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마법처럼
흔해빠진 그것은 분명 앞으로도
변함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흔들림없는 마음은 분명
그런 거창한 것도 아니고 말이야
얼어붙은 장소에서 춤춘다는 건
지금밖에 못하는 일이니까
녹기 시작하면
어때?
느릿하게 녹아내리는
씁쓸하고도 달달한 그 아이스처럼
불안정한 것일까
형태가 없는 것
찍어둔 적 없는 신호
운에 맡긴 이 다이스
더듬어 나아가서
놓쳤다가 다시 붙잡었어
휴일의 나쁜 악당 씨
나는...
인류를 섬멸하고,
이 지구를
나날이 싸움을 펼치고 있는
악의 조직의 간부이다.
하지만
오늘은 휴일.
슈퍼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공원에서 햇볕을 쬐며
판다 사진 정리를 하고 있다.
그러니까 견우와 직녀는
만날 수 있어!
견우, 직녀...
대체 뭐 하는 것들이지?
조금 전부터 어린 아이들의 대화가
못 만나.
그야 맨날 비 내리니까.
비가 내리면 못 만난다?
올해는 맑을지도 모르잖아!
일기예보로 7일은 비 내린다고 했어.
거기다 7일 한정.
견우와 직녀는
7일에 외출 예정이 있단 건가?
단, 매년 우천 중지.
날짜를 다시 골라야 할 것 같은데.
그 날밖에 예정을 못 잡는 건가?
애당초 두 사람이 일도 안 하고
놀기만 해서 그런 거잖아.
자업자득.
우리 엄마, 아빠 같아.
히비키 쨩...
그러고 보니 히비키 쨩,
이사 가버리는 거 7일이었나?
맞아, 할아버지네 집으로 갈 거야.
멀어?
멀어.
히비키 쨩의 엄마랑 아빠는?
안 가.
아야가 배웅하러 갈게!
안 와도 돼, 비 내리는데.
비 내려도 갈 거야!
다 젖을걸.
괜찮아!
아야는 직녀가 아니니까,
비 내려도 만나러 갈 수 있거든!
난 견우 포지션이야?
반대라도 괜찮은데?
아무래도 상관없어.
슬슬 집에 갈게.
혼날 테니까.
이거 고마워.
히비키 쨩이 가져도 돼.
아야는 오빠 거 빌릴 거니까 괜찮아.
안 돼!
아야한테 사주신 거잖아.
나도 사달라고 부탁해볼게.
히비키 쨩!
7일이야!
꼭 만나러 갈게!
바이바이!
결국,
견우와 직녀가
제대로 된 녀석들은 아니란 건 알았다.
칠석 축제
이걸 말하나?
직녀 - 견우
총각,
괜찮으면 하나 쓰고 가지 그래?
자.
이건 뭘 쓰는 거지?
어머, 혹시 탄자쿠 써본 적 없니?
소원을 써서 조릿대에 건단다.
잔뜩 여행을 할 수 있기를!
세계 평화라든가,
세계 평화라든가,
바랐던 일이 이뤄진다 해도
다시 여기서 헤엄치자
나의 모성의 것으로 삼기 위해
올해도 어차피 못 만나.
신경 쓰여서 견딜 수가 없다.
뭐 하는 것들인진 알 수 없었다만,
콘서트, 추첨회, 불꽃놀이 대회
잔뜩 여행을 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