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an.2022

감사합니다

 

어서 오세요

 

한 남자

 

세이분도 문구점

 

어서 오세요

 

감사합니다

 

2,030엔입니다

 

2,030엔 받았습니다

 

차단기는 어디 있죠?

 

여기만 나갔잖아요

 

죄송해요

 

거기, 네 그거예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 엄마, 안녕
- 잘 잤니?

 

유토, 연근 담은 그릇
상에 갖다 놔줄래?

 

오케이

 

엄마, 밥 먹어요

 

우리 먼저 먹어요

 

연근이 맛있네

 

채소 절임 줄까?

 

같이 가!

 

빨리 와, 유토

 

- 유토
- 빨리 와

 

 

요즘 드는 생각인데

 

애들 할아버지가 먼저
천국에 가준 것 같아

 

료가 천국에서
외롭지 않도록

 

자기 일은 제쳐놓고

 

손주 일만 생각할
양반이었긴 하지

 

다녀왔습니다

 

왔니, 유토

 

유토 왔구나

 

오쿠무라 아주머니가
케이크 사 오셨어

 

딸기랑 몽블랑이야

 

신난다!

 

냉장고에 있어

 

엄마

 

유토를 생각해서라도
마음 단단히 먹어야지

 

제일 힘든 건
리에 아니겠어?

 

요코하마에서
홀몸으로 돌아왔잖아

 

감사합니다

 

1,785엔하고...

 

총각, 그림이 취미예요?

 

총각이 그림 그리는 걸
우리 손님이 봤다데요

 

키요세 강변 풀밭에서

 

언제 한번 보여줘요

 

변변찮은 솜씨라...

 

리에도 보고 싶지?

 

아주머니
곤란해하시잖아요

 

하츠에 씨
요전에 말이지

 

다이스케

 

무게 중심을 보고
벨 방향을 결정해

 

이 나무라면 저쪽이
쓰러뜨리기 쉽겠네

 

알겠어?

 

무게 중심이 있지?

 

이렇게 치우쳐 있잖아

 

그럼 쓰러뜨릴 방향으로
홈을 파줘

 

쿠로키, 뭔 설명이
그렇게 장황해?

 

시끄러워

 

말로 백날 해봤자
소용없어

 

자, 봐

 

다이스케

 

해봐

 

타니구치 다이스케란
사람은 어디서 왔대요?

 

이카호 온천이라고
군마에 있지?

 

거기 료칸의
둘째 아들이라는군

 

꽤 전통 있는 곳이래

 

그런 사람이 여기 와서
벌목 같은 걸 하다니

 

왠지 수상쩍지 않아요?

 

확실히 평범하진 않지만

 

사람이 살다 보면

 

흉터 한두 개쯤은
다들 생기지 않나

 

혹시 전과자인가?

 

문제라도
일으키는 거 아니에요?

 

사람이 좀 어둡던데

 

어두운 게 아니라
점잖은 거야

 

일도 빨리 배우고

 

자네 동생보다
훨씬 쓸만해

 

타케시 얘기가 왜 나와요

 

하여간
괜찮은 녀석이야

 

나는 다이스케가
마음에 들어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200엔입니다

 

- 봉투 필요하세요?
- 괜찮습니다

 

1,000엔 받았습니다

 

- 영수증은요?
- 필요 없어요

 

거스름돈 800엔요

 

저기...

 

이거...
제 그림요

 

정말 가져오신 거예요?

 

부끄럽지만요

 

봐도 되나요?

 

그림을 좋아하시는군요

 

좋네요

 

이 애는 꼭 유토 같네

 

저희 애가 여기서
잘 놀거든요

 

여기에서 봤던
남자애였던가

 

아마 그 애가
맞을 것 같습니다

 

어머, 그래요?

 

역시 그렇구나

 

왠지 기쁘네요

 

좋네요

 

혹시 괜찮다면
친구가 돼주시겠어요?

 

실례겠죠
가정도 있으신데

 

죄송합니다

 

아뇨, 가정은 없어요

 

아이는 있지만요
이혼했거든요

 

아, 그러시군요

 

죄송합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알았으면
그게 더 무섭죠

 

아, 그러게요
그렇게 되겠네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름이?

 

타니구치예요

 

구겨진 거지만...

 

- 타니구치 다이스케입니다
- 타니구치 다이스케 씨...

 

죄송해요
명함이 없어서요

 

타케모토 리에예요

 

리에 씨

 

아무 때나 와서
또 그림 보여주세요

 

 

아무것도
안 사셔도 되고요

 

요령을 알겠니?

 

유토에게도
동생이 있었어요

 

하지만 두 살 때
죽고 말았죠

 

이런 얘기 괜찮아요?

 

뇌종양이었어요

 

나을 거라 생각했지만

 

결국 악성으로
판명이 나서...

 

그게 원인이었나요?

 

남편분과 헤어진...

 

치료 방법 때문에
다퉜는데

 

그 이후로 모든 게
어긋나더라고요

 

나을 수 없다는 걸
알았다면

 

맛있는 걸
실컷 먹게 해주고

 

애가 좋아하던 동물원도
많이 데려가고

 

조금이라도

 

조금이라도

 

살아 있는 기쁨을
느끼게 해줬을 텐데

 

그 힘든 방사선 치료를
받게 해서

 

그렇게 괴로움을
겪게 했는데

 

그랬는데

 

전부 무의미했다는 걸
알았을 때

 

그때는 정말...

 

그 아이 이름은요?

 

 

 

료 군

 

료 군

 

간다

 

잘하네

 

이쪽이야

 

엄마한테 패스

 

내 차례?

 

도망가자, 도망가자

 

빨리 빨리!

 

괜찮아요, 괜찮아요
괜찮아요, 괜찮아요

 

자, 자

 

괜찮아요, 괜찮아요
괜찮아요, 괜찮아요

 

다 했어?

 

아이, 귀여워라

 

뭐 잊어버린 거 없어?
괜찮겠어?

 

할 수 있어?

 

거기 뭐 묻었다
거기

 

 

싸우지 말고

 

먹을 거 가지고
장난치지 마

 

유토, 학교 늦겠다

 

어, 그러네
얼른 일어나

 

이거 안 먹었어?
더 먹을래?

 

아빠

 

산에 가면 안 돼?

 

응? 뭐라고?

 

뭐? 한 번 더 말해 봐

 

산에 가면 안 돼?

 

뭐라고 한 거야?

 

산에...

 

당연히 안 되지

 

체육대회 연습이야

 

그래서?

 

좀 빠지면 어때서

 

하나, 오빠한테
안 된다고 해

 

안 돼

 

하나가 안 된단다

 

하나, 한 번 더 말해 줘

 

방금 뭐랬지?
'안 돼' 했지?

 

안 돼

 

완전히 지각이다

 

자, 어서 일어나

 

다녀와라

 

다이스케

 

아, 미안 미안

 

고마워

 

고마워

 

가봐

 

- 다녀올게
- 잘 다녀와

 

 

학교는?

 

어서

 

오늘은 일이 많아
분발하자고

 

아빠, 아빠
어느 걸로 할까?

 

- 다이스케
- 이런

 

우리는
안쪽을 맡을 테니까

 

- 자넨 이쪽을 마무리해
- 네

 

잘해 봐

 

유토, 오늘은
뭘 하고 놀까?

 

파친코 만들래요

 

또 파친코냐

 

다이스케

 

무슨 일이야?

 

다이스케!

 

어이... 어이!
다이스케

 

다이스케!

 

빨리 누가
사무소에 전화해!

 

이봐, 다이스케!
다이스케, 이봐!

 

구급차 불러

 

구급차 불러!
빨리!

 

어이, 다이스케!

 

1년 후

 

1주기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타니구치인데요

 

타니구치 쿄이치라고
합니다

 

먼 길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동생이 정말
큰 폐를 끼쳤습니다

 

아뇨, 장례식 때 연락도
못 드려 죄송합니다

 

동생이 말하지 말라고 했죠?
이해합니다

 

저기, 하지만...

 

묫자리 같은 건 역시

 

의논드리지 않을 수가
없어서요, 그래서...

 

다이스케가 제 얘기도
나쁘게 했겠죠?

 

옛날 일은 거의
얘기하지 않았어요

 

다만, 가족과는...

 

아뇨, 됐습니다
알고 있으니까

 

정말 끝까지 사방에
폐를 끼치고 가는군요

 

왜 그 모양으로밖에
못 살았던 건지

 

이런 데 와서
나무에 깔려 죽다니

 

끝까지 불효막심한
놈입니다

 

아, 향을 올려도
되겠습니까

 

네, 그럼요

 

장례식과 매장 비용은
필요한 만큼 청구하세요

 

아뇨, 괜찮습니다

 

확실히 지불하겠습니다

 

사진을
놓아두지 않으셨네요

 

고인의 영정요

 

네?

 

거기 있는데요

 

어디예요?

 

저 위에요

 

어느 거요?

 

실례해요

 

아닌데요

 

이건 다이스케가
아닌데요

 

다이스케 씨예요

 

다이스케가 아닙니다

 

- 다이스케 씨예요
- 다이스케가 아닙니다

 

다이스케가
아니잖아요

 

그렇게 많이 변했나요?

 

아니, 변한 게 아니라
완전히 달라요

 

- 그렇군요
- 다른 사람이에요

 

다이스케 씨인데요

 

다이스케가 아닙니다

 

분명 이카호 온천의...

 

타마키에 있는 료칸의...

 

다이스케가 아닙니다

 

그럼 이 사람은...

 

- 대체 누구죠?
- 대체 누구죠?

 

승객 여러분께
안내 말씀드리겠습니다

 

목적지인 미야자키 공항에
35분 후 도착합니다

 

방금 기장님께서
안내드렸다시피

 

15분 정도 지나면...

 

7년 만에 뵙는 건가요

 

그쯤 되겠네요
이혼 조정 때 봤으니까

 

그때는 정말
신세 많이 졌습니다

 

자제분도
많이 컸겠네요

 

큰애가 중학생이 됐어요

 

큰애요?

 

재혼해서 밑으로
딸이 하나 있거든요

 

그러셨군요

 

- 몇 살인가요?
- 네 살요

 

저희 애랑
동갑이네요

 

네? 아, 키도 씨도?

 

네, 그 후에
결혼했습니다

 

그러셨군요

 

- 여자애예요?
- 남자애요

 

그러셨구나

 

생명보험 말인데요

 

그건 반환하실 필요
없습니다

 

타니구치란 이름으로
서류를 썼지만

 

계약 주체는 어디까지나
X 씨입니다

 

X 씨가 보험료를
납부했던 거니까

 

그 돈은
받아두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아뇨, 이건
당연한 권리입니다

 

그보다 먼저

 

호적상의 사망 신고부터
취소해야죠

 

사망한 건 X 씨고

 

타니구치 씨가 아니니까요

 

그럼, 진짜 타니구치
다이스케 씨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호적상으로는
살아 있는 게 되겠지만

 

실제 어떤지는
조사해 봐야겠죠

 

주문하신 요리 나왔습니다

 

장어 찬합 둘입니다

 

유토 군?

 

전기 면도기의
수염은 어떨까요?

 

괜찮을 겁니다

 

왔니

 

요코하마 때 도와주셨던
키도 씨 기억나?

 

정말 많이 컸네요

 

그리고 또, 옷에
머리카락이 붙어 있었어요

 

그리고 그 사람이
쓰던 칫솔이랑

 

손톱깎이 안에
손톱이 들어 있을 텐데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얼마나 들까요?

 

돈은 일단
경비로 처리하겠습니다

 

아뇨, 시간요

 

아, 시간요, 한 달 정도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한 달요

 

그림들이 뭔가
단서가 되어 줄까요?

 

음, 글쎄요

 

하지만
좋은 그림입니다

 

소년이 그대로
어른이 된 것 같은

 

정말로 그 그림 그대로인
사람이었어요

 

남편은 범죄와
연관된 걸까요?

 

사카자키 씨는
2002년 3월 31일부터

 

실종 전날인
5월 1일까지

 

30일간 시간 외 노동은
190시간 18분

 

과로사 기준 80시간을
두 배나 넘겼고

 

5월 2일 아침
결근을 통지 후

 

연락이 끊겼다가

 

3일 아침 도치기현
다카네자와에서

 

자살했습니다

 

'갑자기 이런 결단을 내려
정말로 죄송합니다'

 

'몸도 마음도
한계인 저로서는'

 

'이런 결과밖에
떠올릴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
늘 속만 썩였는데'

 

'이런 아픔까지 겪게 하는
것을 부디 용서하세요'

 

'하지만...'

 

선생님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마사루도 이제
편히 눈감을 겁니다

 

선생님 같은
인권 변호사가 맡아주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전 제 일을 했을
따름입니다

 

이건 변변찮지만...

 

아이고, 감사합니다
사양 않고 받겠습니다

 

뭐라고 감사 말씀을
드려야 할지

 

아닙니다, 어머님
그만 고개 드세요

 

그냥 솔직하게
기뻐하라고

 

네, 정말이지...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카오리, 맛있었다

 

파에야는
네 엄마보다 나은 걸?

 

미안하게 됐네

 

소타, 밥 더 안 먹니?

 

너무 많이 주면 안 된다

 

근데 그 과로사 건은
자살이지?

 

자살도
보상금이 나오나?

 

그렇게 일이 힘들면
도망가면 될 것을

 

그런 정상적 판단이
되지 않을 정도로

 

몰려 있었던 거겠죠

 

이 나라는
돈 쓰는 방법이 잘못됐어

 

생활 보장 제도도 그래

 

세금으로
먹여 살려 놨더니

 

기껏 가서 한다는 게
파친코잖아

 

제도가 모순된 거야

 

일본인들은 그런 데
의지해서 살지 않아

 

재일 같은 놈들
돌봐줄 여유가

 

지금의 일본엔 없다고

 

물론 아키라 군은
전혀 다르지

 

아키라 군은 3세잖아

 

3대나 지났으면
일본인이야

 

나도 한류 드라마만
보고 있다니까

 

아직도 봐요, 엄마?

 

- 여보, 나 줘요
- 더 마시게?

 

이거, 아버지 연줄로
우대받을 수 있대

 

계약금도
도와주실 것 같아

 

지금 집으로
충분하지 않아?

 

나는 둘째를 갖고 싶은걸

 

여긴 어떻게 하게?

 

세를 주면 되잖아

 

자산에도 변동 없고

 

요전에 미야자키 갔던 거
정말 출장이었어?

 

응, 그건 왜?

 

바보같이...
티켓 보여줘?

 

됐어

 

그럼 나 먼저 잘게
잘 자

 

잘 자

 

아, 오셨군요
다이스케 일이죠?

 

온천 료칸의 얼굴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온천물?

 

그렇지요

 

얼굴만은 절대로
바꿔선 안 됩니다

 

물이 엄청 좋은 건
틀림없으니까

 

괜히 들쑤시면 안 되죠

 

제가 물려받으면서
예약이 확 늘었습니다

 

동생한테는
절대 무리죠

 

료칸을 잇는 문제로
다툼이 있었다고

 

리에 씨에게 들었는데요

 

아뇨, 다투긴요

 

동생 혼자 그렇게
생각할 뿐이죠

 

이게 진짜 타니구치
다이스케 씨군요

 

미야자키에 가기 전에는
오사카에 있었답니다

 

그렇군요
바로 가보겠습니다

 

벌써 다녀왔어요

 

저희 집 명물 요리인데
드셔보세요

 

살고 있던 집
집주인에게

 

그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그랬더니
맞다고 하더군요

 

진짜 다이스케 씨였다고요

 

가짜 사진도 보여줬는데
본 적 없는 사람이랍니다

 

다시 말해
오사카에서는

 

두 사람이 아직
바뀌지 않았다는 얘기네요

 

어떻습니까

 

아직은 아무것도...

 

- 맛있죠?
- 네?

 

아... 네

 

그나저나 다이스케
살아는 있을까요?

 

그 가짜 다이스케한테
살해당한 거 아닐까요

 

얘기 들어보면 그 부인도
피해자입니다만

 

그래도 보험금도 받았고

 

제 생각엔 조사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큐짱, 안녕

 

어머, 화났네
도무지 따르질 않네요

 

미안해요

 

또 보자, 큐짱

 

나 왔어요

 

어, 미스즈

 

이 사람이 다이스케
행세를 했단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이름을 모르니 일단
X 씨라고 부르고 있죠

 

씨도 붙여서요?

 

얼굴도 그렇지만 아마
키도 전혀 다를 거예요

 

- 본 적 없는 사람인가요?
- 네

 

다이스케 씨와 사귄 건
언제부터?

 

제가 고등학생 때부터요

 

사귀었다 헤어졌다 하며
계속 이어졌어요

 

마지막으로 본 건
언제죠?

 

언제였더라

 

다이스케 아버님의
장례식에 갔던 무렵인데...

 

이게 다이스케예요

 

꽤 오래된 사진이지만요

 

이때에는, 그...

 

사귈 때예요

 

하지만 그 즈음에

 

마지막에는 헤어지자는
얘기도 없이

 

갑자기 사라졌어요

 

전화나 문자는요?

 

전혀요
받지도 않고요

 

하지만 왜 다이스케의
과거를 원했던 걸까요?

 

다이스케는 경력도
별것 없는데

 

유산을 노렸을까요?

 

알 수 없죠

 

혹시 북한에
납치된 거 아닐까요?

 

그런 얘기
들은 적 있어요

 

납치한 사람 호적을 훔쳐
그 사람 행세를 한다고

 

X 씨는 미야자키의 작은
마을에서 임업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거기에는
공작원이 우글우글할걸요

 

또 음모론 시작이네

 

3.11도 인공 지진이라고
믿는 사람이에요

 

아니, 아니
그래도

 

이쪽은 진지하게
찾고 있다고요

 

오늘은 갑자기
실례했습니다

 

혹시 뭔가 있으면
부디 연락을...

 

죄송해요

 

다이스케는

 

바보예요

 

정말 바보야

 

겨우 닿은 소식이
이런 거라니까요

 

죄송해요, 갑자기

 

그럼...

 

DNA 감정 결과

 

타니구치 다이스케가
아님이 확정됐습니다

 

그렇군요

 

이것으로 사실상의
혼인 관계는 말소됐고

 

리에 씨는 더 이상
유족이 아닙니다

 

리에 씨?

 

 

괜찮으세요?

 

전 도대체 누구의 인생과
함께 살았던 걸까요

 

나는 누구의 인생과
함께 살아 왔는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알 수가 없더라고

 

X 녀석, 역시 범죄를
숨기고 있던 것 아닐까?

 

그것도 상당히
심각한 범죄를

 

이 만쥬 맛있네

 

그렇지?

 

보안상
국가의 이목을 끄는 게

 

제일 곤란하잖아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그렇게 되겠지만

 

그건 뭐야?

 

상표 사기

 

편의점에서 파는
저렴한 와인에

 

빈티지 라벨을 붙여
판 녀석이 있어

 

맛도 모르는 인간
취급받기 싫어서

 

속아도 거의 입을 다물지

 

머리 좀 썼네

 

그렇지

 

상표 사기를 보니
생각났는데

 

전에 담당한 사건 중
사칭 사건이 있었어

 

사칭 사건?

 

55세 남성이 67세인
다른 남자 행세를 하며

 

연금을 받았지

 

이미 유죄가 확정돼서
민사로 넘어갔는데

 

그 호적 교환
브로커가 있었어

 

그거 언제 사건이야?

 

이천... 몇 년이더라

 

오사카 연금 부정수급 사건

 

이거다, 2013년이었어

 

호적 교환 브로커

 

X가 미야자키에 나타난
것과 같은 시기야

 

이 브로커, 이거 말고도
수두룩이 중개하고

 

수수료를 챙겼대

 

오미우라 노리오

 

지금은 오사카 교도소에
들어가 있군

 

진짜 타니구치 다이스케가

 

오사카에 있던 시기와 겹쳐

 

이런 미남 변호사 선생께서
만나러 와주다니

 

내가 못생겼잖소

 

이렇다 보니 성격도
비뚤어졌지요

 

오늘 이렇게
만나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소개를 드리자면
변호사 키도라고...

 

선생, 재일이지요?

 

그렇지요?

 

대답해야 하나요?

 

얼굴 보면
단박에 알지요

 

이미 귀화해서
일본 국적입니다

 

오늘 온 건 편지에도
적었듯이 5년 전의...

 

선생

 

세상에는 3백 살까지
사는 사람이

 

정말로 있지 않습니까?

 

많이들 얘기하잖소
3백 살 먹은 인간이 있다고

 

처음 듣는데요

 

선생 같은 사람이 사는
세상엔 없으려나?

 

실은 이 교도소에도
있었다오

 

이미 출소했지만

 

무척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만

 

오늘은 5년 전의 사건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타니구치 다이스케 씨를
아십니까?

 

그의 이름을 쓰던 남자가
사망했는데

 

그는 진짜 타니구치
다이스케가 아니었죠

 

오미우라 씨

 

호적 교환 중개를
하셨다죠?

 

이 사람에 관해
뭔가 알고 계십니까?

 

이카호 온천의
둘째 아들요?

 

네, 맞습니다
알고 계십니까?

 

오늘은 이쯤 합시다

 

누구와 호적을 교환한 건지
알고 싶습니다

 

교환이 아니라
신분 세탁이에요

 

더러운 돈과 똑같아서

 

과거를 씻어내고 싶은
사람이 허다하지요

 

선생도
재일이라는 게 싫어서

 

바꾸고 싶었던 적
있을 거잖소

 

선생은 재일답지 않은
재일이시구려

 

그것은 다시 말해
재일답다는 얘기라오

 

우리 사기꾼과
마찬가지로

 

발신인
오미우라 노리오

 

'미남 변호사 선생의 눈은
장식이신가?'

 

'멍청이'

 

미남 소리 들었으니
됐잖아

 

그거 말고 가슴
가슴 부분을 봐

 

그래
뭔가 쓰여 있네

 

'타니구치'
'소네자키'

 

이 소네자키 요시히코가
X라고 하고 싶은 건가?

 

냉장고에 넣어놨어도
맛있군

 

몰랐네

 

X 소네자키? 타니구치 다이스케

 

유토

 

왜 그러니?

 

왜?

 

아빠 나무 기억해?

 

그럼, 저거잖아

 

여기서 세 번째 나무
가지가 이렇게 된 거

 

그리고 엄마 나무가
이거, 그리고

 

하나 나무가 저거고

 

유토 거는 저기

 

저 나무가 좋다고
골랐잖아?

 

올해 기일에도
아빠 무덤 못 만들었네

 

나 또 성이 바뀌는 거야?

 

태어났을 때는 요네다
이혼했을 때는 타케모토

 

그리고 아빠 성 따라
타니구치

 

나, 다음에는
누가 되어야 해?

 

유토

 

엄마가 유토한테 계속
비밀로 했던 게 있는데

 

아빠 말이야

 

타니구치 다이스케는
아빠 이름이 아니었어

 

엄마도 몰랐는데

 

아빠가 죽은 후에

 

진짜 이름이
아니었다는 걸 알았어

 

그럼 누구였어?

 

그걸 지금
알아보고 있는 중이야

 

다른 사람 이름을
써 왔으니까

 

변호사분하고
의논해 가면서

 

자세한 사정을
지금 알아보고 있어

 

그래서?
그래서 누구였어?

 

아직 몰라

 

아직 모르니까
무덤도 만들 수 없어

 

비석에 타니구치라고
쓸 순 없잖아

 

그럼

 

내 타니구치 유토란
이름은 대체 뭐야?

 

그... 타니구치라는 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람의 이름이야

 

엄마!

 

왜?

 

아빠 나무!

 

사진 찍어줘

 

사진? 그래

 

내가 찍어줄게

 

그럴래요?
찍는 법 알아요?

 

아, 이거

 

이거예요
동그라미 부분

 

유토

 

됐어요, 엄마
그냥 내버려 둬요

 

자, 찍는다
치즈

 

극한의 예술
사형수가 그리다

 

괜찮으세요?

 

굉장하네요

 

말이 안 나와요

 

키도 씨 페이스북에서
공지를 볼 때까지

 

사형수가 그림 그리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거든요

 

범죄자가 그리는 그림은
뭐랄까

 

변명 같은 느낌일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전혀 다르네요

 

자기는 무죄라고
얘기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런 인간이 아니라고
외치는 느낌이에요

 

키도 씨, 봐주셨으면
하는 게 있어요

 

이건...

 

제가 만들었어요

 

타니구치 다이스케

 

다이스케 행세를 하며
가끔씩 글을 올려요

 

취미나 어떤 말을 할 것
같은지 알고 있으니까

 

거기 맞춰 쓰죠

 

본인이 본다면 분명
연락해올 테니까요

 

- 유인하자는 말인가요?
- 네

 

바보 같은 짓이라고
저도 생각은 하지만

 

뭐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요

 

곧 토크 이벤트가
시작되오니

 

관람객 여러분
자리에 앉아주세요

 

시작하나 봅니다

 

미인이군

 

그런데 데이트로 사형수
그림을 보러 오면 쓰나

 

저쪽에서 보고 싶다고
연락해온 거야

 

게다가
데이트도 아니고

 

뭐야

 

걱정하지 마
나는 입 무겁기로 유명하니까

 

시험 삼아 만져 볼래?

 

멍청아

 

인간은 결코

 

변할 수 없다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면

 

사형을 인정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고

 

변할 수 있다는
입장에 서 있으므로

 

이러한 형태로
사형수의 표현전을

 

해마다
계속해온 것입니다

 

범죄자가 변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불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국가는 사형을
집행합니다

 

하지만 인간을
인식함에 있어

 

인간이 설령
어떤 죄를 범했다 해도

 

그 인간 또한
변할 수 있다

 

그렇게 믿지 않으면

 

인간 사회의 평화는
성립되지 못할 것입니다

 

코바야시 켄키치

 

코바야시 켄키치?

 

무슨 짓을 저질렀는데?

 

도박 의존증으로
빚을 지고

 

일하던 건축사무소 사장
집에 강도로 침입해

 

사장 부부와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살해 후 방화

 

1심에서
사형이 확정됐어

 

누가 어떻게 변호를
했어도 그렇게 됐겠지

 

2003년에
사형이 집행됐어

 

X는 미야자키에서
나무에 깔려 죽었잖아?

 

연령도 이 녀석하곤
부모 자식만큼 차이 나고

 

그래, 부모 자식 정도로
차이가 나

 

설마...

 

아들이 있었어

 

진짜야?

 

이름은 하라 마코토

 

사건 후부터 이혼한
어머니의 성을 따랐어

 

마에바시의
보육원에서 자랐고

 

프로 복서로서
이름이 남아 있어

 

그럼 이 녀석은 누구야?
소네자키란 놈은?

 

만약 X가 그 사형수의
아들이라고 한다면

 

역시 뭔가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친 걸지도 모르겠군

 

어째서?

 

범죄가 유전된다는 말은
잘못된 거지만

 

가정환경이 그 사람 장래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

 

자네도 변호사
오래 했으니

 

굳이 말 안 해도 알잖아

 

아, 미남 변호사 선생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시는 것 같군요

 

농담 마쇼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수다

 

엽서 감사했습니다

 

마음에 들었소?

 

나 정도 나이가 되면

 

젊은 애들 누드는
소용이 없다오

 

선생은 아직 젊어서
모르려나

 

오늘은 하라 마코토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알고 계시죠?

 

글쎄, 어떠려나

 

그도 오미우라 씨가
중개하셨습니까?

 

뭘 말입니까?

 

이카호 온천의
가족에게서 도망쳐

 

오사카에 있던
타니구치 다이스케와

 

사형수 아들로서의
인생을 살고 있던

 

하라 마코토의
호적 교환 말입니다

 

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소만
나하고는 상관없어요

 

그는 프로 복서였다죠

 

누가 말입니까?

 

알 수 없는 건

 

이 소네자키 요시히코란
남자입니다

 

선생은 결국 아무것도
모르는 거 아닙니까?

 

그런가요

 

완전 바보로구먼

 

살아 있는 게
창피하지 않수?

 

선생은 조센징 주제에
나를 깔보고 있지요?

 

나를 사기꾼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서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는 거예요

 

나를 차별주의자라고
생각하면서

 

그쪽이 나를
차별하고 있는 거요

 

실제로 당신은 사기죄로
복역하고 있잖습니까!

 

선생의 가장 멍청한 점을
가르쳐드릴까?

 

내가 오미우라 노리오라는
사람인 걸 어떻게 압니까?

 

내가 오미우라 노리오처럼
생겼습니까?

 

문신사는 남에게
문신을 하기 전에

 

먼저 자기 몸에
문신을 하죠?

 

왜 나만은 호적을 바꾸지
않았다고 생각하죠?

 

멍청이라니까

 

멍청한 선생에게 끝으로
한 가지만 알려드리지

 

선생이 열심히 정체를
알아내려 하는 남자는

 

별 볼 일 없는 녀석이오

 

이상한 기대를
품고 있는지 몰라도

 

살인자의 자식 따위
원래 다 그런 법이에요

 

야스시! 야구하러 가자

 

아빠?

 

어, 마코토

 

이걸로 뭐 먹고 싶은 거
사 먹거라

 

 

관장님

 

관장님

 

마코토가 여기 온 건
2001년 봄입니다

 

첫인상은 어딘가
음침했어요

 

어둡다고 할지
무섭다고 할지

 

솔직히 불편했죠

 

그는 왜 복싱을
시작한 걸까요?

 

처음에는 그냥
어쩌다였던 것 같아요

 

입구 유리창 너머로
보고만 있더니

 

코스게 복싱장

 

어느 날
불쑥 들어왔죠

 

그런데
가능성이 보였나요?

 

복싱에 대해선
아무것도 몰랐지만

 

운동신경도 좋고
배우는 것도 빨랐어요

 

다운!

 

자, 링에서
섀도 하세요, 섀도

 

마코토, 마코토
섀도 하라니까, 섀도, 섀도

 

하라 마코토 귀하

 

발신인
코바야시 켄키치

 

예명?

 

건방진가요?

 

안 될 게 뭐 있어

 

프로 데뷔전도 결정됐으니
화려한 걸로 해

 

아뇨,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걸로...

 

왜?

 

오가타는 어떨까요?

 

배우 오가타 켄을
좋아하거든요

 

오가타?

 

오가타라...

 

그런 이름이 좋단 말이지

 

아카네
오가타 어때?

 

이 녀석 예명

 

오가타...

 

카츠토시 어때요?

 

한자는 '승리'라고
쓰고요

 

그건 좀 그런데?

 

- 왜요?
- 밍밍해

 

왜요, 멋있잖아요

 

아냐, 밍밍해
안 그래?

 

아뇨, 좋은데요

 

그게 좋아?

 

오가타 카츠토시...

 

예명으로 하기에는
너무 평범하잖아

 

- 운도 좋을 것 같고
- 운은 무슨, 아카네

 

봐, 만약 이기면

 

오가타 승리 승리가
돼버리잖아

 

그건 그렇네요

 

- 그래도 멋있어요
- 아냐, 다시 생각해 봐

 

안 멋있어

 

잘 먹히고 있어!

 

좋아, 좋아
자, 마우스피스 뱉고

 

좋았어, 오케이

 

잘하고 있어
괜찮아, 잘하고 있어

 

반칙만 조심해

 

끝을 보고 와

 

잘했어, 잘했어!

 

그래, 잘했어
이겼어, 이겼어!

 

오가타 승리, 승리!

 

이겼다!

 

그야 기대되지
근데 주먹이 걱정이야

 

펀치가 강하니까

 

마지막의 카운터는
노린 겁니까?

 

훅과 스트레이트를
같이 쓰는 건

 

관장님 작전이었습니다

 

나이스 훅이었어요

 

굉장했습니다

 

다음은 신인왕 결정전인데
소감이 어떻습니까?

 

관장님과 복싱장 동료들이
기뻐해 준다면

 

그게 제일 기쁘겠습니다

 

아, 하나만 더요

 

죄송합니다
이제 그만하죠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다음도 기대하겠습니다
또 뵙죠

 

끝났어요?
잠깐 나 좀 봅시다

 

역시 아버지 피를
물려받은 거야

 

하라 마코토의 아버지에
대해 알고 계셨습니까?

 

네, 깜짝 놀라기는 했지만

 

부모는 부모고
자식은 자식이니까요

 

알게 된 건

 

마코토가 신인왕 결정전을
나가기 전에

 

기권하고 싶다고
말하면서였습니다

 

제게도 의논했죠

 

어째서냐고
관장님이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아버지 일을
얘기하더군요

 

그런 빛나는 자리에
제가 서도 될까 싶어서...

 

하지만 그건 네가 순수한
실력으로 쟁취해낸 거잖아

 

솔직히 이기고 지는 건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제가 복싱을 시작한 건
저를 때리기 위해서니까

 

아침에 일어나면
거울을 보지 않습니까

 

그러면

 

거기에
아버지가 있어요

 

전 아버지를
빼다 박았어요

 

내 몸에 아버지가
있다고 생각하면

 

몸을 박박 긁어서
벗겨내고 싶어져요

 

그래서 전 복싱으로 몸을
괴롭히는 겁니다

 

이 몸을...

 

제겐 그게 다입니다

 

그래서
네 말은 그거냐?

 

너 자신을 괴롭히면

 

살해당한 사람이
살아 돌아와?

 

살아 돌아오냐고
묻고 있잖아!

 

그럼 내가 때려주지

 

관장님!
왜 그러세요, 관장님!

 

너 말이다

 

신인왕이 한번
돼보겠다고

 

목숨 거는 녀석들을
생각해 본 적 있냐?

 

관장님은 네 강함을
높이 사고 있어

 

죄송합니다

 

지금의 네 가족은
우리 아니냐

 

오늘 8시 15분

 

코바야시 켄키치 씨의
사형이 집행됐습니다

 

유체를 인수할 것인지
유일한 친족 마코토 씨께...

 

거절하겠습니다

 

아버지 것은 아무것도
인수할 생각 없습니다

 

이 일로 더 연락받는 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왜 그래?

 

그 직후 그 녀석이
사고를 일으켰습니다

 

사고요?

 

빌딩에서 떨어졌습니다
역 앞 쇼핑몰에서요

 

본인 말로는
무심결에 떨어졌다는데

 

그게 말이 됩니까?

 

관장님은요?

 

충격을 많이 받았죠

 

지금은 다시
기운을 되찾았지만

 

꽤 오랫동안 우울해했습니다

 

아까 자리에서
먼저 일어났죠?

 

떠올리면 아직도
괴로워서일 겁니다

 

저기, 하나만
물어도 될까요

 

 

자살입니까?
마코토의 마지막

 

제가 알고 있는 한
그렇지 않습니다

 

다행이네요

 

복싱은 하지 않았나요?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 녀석과 지금 하고 싶은
얘기가 진짜 많아요

 

외국인은 떠나라

 

지옥에나 가라!

 

특정한 인종, 민족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

 

지금 격한 증오가 사회에
확산되고 있습니다

 

헤이트 스피치

 

시궁쥐!

 

바퀴벌레!

 

부정 수급을
용납하지 마라

 

소타, 좀 시끄럽구나

 

나 왔어

 

왜 우리가 생활을
위협받아야 합니까

 

이젠 분노를 느낍니다

 

무슨 짓이야!

 

뭐야? 왜 그래?

 

왜 그러니?

 

가자

 

미안해

 

요즘 당신
왠지 딴 사람 같아

 

사람 찾기에 너무
사로잡혀 있는 거 아니야?

 

웬만하면 집에까지 끌고
오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 사람의 인생이
당신에게 뭐길래 그래?

 

모르겠어

 

다만, 왜 그런지 몰라도
복잡한 생각을 잊게 돼

 

다른 사람의 인생을
쫓고 있으면

 

사형수의 아들이야

 

나로선 이해가 안 가

 

나로서도 알 수가 없어

 

현실 도피인가

 

악취미네

 

그래?

 

나 때문이야?

 

나한테서
도망치고 싶어?

 

당연히 아니지

 

하여간 어서 끝내고
원래의 당신으로 돌아와

 

- 바쁘신데 죄송합니다
- 아뇨

 

자, 앉으시죠

 

오랜만입니다

 

하라 마코토?

 

결론부터 말하면
당신의 남편이었던 분은

 

아무 죄도 저지르지 않은
선량한 사람입니다

 

남의 호적을 훔쳐놓고
아무 죄도 없어요?

 

어차피
유산을 노린 거겠지

 

그것도 왜 하필
사형수의 아들 따위랑...

 

동생분도
마찬가지였잖아요?

 

기껏 이 세상에 태어났는데
이런 인생인 건 싫다

 

어떤 환경이라도 좋으니

 

현재의 자신을 버리고
새로운 내가 되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새로운 나라니

 

이름을 바꾸건
뭘 하건 간에

 

사형수 아들은
사형수 아들이에요

 

두 번째 인생을 하라 씨는
있는 힘껏 살았을 겁니다

 

이렇게까지 하지 않고선

 

다시 시작할 수
없었던 겁니다

 

동생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려나

 

어서 와

 

다녀왔습니다

 

뭐야?

 

유토도 점점 엄마가 모르는
것들을 생각하게 되겠지?

 

성 말이야

 

역시 타케모토로
바꿔야 하는 모양이야

 

미안하다

 

진짜 타니구치 씨께
폐를 끼칠 수도 없는 거고

 

나 말이야

 

아빠가 죽어서
슬프다는 감정은

 

이제 없어

 

하지만 왠지

 

허전해

 

아빠한테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매일 잔뜩 있거든

 

그래

 

유토는 아빠를
좋아했으니까

 

많이 좋아했으니까

 

미안해

 

키도 아키라

 

고토 미스즈, 타니구치 다이스케

 

'당신에게 경고합니다'

 

'즉시 다른 사람을 사칭한
이 가짜 계정을'

 

'삭제해 주십시오'

 

소네자키...

 

즌다 모찌 먹을래?
센다이 출장이었어

 

차를 끓여야...

 

진짜 타니구치 다이스케를
찾았어

 

그래서 메신저를 통해
사칭 계정으로

 

소네자키의 연락이 왔다?

 

오미우라는 사실을
알려줬던 거야

 

사실?

 

하라 마코토는
이름을 2번 바꿨어

 

먼저 소네자키 요시히코의
호적을 손에 넣었고

 

그 후 타니구치 다이스케와
다시 이름을 교환한 거야

 

그리고 타니구치로서
미야자키에 나타났다

 

과거를 지울 수 없다면
위에다 덧쓰는 거지

 

그럼, 이 녀석은 지금
어디에 있어?

 

나고야

 

다이스케

 

이 바보야

 

정말 감사했습니다

 

조사 보고서

 

하라 마코토 씨에게

 

리에 씨와 함께한
3년 9개월은

 

인생의 전부였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짧은 시간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는 정말
행복했을 겁니다

 

그래요

 

이렇게 알게 되고 나니
하는 말이겠지만

 

꼭 진상을 알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 마을에서 그를 만나고
좋아하게 돼서

 

가족이 되고

 

하나가 태어나고...

 

그건 흔들리지 않는
사실이니까요

 

읽었어?

 

 

괜찮아?

 

아빠가 왜 그렇게
다정했는지 알았어

 

왜?

 

아빠의 아빠가
해줬으면 했던 것을

 

나한테 해준 걸 거야

 

그랬나 보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라

 

유토 너를
좋아했기 때문이야

 

하나한테 말할 거야?

 

어떻게 생각해?

 

내가 얘기할게

 

언젠가 내가 가르쳐줄게
어떤 아빠였는지

 

레이는 먹이를
하나도 안 먹네

 

아니야, 아빠
걔는 로아

 

레이는 얘야

 

어? 얘가
레이 아니었나?

 

진짜 레이는 얘야

 

이런, 그랬어?

 

아빠는 너무 잘 까먹어
다 까먹었잖아

 

그런가

 

나 왔어

 

엄마 왔다!

 

그래

 

술자리가 좀 길어졌어

 

- 목욕물 아직 따끈해
- 고마워

 

소타, 오늘은 뭐 했어?

 

저거, 아빠가
전부 쓰러뜨렸어

 

아빠가 그랬어?
큰일이네

 

사실은 저 차로
쓰러뜨렸어

 

근데 다들 너무 약해서

 

다 쓰러뜨렸어

 

나중에 둘이 같이
정리할까?

 

잘 준비하자

 

왜 그래?

 

아니

 

사람 찾는 건 끝냈어

 

그래?

 

잘됐네

 

아참, 주택으로 안 간다고
아빠한테 얘기했어

 

집이 좁아지면 그때
다시 생각해 본다고

 

하지 마, 아빠
차가워

 

이것도 마실래?
맛있어

 

- 맛있어
- 그러네

 

엄마, 게임 할래

 

게임? 어떤 거?

 

레이싱 게임

 

지금은 해도 되는데
밥 나오고 나면 안 된다?

 

졌다

 

손 좀 씻고 올게

 

차! 이겼다!

 

아빠, 이상한 화면이
나왔어

 

아, 뭔가 건드렸나 보네

 

토야마 준이치

 

어젯밤은 고마워
만나서 기뻤어

 

아직도 여운에
잠겨 있어

 

엄마가 안 와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어린이 런치 나왔습니다

 

식사 나왔네

 

스푼 줘
스푼이랑 포크 줘

 

어린이 런치는
아주 화려하네?

 

- 안 화려해
- 화려한데?

 

드시죠

 

나무 수령은
어느 정도인가요?

 

보통 50년 정도 되면
베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집이나 물건이 되어
또 50년이 흐른다고 하더군요

 

산에서 50년
인간과 함께 50년

 

그렇게 되는군요

 

그럼 자기가 심은 나무는
베지 못한단 말이네요

 

왠지 좋은 얘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 계속 이어지는 느낌이?
- 그렇죠

 

부모가 심고
자식이 베는 거예요

 

아이는 있으세요?

 

 

이미 다 자랐나요?

 

네 살하고
열세 살입니다

 

둘이군요

 

다른 현에서
오셨다고 하셨는데

 

 

원래 출신은 군마입니다
이카호 온천이라고

 

아, 압니다
유명한 곳이죠

 

거기서 부모님이
료칸을 했죠

 

하지만 가업은 형이 잇고
저는 집을 떠났어요

 

저였으면
못 떠났을 것 같습니다

 

매일 온천에
들어갈 수 있잖아요

 

원래부터 가족들과
사이가 나빴거든요

 

거기다 지금의 아내와도
만나게 됐고

 

마음 가는 대로 사는 게
제일이지요

 

자기 인생은
자기만의 것이니까

 

그렇죠

 

이 인생은 이제
놓치기 싫습니다

 

일어나야겠군요

 

마스터
계산해 주세요

 

초면인데
긴 얘기를 나누었네요

 

정말 즐거웠습니다

 

아, 명함이라도...

 

스즈키라고 합니다

 

죄송합니다
전 명함이 떨어져서

 

아뇨, 괜찮습니다

 

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