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상상할 수 있을까?
마음에 둔 상대에게
만진 것의 생명을 빼앗는다,
그것이 마녀가 그에게 건 저주였다.
친어머니가 거리를 두고,
친구들로부터는 괴물이라 비난당하며,
모르는 사람들마저
숲에 사는 사신이라고들 수군댔다.
하지만
그는 결코 고독하지 않았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아침식사입니다.
앨리스,
조금은 쉬지 그래?
여긴 내가 해둘 테니까.
하지만...
괜찮으니까, 자, 이리 줘!
그거 어디서 꺼냈어?
그게 아니라,
달리 할 일이 없어서요.
그냥 느긋하게 보내면 될 텐데.
그래, 뭐 취미 같은 건 없어?
도련님입니다.
아니...
도련님입니다.
그, 그렇구나!
사신 도련님과 검은 메이드
도련님과 앨리스와 유령 신부
얘, 앨리스.
내 말 들려?
다음 방에서
부딪히지 않도록...
앨리스!
다행이야, 부딪히지 않아서.
이 시간까지 서고에 계셨나요?
응.
이 명함이 신경 쓰여서.
문어와 마녀의 관계에 대해
잘 모르겠어서.
그것참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 샤워하시겠어요?
저도 아직이라 마침 잘 됐네요.
왜 같이 들어가는 걸 전제로 해?
좋겠네, 단둘이 시시덕거리고.
있잖아, 앨리스,
전부터 신경 쓰였었는데...
너, 보이는 거야?
무엇이 말씀이신가요?
유령 말이야!
맥팔렌 때부터
안 보입니다만.
분명 거짓말이야!
내가 겁먹지 않게
저에겐 도련님밖에 안 보여요.
정말로?
아니, 기쁘긴 하지만,
어젯밤에 봐버렸거든.
네가 아무도 없는 데서
그럼 저와 닮은 모습을 한 사람을
이름은 샤론이라고 해요.
좋은 아침!
오늘도 햇님이 포근해서,
이런 말투로 말하는 사람이에요.
엄청 귀엽다.
난 괜찮으니까 솔직히 말해줬으면 해.
앨리스 넌,
유령이 보이는 거지?
보이지 않습니다.
완고하네!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신부 모습을 한 유령이라면
어젯밤부터 계속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보이고 있네!
무, 무슨 얘기 하고 있어?
원망이라든가 미련이라든가...
나,
사랑하는 달링이랑 결혼했는데,
결혼식 당일,
화내서 난리 치다가
그것참 가엾은 최후였군요.
아무렇지 않게 대화하는데?
보이진 않습니다만,
오늘은 잔뜩 엉뚱한 소릴 하는 게
이거면 어떨까?
이제 누구 건진 모르겠지만,
옛날부터 저택에 있던 반지야.
사이즈도 여러 개 있고,
마음에 드는 거 하나 가져가게 해.
딱 맞는 반지가 있다면
정말 가져도 돼?
네, 마음에 드시면.
역시 아무렇지 않게 대화하네.
안 보입니다.
반지 사이즈,
제대로 재어줬었다면 좋았을 텐데.
서프라이즈였었던 걸까요?
그렇다고 해도
자는 사이에
뭐야, 이것들...
왠지 부러워졌어.
잠깐 몸 좀 빌려줘.
손가락 하나 댈 수조차 없는 인생을.
지금은 좀 쉬어도 된다니까?
그럼 좋아하는 거라든가...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올 거야.
조사해 보기도 했는데,
그런 느낌이 들었었는데.
못 본 척하고 있는 것뿐이지!
그런 뜻이 아니라!
혼자서 얘기하는 걸.
모르시나요?
이 엄마 기분이 참 좋단다!
기대하고 있던 반지가 이거라...
계단에서 떨어져서 죽었단 말이야!
대략 그렇다고 합니다.
귀엽네.
성불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실을 감는다거나 하면 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