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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양전 승리의 여운도
가시지 않은 함양


Episode 13
[채택의 긍지]

 

그, 급보!

 

채, 채택 님의
급보입니다!

 

이 첨서의
봉[封]은 분명..

 

채택 님께서?

 

연에서 온 것이냐?

 

저 주색과
푸른색의 봉은..

 

국운이 걸려 있다는
소식을 알리는 봉..

 

채택의 급보로부터 며칠 후

 

삼엄한 경비 속

 

국적 불명의 한 여단이
함양에 도착했다

 

「사기 진시황본기」에서 발췌

 

시황 10년, 제와 조가
진에 방문했다

 

채택 님, 대체
무슨 생각이십니까!

 

지금 최대의 적국인
조군의 재상,

 

이목을 데려오다니요!

 

게다가 한 명 더..

 

제의 왕 본인까지!

 

아무런 논의도 없이
이런 일을..

 

독단·무단으로 움직인 건
진심으로 사죄하오

 

허나, 절차를 밟는다면
위험도도 증가하고

 

무엇보다 실현이
곤란했을 것 같아..

 

당연합니다!

 

그보다, 대체 왜 그 둘도
몸소 이 적지 한복판에..

 

채택 님, 역시
이해가 되질 않네요

 

우선은 도대체
어찌 그 두 사람을..

 

한 명이지

 

예?

 

제왕인가

 

그렇지요

 

제왕이 함양에 오려면
조를 지나야만 하오

 

그 뜻을 조에 전하였더니

 

무사히 보내주는 조건으로,
금과는 별개로

 

이목도 동행하여
진왕을 알현할 기회를..

 

..달라고 하여
데려오게 되었지

 

왕을 무시하고 그런..!

 

대역죄입니다!

 

분명 그렇지

 

허면, 이 조그마한 목은
근방의 막대기로 쳐도 될세

 

허나..

 

일찍이 동제·서제로
중화를 떨게 하였던

 

동쪽의 제왕과
서쪽의 진왕이

 

직접 만나서 대화할
의미를 생각한다면

 

이 메마른 목 따위는
나비의 날개보다도 가볍지

 

대왕, 이 채택의
마지막 소임이라 여기시고

 

흔쾌히 받아주시면
아니 되겠습니까?

 

열국을 멸하려는 왕으로서

 

그것을 동쪽의 옥좌에서
맞서 싸울 제왕과

 

말씀을 나눠 주십시오

 

제, 제왕과의 회담은
무엇인지 모르기에

 

본전이 아닌,

 

남들의 눈에 띄지 않는
방기전에서 은밀히 행합니다

 

이목 쪽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쪽은 본전에서 알현을..

 

이목도 무슨 목적으로
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제왕을..

 

저게 방기전인가?

 

 

제왕은?

 

아직 아래에 계십니다

 

젠장, 불쑥 찾아 와서는

 

오래 머물 수 없으니
바로 자리를 만들라니..

 

오, 진왕

 

제왕..

 

재촉해서 미안하군,
진의 승상

 

아, 아닙니다

 

음, 맛있어 보이는군

 

이건 뭐지?

 

소의 혀로 만든
소금구이입니다

 

채택에게 말해 진의
미식을 준비시키고 있소

 

그런 관계로,

 

진왕, 먹으면서
얘기해도 되겠지?

 

기다려 주십시오!

 

대국의 대왕
두 분의 회담이

 

이런 층계참에서
행해지다니요!

 

지금 저 방기전에서
준비가 진행되고 있으니

 

그쪽에서..

 

밀실에서 그저
담소를 나눌 것이라면

 

굳이 진까지
발을 들이진 않았지

 

나는..

 

진이라는 나라와
왕을 느끼러 온 것일세

 

승상

 

알겠네, 여기서 하지

 

대, 대왕마마!

 

허면, 시작하지

 

자리는 왕 둘과 채택의
세 자리뿐이니

 

미안하지만,
승상들은 빠지게

 

우, 우리도
물러가란 겁니까?

 

아닙니다, 저는 그저
다리를 놓는 역할이니

 

이쪽에서 지켜보지요

 

한 자리는 승상께

 

두 사람인 듯한데

 

미안하지만
물러가 주겠는가?

 

창평군

 

 

개억, 가자

 

 

시종들도 모두 물러가라

 

미식은 즐기겠지만

 

이제부터 진지한
얘기를 할 예정이니

 

자, 술만 여기로

 

 

어찌 채택 님은 나를..

 

허면..

 

정식으로 소개를

 

제8대 제왕, 왕건이오

 

크, 크다..

 

이것이 동의 대국
제나라의..

 

제31대 진왕, 영정이오

 

뜨겁..

 

이번엔 대왕마마께 열풍이..

 

호오

 

수려한 외모에 비해
용맹스럽소이다

 

채택에게서 들은 대로군

 

그래서, 진왕

 

잠깐, 제왕

 

우선은 4년 전의
합종군 때에

 

제가 합종군에서
빠져 주었던 것을

 

진왕으로서 정식으로
예를 표하도록 하겠소

 

제군이 빠지지
않았다면 솔직히

 

지금의 진이 어찌
되었을지 모르오

 

대왕마마..

 

그때는 뭐..

 

진을 구하고 싶어서
그랬던 게 아니니까

 

합종에서 이탈한
진짜 목적은..

 

합종이 진을 멸하고

 

그 토지와 인간을 6개국이
쟁탈하는 이후의 세상이

 

눈뜨고 보기 힘들
혼란이라 여겼기 때문이지

 

헌데, 발칙하게도

 

거기서 살아남은 그대들이

 

이번엔 여섯 나라를
멸하고 모든 걸 쟁취해

 

그보다 더 혼란스런
세상을 만드려 하는군

 

제왕..

 

중화 통일을
혼란이라 한다면

 

난 단호히
그것을 부정한다

 

그래, 그것이야

 

진왕, 부정해 보시오

 

채택한테서 중화 통일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난 바로
이렇게 생각했소

 

조의 이목과 연합하여
제2합종군을 일으켜

 

다음에야말로 진을
멸망시켜 버릴까라고

 

허나, 채택은

 

진왕이 뒤이어서
이렇게 언급했다고 했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온다고

 

틀림없는가?

 

암, 그렇소이다

 

- 공론이군
- 아니

 

진왕

 

그대가 보고 있는
이상이란 걸 들었을 때

 

채택과 마찬가지로

 

솔직히 나조차도 가슴에
와 닿는 것이 있었다

 

허나, 진왕

 

6개국 정복과
사람을 죽이지 않는 세상

 

이 사이에는 너무나도
무거운 현실이 빠져 있지

 

나라가 멸망당하고
강제로 진의 백성이 될

 

6개국 인간들의 고통이다

 

나라란

 

백성에게 뿌리를 내리는
대지와 같은 것

 

그 나라를 잃어서는

 

사람은 반드시
심신 모두 썩고 말지

 

즉, 지금 6개국의
인간 전부가 썩는다

 

그, 그래서..

 

그 경우엔 진이 새롭게
뿌리를 내릴 대지에..

 

어떻게?

 

진의 백성이 되는 걸
거부하는 자는

 

힘으로 복종시킬 건가?

 

나라들을 쳐부수는
그 무력으로..

 

그것밖에 없겠지?

 

허나, 그런 짓을
모든 중화에 했다가는

 

그는 이제 지난 5백년의
전란 이상의 혼탁함

 

혼란의 극치다

 

그대들은 6개국 정복 이후

 

망국의 백성들을
어찌 구제할 셈인가

 

그대의 이상이 공론이
아니라고 단언했겠다?

 

허면,

 

그대들이 멸망시킬 쪽인
나, 제의 왕이

 

확실히 납득할 만한
답이 있다는 것이겠지?

 

진왕!

 

자, 잠깐..

 

지금 단계에서 그런
대거사의 문답 따위..

 

아직 우리한테는..

 

그걸 묻기 위해
먼 함양까지 온 것이다

 

만약, 답이 없는 채로의
6개국 정복이라 한다면

 

그전에, 제2합종군으로
진을 파멸시켜야만 한다

 

제왕, 그것은..

 

진왕

 

제왕, 그리
서두르지 마시오

 

답은 있다

 

킹덤 S5
Subtitled by Gaiant[가이안트의 유혹]
https://blog.naver.com/chereamante

 

호오?

 

망국의 백성들의 고통을
구제할 길이 있다는 건가?

 

재밌군

 

허면,

 

진왕 영정, 지금 여기서
알려주지 않겠는가!

 

진왕, 어떻게 된 거지?

 

제왕의 비유처럼

 

나라란 사람이
뿌리를 내리는 대지다

 

그걸 빼앗겼을 때

 

그곳에 있던
인간들에게 남는 건

 

견디기 힘든 굴욕감,

 

상실감, 그리고
공포심이지

 

중화 통일의 순간

 

멸망시키는 쪽의 왕으로서

 

구 6개국의 백성들에게서
그것들을 없애야 할 책무는

 

충분히 잘 알고 있다

 

그를 위해서는..

 

이것이 정복 전쟁이
아니었단 점을 설명하고

 

이해를 얻을
필요가 있소

 

호오, 묘한 말이로군

 

6개국 제패는
정복 전쟁 그 자체인 것을

 

아니

 

중화 통일은..

 

새로운 나라를
건국하기 위한 전쟁이오

 

정복이란 지배다

 

허나, 6개국을 멸하고
그 전부를

 

서쪽의 진이 혼자서
지배할 수 있겠는가?

 

그를 시도하려 한다면
얼마 가지 않아

 

중화는 다시
혼란의 세상이 되겠지

 

6개국을 제패한 신이
정복자 행세를 한다면

 

중화 통일은
반드시 실패한다

 

진의 백성은 결코
지배자가 되어선 아니되오

 

우리가 지배자만
되지 않는다면

 

망국 백성들의 공포심은
우선 씻어낼 수 있지

 

그리고, 새로운 나라의
형태를 전한다면

 

국경도 정란도 없어지고

 

사람과 물자가
자유로이 이동하고

 

- 서로 어우러지는 세계를..
- 공론이라 했도다!

 

지배 없이 이 중화칠국을
한 나라로 만들 순 없다

 

온갖 문화, 풍습, 신앙

 

이 정도로 복잡히 나뉘는
중화의 모든 인민을

 

같은 방향으로
향하게 만들다니

 

오히려, 전례가 없는
강한 지배력을 가진 자들이

 

위에 서지 않으면
실현될 수 없다

 

제왕의 말이 옳습니다

 

이 중화 통일의 성공은
모든 중화의 백성을

 

혼자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일에 달렸지요

 

허나, 그것은 절대로
'인간'이어선 아니되오

 

인간이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법이오!

 

법에 최대한의 힘을 실어

 

법으로 백성을 다스린다

 

법 아래에는,

 

옛 제의 백성도
진의 백성도 상관없다

 

왕후장상도
농민도 관계없이

 

모두 똑같이
평등하게 대한다

 

제왕!

 

중화 통일 이후에
출현할 초대국은

 

500년의 전란 끝에

 

평화와 평등을 쟁취할
법치 국가가 될 거요!

 

어, 어찌 눈물이..

 

용케도 거기까지..

 

진도 제도
현재 칠국의 백성을

 

통일 이후엔
상하 없이 나란히 세워

 

함께 일원이 되어

 

자신들의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 갈 것이오

 

그것이 현재의
6개국 백성을 향해

 

내가 준비한 답이오

 

왕족조차 법에
따른다고 하였나?

 

그렇다

 

그래서는 더 이상
왕국이 아닐 텐데?

 

사소한 일이요

 

대, 대왕마마..

 

아주 상식을
뒤집는 답이로군

 

하지만, 뭐..

 

동서남북 평등의
법치 국가라..

 

조잡하지만
대답으로는 나쁘지 않군

 

당연히,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목표로 하는 곳이

 

우리 백성이 괴로워하는
곳은 아닌 듯하구나

 

그렇군,
그런 길이 있었나

 

아무래도, 채택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머나먼 진까지
온 보람이 있었군

 

허면, 합종군 얘기는..

 

제왕, 다음은
그쪽이 대답할 차례요

 

대체 무엇을 위해
이곳까지 온 것이오?

 

처음에는 동맹의
얘기인 줄 알았다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앞뒤가 맞지 않소

 

아니, 거의 정답이다

 

정식 증인이 없기에

 

진왕과 나와의
구두 약속일 뿐이지만

 

제·진 동맹 비슷한 것이지

 

제·진 동맹..

 

그것의 어디에
제의 이점이 있지?

 

우리는 진이
위·조·한과 싸울 때

 

그 배후에 있는 제가

 

삼국을 거들지
않는 것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는
동맹의 이점이 있지

 

헌데..

 

진의 칼날이
삼국을 관통했을 때

 

다음에는 반드시
제를 향할 것이오

 

동맹의 효력으로
그걸 멈출 수 없는 건

 

제왕도 당연히
알고 있을 터

 

그 순간,

 

진왕의 눈빛이 지금과 달리
더럽고 탁해져 있다면

 

제도 사력을 다하여
나라를 지키도록 하지

 

허면, 대왕마마께서
달라지지만 않으시면

 

제나라는..

 

제왕..

 

약 50년쯤 전에

 

그 악의가 이끄는
합종군의 공격을 받고

 

제는 거와 즉묵의
두 성만 남았지

 

난 마침 그때

 

농성 중인
거에서 태어나

 

거기서 많은 걸 보며
지금에 이르렀지

 

그리고 이것은

 

훨씬 전부터
생각했던 일이오

 

이 중화는

 

이제 질릴 정도로
피를 흘려 왔지만

 

수렁 속에서의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앞으로도 피를 계속
흘리는 건 아닐까 하고

 

난 더 이상 출구가
없다고 생각했소

 

헌데, 어쩌면 출구의 빛을
지금 찾은 건지도 모르겠군

 

진왕

 

그대라면 이 중화 전체의
키잡이를 맡겨도 되겠어

 

새, 생각치도 못했다

 

틀림없이..

 

지금 중화칠웅의 일국이
항복에 대한 얘기를..

 

싸, 싸우지도 않고서

 

6개국 제페 중의
첫걸음을 내딛었다!

 

채택이..

 

이 정도로 무리하게
제왕을 모신 이유를 알겠군

 

제왕은 물론

 

채택에게도
감사를 표하오

 

단신으로 용케도
이렇게까지 해 주었어

 

진왕, 그리
좋아하진 마시게

 

정말로 단순한
구두 약속일 뿐이고

 

진왕의 자세가 변하면
제도 엄니를 드러낼 것이오

 

다만 그렇다고
판명되는 그때까지

 

제는 진의 싸움 전부를
그저 지켜만 보겠소

 

제가 삼국을
거들지 않는 것만으로

 

이쪽은 십만 단위의
병사의 목숨을 구한 것이오

 

그럴 수도 있겠군

 

허면, 역시 채택에게
깊이 감사하도록 하시오

 

감사드리는 것은
오히려 이 노인이옵니다

 

과거에, 이 늙은이 또한
부끄럽게도

 

제왕과는
또 다른 시점에서

 

세상을 인도할 길을
찾던 시절이 있었지요

 

있었지만,
저 또한 제멋대로

 

이제 그런 길은
없다고 여겼지요

 

헌데, 대왕마마

 

당신께서

 

옹에서 여불위와 벌인
설전 중에 그 길을..

 

'빛'을 알려주셨네요

 

그 말에는 진심으로
전율을 느꼈습니다

 

그때 저는
마음속 깊이

 

오래 살기를 잘했다고..

 

채택..

 

채택 님

 

허나,

 

길도 빛도
전쟁이 없는 세상도

 

실현할 수 없다면
그저 헛소리일 뿐입니다

 

옳은 말이다

 

중화 통일..

 

그 실현의 최대의 장벽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아시겠나요, 대왕마마?

 

 

이목이다

 

과연 그렇습니다

 

이목은..

 

놈에 대해서는
내가 알려주지

 

오랜 세월 이목의 등을
동쪽에서 보아 온 느낌으로는

 

이목에겐 아직 여유가 있고

 

또한, 그걸 간파당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조의 삼대천인 이목은

 

진이 예상보다도
훨씬 더 강하다

 

진왕

 

왕기와 표공을 잃었지

 

이목이 괴물이란 것은
잘 알고 있소

 

그리고, 녀석을
쓰러뜨리지 못하면

 

6개국 제패가 불가한 것은
아주 잘 아는 사실이지

 

앞으로 언젠가는
진의 대장군들이

 

반드시 이목의
목을 딸 것이다!

 

허면, 그만 됐소

 

가시게, 진왕

 

본전에서 바로
그 이목이 기다리니

 

너무 기다리게 하면
회담 속의 무거운 속내를

 

이목에게 간파당할 겁니다

 

그건 결코 특책이 아니군

 

대왕마마!

 

제왕의 말씀대로 하지요

 

밤의 술잔치에서 느긋이..

 

그러시게

 

대왕마마, 이쪽입니다

 

대왕마마..

 

무운을 비옵니다

 

갔다 오겠소, 채택

 

채택, 간신히 버텼구먼

 

그대가 말한 대로

 

저 사내는 천 년에 한 번
나올 만한 왕이다

 

그대의 고집에 마지못해
어울린 형태였지만

 

용케 진왕과 나 사이에
다리를 놓아 주었군

 

저 왕이라면 정말로
실현할지도 모르겠군

 

각자가 오래 전에
찾고 있던 세상을..

 

채택..

 

최후에..

 

참으로 큰일을
해냈소이다, 채택

 

이 차가움..

 

채택, 대체 언제부터
숨이 끊어진 것인가

 

평안히 잠들라

 

젊어서 힘들었을 때

 

그대에게는
여러 번 신세를 졌지

 

결말은 내가 책임지고
끝까지 지켜보리다

 

대왕마마,
왜 그러십니까?

 

아니

 

서두르지요, 대왕마마

 

이목이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