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제목 with Caption Creator 4

약사의 혼잣말

 

언제든지 그대는 두려움을 모른 채

좋아하는 것에 푹 빠진 고양이 같아서

 

그대가 눈부시게 느껴지는 건

분명 내가 그대를 보고 있었기에

자극적인 사고회로

점점 끌리고 있어

 

푸르고, 푸른, 그 눈동자에
나는 아직 비치지 않아

그대는 오늘도 평소의 그대인 채로

 

흔들리고, 흔들리는, 이 마음은
어딘가에 담아둔 채

지금은 여기서 그저
그 옆모습을 보고 있어

 

봉선...

 

남겨진 딸과 함께 지내고 싶다,

그저 그것만이 소원이었다.

 

미움받아도 어쩔 수 없지.

 

그럼에도 곁에 두고 싶었어.

 

하지만 승부에 진 이상

이번엔 포기하자.

그나저나 그 남자...

용서 못해.

시합 중에 3번이나
딸의 어깨에 손을 얹고,

화풀이로 뭘 해줄까.

 

이제야 깨어났나?

우리 기녀를 받아가겠다고 했지.

은 천이나 2천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알고 있겠지?

알고 있어.

은 1만으로 부족하면,

2만이든 3만이든.

아무리 그래도 10은 좀 힘들지만.

그런가.

그럼 얼른 이쪽으로 와.

마음에 드는 걸 고르게 해주지.

 

이것 참...

 

어라,

세 공주도 끼어있어도 괜찮은 거야?

마음에 드는 걸, 이라고 했을 텐데.

그만큼 왕창 받을 테니까.

 

곤란하게 됐군.

 

아무리 몸치장한 기녀도

바둑돌로밖에 보이지 않아.

 

그렇다면

잘 대해준 매매에게 보답해줘도
괜찮을지도 모르겠군.

 

나한 님.

 

저라도 기녀의 자존심은
가지고 있습니다.

혹시 바라신다면

아무런 망설임도 없습니다.

 

하지만...

 

선택하실 거면 제대로 선택해주십시오.

 

자장자장...

자장자장아...

 

매매!

멋대로 여는 거 아냐!

 

무슨 짓이야!

 

거, 거기 서!

 

메말라도 아름다운 꽃!

 

거기에 의미가 있다고 한다면...!

 

설마...!

 

자장자장아...

그 아이 어딨느뇨

울고 있네

 

아무것도 모른 채

작은 새들

하늘 멀리 저멀리

날아갔네...

자장자장

자장자장아

지금은 잠들거라

내일 보자꾸나

 

무슨 짓이야!

여긴 환자방이야!

얼른 나가!

얼른 저쪽에서 기녀를 골라!

 

그래야지.

골라야지...

드, 듣고 있는 거냐!

 

이 여자로 부탁하지.

 

바보 같은 소리 마!

아무나 상관없다고 한 건
할멈 쪽이잖나.

돈은 얼마든지 내지.

10만이든 20만이든 내주지.

무슨 소리야!

 

바둑을 두자꾸나.

 

그렇게 나왔구나.

네가 두는 수는 언제나 뜻밖이지.

묘묘는 그런 너를 닮았구나.

 

언니...

처음부터 솔직했으면 좋았을 것을...

어째서 좀 더 일찍...!

 

나는

이 기녀를 받아가도록 하지.

 

봉선화와 같은

아름다운 이 여자를.

 

임씨와 묘묘

그 남자를 녹청관까지
데려다 주는 데에 동행해준 건

마섬이었다.

 

피곤하네.

 

속 시꺼먼 부녀 같으니라고.

 

저건 앵란비.

 

원유회 뒤에 이쪽에 남아있었구나.

 

저 남자가 후궁에 딸을
밀어붙여서 넣었다는

앵란비의 아버지인가.

 

그나저나...

이런 데서 고관의 험담을 하지는
말아줬으면 해.

누군가에게 들렸다간

나도 험담을 했다고 오해받잖아.

 

아직 한참 새파랗네.

이봐.

 

임씨 님께서 부르신다.

 

수고 많았구나.

아닙니다, 그렇지도 않습니다.

 

어머.

어머, 이런, 이런,
이렇게나 여위다니!

괜찮습니다...

 

자, 소묘,

많이 먹으렴.

아직 더 가져다줄 테니까.

 

군사님을

넌 분명 원망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만.

임씨 님.

 

원망하지 않습니다.

저로서는 잘 명중시켜준 덕분에
여기에 있는지라.

다른 표현은 좀 없겠느냐?

사실입니다.

뭘 상상하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기녀의 합의가 없으면
아이는 밸 수 없습니다.

 

피임약이나 낙태제도 있고,

초기라면 유산시키는 것도
가능합니다.

 

낳은 건 그럴 의사가
있었기 때문이었겠지요.

 

오히려 함정에 빠진 거 아니겠습니까.

 

군사님이 말이냐?

여자란 교활한 생물입니다.

피가 흐르는 주기를 읽으면

아이가 생기기 쉬운 일시 따윈

어느 정도 예측이 갑니다.

기녀라면 편지를 보내서
방문날을 바꿔달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바로 그렇기에

노림수가 빗나갔을 때는
이성을 잃었겠지.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조차
서슴지 않을 정도로.

그걸로도 모자라서

아기의 새끼 손가락까지 곁들여서
편지를 보냈어.

 

임씨 님,

그 남자가 집무실 밖에서
말을 건 적은 없지요?

그러고 보니...

그 남자는
사람의 얼굴을 못 알아봅니다.

못 알아본다고?

무슨 소리지?

눈이나 입의 형태는 알면서

그걸 한데 모아 인식하지 못하고,

다들 똑같은 얼굴로 보이나 봅니다.

 

그건 불쌍한 일이군.

네.

그 이야기를 해주신 양아버지께서도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불쌍한 녀석이란다.

그 탓에 계속 괴로워해왔지.

 

하지만 어째선지

저와 양아버지 얼굴만은
확실히 알아보는 모양이라,

이상하게 집착하는 것도
그게 원인인 모양입니다.

 

임씨 님,

그 외눈 안경이

아빠라고 불러, 라고 말한다면

어떻게 생각하시겠습니까?

 

안경을 깨버리고 싶겠군.

그렇지요?

 

자기가 아버지라고 주장해대는데,

기껏해야 씨수말이면 잘 쳐준 셈이지요.

 

그 남자는 메마른 장미의 의미를
눈치챘을까?

뭐, 못 알아들었다면
그래도 상관없어.

 

싫기는 해도 원망하진 않습니다.

나문의 딸이 될 수 있었던 점만은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런 것치고는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걸로 보였다만?

임씨 님도 아직 잘 모르고 계시는군요.

 

제사를 막으려고 했을 때,

저는 그 남자에게 도움을 받았습니다.

아마도 뭔가 일어날 것을
느끼고 있었던 겁니다.

군사님이?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을 텐데.

저처럼 증거를 모아서
예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수상쩍은 점을 감으로 판단하는데
그게 좀처럼 빗나가지 않습니다.

 

괘씸하게도

귀찮아하는 성격이라
자기가 직접 움직이진 않습니다.

 

혹시 그 남자가
밖으로 나서서 움직여줬다면,

지금쯤 부활의 묘약이

내 손에 있었을지도 몰라!

 

알고 있어.

이건 질투야.

아버지가 제쳐놓고 칭찬할 정도인데,

그 남자는 자신의 축복받은 재능을
모르고 있어.

 

우리 편으로 만들 순 없겠습니다만,

적으로 돌리지 않는 편이 좋겠지요.

 

알겠다.

 

왜 그러시죠?

아니요,

이 세상에는

좋아서 미움받는 아버지란 건
없다고 생각해주십시오.

 

후궁에 돌아간 뒤 며칠 후,

매매 언니한테서 고리짝이 도착했다.

 

그 안엔 누가 누구를 받아갔는지
쓰여진 편지와

아름다운 포백이 들어있었다.

 

알겠니, 묘묘?

내가 기적에서 빠지게 되는 날엔
꼭 춤춰줘야 해.

 

사실은

매매 언니를 보내고 싶었는데.

 

누구보다도 다정한,

그 기녀를.

 

별빛의 한밤에 깜빡이는 기억

시간을 거듭하며 나를 감싸네

망설이면서 아픔을 알게 될 때마다

가슴 속에서 부푸는 꽃망울

언젠가는 지워지지 않는 상처도

사랑이라 부를 수 있다면

 

이 마음을 어엿히 열어서

지금 누군가를 위해 필 거야

그 모습은 무엇보다 강하고 아름답겠지

언제까지고

그 꽃과도 같이

 

의외로 몸이 기억하는 법이네.

 

어이.

 

뭘 하고 있는 거냐!

임씨 님?

왜 여기 계시죠?

 

또 이상한 여자가 외벽에
기어오르고 있다고 보고를 받으면,

대처할 수밖에 없잖느냐.

나름 몰래 하려고 했었는데,

그야 들킬 만도 한가.

 

수고를 끼치지 말거라.

 

일부러 임씨 님께서 오시지 않아도

다른 분이 오면 되는 거 아닙니까?

 

친절한 위병이 네 얼굴을 알고 있어서

이쪽에 이야기를 전해준 거야.

 

수수하게 지내고 있다고 생각해도

주변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단 건
기억해둬라.

알겠나이다.

 

그래서,

이번엔 네 차례다.

뭘 하고 있었지?

 

홍등가에선

낙적한 기녀를 배웅할 때

다른 기녀들이 춤을 춥니다.

 

왜 그러시죠?

아니,

너, 춤 출 줄 알았구나, 하고.

 

기본적인 교양의 하나로 배웠습니다.

바깥에선 소문이 났지.

그 괴짜가 기녀를 받아간다고.

그렇겠지요.

하는 김에 휴가 신청서도 냈어.

열흘은 쉴 생각인 모양이야.

실로 민폐로군요.

언니의 편지에 쓰여있었습니다.

사흘 밤낮도 모자라서

칠일 밤낮으로 잔치를 벌일 모양입니다.

 

낙적금으로 얼마를 썼는진 모르겠지만,

저 사방등을 올린 모양새,

어디 웬만한 기녀를 받아가는 데에
비할 바가 아니야.

 

하지만,

기적에서 빠진 기녀는
바깥에 나올 일은 없어.

 

녹청관의 소문만이 커져가겠지.

 

포주 할멈 뜻대로 되는군.

 

그나저나

군사님은 대체 누구를 받아간 거지?

글쎄요, 누구일는지요.

 

알고 있잖나.

어떤 미녀라도
임씨 님께는 못 이길 겁니다.

대답이 안 되고 있다만.

부정은 안 하는 거냐.

 

그 남자가 받아간 여자는

그리 오래 못 갈 거야.

 

기루에 있을 때,

나를 낳은 여자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었다.

 

분명 포주 할멈이 입막음 한 거겠지.

 

하지만

그런 얘기는 약간의 계기로
새어나가는 법이야.

 

녹청관이 망할 뻔했던 원인이

내게 있다는 사실.

 

코가 떨어져버린 게 부끄러워서

나를 멀리 하고 있었다던 여자가

누구였는지.

 

그 악몽은 정말로 있었던 일이었어.

 

그 여자의 어머니로서의 기억은 없어.

지금 남은 건
일그러진 새끼 손가락뿐이야.

 

이제 나와는 관계없어.

나문의 딸로서 행복해졌으니까.

 

임씨 님.

왜 그러지?

 

손가락 끝은

잘라도 자란답니다.

 

지금 할 얘기냐?

 

뭐, 뭐 하는 거냐!

상처가 벌어져 버렸네요.

벌어졌다 할 때가 아니잖느냐!

춤을 춰서
몸이 뜨거워져서인가 봅니다.

약 실험 탓인지
아무래도 통각이 둔해져서.

 

괜찮습니다.

금방 꿰맬 테니.

 

임씨 님, 꿰맬 수가 없습니다.

여기서 꿰매지 마라!

 

저기, 임씨 니...!

 

내려주십시오.

상처가 벌어지잖느냐.

누가 보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어차피 어두워서 안 보일 텐데.

 

그리고

이렇게 나르는 건 두 번째다.

 

부상으로 정신을 잃은 그때인가.

 

임씨 님.

이런 때에 죄송합니다만,

계속 못하고 있었던 말이 있었습니다.

왜 그러지, 갑자기 새삼스럽게.

꼭 말해야만 하는

중요한 얘기였습니다.

 

얼른 말해주지 않겠느냐?

 

임씨 님...

 

우황을 주세요.

 

아얏!

 

설마 준비하지 않으신 겁니까?

실례되는 소릴 지껄이지 말거라!

 

정말이지!

 

갑자기 박치기라니 어른스럽지 못하네.

 

하지만 뭐,

어른스럽지 않은 정도가 딱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

전해지지 않게 되기 전에

그 눈을 보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묘묘!

 

임씨 님께서 오셨어.

 

네.

 

실례하겠사옵니다.

 

이제 몸상태는 돌아왔나?

 

네,

비취궁에선 여러분들
잘 대해주시는지라.

 

그나저나 무슨 용무라도 있으신지요?

 

아니, 별거 아니다.

재밌는 이야기가

들어와서 말이다.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만.

 

또야?

 

그래서, 저는 대체 뭘 하면 될는지요?

 

묘묘의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한 참.

다음엔 어떤 사건에 말려들게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