수고하셨습니다, 성녀 님

그런데…

 

아까 그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너무 동떨어져 있지 않습니까?

괜찮잖아요

지금은 로렌밖에 없으니까요

네?

괜찮아요, 로렌~

누군가 오면 바로
자세를 고쳐 잡을 테니까요

아뇨, 그런 문제가…

목사 님~

성녀 님께 전해드리고 싶은 게…

잠깐만…!

 

어머나

성녀 님께선 언제 봐도 근사하네요~

어째선지 성녀 님은
내 앞에서만 늘어진다

 

그러니까 성녀 님
왜 그렇게 되시는 거예요?

이젠 아무도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그런 문제가 아니라니까요

- 성녀 님~

 

여러분,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어째서 내 앞에서만
늘어지는 걸까?

 

- 바이바이~

- 성녀 님, 목사 님~

 

성녀 님!

 

아무래도 그 모습은
너무 늘어진 것 같습니다

늘어졌다고요?

왜 저하고만 있게 되면
갑작스레 늘어지시는 거죠?

 

그건…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하는 건 로렌이잖아요

괭이도 들지 못하게 하고요

 

넘어져서 다칠지도 모르니까요

요리도 하지 못하게 해요

 

화상을 입을지도 모르니까요

[과보호]

 

그럼!

저는 지금부터 각 가정을
순회를 하고 올 테니

성녀 님께서는―

갈게요!

 

하지만 조금 걷게 될 거예요

갈게요!

알겠습니다

하지만 만약 기적을
보여달라는 부탁을 받으시더라도

제대로 흘려넘겨 주세요

 

성녀 님의 신비한 힘이라는 건
눈으로 볼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알고 있어요!

정말로 괜찮으신 거 맞아요?

실례되네요

그럼 지금 이 자리에서 해볼게요

네, 부탁드립니다

여기에 트럼프가 있습니다

교회 잘 지키고 계세요!

괘, 괜찮아요!
절대 이상한 건 하지 않읕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럼 준비하고 올게요

네!

 

로…

로렌하고 외출…!

 

기뻐요~

 

그 전에

교회의 천사들, 집합!

 

여러분, 또 로렌 곁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죠?

 

곁에 있기 편하다는 건
매우 이해하지만

좀 더 사양이라는 것도
하셔 주실래요?

그보다 부러우니까 그러지 마세요

 

오래 기다리셨죠

 

왜 그러세요?

아하하…!
저기, 그게~

자, 어서 가요~!

기다려 주세요!
서두르시다간 넘어지실 겁니다

 

꽤 기분이 좋으신가 보네요

 

목사 님, 성녀 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정말로 왜 앞에서만
내숭을 떨지 않는 거야?

[둔하다]

 

그럼 지장이 없으시다면
다음 주에도 이런 식으로 방문하겠습니다

아, 성녀 님이다!

- 성녀 님~

기적을 보여주세요!

 

- 보여줘~ 보여줘~

얘기하는 도중이지만
잠시 시간을 주실 수 있을까요?

 

제대로 흘려넘기질 못해서
묵비권을 행사했던 참이었어요…

아니, 엄청 곤란해하고 계셨잖아요

 

그치만…

아무튼 아이들이
제대로 납득해 줄 방법을…

 

성녀 님, 굉장해!

아, 저걸로도 괜찮나 보구나

 

아, 성녀 님
잠시 이곳에 들르고 싶은데요

사실 게 있는 건가요?

아뇨, 여기에 온 김에
점주께 인사를 하려고요

조금 시간을 주실 수 있을까요?

네, 괜찮아요

 

겁을 줘서 미안해

안녕하세요

선생님, 오랜만에 와 줬네~

양복점?

 

성녀 님도 괜찮다면
보고 가라구~

 

그럼 그 말씀을
따르도록 할게요

 

정말로 태도 전환이
몸에 배었네

 

에릭은 어쩌고 있나요?

다양한 옷이 있네요

그거 다행입니다

 

괴…

굉장히 근사해요!

웬일로 남 앞에서
본성이 나왔다!

굉장하지?

이 가게에 온 여자애들은
이걸 보고 정말 기뻐해 줘

웨딩드레스는 좀처럼
볼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웨딩?

아, 선생님네 교회에서는
결혼식은 전혀 올리지 않으니까

좀처럼 기회가 없어서요…

먼 마을에 사는 내 친구 딸이

조만간 결혼할 테니까
드레스를 만들어 달라 해서

좀 일찍 완성시켜서

잠시 동안 여기에
장식해 두고 있는 거야

헤에~

 

이걸 입을 수 있다니

굉장히 행복하신 분이겠네요

 

우와, 엄청 귀여워

이런 딸이 있었으면 했는데

왜 저를 보시는 거죠?

따님은 안 계세요?

우리 집은 아들만 있어서

그래서 성녀 님 같은
귀여운 애를 그냥 둘 수가 없어서

 

아… 아뇨!
전혀 그렇지는…!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 마을 사람들은
모두 입을 모아 그렇게 말한다구~

 

자… 잘 모르겠어요!

 

이런 딸이 있었으면 했는데

그러니까 왜 저를 보시는 거죠?

뭐, 오늘은 됐어!

성녀 님
자, 이거!

네?

기껏 와 줬으니까
우리 가게 옷 가지고 가

그런, 마음만으로도 충분한 걸요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성녀 님한테는 항상
도움을 받고 있으니까

우리가 주는 것도 받아달라구

 

훌쩍

 

어머~ 그렇게까지 기뻐해 줄 줄이야

하지만 그런 옷보다도

 

언제든지 웨딩드레스라면
만들어 줄게

 

가, 가요!
로렌!

 

갑자기 바깥으로 나가지 마세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성녀 님, 기다려 주세요

어디 몸이라도 안 좋으세요?

아, 아뇨
괜찮아요…

 

이거 보세요, 로렌
고양이예요!

 

항상 동물에게 다가가기만 해도
도망친단 말이죠

한 번이라도 좋으니
만져보고 싶어요

 

언젠가 이루어 드릴 수
있으면 좋겠는데요

 

성녀 님, 먼저 들어가…

기다려 주세요!

 

성녀 님, 돌아오면 항상
그걸 해주시네요

뭘 하시는 거죠?

 

모래먼지가 좀 묻어 있어서…

목사 님~

 

목사 님한테 꽃!

와,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릴리가 꼭 전해주고 싶다고 해서요

아뇨, 기쁩니다

아, 빌렸던 가호를
돌려드리겠습니다

자, 안으로 들어오세요

릴리쨩은 제가 데리고 들어갈게요

어머, 죄송합니다

 

왜 그러세요?

저기 있지
나 있지

크면 목사 님하고 결혼할 거야!

 

그…

그만두는 편이 좋아요

그는 행동거지는
잘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도 도가 지나칠 정도라…

 

고지식하고, 꼼꼼하고

결벽증에, 화나면 정말 무서워요!

 

무슨 말을 들려주고 계신 겁니까?

 

성녀라는 분이 사람의 결점을
남에게 토로하면 어쩌라는 겁니까!

그것도 순수한 아이 상대로

죄송해요…

 

하지만

신의 사자인 성녀는
거짓말을 칠 수 없습니다

불만이 있다면
제게 말씀해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기…

기다려 주세요!

 

뭘 하시는 거죠…?

그 말대로 신에게 맹세코
거짓말 한 점 없지만

그… 그런 것보다도!

로렌의 좋은점이
더 많이 있어요!

 

오늘도 스콘하고 홍차면 되죠?

구워주시는 거예요?

구울 테니까 이것 좀 놔 주세요!

 

돌연 이 마을에
홀연히 나타난 성녀 님

 

홀몸으로 길가에서
방황하고 있던 걸

우리 작은 교회에서
지내주고 계십니다

 

성녀로서 지내는 데에 보다
적합한 곳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여기에 자리를 잡게 되셨어요

뭐, 그런 복잡한 사정보다도

 

한 명의 인간으로서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조심해 주세요…

죄송해요

 

[로렌의 스콘은 최고예요♥]

 

[좀 더 바리에이션을 늘려야겠어…]

 

성녀 님

 

아침이에요

어서 일어나지 않으시면
아침밥이 다 식을 겁니다

 

의식이 몽롱하니까
깨우러 와 주세요

제 말에 제대로 답변하고 계시죠?

무리예요
일어나질 못하겠어요

깨우러 와 주세요

아… 네, 네
그럼 들어갑니다

 

이거 보세요!

어제 받은 잠옷이에요

 

어떤가요?

귀엽네요

 

파자마

완성도가 정말 높네요

 

성녀 님?

 

갈아입을 테니까
기다려 주세요…

네, 네

바깥에서 기다리면 될까요?

 

갈아입는 동안 로렌이
바로 문 앞에 있다?

 

역시 제가 갈 테니까 괜찮아요…!

대체 뭐죠?

 

오늘은 야채가 많네요

얼른 먹지 않으면
상할 것 같아서요

 

생각해 보니 성녀 님께 싫어하는
음식에 대해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네요

그야 물론!

성녀 된 자로서 모든 음식에
감사의 마음을 지녀야만 하니까요!

피망하고 당근을 싫어한다는
분위기를 풍기고 계신데요

그건 너무 편견이에요!
편식은 안 해요

그러는 로렌은 편식은
안 하시는 것 같네요

네?

 

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성녀라는 존재는

신의 천계를 내려받은 몸으로서
거짓말을 쳐선 안 돼요

 

그런데 제가 거짓말을
치지 못하고,

곁에 있는 당신이
거짓말을 친다는 건

조금 치사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틀렸습니다…!

 

실은 조개류를 싫어한단 말이죠

조개?

어릴 적에 여행으로 간
섬에서 처음으로 조개를 먹었어요

그랬더니…

 

맛있어!

계속 먹을 수 있겠어!

 

그러냐, 그러냐

 

너무 먹어서 배탈이 난 후로는
전혀 먹을 수가 없게 돼서…

커여워…!

이, 이유도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으니까

제가 좀 부끄러워지니
부디 비밀로 해주세요

 

저만이 아는 로렌의 비밀?

사수할게요!

아니,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그럼, 다 먹고 나면
장을 보러 가야겠네요

아, 저도 갈게요!

 

성녀 님, 한눈 파시면 위험하세요

 

말하자마자!

 

괜찮으세요?

다리는 다치진 않으셨나요?

 

성녀 님?

괘, 괜찮아요!

 

죄송해요, 로렌!

다친 데는 없나요?

성녀 님이야말로 괜찮나요?

지금은 로렌이 다친 게
더 걱정돼요!

아뇨, 성녀 님이…

아뇨, 로렌이!

성녀 님이

- 두 사람 정말 사이가 좋네~
- 두 사람 정말 사이가 좋은걸~

 

어디 보자
이제 사야 하는 건…

과자 재료인데요

성녀 님이 드실 과자는
아까 샀으니까

이번에는 적게
사 가도 되겠죠?

 

성녀 님도 잔뜩
드시진 못할 거 아니에요?

그… 그건 따로 들어가는 배가
있다고 할지…!

하지만…

제 인생의 즐거움을
빼앗지 말아주세요!

갑자기 답하기
어렵게 만드시네요!

[재료를 샀다]

 

인생의 즐거움이라는 건
그밖에도 많이 있잖아요

- 당연히 있어요
- 그쵸?

그럼…

 

예를 들면, 로렌이 해주는 밥이라거나

 

로렌이 키우는 꽃을
바라본다거나

 

로렌이 아침에
깨우러 와 준다거나

 

어느 것 하나 빠져도 안 돼요

 

성녀 님

그건 "가사"라고 통일해서
불러도 되지 않을까요?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했네요

성녀 님, 괜찮으세요?

무거워요…

하늘하늘거리는 천의 폐해가!

 

로렌이야말로 괜찮으신가요?

저보다도 성녀 님이
더 큰일이에요

난감하네요

그칠 때까지 기다렸다간
성녀 님께서 감기를…

선생님하고 성녀 님!

우산 안 가져오셨어요?

네, 비가 내릴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해서요

그러다 감기 걸리실 거예요

제 우산을 사용해 주세요

네? 하지만…

괜찮아요!

그이하고 같이 우산을
쓰고 갈 거니까요

그럼!

 

정말 감사한 일이네요

그럼 성녀 님이 사용해 주세요

어라?

저라면 괜찮으니까요
여기요

네? 아…

 

로렌이 감기에 걸릴 테니까

둘이 같이 써요!

거침없이 들어오시네요!

하지만 키 차이가 너무 나서
성녀 님이 젖으시고 말 거예요

물이 뚝뚝 떨어지는
멋진 성녀

그런 방향성으로
잡는 건 어떤가요?

젖고 싶으신가요?

머리에 천을 덮으면

옆에서 날아오는 비는
막을 수 있어요!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알겠습니다

 

하지만 성녀 님이 젖을 것 같으면
우산을 그냥 드릴 겁니다

아… 네!

 

아, 그쳤네요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나
운도 안 좋게 하늘이…

 

성녀 님!?

괘, 괜찮으세요?

네, 거기다 지금 와서
젖는다고 해도…

아뇨!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로로로로… 로렌!?

죄송해요
잠시만 참아주세요

 

감기에 걸리시면 안 됩니다
서둘러 돌아갈게요

저로서는 이대로
느긋하게 있고 싶은데요…

감기에 걸린다고 했잖습니까!

 

로렌도 목욕을…

 

앉아서 졸다니 별일도 다 있네요

로렌이 완전히 무방비해

 

저는 성녀로서 이 마을에
사는 사람들을 지킬 의무가 있어요

 

하지만 로렌

당신만큼은 그저
제 고집일 뿐이에요

 

제가 쭉 지켜드릴 테니까요

 

성녀 님이 늘어졌다!

 

성녀 님이 늘어졌다!

 

성녀 님이 늘어졌다!

 

한계예요…

 

sub by 별명따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