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락워크 플래닛 1화

갑작스런 소리지만

세상은 이미 옛적에

멸망했다

 

어느 날

돌연히 지구는 수명을 맞이했다

그리고

지구와 함께
죽어갈 수 밖에 없었던 인류의 앞에

한명의 '시계 기사'가 나타났다

 

그는 『Y』라고 이름을 대며

죽어버린 지구를

톱니 장치만으로
재구축 해보이겠다며 선언했다

 

그로부터

1000년―――

 

태엽력 1016년 2월 8일 0시 12분
구획[그리드]·아키하바라

 

9초 후에 올 거야

 

사일런트 헬기, 2기

수송용 헬기, 1기

전투용 자동인형[오토마타] 12체를 탑재하고 있어

 

3

2

1

 

0!

 

남동쪽에서
적의 지원군이 와

12초 후

 

그때까지는 정리해줘

마리!

 

어째서 나오토의
턱짓에 놀아나야 되는데?

 

말 꺼냈던 건 그쪽이었잖아?

공주님!

 

딴지 걸고 있지 말라고!

 

내 보디가드 주제에

 

아이고, 아이고...

 

아무래도 이건

살짝 성가신걸

 

그럼 어디, 어쩔래?

 

어쩌고 자시고

 

끝이라구

안 그래?

류즈!

 

그럼요, 나오토 님

우아함과는 동떨어진
기계 주제에

마이 마스터(My Master)를 노리려 들 줄이야

정말이지,
웃기지도 않는 농담이로군요

 

하다못해 그에 걸맞는
고철덩이가 되어

 

나오토 님의
시야로부터 사라져주시죠

 

많이 기다리셨습니다

나오토 님

 

류즈 씨 진심~

류즈~!

 

나오토 님의 궁상맞은
품위와 교양을 알 수 있는

지극히 저속한 말씀이시군요

 

Y는

무한에 필적하는
톱니바퀴로 이루어진 이 별을

이렇게 이름 붙였다

 

시계장치의 혹성

『클락워크 플래닛』

 

subtitle by kairan

 

제1화 - 운명의 톱니바퀴[기어·오브·데스티니]

 

1개월 전

 

1월 11일 14시 30분 구획[그리드]·쿄토

 

다-녀왔어~

 

쓸쓸했니?

애들아~!

 

알고 있다 마다~

제대로 시계 하나 고치지 못하는

한심스러운 나를!

 

아아~

부디 용서해주었으면 좋겠구나~

하지만

믿어주었으면 하는구나~

나의!

너희들을 향한 사랑은
진짜라는 것을!

 

반드시 고칠 수 있는 기사(엔지니어)

되어 보이...

 

죄송합니다

너한테도 선택할 권리가

있겠지요~

 

역시 좋단 말이지~

궁극의 시계장치

자동인형[오토마타]!

 

언젠가 스스로
처음부터 만들어보고 싶다...

 

아, 진짜!

하느님도 불공평하잖아!

 

오토마타, 아니면 재능이라거나!

하다못해
톱니바퀴라도 좀 떨궈주...

 

진짜로 떨어지는 거야?

 

아니...

어이!

어이, 어이!

어이, 어이, 어이!

어이, 어이, 어이, 어이!

어이, 어이, 어이, 어이, 어이...!

 

마이 스위트 러버즈가!!

 

무슨 짓을 해대는 거야!

제기랄!

대체 뭐냐고!

 

예쁘다...

 

YD - 01 컨테이너를 떨어뜨렸다고?

 

죄...

죄송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건 브레게 가문의 자산이며

국보급인 오토마타라구요?

 

현장 책임자는

지금 당장 처분하겠사오니...!

 

핼터!

바로 우리쪽에서
회수 팀 파견해줘!

 

그런 썩을 저능아 놈들한테
맡겨둘 수는 없어!

 

알겠수다~

그런데, 마리 선생님

숙녀되신 몸으로서

그에 걸맞는 품행거지를 갖추시길

뭐?

구획[그리드] 쿄토로부터 국경없는 기사단[마이스터 길드]

정식으로 지원 요청이 들어온 거니

더더욱 그러셔야죠

 

우리는 도저히
못하게 됐으니까 도와줘~

이러면서

성가신 일을
떠밀어댄 것 뿐이잖아!

 

뭐, 그렇다고 해도

대지주[코어 타워]의 이상을
내버려둘 수도 없단 말이지

 

서둘러 향해줘

 

분부대로 합지요, 공주님

 

이번에도 퍽이나
재밌는 일이 될 것 같네

 

이건...

내 이상 그 자체...!

 

아니

그 이상이야

 

굉장해...

들어본 적도 없는
완벽한 톱니바퀴음이야

 

아니

아닌데?

 

희미하지만

거슬리는 소리가 섞여 있어

가장 중심부에 있는 톱니바퀴는

멈춘 그대로야

 

태엽은 움직이고 있는데

 

기동하지 않는 건 그 탓인가?

 

진짜냐~

무너지기까지 길어 봐야

2~3시간 정도 밖에 안 되겠다고

 

대단해...

아름다워...!

 

시계도 못 고치는 주제에 말야

 

뭘 하려는 거냐

나란 녀석은

 

콘래드 선생님!

 

오랜만이로군요, 마리 선생님

16시 55분 쿄토 대지주[코어 타워]·제3층
오랜만이로군요, 마리 선생님

16시 55분 쿄토 대지주[코어 타워]·제3층
이번 기회에 정비사장을 맡아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군』쪽 인간이로군

바로 영역
텃세 부리러 온 거구나

 

브레게 교수 맞으시죠?

저희들도 협력을 아끼지 말라
명을 받았습니다

됐네요

물러가주세요

 

이곳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은 저희들입니다

그 협력 없이
수리할 수 있을 줄 아시는...

그 잘나신 당신들이
손 쓸 수 없는 지경이 됐으니까

우리들이 불려온 겁니다만?

 

초짜들은
짜져 계셔주시겠어요?

 

말도 안 되는 소리겠지...

 

손이 살짝 삐끗해서

메인 실린더에
조금이라도 흠집을 내버리면

돌이킬 수도 없을 텐데 말야

 

그래도

마음에 안 든다고...

이딴 소리

 

그렇구나!

여기에 도달할 수만 있다면...

 

쩌...

쩐다...

최고다~!

 

아아, 머리 깨질 거 같애...

더는 못 움직여

 

저는

『Initial-Y』 시리즈

1번기

류즈[RyuZU]』라고 합니다

 

미우라 나오토예요...

 

저를 수리해주시어

마음 속 깊이, 감사를 올리겠습니다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이런 시답잖은
고장 하나 고치는 데

이만큼이나 기다리게 할 줄이야

인류 님의 지능은

아직도 벼룩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
수준에 머물러 계신 모양이군요

 

마이 마스터가 되실 분께는

하다못해 벌레 따위보다는
뛰어난 생물이기를 바랄 뿐이지만요

 

안 되겠다

역시 머리 아파~

 

정신이 좀 드셨나요?

 

나오토 님

 

나오토 님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아, 네!

네...?

저의 설계도를 가지고 계신가요?

아니, 그런 건...

 

그럼

저를 구성하는 톱니바퀴의 수는?

어, 보자...

4조 2076억

8643개려나?

그럼

정말로 소리만으로 저를 파악하여

수리하셨다고?

 

혹시나 너

수리 중에도
인식하고 있었던 거야?

네, 줄곧

 

무..무모한 짓 해서 미안해!

그..그래도

무진장 멋진 소리를
망쳐놓던 톱니바퀴가 말이죠~

 

나오토 님께서는

 

변태시로군요

 

아, 네

왠지 죄송해요...

 

그럼

나오토 님을 마이 마스터로서
정식으로 등록하여

곁에서 모실 것을
허락해주실 수 있을까요?

 

네?

나오토 님께서는 현재

이 별에서 누구보다도
뛰어난 시계 기사라 판단하였습니다

아니, 아니, 아니!

그럴 리가 없으니깐!

그렇다면

무언가 거슬리는 점이라도 있었나요?

완벽 및 너무도 유능한 제가

나오토 님의 미토콘드리아급의
프라이드를 상처주기라도 했으려나요?

 

그런 게, 아니라...

 

그런가요

 

저는

필요하지 않은 것이로군요

 

잠깐 있어봐...

진정하라고, 미우라 나오토

애당초 이 아이는 정체가 뭐지?

성능도 아름다움도
도를 지나친 수준이잖아

 

[리스크]
대기업의 시제품?

+ [도를 지나친 하이스펙]
대기업의 시제품?

+ [기업 비밀]
그게 아니라면 군?

+ [국가 기밀]
국가간의 음모?

+ [세계 규모]
국가간의 음모?

+ [입 막음]
나, 제거 당해버리는 거 아냐?

+ [죽음]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거 아냐?!

+ [그것도 상상을 초월한 죽음]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거 아냐?!

자!

신중하게

생각하...!

 

죄송했슴다~!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다 제 알 바 아니니깐!

부족한 몸이지만

오래토록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

 

오른손을 내밀어주시죠

 

Initial-Y 시리즈 1번기

복종하는 자[유어 슬레이브]

류즈[竜頭]

 

미우라 나오토 님을 곁에서 모시며

절대적인 복종과

충성을 바칠 것을

맹세합니다

 

묘하게 조용한걸...

뭐가 말이죠?

군의 담당자가

그 이후로
관여해오질 않고 있어요

꿍꿍이가 있다고?

 

이런 상황에는
딱 맞는 사내가 있었지요

카라사와 군

왜 그러세요?

 

이곳의 군이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게 아닌지

좀 알아봐줄 수 있겠는가?

그런 블랙스러운 업무는

예전 직장에서 하다가
진절머리가 났었는데요

 

부탁드릴 수는 없을까요?

 

마리 선생님의 부탁이시라면

거절할 수가 없겠네요

 

덕분에 살았어~

네가 짐을
가져와주지 않았으면

무일푼이 될 뻔했어

 

그래도 미안해

위험한 곳에 가게 만들어서

빈약 및 나약한
나오토 님과는 달라서

유능하며 만능인 제게

무슨 위험이 있다는 말씀이신지?

 

은근슬쩍 신경 쓰였었는데...

그렇게 독설 뱉는 건...

원래 그런 사양인 거야?

독설?

제가?

자각이 없구나...

 

그건 제쳐두고라도

나오토 님

오늘 밤의 숙박 장소는

저곳으로 삼는 게 어떨까요?

 

아니!

러브 호텔이잖아!

이 부근에서 무엇보다도 합리적(리즈너블)

쾌적함(어메니티)이 갖춰진 숙박 시설입니다

그..그래도...

또한

나오토 님께서

그 어떤 인간으로서
용납받을 수 없는

특수한 욕망을
품으신다 할지라도

전부 받아들이는 것이
종자된 몸으로서의 소임이죠

 

뭐라고 여겨지는 거야, 난!

안 돼!

안 돼!!

안 된다고~!

 

아무튼

오늘 밤에는 만화 카페에라도...

저기, 저기~

엄청 미인 아냐?

잘 알고 있습니다

 

좋은데~

같이 놀러 안 갈래?

 

뭣하면

저기라도 괜찮은데?

 

아프구만

뭔 짓 하는 거냐

앙?

 

시끄러!

너희 같은 놈들이
건드려도 될 상대가 아니라고!

 

뭐라고, 썩을 애새끼가

뒈지고 싶은 거냐!

이 자식!

 

류즈, 도망쳐!

 

처음으로

"류즈"라고 불러주셨군요

 

나오토 님에 대한 인식을

한단계 상위급으로

갱신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소 지나쳤으려나요?

나오토 님을 대하는 태도가

대단히 심기를
건드렸다보니 말이죠

 

과연

러브 호텔의 넓은 침대보다

비좁은 시트에서
밀착하고 싶다는 계략이었나요

아니라구!

여기 밖에
비어있지 않았단 말야!

 

아무튼 지쳤다~

 

류즈도 좀 쉬어둬

오늘은 여러모로 고마웠어

 

무시하시는 걸까요?

네?

 

저의 무릎 베개는

무시하시는 건가요?

 

아니, 그래도...

괘..괜찮아?

 

방금 전 벤치에서
해드렸던 무릎 베개에

불만이라도...

일절 없었습니다!

감사히!

 

나오토 님

 

저는 오토마타

시계 장치로 된 인형입니다

 

그렇지

그렇다면

어째서 저를

인간 여성처럼 취급하시는 건가요?

 

나오토 님께서는

저를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려나요

 

1월 12일 3시 18분

 

'시끄러'...

 

뭐야, 공주님?

무서운 꿈이라도 꿨어?

맞아 죽고 싶어?!

 

지금 당장
반장 일행을 불러와줘!

그러지~

 

아, 그 전에~

뭔데?

 

적어도 아래 정도는 입어둬라

 

멍청아!

 

방금 전에 중력 이상이 있었죠?

용케 알아차리셨군요

몸으로 느낄만한
진동도 아니었을 텐데요

 

하지만...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된다면

 

최악의 경우에는 그리드·쿄토
전체가 붕락할 가능성도 있어요

 

더는 한시라도
지체할 틈이 없어요!

신속하게
원인 장소를 파악해야 해요

 

군 녀석들은

다른 방법을 고른 모양입니다

카라사와 군...

 

제가 얻은 정보로는

가까운 며칠 내에 결행될 겁니다

 

설마!

 

그리드·쿄토의 강제 퍼지...!

 

말도 안 돼요!

그래서는 시민들의 피난에
때맞출 수 있을 리가 없어!

 

그런 건

다 알고 저지르겠다는 거죠

 

놈들은

2천만명의 시민과 함께
쿄토를 가라앉힐 셈인가!

 

그 어떤 천재도,

그 어떤 초절에 달한
기교를 부린다 할지라도

천년이나
계속해서 움직이는 시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계가 다가오고 있다

사람도

별도

누군가가 수리[오버 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일찍이

『Y』가 그리 하였 듯이

 

그림 같은 거짓말이었다면

끝까지 칠하지도 않았을 거야

목소리를 들으려고

두 귀를

틀어막고 있어

비명을 흩뿌린 경종과

누군가가 흐려버린 코드

아욕을 집어삼킨 마음 탓에

선율이 일그러져 가네

저 하늘은 저 멀리

물들어 가고 있어

잘못 볼 수도 없을

노을빛

 

뒤짚혀진

초침과 애증만으로

그 모든 것들이 이뤄질 것만 같았어

마치 감추려는 것처럼

떨어져 빠져버리는 미래와 톱니바퀴

서로의 마음까지 더듬어가기 전에

태엽이 녹슬어버리고 말 거라구

감아 되돌릴 수도 없이 그저

우리는

갈 곳조차 잃어버린 채 올려다 보네

 

빛바래버린

기계장치의 하늘을

 

쿄토 대지주[코어 타워]의 수리를 진행하는

마리 일행, 마이스터

하지만 군은

그리드 쿄토의 퍼지를 획책하며
훼방을 놓기 시작한다

막아서는 역경들

시시각각으로 닥쳐오는
퍼지의 시간

마리의 조그마한 그 어깨를

2천만명의 목숨이 짓눌러온다

 

다음화

대지주 붕락퍼지

나는 마리 벨 브레게!

무언가가 불가능하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 여자라구!

 

subtitle by kair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