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제목 with Caption Creator 4

당신은 상상할 수 있을까?

마음에 둔 상대에게
손가락 하나 댈 수조차 없는 인생을.

만진 것의 생명을 빼앗는다,

그것이 마녀가 그에게 건 저주였다.

 

친어머니가 거리를 두고,

친구들로부터는 괴물이라 비난당하며,

모르는 사람들마저

숲에 사는 사신이라고들 수군댔다.

 

하지만

그는 결코 고독하지 않았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아침식사입니다.

 

앨리스,

조금은 쉬지 그래?

여긴 내가 해둘 테니까.

하지만...

 

괜찮으니까, 자, 이리 줘!

 

그거 어디서 꺼냈어?

그게 아니라,
지금은 좀 쉬어도 된다니까?

달리 할 일이 없어서요.

그냥 느긋하게 보내면 될 텐데.

그래, 뭐 취미 같은 건 없어?

도련님입니다.

아니...
그럼 좋아하는 거라든가...

도련님입니다.

그, 그렇구나!

 

사신 도련님과 검은 메이드

 

도련님과 앨리스와 유령 신부

 

얘, 앨리스.

내 말 들려?

다음 방에서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올 거야.

부딪히지 않도록...

 

앨리스!

 

다행이야, 부딪히지 않아서.

이 시간까지 서고에 계셨나요?

응.

이 명함이 신경 쓰여서.

문어와 마녀의 관계에 대해
조사해 보기도 했는데,

잘 모르겠어서.

그것참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 샤워하시겠어요?

저도 아직이라 마침 잘 됐네요.

왜 같이 들어가는 걸 전제로 해?

좋겠네, 단둘이 시시덕거리고.

 

있잖아, 앨리스,

전부터 신경 쓰였었는데...

너, 보이는 거야?

무엇이 말씀이신가요?

 

유령 말이야!

맥팔렌 때부터
그런 느낌이 들었었는데.

 

안 보입니다만.

분명 거짓말이야!

내가 겁먹지 않게
못 본 척하고 있는 것뿐이지!

저에겐 도련님밖에 안 보여요.

정말로?

 

아니, 기쁘긴 하지만,
그런 뜻이 아니라!

 

어젯밤에 봐버렸거든.

네가 아무도 없는 데서
혼자서 얘기하는 걸.

 

그럼 저와 닮은 모습을 한 사람을
모르시나요?

이름은 샤론이라고 해요.

좋은 아침!

오늘도 햇님이 포근해서,
이 엄마 기분이 참 좋단다!

이런 말투로 말하는 사람이에요.

 

엄청 귀엽다.

 

난 괜찮으니까 솔직히 말해줬으면 해.

앨리스 넌,

유령이 보이는 거지?

 

보이지 않습니다.

완고하네!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신부 모습을 한 유령이라면

어젯밤부터 계속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보이고 있네!

무, 무슨 얘기 하고 있어?

원망이라든가 미련이라든가...

나,

사랑하는 달링이랑 결혼했는데,

결혼식 당일,
기대하고 있던 반지가 이거라...

화내서 난리 치다가
계단에서 떨어져서 죽었단 말이야!

그것참 가엾은 최후였군요.

아무렇지 않게 대화하는데?

보이진 않습니다만,
대략 그렇다고 합니다.

오늘은 잔뜩 엉뚱한 소릴 하는 게
귀엽네.

 

이거면 어떨까?

이제 누구 건진 모르겠지만,

옛날부터 저택에 있던 반지야.

사이즈도 여러 개 있고,

마음에 드는 거 하나 가져가게 해.

딱 맞는 반지가 있다면
성불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정말 가져도 돼?

네, 마음에 드시면.

역시 아무렇지 않게 대화하네.

안 보입니다.

 

반지 사이즈,

제대로 재어줬었다면 좋았을 텐데.

서프라이즈였었던 걸까요?

그렇다고 해도

자는 사이에
실을 감는다거나 하면 될 텐데.

 

뭐야, 이것들...

 

왠지 부러워졌어.

잠깐 몸 좀 빌려줘.

 

앨리스?

 

도련님,

저 이제...

못 참겠어요.

 

만질 수 있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니,

둘이서 확인해 보시지 않으시겠어요?

 

아, 안 돼!

이성으로 억누를 자신이 없어!

 

미안, 앨리스!

 

뭘 도망가고 앉았어.

 

역시 내겐 달링밖에 없어.

 

그 사람이 죽을 때까지 기다릴래.

그때까지 계속이요?

응,

정말로 좋아했었고,

반지 일도 지금 생각해 보면
용서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갑자기 죽어서
혼자 남게 만들어버린 걸 사과해야겠지.

나, 너무 연연했었나 봐.

납득했으니까 얌전히 성불할게.

이거, 네게 줄게.

 

저기,

행복하시길.

너희들도.

 

오늘은 올까요?

 

명함의 주인은 며칠 내로
저택에 나타난다고 했는데요.

달레스는 그렇게 말했는데 말이지.

하지만 반드시 쫓아내야 해!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그야 저주를 풀 수 있다면 기쁠 거야.

하지만 그걸로 은혜를 입으면

달레스의 부탁을 들어줘야만 하게 돼.

 

네가 자인에게

한 번 더 시간을 조종하는 마법을
쓰도록 부탁해 줬으면 해.

자인과의 약속이 있으니까
네게도 자세히는 말 못 하지만,

그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진 않아.

안심해.

어떤 마녀가 오든
넌 내가 지킬 테니까.

어머, 듬직하셔요.

답례로...

안 벗어도 되니까!

예지 능력이신가요?

 

누가 온 모양이군요.

 

드, 드디어냐.

 

달레스의 의뢰로 왔어.

이 저택이 틀림없나?

저, 저기, 그게...!

이 명함의 주인분이신가요?

아, 맞아!

드디어 도착했다...

 

무, 물...

얼른 소금물에 담가줘...!

 

이야, 덕분에 살았네!

오랜만에 뭍에 올라와서 그런지
아무래도 견적이 안 잡히더라고.

하마터면 말라붙을 뻔했어.

나도 모르게 구해버렸는데,

네가 저주를 푸는 게 특기인 마녀구나.

응,

난 아멜리아.

마녀라기보다...

 

날 때부터 마력을 가진 문어야.

 

달레스한테서 너에 대해선 들었어.

만진 것만으로
생물을 죽여버리는 저주, 맞지?

옛날에 비슷한 걸 해주한 적이 있어.

해보지 않고선 모르겠지만...

 

풀 수 있을지도 몰라, 그 저주.

 

그...

기껏 와줬는데 미안하지만...

거절하려고 하거든.

 

달레스의 수법엔 넘어가고 싶지 않아.

친구에게 민폐를 끼치게 될 거야.

인간은 여전히 의리가 두텁구나.

즐거운 생물이야.

인간과 관계된 적이 있으신가요?

뭐, 그렇지.

10년 정도 전에
별난 남자랑 결혼한 적도 있어.

결혼?

뭐, 형식상의 얘기지만.

 

그 시절, 난 심심풀이로

커다란 문어 모습이 되어서
배의 화물을 습격하곤 했어.

 

그런데 어느 날,
무장한 해적선을 습격해버리고...

 

나도 여기까진가...

 

뭐냐, 이건!

여기서 꺼내줘!

 

얌전히 있어.

나쁘게 대하진 않을 테니까.

 

우연히 배에 타고 있었던 그 녀석이

다른 화물들 사이에 숨겨서
날 도망 보내줬어.

고, 고마워, 구해줘서.

신경 쓰지 마.

문어 마녀와 대화를 할 수 있다니,
최고로 재밌잖아.

그런 거야?

 

남친 있어?

 

거기서부터 이야기는
단숨에 정리돼서 있지...

싸구려지만 반지를 교환하고

녀석은 마을로, 난 바다로 돌아갔어.

그 녀석은 이제 기억 못 하겠지만,

좋은 추억이야.

 

그 뒤로 못 만났지만,

난 지금도 사랑하고 있어.

로맨틱하네요.

 

그치?

난 동화에 나오는 예쁜 인어도 아닌데,

어디가 마음에 든 걸까?

사, 사라졌어?

아뇨, 위장인 모양입니다.

몸의 색을 주변 풍경과
동화시킨 거겠죠.

수줍어서 숨은 거란 거야?

 

네가 달레스의 말을
신경 쓰는 건 알겠는데,

저주는 반드시 풀리는 것도 아니야.

그 녀석에게 도리를 다할지 말지는

성공하고 나서 생각하는 게 어때?

하지만...

그렇게 달레스가 무서워?

그야 무섭지!

그런 가면 쓰고
무슨 생각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잖아!

 

뭐, 확실히 복잡한 녀석이긴 하지.

말이 서툴러서
사는 데 요령이 부족하다 해야 하나.

 

하지만 그래 봬도

근본은 나쁜 녀석이 아니야.

너무 싫어하진 말아줘.

하지만 마계의 보스잖아?

그건 마계 안에서의 얘기고,

문어인 내게는 좋은 친구야.

보스가 된 것도

주변의 추천을 거절하지 못해서였고.

 

먼저 저주를 풀 수 있나 없나
시험해 보자고.

안 그러면 목숨 걸고
여기까지 온 보람이 없잖아.

그렇긴 하네...

 

성공 확률은 어느 정도로 보시나요?

저주를 건 마녀의 역량에 따라
다르기도 하지만,

경험상

8할 정도는 풀 수 있을 거야.

 

8할...

 

저주가 풀리면

나도 앨리스의 손에

반지를 껴줄 수 있을까?

 

응, 물론이지.

 

부탁할게.

성공하면 달레스에겐
다른 형태로 은혜를 갚을 거야.

 

그렇게 나와야지!

 

그럼 바로

널 평범한 인간으로 되돌려줄까.

 

간다, 저주받은 꼬마야.

 

피하지 마!

오랜 버릇 때문에 그만!

하지만 함부로 날 건드리면 위험한데?

마녀든 문어든 생물이니까.

이쪽은 프로야.

애당초 저주란 건
몸 주변을 막처럼 감싸며 흐르고 있어.

 

저주를 풀려면
그걸 떼어내서 지워버리면 돼.

몸을 건드릴 필요는 없어.

뭣하면 내 실력을 볼래?

 

뭐야?

물고기?

생명의 근원은 바다에서 태어났어.

난 바다에 깃든
거대한 힘을 빌릴 수 있어.

 

호흡도 대화도 할 수 있어요.

굉장하다!

이게 아멜리아의 마법이구나!

역시 천재구나!

 

가능하면 사라지진 말고!

뭔가 칭찬하기 힘들어!

 

이건 살아있는 걸까요?

 

물고기 분들, 굉장히 귀엽네요.

 

널 포함해서 최고로 귀여워!

재주도 좋네, 바다 안에서 울다니.

 

이거 보세요, 도련님.

복도에도.

 

바깥엔 고래도 있어!

 

마법은 이 저택 전체를 감싸고 있어.

잠시 산책하고 오는 게 어때?

만세!

 

착한 아이잖아.

저주를 받은 이유가 뭘까.

 

저택을 내려다볼 수 있다니,

정말 신기하군요.

앨리스, 봐봐!

돌고래가 가까이 있어!

어머, 귀여워라.

 

즐겁네요.

헤엄치고 있는 물고기를
이렇게 가까이서 본 적이 없는지라.

나도야.

 

마치

바다 밑에서
도련님과 데이트하고 있는 것 같네요.

데, 데이트라니, 그런...!

 

걸어가자

바닷속을 단둘이서

헤엄치자

하늘 아래를 나란히

물이 반짝이는 환상의 세계

물고기들이 꿈을 그리네

반짝반짝

돌고래도 해파리도 개복치도

엔젤피쉬도 귀엽긴 하지만

 

역시 네가 나의 머메이드

메이드라서

머메이드

 

아래에도 내려가 보시죠.

아, 응!

 

이쪽은 괭이상어네!

무늬가 귀엽구나.

앨리스 근처에 있는 건 퉁소상어,

코가 코끼리처럼 생겼지?

네.

생태가 다른 물고기들이
같은 장소에 있는 건

왠지 로망이 있어.

잘 아시는군요, 도련님.

어릴 적에 여기에 온 뒤론
혼자서 놀아야 했었으니까.

도감을 쳐다보며
모사하는 것 정도 말곤 할 게 없어서.

 

심해어도 개성적이구나.

네, 왠지 귀엽네요.

즐거웠나?

응, 무척!

근사한 한때였어요.

그랬다면 다행이네.

그럼 슬슬 일을 해볼까?

응, 너무 들떠서 미안.

움직이지 마.

손 이리 내.

응.

 

아멜리아 씨?

괜찮아...

그것보다 너,

대체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달레스가 일부러
내게 부탁한 이유를 알았어.

이런 사악한 저주를 걸 수 있는
마녀 같은 건

동서고금을 찾아봐도

한 명밖에 몰라!

 

아멜리아가 그 저주를 풀 수 있을까?

뭐, 그다지 기대는 안 하지만.

 

자인, 애한테 너무
짐 들게 시키는 거 아냐!

내가 더 무섭단 말이야!

자기 편할 때만
어린이란 걸 꺼내들지 마!

 

제미니 단,

 

쌍둥이자리구나.

 

무, 무슨 뜻이야?

내게 저주를 건 마녀를 알아?

뭐, 잘 봐.

 

이건...?

네게 걸린 저주야.

떼어내려고 해도...

 

네가 딱 들러붙어있어.

 

아멜리아 씨, 안색이...

사악한 힘을 너무 쐬었어.

 

방해하지 마, 우무문어.

 

녀석은 이미 죽었다고 들었는데,
그런데도 저주가 안 풀리다니.

누구야, 그 마녀는?

 

샤디,

달레스의

쌍둥이 언니야.

 

언니?

짚이는 데가 없어?

없어!

달레스가 쌍둥이였단 것도 처음 들었고.

 

일지에 쓰여있던
수녀복 입은 2인조란 게

달레스 씨와 샤디 씨 얘기일까요?

하지만 왜 그 당시 두 사람이 본가에?

달레스가 시간의 마법을 원하는 건

샤디와 관계있는 일일까?

설마 되살릴 생각으로?

-모르겠어.
-모르겠어.

내가 좀 너무 떠벌렸나.

달레스에게 혼나겠네.

 

나보다 그 저주가 한 수 더 위야.

미안하지만, 풀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그렇게 굉장한 마녀가 어쩌다 죽었어?

그건 나도...

 

물고기가...

이건...?

 

아멜리아!

미안하지만 한계야.

날 바다까지 데려다줘.

부탁이야!

어, 어떻게...!

 

미안한걸, 도움이 못 돼서.

괜찮아,

이쪽이야말로
제대로 대접도 못해서 미안해.

언젠가 다시 남편분을 만나면 좋겠네.

으, 응, 고마워...

 

꼬마네도 잘 지내고.

또 만날 날을 기대할게.

아, 응.

어딜 보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있잖아, 앨리스,

조만간 카프와 자인을 만나러 가자.

달레스나 샤디에 관한 일도
의논하고 싶고.

드문 일이군요,

도련님께서 먼저
거리에 나가고 싶다고 하시다니.

 

서커스 티켓이라면...

카프 씨한테서 받아뒀답니다.

또 그런 데에 넣어두고...!

 

저주가 풀리면

너와 이곳저곳 가보고 싶네.

저 수평선 너머에 있는 경치를

난 책 속에서밖에 몰라.

자신의 눈으로 여러 가지를 보고 싶어.

 

앨리스는 어디 가고 싶어?

글쎄요,

어머니와 살았던 고향이려나요.

 

이젠 단편적인 기억밖에 없습니다만,

커다란 화원이 있었고,

거기서 어머니로부터
꽃말들을 잔뜩 배웠어요.

 

언젠가 도련님게도
그 풍경을 보여드리고 싶다,

그런 희망입니다.

가자!

약속하자!

롭이나 비올라,
카프랑 자인도 데리고 말이야.

아버님, 어머님과
월터도 와주면 기쁘겠지만.

응?

저주가 풀리면 다 같이 함께
앨리스의 고향에 가자.

약속이야!

 

함께...

 

저주가 풀려도

당신과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일지...

 

네.

약속하죠.

응.

 

밤바다는 춥구나.

알몸으로 서로 데워주도록 할까요?

그건 좀...

 

있잖아,

단장은 결혼했지?

어떤 사람이야?

 

미인이야.

부끄럼쟁이에 툭하면 숨고,

손이 이렇게 크고,
다리가 여덟 개 달렸어.

도중부터 너무 성의 없잖아!

뭐, 10년 별거했지만.

보고 싶어라.

나, 화장실 청소하고 올게...

애가 마음 쓰게 만들지 마!

 

도련님과 앨리스의 서커스 입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