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마도메 11

네놈은 내가 오로바스의
원수라고 했었지?

그, 그래!

그건 잘못되었다

그 위대한 용은 나 따위에게
뒤처질 만한 왜소한 존재가 아니다

거짓말이야!
나는 봤어!

네놈이 아버지의 시체를
먹는 모습을!

 

네놈이 속여서 죽인 거지?

 

그렇다면 물으마

네놈이 알고 있는 오로바스는

고작 인간에게 배신당한 것 가지고
패배하는 나약한 용이었나?

무슨 말이야?

 

그날, 나는 어느 적을
처치하기 위해서

현룡, 오로바스에게
조력을 요청했다

그 용은 나의 소망을 들어주었다

 

적?

 

마족

전승 속에서 그렇게 불리는 존재다

 

그런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고서
지금 와서 얼버무릴 생각이야?

마족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니…

네놈이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이해한다

나도 그건 이 세상에서
떠나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마족이 현세에 나타나서

수많은 성기사와 위대한
용의 죽음을 가져왔다

 

아마도 그리 머지 않은 미래에…

마족들은 돌아올 것이다!

 

나는 마족의 그림자를 봤다

 

이 세계에 돌아올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도 어딘가에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녀석들에게
대항할 수단이 있었으면 해서

전승을 조사해 보고 있다

너도 도와줬잖아?

 

그럼…

그럼 아버지는 마족과
싸우다 패배했다는 건가?

패배한 것이 아니다!

 

그 목숨으로 적을
토벌한 것이다!

그럼!

나는…
누굴 미워하면 되는 거지?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자랑스레 여기거라!

 

오로바스는 목숨을 걸고서
네놈과, 네놈이 있는 세계를 지켰다

그걸 네놈이 자랑스레 여기지 않고서
누가 자랑스러워한다는 거지?

나를 죽이는 것으로 오로바스의
긍지를 되찾을 수 있다면

이 목을 기꺼이
네놈에게 내어주마!

 

마족은 강력하다

교회와 마술사가 싸우고 있는
이런 세상에 되살아난다면

우리에게 승기는 없다!

대비해 둬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 오로바스는
내게 살아남으라 했다

그래서 나는 한심하게도
오로바스의 피를 마시며

그 사지에서…!

 

그게 포르가 봤던 광경인가

하지만 나의 역할은
곧 끝난다

공생의 씨앗은 싹을 틔웠다

마지막 임무가 오로바스에게 바치는
꽃을 대신하는 것이라면 바라던 바지

 

그럼 이 녀석이 말한 대로

공생파라고 한 녀석은
정말로 너인 건가?

그렇다

천 년 동안 이어지는
교회와 마술사의 싸움에 종지부를 찍고

함께 살아가야만 한다

어이, 어이, 어이!

그걸 믿으라는 건
어려운 얘기잖아

네가 지금까지 몇백 명이나
마술사를 죽여왔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래놓고서 공생하겠다?

그렇다, 나는 공생의
선도자가 될 순 없다

 

그렇기에!

성검의 소녀가 필요했던 것이다!

기, 기다려 줘!

 

그 얘기, 나는 아직
받아들인 게…

 

아무래도 이 세상에는 불사신인
존재들이 여기저기 굴러다니나 보군

한 번 더 처리하고 오겠다

잠시 기다리고 있어라

 

어쩔 생각이지?

골렘은 전문 바깥이지만

그래 봐야 마술로
만들어진 존재다

부술 수 있겠지

저건 골렘 같은 것이 아니다

 

저것은 마술로 만들어진 골렘과
다른 하나를 합쳐 만들어진 존재

설마!

 

그렇다

마족과 합쳐진 키메라다!

sub by 별명따위

제11화
『그래도 사악한 마물을
해치우는 게 성검사답다』

 

틀림없다

저건 나와 오로바스가
토벌한 마족이다

그 잔해를 마왕 마르코시어스가
회수해서 키메라를 만든 거겠지

 

마르코시어스 녀석

왜 이런 터무니없이 성가신 걸
남겨놓고 간 거야!

잔해라고 하더라도
마족은 마족이다

본래 가졌던 힘에는
미치지 않는 힘을 지녔겠지만

그저 때려 부수는 걸로는
부술 수 없는 것도 당연하다

마침 잘좼군

다른 하나의 성능도
시험해 볼까?

 

자간

 

성기사인 나를
믿으라고는 안 하겠다만

함께 싸우게 해 줬으면 한다

네가 잔꾀를 짜낼 정도로
재주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칭찬하고 있는 건가?
비하하고 있는 건가?

글쎄다

 

아무튼

 

내가 먼저 앞장서겠다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아

 

그러니까 힘을 빌려줘

성검 〈아즈라엘〉

 

정화의 불꽃인가

하지만 라파엘의
거친 불꽃과는 달라

칼날에 모여 있는 건가?

 

바보, 너!

세례 갑옷도 없는데!

그러다 죽는다!

앞장서는 건 맡겨달라고 했을 거다!

 

온다!

 

알고 있어!

 

자, 달려라!
자간!

제법 건방진 소리를 하잖아!

 

이 녀석, 이 검은
아지랑이가 본체인가!

이러니 바위로 만들어진 몸을 부숴도
원래대로 돌아오겠지!

멈추지 마라, 자간!

 

빨라!

나도 처음에 이걸 맞았다면
죽은 목숨이었던 거 아니야?

하지만 이걸로!

 

불태워 버려라!

천린(天燐)》!

 

불발?

아니

 

이미 끝났다

 

뭘 한 거지?

천린(天鱗)》이라는 이름을
붙인 마술이 있는데

끝없이 주변의 마력을 흡수해서
강도를 끌어올리는 방패인데

이걸 반전시켜서
안쪽에 집어넣은 것뿐이다

 

반전시킨다고?

끝없이 주변의 마력을 흡수해서
연소시키는 거다

화염이 검게 보이는 건
마력 그 자체를 불태우기 때문이다

(天)》과 《(天)

표리일체의 마술이다

성검 상대용, 마족 상대용으로 만든 거다

하지만 아직 정밀도가 낮아

좀 더 효율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마족에게는 통하지 않겠지

너는 정말 무시무시한 마술사구나

 

너도 괜찮은 실력을
가지고 있잖아, 샤스틸

 

왜 그러지?

아니…

처음으로 내 이름을
제대로 불러줘서…

그랬었나
그거 미안하군

사과해 주는 건가?

너는 네피의 친구니까

경의 정도는 표하지

 

나는 네피 한 명만을
위해서 여기에 온 것이 아니다

나는 너와 힘께
싸울 수 있다

마술사와 성기사가 말인가?

"마술사와 성기사여도"다!

 

뭐,

등 뒤를 맡길 수 있는
누군가가 있는 것도 나쁘진 않군

자간!

 

성기사장 최속의 검…
확실히 지켜봤다

 

너무 말하지 마

나는 치유 마술은
잘 다루질 못해

상처가 너무 깊어

용의 재생 능력도
약해진 것 같아

샤스틸이여

 

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너의 행동 그 자체가
이미 우리의 선도자가 되어 있다

나의 뜻을 따르는 자들이
앞으로 네 힘이 되겠지

혹시 오로바스의 이름을
사용한 건

당신의 이름으로는
누구도 믿어주지 않기 때문에?

그것도 있다

하지만 공생파를
일으킨 것은 오로바스의 의지다

이 목숨도 오로바스에게 받은 것

 

그렇다면 그 이름이 수령으로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렇구나…

애당초

 

네놈은 어째서 그렇게까지
마술사를 베어 왔던 거지?

무언가 원한 같은 거라도 있었던 건가?

나는 원해서 벤 것이 아니다

어째서인지 마술사가
먼저 공격해 왔었다

- 뭐?

어째서지?

나는 신사적으로 대화를
시도해 봤다만

 

적의가 없다는 증표로
웃어 보여도

마술사들은 내 말을 들을 가치도
없다는 것마냥 공격해 온다

 

해치워 버려!

그렇게 된 이상
응전하지 않을 순 없어서

결국 상대를 베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잠깐 기다려 봐

너!

나하고 술집에서 만났을 때에도
상당히 도발적인 말투로 말했잖아!

나는 네놈과 잘 알고 지내는
샤스틸의 위기를 알린 것이었다만

그걸로!?

 

하지만 당신은 초면부터 내게
마술사를 몇 명이나 베었냐고 물어놓고서!

나와 똑같아서야 선도자가
될 순 없지 않겠나

하지만 너는 자랑스레 여길
자랑할 만한 수치가 아니라고 대답했다

거기에서 "너라면!"이라고 확신한 것이다

말투 좀!

너… 너란 녀석은!

네 외견을 염두에 둬라!

그 얼굴로 헷갈리는 말을 하면
누구든 적이라 여길 거 아니냐!

네가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아파라~

샤스틸이여, 교회로 돌아가거라

너를 없애고 싶어 하던 자들은
내가 처리해 주겠다

그동안은 이 목숨도
버텨주겠지

당신은 범인이 누군지 알고 있는 건가?

너야말로 모르고 있었던 것인가?

 

오로바스의 딸이여

그때까지 이 목은
기다려 줄 수 있겠나?

한 가지만 대답해 줘

 

네게 오로바스는
어떤 용이었어?

 

위대한 용이다

그 용의 등에 타고
함께 싸웠던 그때야말로

나의 인생 최고의 한때였지

 

보내도 괜찮은 거야?

모르겠어

하지만 저 남자를 죽이는 게
옳은지도 모르게 됐어

그럼 그거면 되는 거 아니야?

 

돌아가자

네피가 기다리느라
지쳐 있겠다

 

응!

 

복수를 포기하는 게 옳은 일인지는
나로서도 알 수 없다

 

앞으로도 증오가
더 강해지는 일도 있겠지만

망설이게 되는 일도 있겠지

그래도

 

어서 오세요
자간 님

어서 오세요
포르, 샤스틸 씨, 발바로스 님

다녀왔다

 

나와 네피는 이 소녀의
곁에 있으리라 정했다

 

샤스틸의 행방은
아직도 알 수 없는 것인가

죄송합니다
저희가 부족한 바람에

그대들이 잘못한 것이 아니다

샤스틸의 안위를 걱정하는 건
나도 똑같다네

오늘 밤은 많이 늦었네

물러가서 쉬게나

네!

 

오오, 샤스틸…

나의 기사여

 

어째서…

어째서 나를 위해
죽어주지 않는 것이냐!

 

마술사는 악이다!

 

그에 가담하는 자도 악이다!

 

다른 추기경의 반대만 없었다면
처형을 집행할 수 있었을 것을!

더욱이 그 남자가
쓸데없는 짓을!

결과, 성검과 함께
행방을 감추다니

네 이놈… 그 독으로
죽지 않았다는 것이냐!

샤스틸이 죽기만 하면 성검은
다음으로 무구한 자를 고른다

그래, 지금까지처럼

성검에 어울리지 않는 자는
정의를 내걸고서 베어왔다

내게 이의를 제기하는
어리석은 자나

악을 쓰러뜨리는 것을
망설이는 겁쟁이는 모두

이 내가

 

실례 좀 하지, 크라벨

라파엘 공
그 팔은 대체?

신경 쓰지 마라

볼일을 하나
처리하러 온 것뿐이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겐가
지금 당장 치료를!

 

아직도 뭘 꾸미고 있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남자도 악의 축 중 한 명

 

자, 환부에 약을

 

아쉽게도

그런 독으로 물든 손으로 만져서
좋아하는 취미는 없다

 

너무 소리 지르지 마라

이래 봬도 내가 자진해서
사람을 죽이는 건 처음이라서

조금은 긴장하고 있다

나도, 네놈도 이미 늙었다

젊은 세대가 하는 일에
일일이 손을 대선 안 되지

하물며 가능성의 싹을
꺾어 버린다는 건 가당치도 않지!

누군가 나를 구해라!

신의 대변자이자, 정의의
집행자인 나를!

누군가…!

아까 그 세 기사는?
어째서 아무도 오지 않지?

네놈이 좋아하는 성검에
죽을 수 있는 것이다

좀 더 기쁜 표정을
짓는 건 어떻지?

 

곧 나도 그쪽으로 가겠다

먼저 저승에서 기다려라

 

역시 범인은 크라벨 추기경이었나

알고 계셨던 건가요?

어렴풋이 그럴 거라는 생각은 들었어

그분은 교회가 정의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분이셨어

같잖군

정의 같은 걸 내걸고 있는 녀석 중에
멀쩡한 인간은 없다

 

넌 항상 엄격하구나

지금의 교회의
형태는 이상하다고 생각해

하지만 조금씩이지만
바꿔 나가고 싶어

나는 교회로 돌아갈게

그런가

 

실은 그 홍차에
독이 들었다

 

농담이다

조금은 사람을 의심할 줄 모르면
또 같은 일을 당하게 될 거다

 

지금 그건 아무리 그래도
지독한 취향 아니야?

네피가 끓여준 홍차를
엎어버릴 뻔했다고!

그 홍차를 끓인 건
네피가 아니다만?

 

결국 너와는 제대로
얘기를 나눠보지 못했네

 

뭐, 사이좋게 지내는 건
어려울 것 같네

 

그럼

 

또 와, 샤스틸

 

드디어…

제대로 내 이름을 불러줬어…!

결국 우는 거야?

 

짧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신세 졌다

공생파라는 걸 내가
짊어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이 될 수 있도록

미력하게나마 힘을 보태도록 해 볼게!

음!

이제야 결심을
다진 모양이군

 

곤란한 일이 있다면
뭐든 말하거라

응, 고마워
라파엘 공

 

응?

으에엑!?

이제 일어나도 되는 건가?
라파엘

애당초 내게는
오로바스의 가호가 있다

거기에 엘프의 마법까지 걸린다면
이런 상처는 별것도 아니지

너희는 왜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 거야!

무슨 문제라도?

아니, 그치만!
철석같이 죽은 줄로만…

[내가 ●였다]
크라벨의 전말을 들은 건
이 남자한테서 들은 거다

[내가 ●였다]
 
 

[포르가 아니다]
참고로 차를 끓인 건 나다

[포르가 아니다]
뭣…!?

 

아니, 그래도 살아 있어서 안심했어

네놈도 물러터졌군

그래서야 뒤에서 베인다 한들
불평 하나 못할 거다

뭐, 언제 누구한테
배신당할지도 알 수 없는데

그런 물러터진 생각으로는
위험하다

그런 의미겠지

역시 나의 왕

 

지금 그건 나라도 알았어

근데…
"나의 왕"이라고?

나는 자간 공에게
집사로서 고용됐다

성기사장은 오늘부로
퇴직하겠다

에에!?

라파엘은 성의 입구에서
힘을 다했는데

결계가 감지했다

 

약속대로 나의 목을
주기 위해 왔다

어떻게 할래, 포르?

뭐?

네가 정해라

 

그럼 자간과 네피를 위해
열심히 해

그게 나를 위한 일이 돼

 

성검과 그 소지자가 있다면

마왕의 각인에 대한 연구는
비약적으로 진행되겠지

라파엘 님은 요리도
잘하신다나 봐요

저도 배워보려고 해요

거기다 왠지 남 같지가 않단 말이지

 

팔, 없는 거 불편해?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잠깐 기다려

음?

 

이걸로 움직일 거야

 

월 포레로서 사용했던 갑주야

오오!

오로바스에 이어서, 그의 딸에게까지
이런 큰 은혜를 입을 줄이야!

나의 목숨을 그대에게 바치겠다

호들갑이야

저기…

그럼 나가는 건 나뿐이야?

- 그렇게 되겠군
- 그렇게 되겠어
- 그렇게 돼

 

언제든지 여기에 오면 되잖아

네피도, 포르도 기뻐할 거다

나도?

너도 그렇잖아?

자간은?

 

뭐, 함께 술을 마셔줘도
되겠다고는 생각하고 있다

 

또 만나자~

나 참, 소란스러운 녀석이군

너희들, 뭔가 잊은 건 없냐?

 

뭐, 잘 잤으니까 상관없지만

배고파졌어

아침밥이라도 받아 먹을까?

미안하지만 너도 가 줘

 

한동안 샤스틸의 경호를 부탁한다

왜냐면 아직
저런 꼴이니까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잔말 말고

비용은 지불할게

그리고 너, 저번에 술값을
안 내고 갔지?

아, 어이쿠!

유능한 나를 소홀히
대하면 큰 코 다칠 거라고?

 

네피?

왜 화내는 거지?

그렇게 보이시나요?

보이니까 묻고 있는 것이다만

 

그럼 뭔지 알아 주세요…

이건 화내고는 있지만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는 건가?

어려운 요구군

하, 하지만…!

 

어, 저기…

 

어젯밤은 두고 가서 미안하다

 

자간 님…
치사하세요

 

라파엘, 안 보인다

포르여, 네게는 아직 이르다

 

마음을 죽이고 산다거나

욕심을 버린다는

그런 게 쭉 버릇이 되어 있었어

 

아무도 모르니까

그거면 됐을 텐데

어째서 그걸 알아버리는 거야?

 

너무나도 소중한 것처럼 살짝

상냥한 손으로 어루만져 주니까

언젠가 잠가두었던 녹슨 마음을

천천히, 지금 열어가

 

당신의 등도

숨결도, 말도

나를 나답게 해주는 마법

둘이서 손을 뻗는다면

달에도 닿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그렇게 믿고 싶어

 

다음 화
『월야의 음악회는 아름답지만
소통장애에게는 아직 이르다』

sub by 별명따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