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의 혼잣말
그림자 속에 살며시 숨어있든
봉오리 같은 꽃도 얼마든
비밀로 하고서 지키는 게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달콤씁쓸함에 빠지지 않는
그 판단이 부질없어
끙끙 앓으며
사랑에 익숙할 턱이 없는
아름답게 꾸민 꽃병도
그 모습이 아름다워
꽃이 되어서
그 표정이 짜릿짜릿해서
맛보아줘
감싸줄 테니까
제10화 벌꿀
익사한 여관, 자살이었대!
석류궁의 하녀였나 봐.
원유회에서
이수 님께 독을 탄 범인이래.
모시고 있던 아다비를
아다비라면 숙비인?
응,
네 부인에서 빼고,
젊은 비를 시집 들인다는
아다비는 천자보다 한 살 위로
나이 서른 다섯.
동궁 시절의 천자와의 사이에 생긴
하나 잃었다.
아이를 많이 낳기 위한
죽은 남아의 어머니라.
이화 님도 이대로 아이를 갖지 못하면
옥엽 님도 언제까지고 총애를
아름다운 꽃도 언젠가는 시들어.
후궁의 꽃은 열매를 맺지 못하면
슬슬 돌아가야지.
괜찮으면 이것도.
어제 다과회에서 남은 음식인데.
고마워!
남을 정도로 과자가 있다니,
다과회는 참 좋구나!
글쎄다...
다과회라는 것도
비의 엄연한 일이다.
묘묘도 준비하렴!
또인가.
오늘은 제법 기합이 들어가 있네요.
당연하지.
상급비, 덕비인 이수 님께서 오시니까!
그야말로 후궁의 축소도가
환영해요, 이수비.
감사합니다.
소위 말하는 속내 살피기.
동성이면
여자라는 생물인 것일까.
솔직히, 천자가 올 때보다 더
나긋나긋한 대화 속에서
온화한 듯 보이면서도
얻은 정보는
교역의 중계 지점인 모양이라
사람이나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는 게
원유회 때의 기미 역인가.
심한 벌은 받지 않은 모양이라
딱히 물어뜯을 것도 아닌데 말이지.
다른 시녀들은 명백하게
하지만 현재로선
고순 님에게 드린 보고가
단 것을 싫어하진 않나요?
단 것은 좋아합니다!
다행이에요.
추우니까 이런 건 어떨까 해서.
감귤 껍질을 벌꿀에 달인 거예요.
몸이 따뜻해질 거예요.
입맛에 맞으면 좋겠는데.
어라, 벌꿀도 안 맞는 건가?
또 편식?
대접받은 것도 못 먹다니.
쫑긋쫑긋.
옥엽 님.
어머머,
애람, 미안하구나.
조금 더 담궈두는 게 좋을 것 같아.
다른 걸 내어줄게요.
생강차는 마실 수 있나요?
네, 괜찮습니다.
유감이지만,
괴롭힘은 틀리지 않았나보군.
뒷정리는 맡겨놓고!
묘묘는 쉬고 있어.
정리 정도는 할 건데.
옥엽비와 이수비의 다과회는 어땠지?
상관없잖아
있잖아
좋지 않을까
화려하게 피어있어
고개를 숙이고 있진 말아줘
쓸데없이 꾸미지 않은
비료도 그 무엇도 필요 없는
어서 공허하게 냉소해줘
눈을 뗄 수가 없어
너의 독이 내겐 약이라고
웃어줘
제10화 벌꿀
생각해서 한 일일까?
소문이 있었고.
남아를
후궁이란 제도상 어쩔 수 없지만...
똑같이 되어버리시는 걸까.
받을 수 있을 거라곤 단언할 수 없어.
의미가 없어.
여기에 펼쳐져 있다.
경계 태세를 갖추게 돼버리는 게
신경을 쓰고 있다.
정보를 이끌어내는 옥엽 님은
역시 비는 비다.
본가에 보내고 있는 모양이다.
중요하겠지.
다행이군.
주인에게 시선을 안 두고 있네.
괴롭히고 있는 걸로 보이진 않는다.
착각이었다면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