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제목 with Caption Creator 4

마치 마법처럼
바랐던 일이 이뤄진다 해도

흔해빠진 그것은 분명 앞으로도

변함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흔들림없는 마음은 분명

그런 거창한 것도 아니고 말이야

얼어붙은 장소에서 춤춘다는 건

지금밖에 못하는 일이니까

녹기 시작하면
다시 여기서 헤엄치자

어때?

 

느릿하게 녹아내리는

씁쓸하고도 달달한 그 아이스처럼

불안정한 것일까

형태가 없는 것

찍어둔 적 없는 신호

운에 맡긴 이 다이스

더듬어 나아가서

놓쳤다가 다시 붙잡었어

 

휴일의 나쁜 악당 씨

 

나는...

인류를 섬멸하고,

이 지구를
나의 모성의 것으로 삼기 위해

나날이 싸움을 펼치고 있는

악의 조직의 간부이다.

 

하지만

오늘은 휴일.

슈퍼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공원에서 햇볕을 쬐며

판다 사진 정리를 하고 있다.

 

그러니까 견우와 직녀는
올해도 어차피 못 만나.

 

만날 수 있어!

 

견우, 직녀...

대체 뭐 하는 것들이지?

 

조금 전부터 어린 아이들의 대화가
신경 쓰여서 견딜 수가 없다.

못 만나.

그야 맨날 비 내리니까.

 

비가 내리면 못 만난다?

올해는 맑을지도 모르잖아!

일기예보로 7일은 비 내린다고 했어.

 

거기다 7일 한정.

견우와 직녀는

7일에 외출 예정이 있단 건가?

단, 매년 우천 중지.

날짜를 다시 골라야 할 것 같은데.

그 날밖에 예정을 못 잡는 건가?

애당초 두 사람이 일도 안 하고

놀기만 해서 그런 거잖아.

자업자득.

 

우리 엄마, 아빠 같아.

 

히비키 쨩...

 

그러고 보니 히비키 쨩,

이사 가버리는 거 7일이었나?

맞아, 할아버지네 집으로 갈 거야.

멀어?

멀어.

 

히비키 쨩의 엄마랑 아빠는?

안 가.

아야가 배웅하러 갈게!

안 와도 돼, 비 내리는데.

 

비 내려도 갈 거야!

다 젖을걸.

 

괜찮아!

 

아야는 직녀가 아니니까,

비 내려도 만나러 갈 수 있거든!

 

난 견우 포지션이야?

반대라도 괜찮은데?

 

아무래도 상관없어.

 

슬슬 집에 갈게.

혼날 테니까.

 

이거 고마워.

 

히비키 쨩이 가져도 돼.

아야는 오빠 거 빌릴 거니까 괜찮아.

안 돼!

아야한테 사주신 거잖아.

 

나도 사달라고 부탁해볼게.

 

히비키 쨩!

7일이야!

꼭 만나러 갈게!

 

바이바이!

 

결국,

견우와 직녀가
뭐 하는 것들인진 알 수 없었다만,

제대로 된 녀석들은 아니란 건 알았다.

 

칠석 축제
콘서트, 추첨회, 불꽃놀이 대회

이걸 말하나?

 

직녀 - 견우

 

총각,

괜찮으면 하나 쓰고 가지 그래?

 

자.

 

이건 뭘 쓰는 거지?

어머, 혹시 탄자쿠 써본 적 없니?

 

소원을 써서 조릿대에 건단다.

 

잔뜩 여행을 할 수 있기를!

세계 평화라든가,
잔뜩 여행을 할 수 있기를!

세계 평화라든가,
우리 개가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가내 안전이라든가
훌륭한 어른이 될 수 있기를

가내 안전이라든가
세계 평화

뭐든 상관없어.
세계 평화

뭐든 상관없어.
좋은 사우나를 만나게 되기를

 

소원.

 

인류멸망.

 

자, 총각, 고로케 서비스!

갓 튀긴 거야.

 

고로케 갓 튀긴 거야!

 

와, 만세!

 

고마워요!

소원이 이뤄지면 좋겠네.

 

맛있군.

 

고로케 두 개 주세요.

 

어머, 고마워.

또 사러 오렴.

 

세계 평화

수험 합격!

고급 야니니쿠를 먹을 수 있게 되기를

 

두 사람이 만날 수 있기를

 

좋았어.

 

레드.

 

그걸로 12장째.

혼자서 얼마나 탄자쿠를 쓰려고요?

 

나도 모르게.

당신이 바라는 것이래봐야

하나밖에 없지 않나요?

-방향치가 고쳐지기를.
-방향치가 고쳐지기를.

 

항상 미안.

아뇨.

이미 포기했어.

나도 처음엔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블루가 써놨어,
레드의 방향치가 낫기를 -블루

산더미처럼.
레드가 미아가 되지 않기를 -블루

레드가 너무 미아가 되서 위가 아파 -블루

 

그래서, 다른 걸 쓸까 하고.

 

학업 성취 -핑크

맛있는 아이스를 먹고 싶어요. -무기

맛있는 크레이프를 먹고 싶어요. -소라

내 위통의 5%가 핑크에게 가기를 -블루

블루의 위장약이
엄청나게 쓴 맛이 나기를 -핑크

 

모두가 행복하기를.

 

세상에서 분쟁이 사라지기를.

 

병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구원받기를.

 

두 사람이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그럼 우리는

블루의 위통이 낫기를, 이라고 쓸게.

그래야겠네요.

정말 미안.

 

또 만들자!

 

그래야겠군.

 

다음엔 더 잘 만들 수 있겠지.

 

난 악의 조직의 간부,

트리거!

 

나의 모성을 위해

이 지구에서 나날이 싸워나가고 있다.

 

그런데,

왜 이 녀석과 임무인 거야!

 

장군이라 불리는 이 남자가,

 

난 진짜 싫어!

 

장군은 무슨.

 

내가 더 격이 위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마!

 

왜 지구인들 틈새에 껴서

도보로 귀환이냐!

외근지에서 바로 퇴근하긴
너무 이르고,

아직 해도 중천이다.

빌딩 사이를 날기엔 눈에 띄어.

워프 게이트가 있잖아!

그건 정비 중이다.

 

너와 사이좋게
사복 입고 산책이라니, 운도 없지!

 

그렇군.

 

그보다 뭐냐,
이 녀석의 터벅 덥수룩한 머리는?

장군은 어디 간 거야?

 

뭔가 살짝 마스코트 캐릭터스럽잖아.

 

어이, 봐라!

 

무슨 일...!

판다 크레이프다.

 

저걸 봐라, 판다 크레이프.

 

그게 뭐 어쨌다고?

 

너는 저 귀여움을 못 알아보는 건가.

잘은 모르겠지만,

불쌍하다는 듯한 분위기 그만둬!

 

야!

 

판다 크레이프 하나 주세요.

 

장군이 크레이프라고?

실은 단 걸 좋아한다든가?

참 긔엽네염!

부하들에게 알려졌다간

장군님의 이미지가 무너져버릴걸?

 

트리거.

 

잘 안 찍히는군.

들어줘.

 

멋대로 찍지 마!

각도라든가 앞머리 상태라든가,

여러 가지로 있단 말이야!

 

안심해라.

크레이프밖에 안 찍었다.

시끄러!

얼른 먹어!

 

크레이프에 묘하게 잘 어울리는 건,
뭐지 대체 이 녀석?

 

뭐 하는 거야?

 

먹고 싶지만, 불쌍하잖나.

 

어디서부터 먹어야 할지
항상 망설이게 되는군.

 

아까부터 갭 모에라도
노리고 있는 거냐!

왜 그러지?

크레이프 먹고 싶나?

안 먹고 싶어!

사령부에 돌아갈 거면
얼른 당장 처먹기나 해!

그래야겠군.

 

진짜 싫어하는 동료의
의외의 일면 같은 건

알고 싶지도 않았어!

 

난 휴일은 이 모습으로 보내고 있다만,

혹시 보더라도 말 걸지 말아주도록.

뭐?

휴일은 혼자서 즐겁게 보내고 싶으니.

 

누가 말 걸 것 같냐!

우쭐대지 마!

그런가.

 

저기, 저기, 장군.

네가 좋아하는 지구 생물 말인데.

 

판다 말이냐?

그거, 그거.

눈이 어딨는지 모르잖아?

뭐라고?

 

쉬는 날의 너도 말이야,

눈이 어딨는지 알기 어려우니,

 

뭔가 잘 어울리는구나.

 

그닥 싫지도 않음.

 

반드시 정시 퇴근 한다.

편의점에서 아이스를 사서
저녁밥 준비를 갖추고 나서,

오늘밤은 판다 다큐멘터리
특별 방송이 있다!

반드시 리얼 타임으로 볼 것이다!

물론 예약 녹화도 해놨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다.

 

정시, 정시, 정시.

판다 특방, 판다 특방,

정시, 정시, 정시.

판다 특방, 판다 특방,

정시, 정시, 정시.

판다 특방, 판다 특방,

정시, 정시, 정시

판다 특방...

 

그거 응원하고 있는 거냐?

 

고맙다.

 

결국 오늘은

정시 직전에 예측못한 사태가 발생하여,

끔찍하게도 귀가 시간이
큰 폭으로 늦춰져 버렸다.

 

운 나쁘게도 내일은 휴일이 아니다.

한시라도 빨리 잠들어야 해.

 

하지만...

 

전혀 잠이 안 와!

 

몸은 명백하게
휴식을 필요로 하고 있어.

 

그런데도 오히려 눈이 또렷해진다.

 

자야만 해.

 

자야만 해.

 

자야만 해.

 

무리다!

어째서지?

 

너무 피곤한 건가?

이대로 계속 잠들지 못하면
아침이 와버린다.

한숨도 못 자고
일 따윌 할 수 있겠나!

무슨 그런 무시무시한 소릴.

 

밤이란 참 조용한 법이다.

우주에 혼자 남겨진 듯하다.

 

모성에 남겨두고 온 자들은
잘 지내고 있을지.

 

동포들에게 이러한 고독을
맛보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러고 보니

지구인들은 잠이 안 올 때
양을 센다고 하지.

 

그렇다면 나는 판다를 세겠다!

피로로 사고력이 저하되었음

판다가 한 마리,
피로로 사고력이 저하되었음

판다가 두 마리,
피로로 사고력이 저하되었음

판다가 세 마리,

판다가 네 마리,

판다가 다섯 마리,

판다가 여섯 마리,

판다가 일곱 마리...

 

판다가 여덟 마리,

판다가 아홉 마리,

판다가 열 마리,

판다가 열 하나,

판다가 열 둘,

판다가 열 셋...

 

장군, 무슨 일이야?

평소 이상으로
험악한 얼굴을 하고 있는데?

 

지구상에 확인되어 있는
판다의 숫자를 넘겨버렸다.

무슨 얘기야?

 

지구인들은 잠이 안 올 때에
양을 센다.

아, 그건 말이지.

Sheep이랑 Sleep이 비슷해서라나 봐.

여러 설이 있습니다
Sheep이랑 Sleep이 비슷해서라나 봐.

 

판다로는 안 됐던 건가.

 

눈 좀 붙여.

내 코타츠 몬스터 빌려줄게.

 

아직도 꺼내둔 채였나.

겨울 물건은 정리해둬라.

 

그렇긴 한데,

들어가 있으면 참 편안하단 말이지.

 

장군?

 

어라?

선 채로 잠들었어?

 

꿈속에서

백 마리 판다들과 밤하늘을 바라봤다.

 

저 빛나는 별은
나의 모성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랬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외쳤어

한계는 완전 개방은 아직

아아, 고작 이 정도가 아니야

 

정신 차려보면 언제나 캘린더는

예정으로 빽빽히 칠해져 있었어

 

온과 오프의 경계가
애매해져 가고 있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게 되기 전에

 

아아, 아무것도 안 한다를 하자

마음이 풀로 돌아올 때까지

 

이리든 저리든 보내서

싸우는 것은 나아가는 것은

뭐, 역시나 지치긴 하지만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외쳤어

한계는 완전 개방은 아직

아아, 고작 이 정도가 아니야

 

휴일의 나쁜 악당 씨

 

영원한 선잠은 한순간의 환영.

 

플로럴 가든으로부터의 초대장.

 

회전목마 너머에 출구 없는 미로.

 

시끌벅적한 서커스.

 

마법 같은 신비한 여행.

 

판다풀한 주말.

판다풀한 주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