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카나텐 01

반짝거리는 머릿결에
눈을 빼앗겼다

 

어딘가 따분해 보이는
루비빛 눈동자

살짝 가지런하게
갖춰진 코

벚꽃빛 입술

 

그 순간, 나는 생각했다

 

이 아이―

 

어리석은 천사
악마와 춤춘다
sub by 별명따위

 

sub by 별명따위

 

오늘 전학생이 온대

헤에, 5월인데 별일이네

어떤 사람일까?
멋있으면 좋겠다~

정말, 항상 그 소리만 하네

그치만~

부르면 들어오는 거다

뭘, 걱정할 필요는 없다
분명 녹아들 수 있을 거다

감사합니다…

그래

 

모두, 자리에 앉아라

네~

음, 아는 녀석들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만

전학생을 소개하겠다

드디어 시작되는 거야

 

좋아, 들어와도 된다

 

좋아, 가자!

 

아쿠츠 마사토라 군
16살이다

 

음, 그는 어릴 적에
민 머리가 싫어서

머리를 기르기 위해
찾은 아버지의 발모제가

실은 탈모제였는데

깨달았을 때에는…

선생님도 그 심정
조금은 알겠구나

자, 아쿠츠
모두에게 인사해라

네, 만나서 반가워요…
아쿠츠 마사토라입니다

취미는 약국 순회
좋아하는 말은…

모근입니다…

- 살아줘!

지금껏 그다지 좋은 인생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여기에서 여러분과
근사한 추억을 만들고 싶어요…

잘 부탁드립니다…

자, 박수!

만들자!
추억 만들자!

힘 내!

 

흥, 이 정도 거짓말도
간파하지 못할 줄이야

인간은 정말 단순한 생물이군

응? 무언가 붙어 있다

 

아쿠츠

너, 풍성하잖냐…

설마 날 보고
놀리려고 이런 거냐?

이건 방금 자라나서!

오래된 세포가 탈피한 거예요!

젠장, 어째서 자라난 거야

이, 이…

큐티클이!

아쿠츠!
너, 뭐 하는 거냐?

막지 마세요, 선생님!

뽑은 머리카락을 언더에…
뽑은 머리카락을!

 

그렇게 됐으니 모두
사이좋게 지내거라

- 네~

네 자리는 저기다

 

들었던 대로 하긴 했는데
좀 더 신중하게 했어야 했나?

 

뭐, 지금까지는 내 정체를
수상하게 여기는 녀석은 아무도 없어

 

귀여워

그보다 아름다워

오오, 인간 중에서도
이런 애가 있는 건가

 

지금 그건 뭐야?

이 마음을 채워주는
달콤쌉싸름한 감정은…!

아쿠츠!
왜 그러냐?

내 몸은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아쿠츠!

아쿠츠―!

이건!

아쿠츠―!!

 

아까 그 느낌은 뭐였지?

아직도 붕 뜬 기분이야

 

그런데 정말 귀엽다

순정, 가련하다고 해야 할지,
청렴결백하다고 해야 할지

이런 애가 여자 친구라면
매일 마음이…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했네

잠깐!
아직 갈아입는 중이야!

 

아, 아아…!

좋았어!

 

아쿠츠 군, 괜찮아…

 

그렇지!

얘한테 그걸 부탁하면
되지 않을까?

그래, 정말 좋은 생각이야!

나머지는 어떻게
말을 꺼낼지인데

숨김없이 말해도
식겁할 것 같으니까

리… 리리쨩

 

초여름의 바람도
상쾌한 요즘 이 무렵

어떻게 지내십니까?

귀공에게 있어서(중략)

그렇게 됐으니…

저하고 사귀어 주세요!

죄송해요~

빨라!

조금만 더 고민해 줘!

기다리게 해도 미안하잖아

- 그렇긴 하지만…!
- 또 저러고 있네

소란스러워서 미안해
아쿠츠 군

 

크게 신경 안 써

그러니까…

타니가와 유우야

"타니가와"라고 부르면 돼

알겠어, 타니가와란 말이지?
잘 부탁해

응, 잘 부탁해

그래서 저건?

아하하…

- 다시 오겠습니다…
- 응

저 녀석은 히로타
예전부터 여자를 좋아하는데

귀여운 애를 보면
저런 식으로 무작정 고백하고 봐

지금은 저 애한테
빠진 모양이지만

헤에

이야, 난감하네

또 차였어~

 

히로타, 아쿠츠 군한테
간단히 소개해 뒀어

오, 고마워

나는 히로타 켄사쿠

쌓인 얘기도 있으니까
일단 복도에서 얘기하자

 

첫 인사 때에는
좀 놀라긴 했지만

그건 사고라고 해야 할지,
뭐라고 해야 할지…

뭐, 앞으로 사이좋게 지내자

모르는 게 있다면
뭐든지 물어봐 줘

저 아이는?

 

아마네 리리쨩?

앗 군보다 얼마 전에 전학왔어

하프에, 귀국자녀야

 

음악실 가자

응, 오늘은 피아노 시험이 있었지?

 

헤에, 하프에 귀국자녀…

그게 뭐지?

[상상]
키가 작고 귀여운데
머리도 좋아서~

[상상]
거기다 성격까지 좋다고?
 

[상상]
뭐라고 할지, 그…
 

천사라는 느낌?

천사!?

왜 그래?

아니, 아무것도 아냐~

뭐, 리리쨩을 노릴 거라면
각오하는 편이 좋을 거야

각오?

 

나는 이미 5번이나 차였으니까…!

저, 저하고 사귀어 주세요!

죄송해요

친구부터 시작해도 되니까!

미안해

그걸 어떻게든 좀!

미안

저기―

미!

한 글자!

정말 질리지도 않는 녀석이지?

오늘은 가능할 거라 생각했는데…!

아앍, 리리쨩!

좋아!
한 번 더 고백할까?

진정해!
아까 차여놓고선!

기억에 없는데요!

오늘은 그만두자!

에잇, 이거 놔!
내 리비도는 누구도 막을 수 없어!

인간을 이렇게나
매료시킬 줄이야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아마네 리리

 

그럼, 그 아이하고
어떻게 친해질까…

얼른 돌아가서 작전이라도 짤까?

 

미안해!

아마네?

 

어라? 아쿠츠 군?

갑자기 나오길래 놀랐어

왜 이런 곳에서 나온 거야?

사, 살짝 길을 잃어서…

아…

 

응? 이건 기회 아냐?

 

- 저, 저기 있잖아!
- 응?

무슨 얘기를 하면 되지?

어… 뭔가 그, 좋은 느낌의 얘기를…

아, 아쿠츠입니다!
잘 부탁해~

그게 생각해서 한 소리냐!

 

응, 알고 있어

아쿠츠 군은 재미있네

제대로 자기소개를
한 적이 없었지?

아마네 리리입니다
잘 부탁해

 

잘 부탁해

응? 소매는 왜 그래?

아, 이건…

설마 아까 나하고 부딪혔을 때…!

아니, 그게 아니라…!

미안해!
뭔가 사과라도!

그, 그것보다 있지

 

이렇게 만난 것도
어떤 인연이니까

친해지자는 의미로
차라도 마실래?

 

그거 괜찮겠구나…

 

갑자기 무슨 말투래~

 

아마네도?

응, 우리는 부모님이
해외에 계시니까

그런데 남자애 혼자
사는 건 힘들겠네

그렇지 않아

- 정말일까~
- 정말이야, 정말!

집안일은 제대로 하고 있어?

청소도 제대로 하고 있어

그럼 다음에 증거를
보러 가볼까?

 

뭐지?

 

아쿠츠 군?

어, 어라?
몸을 잡아버렸어

그, 그것보다 아쿠츠 군은?

몸이 조금 아파…

그럴 수가
조금이라니…

 

아쿠츠 군…?

아뿔싸

 

어이, 누가 좀 와 봐!

어서!

움직일 수 있어?

어, 응

이쪽이야!

 

어이!

 

여기

응, 미안해

 

정말로 괜찮아?
병원 안 가도 돼?

아냐, 통증은 이미 가셨어

그렇구나…

고마워

나를 구해줘서

아… 뭐!
당연한 거지

 

미안해

딱히 사과할 일은 아니야

 

저기, 물어봐도 돼?

 

아쿠츠 군은 정체가 뭐야?

 

위험해

트럭에 부딪혀도 멀쩡하고,
거기다 귀도…

저기, 굉장히
이상한 걸 물어보겠는데

혹시, 그…
혹시 하는 말인데

아쿠츠 군은 인간이 아니야…?

 

젠장!
왜 이런 실수를!

이렇게나 빨리 내 정체를
들켜서 어쩌자는 거야!

아니, 여기에서는 어떻게든
얼버무려서!

어라?

그렇게나 나쁜 반응은 아니야?

오히려 이 아이는
오컬트를 좋아한다거나?

좋아, 이판사판으로 걸어볼까?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아줬으면 하는데

맞아, 나는 인간이 아니야

나는

 

나는―

 

실은

악마야!

 

악마…?

응, 사정이 있어서
인간세계에 왔어

사정?

 

우리 세계

마계는 지금 위기에
빠져 있어

 

적대하고 있는 천사라는 녀석들한테
세력 다툼에서 밀리고 있어서

그리 머지 않은 미래에
마계는 무너지겠지

 

그런데 내 동료들은
어느 녀석 할 것 없이 빠져서

 

거기에서 내 상사는 누군가
카리스마를 가진 녀석을 위에 서게 만들어서

마계 모두의 사기를
북돋아 주려고 생각했어

 

그래서 내가 그 누군가를
찾는 임무를 맡게 된 거야

그건 이미 찾았어?

아니, 아직 찾고 있는 중이야

그래서 나는 네가

아마네가 협력해줄 순 없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어

 

그럴 수가…
갑자기 그런 소리를 해도…

 

딱히 억지로 동료가
되어달라는 소리는 안 할 거고

그냥 카리스마를 가진 녀석을
찾을 때까지

가끔씩 마계까지 와서
동료들의 사기를 유지시켜주면 되는데

 

부탁이야!

 

저기 있지

악마가 정말 있어서
조금 놀라긴 했지만

생각했던 이미지하고는
상당히 다르네

트럭에서 날 지켜주기도 했고

 

강압적이지도 않고,
꽤 상냥하구나

 

딱히 그런 건…

 

부끄러워하고, 이상하네

 

나 같은 애여도 돼?

아무런 장점도 없고,
거기다…

정말로 아쿠츠 군의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그, 그렇지 않아!

이건 아마네가 아니면 안 돼!

너처럼 귀엽고, 누구에게든
호감을 사는 사람이 아니면!

그런데 정말로 괜찮을까?

 

내가 그쪽에 가거나 하면 모두가…

무서워하거나
싫어하진 않을까?

그건 괜찮을 거라 생각하는데

이래도?

 

이, 이게 뭐야?

 

나를 유혹하다니
멍청한 악마도 다 있구나~

너는 대체…!

나 말이느냐?
그렇구나

한 마디로 말하자면―

 

하늘의 사도

하늘의 사도라고 해야 할까?

 

에, 천사…?

 

제법 괜찮은 반응을 보여주는구나~

적이라는 것도 모른 채
악마의 세계로 초대할 줄이야

엄청나게 얼빠진 놈이로구나~

큭, 이게…

아, 소용없다
소용없어

 

이 사슬은 내가
구현화시킨 거니까

이처럼 강도도, 길이도 자유자재다

덤으로 색도

천사 중에서도 나 정도 가는
사용자는 그리 많지 않다

그건 그렇고 하루에
두 마리나 잡을 줄이야

과로사하면 어떻게 해줄 것이냐?

눈에 벌이라도 줘야겠구나

 

그만…!

두 마리?

이건 네놈과 부딪혔을 때가 아니라

 

네놈과 만나기 전에
다른 악마와 만났는데

 

짐승형이라 좀 방심했다가
당해버려서

 

그만 머리에 피가 솟아서

 

미안해!

아마네?

어라? 아쿠츠 군?

갑자기 나오길래 놀랐어

왜 이런 곳에서 나온 거야?

 

잔뜩 수치를 준 뒤에
천천히 정화시켜 주었다

네놈은 어떻게 정화시켜 줄까?
응~?

싸우고 있는 상대 손에
죽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이쪽도 똑같은 생각이니까

그렇지, 그렇지?

하지만…

 

너는 내 동료에게
굴욕을 줬어

너희는 항상 그래!

우쭐대는 것도 적당히 해
빌어먹을 천사

 

너무 악마를 얕보지 마라!

 

오오~ 무서워라, 무서워

내 사슬 결계를 깨부수는
악마가 있을 줄이야

 

제법 하지 않느냐

시끄러워!

 

젠장!

 

이 녀석…

 

강해…!

 

널리고 널린 잔챙이 악마하고는
다른 모양이구나

없애버리는 것이
아까울 정도구나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사라진다!

그렇지, 이런 건 어떻느냐?

 

이대로 사라지는 것도 좋겠지

하지만 마계의 동향을 가르쳐 준다면
놓아줄 수도 있다

누가 그런 말을 믿을 것 같냐!

그런가

그렇다면―

 

나는…

나는 아직 여기에 와서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는데!

 

뭐야, 지금 건?

그만두자꾸나, 그만둬

마음이 바뀌었다

네놈은 없애지 않고
그냥 놔두도록 하마

 

네놈은 정화하지 않겠다고 한 거다

정말로?
놓아준다는 거야?

칫칫칫, 그런 게 아니다

네놈을 감시하에 두고서
내 일에 협력시키게 만들기로 했다

뭐? 일?
그게 뭐야!

지금이라면 아마네표
특제 목줄을 줄 수도 있다

필요 없어!

애당초 왜 적한테
협력해야 하는데!

그건~

 

아쿠츠 군하고 함께 있고 싶으니까

 

네놈, 깔보는 거냐!

뭐, 농담은 제쳐두고서

내 목적을 위해서구나

자세히는 얘기할 수 없다만

수락하겠다면 네놈을
해방시켜 줄 수도 있다

물론 산 채로

 

믿을 수 없겠는데

기본적으로 우리는
거짓말을 치지 않는다만?

뭐, 믿을지 말지는
맘대로 하거라

내숭이나 떠는 주제에

어쩔 거지?
계속 그대로 있을 테냐?

[#확산희망]
그러다 나 홀로 SM 소년이라면서
통행인한테 발견당해서

[#확산희망]
사진을 찍혀 SNS에
올려지기라도 하고 싶은 거냐?

어쩔 테지, 어쩔 테지?
그대로여도 되겠느냐?
 
 
 

어쩔 테지, 어쩔 테지?
그대로여도 되겠느냐?
 
나를 풀어주겠다는 건
도저히 믿을 만한 얘기가 아니지만

궁극의 선택지로구나~
 
 
나를 풀어주겠다는 건
도저히 믿을 만한 얘기가 아니지만

어떤 선택을 할지 재미있겠구나~
 
 
그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어
 

이 상황을 바꾸는 게
먼저 하고 봐야 할 일이겠지!

 

알겠어
협력할게

오오, 좋구나
좋구나~

제법 말귀를 알아먹는
녀석이로구나

얼른 이 사슬을 풀어

흐응?

아니, 그…
풀어주세요

뭐, 그리 보채지 마라

해방시켜 주기 전에 하인이라는
증표가 될 이 목줄을 달고 난 후다

[따끈따끈 갓 만들어짐]
에, 그거 진짜로 존재하는 거였어?

 

이것이, 날뛰지 말거라!

가만히 있지 못하겠느냐!

 

단념할 줄을 모르는 놈이구나

봐, 봐주세요…

거절하겠다

- 자비를…!
- 그런 건 없다

자, 목줄을 달자꾸나

지금 목을 한 바퀴 돌았다~

그만…

 

제법 좋은 목소리로
울고 있지 않느냐

나도 모르게 기합이
들어가고 마는구나

 

[잠시 기다려 주세요♥]
고리에 벨트가 들어갔다

이제 조금 남았다

싫어, 아파…

참거라, 이 구멍에
봉을 넣어서…

큭, 조금 빡빡하구나…!

 

여긴 억지로!

 

나는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

범한 실수는 적을 스카우트한
것뿐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은 이때 아마네 때문에

나는 마계로 돌아갈 수 없는
몸이 돼버린 것이었다

 

후우~

 

이젠 미래가 보이지 않아…

 

sub by 별명따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