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제목 with Caption Creator 4

사가라 사노스케, 19세.

만연 원년,
(1860년)

신슈의 농가의 장남으로 태어나다.

9살 때,

가출이나 다름없이 세키호타이에 입대.

대장 사가라 소우조를
스승으로 모시고 따랐지만,

가짜 관군의 오명을 뒤집어쓰고

소우조는 참수.

세키호타이는 붕괴한다.

 

그 후 상경,
잔자라 불리는 싸움꾼이 되어

뒷세계에서 이름을 날리지만,

유랑인 히무라 켄신과의
격투에서 패배.

이후 카미야 도장에 드나들게 되었고,

현재는 유유자적한
백수건달 생활 중이다.

 

숨을 죽이고서
비스듬히 자세를 잡아

새 시대로 가는 막을 베어서 쳐내라

 

바람의 검심
-메이지 검객 낭만담-

 

불합리한 힘에
마음으로 저항하고 있어

나 자신이 강하지 않으면
속세는 슬픈 곳이지

유랑의 길은

방패막이 하는 대역

 

스스로를 용서하지 않는
강한 사랑이

거꾸로 된 칼날을 뽑게 만들었어

사람을 베지 말고
수라의 어둠을 베어라

증오의 연쇄를 잡아찢을 때까지

빠져나온 게 나 자신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 세상에 바람구멍을 뚫고 말겠어

소리 질러

 

제18화
사노스케와 니시키에.

 

니시키에?
(풍속화를 색을 넣어 인쇄한 목판화)

오늘 새로운 게 들어오는데요,

그게 인기 화가의 작품이라서

금방 다 팔려버리거든요.

 

하지만 제가 도무지
일을 빠질 수가 없어서.

그래서 대신 나 보고
사러 가줬으면 한다?

네,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그런 건 야히코에게나...

나도 일하는 중이라고, 멍청아!

나 참,

이래서 백수건달들은...!

 

뭐 됐나.

심부름 정도야 해주지.

자주 얻어먹고 있으니 말이지.

공짜로 드리는 게 아닌데요,

지금까지 것
전부 외상 달아뒀으니까요.

사소한 건 신경 쓰지 마.

그래서, 무슨 화가의
어떤 그림을 갖고 싶은 거야?

츠키오카 츠난 작,
검객 이바 하치로.

 

막부 말기 제일의 인기 미검사,
외팔의 이바하치 말인가.

 

저, 저기...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고 싶은 말은
확실히 하는 편이 좋을 거야.

알겠어, 작은 아가씨?

아뇨...

 

그래?

 

그럼 츠키오카 츠난의 이바하치 그림,

두 장이면 되겠지?

 

역시 사노 씨!

남자의 그릇이 다른걸!

정말, 여기에 돈만 제대로
내주시면 말이지.

 

하지만 말이야,

둥글어진 사노 씨도 좋지만,

이전의 사노 씨도 참 멋있었지?

응, 잔자!

 

뭔가 얼굴은 웃고 있어도,

사실은 항상 만족하지
못하고 있단 느낌이라,

마치 폭발 직전의 작렬탄 같아서.

 

항상 이글이글거리셨지.

 

니시키에,

에도 시절엔
배우나 풍경화가 주류였으나,

메이지에 들어오고 나서
온갖 것들이 그려지게 되어

좀 더 일반적인 대중 문화가 되었다.

오늘날엔 메이지의 문화나
풍속을 전해주는

소중한 사료로 여겨지고 있다.

 

어서 오시오.

여어.

 

사노?

 

오, 두 사람.

니시키에이오?

별일이구려.

혹시 미인화?

아니.

혹시 춘화?

어머!

그럴 리가 없잖아.

 

아카베코의 타에한테 부탁받은 거야.

내 게 아니야.

 

주인장, 츠키오카 츠난의
이바하치, 두 장 있나?

손님 운이 좋군.

저기 있는 게 마침 마지막 두 장이야.

츠난의 그림은 인기가 높아서
금방 다 팔려버리거든.

두 장 합쳐서 10센일세.

 

나, 돈 안 갖고 있네.

빌려주지 않을래?

정말!

그나저나 한 마디로
니시키에라곤 하지만,

여러 가지가 있군.

막부 말기의 유신에 관한 것도
제법 많구려.

그렇지,

유신지사나 관군 그림은

도쿄 여행 기념품으로 잘 팔리니까.

이바하치 같은 막부 사람은
여기 에도 사람들에게 인기 있고.

 

사노?

이건...

사가라 대장?

 

그거 말인가?

같은 츠난의 그림이라도
그것만큼은 전혀 안 팔리지.

그래도 그 사람,
반드시 그리더라고.

가짜 관군의 두목인데 말이야.

 

츠키오카 츠난...

 

츠키오카...?

 

이 녀석, 어디에 있지?

 

츠난이란 녀석은 어디에 있냐고!

사노!

여, 옆 마들의 도부이타 나가야일세!

하지만 그 사람,

사람을 싫어해서
가봤자 어차피 못 만날 거라니까!

 

만날 거야.

 

그 녀석이 날 안 만나줄 리가 없어.

 

츠키오카 씨, 츠키오카 씨.

집에 없나, 츠키오카 씨 말이야.

 

거기 있지!

전 세키호타이 준대원,

츠키오카 카츠히로!

 

역시 그랬군.

이거 그린 게 너였나.

 

사노스케... 인가.

너, 어떻게...?

보면 금방 알지.

대장 곁에 옛날의 너와 내가 있어.

 

이 그림은 다른 사람이
그릴 수 있을 턱이 없지.

 

그렇구나.

화가 츠키오카 츠난도
세키호타이의 생존자였구나.

이만 가도 되겠소, 카오루 님.

사노의 낌새가 심상치 않았기에
뒤를 따라왔으나,

딱히 문제는 없으니.

그리고 저 악이라는 글자가
드러내듯이

세키호타이는 사노에게 있어서
특별한 추억.

추억의 세계에
바깥 사람은 필요 없소이다.

 

그나저나

네가 화가가 됐을 줄이야.

그러고 보니
옛날부터 재주가 좋았지.

어려운 총을 다루는 법이나

화약의 조합 같은 걸
간단히 해냈었으니까.

그러는 너는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딱히, 그냥 백수건달이야.

뭐, 나름대로 즐겁게 지내고 있어.

 

그런가.

 

넌 즐겁게 지내고 있나.

 

난 이 10년간,

즐거운 일 따윈 단 하나도 없었어.

 

사가라 대장과 우리 세키호타이에게
오명을 씌운 녀석들을

내내 원망하며 10년을 보냈어.

 

너, 10년 전보다
더 어두운 성격이 됐군.

역시 지금도 친구 한 명 없냐?

 

하지만 뭐,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해.

 

모든 준비가 갖춰진 날에

설마 너와 재회하게 될 줄이야.

 

어쩌면 이건

하늘에 계신 대장이
인도하신 걸지도 모르겠군.

 

카츠?

 

사노스케,

너와 내가 한 번 더
세키호타이를 결성하지 않겠나?

 

우리를 함정에 몰아놓은
유신 정부를 쳐부수고,

사가라 대장이 꿈꾸던 새 시대를,

지금이야말로 실현시키는 거야!

 

카츠,

뭘 꾸미고 있는 거지?

뭐냐고 물어봤자,

세키호타이가 목표로 하는 건
단 하나,

대장이 꿈꾸던
진정한 사민평등의 새 시대.

방해되는 메이지 정부를
쳐부수는 거야.

그림만 그리느라

요전번의 세이난 전쟁을
못 들은 건 아니겠지?

사이고가 병사를 일으킨 가고시마는

일본의 끝자락.

거기서 아무리 싸워봤자,
결국 헛수고에 불과해.

내 표적은 일본의 중심지,

즉, 이곳, 도쿄부에 있어.

모든 내정을 통괄하는 내무성,

제일 먼저 그곳의 기능을
완전히 정지시킨다.

육, 해군성과 대장성(大蔵省)도
동시에 박살내고 싶지만,

혼자서는 무리라서 말이지.

혼자?

타인을 신용할 수 있겠나?

이 계획은 전부 혼자서 진행시켜 왔어.

하지만 혼자여도, 내게는 이게 있어.

 

이거 봐, 사노.

 

세키호타이에서 기른
총에 대한 지식을 기반으로 만든

작렬탄이야!

 

꼬리가 잡히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서

10년이나 걸려 만든 자신작이야.

폭발한 뒤엔 인화해서
소이탄으로서도 위력을 발휘해.

이걸로 차례차례 각 기관을 폭파해서

중앙의 힘을 깎으면

전국 각지에 있는 불평분자 시조쿠나
농민에 의한 봉기가

자연스레 다발하게 될 거야.

세이난 전쟁으로 힘을 소모한
지금의 정부는

한주먹거리도 안 되겠지.

그 뒤엔 눈사태처럼 붕괴하는 걸
기다리면 돼.

그리고 그 뒤에
진정한 사민평등의 시대를 구축하고,

세키호타이와 대장의
원한을 푸는 거야.

 

결행은 내일,

인적이 가장 드물어지는 일요일 밤.

 

사노,

네게 강요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나는

전 세키호타이로서
혼자서라도 결행할 거다.

 

내일이 올 때까지 생각하고
대답을 줘.

 

무리겠지.

아무리 세이난 전쟁으로
힘을 소모했어도

폭파 사건과 산발적인 봉기에
흔들릴 정도로

메이지 정부는 약하지 않아.

10년간 혼자서

세키오타이와 대장의 오명을
벗기는 것만을 생각했던 저 녀석은

현실을 못 보고 있어.

 

10년 간, 이라...

 

젠장.

 

벌써 봄이 다됐는데,

 

찬바람이 불고 난리군.

 

사노?

 

대장...

 

좋았어, 고쳐졌어.

 

자.

감사합니다.

총을 다룰 때는
누구 대원 한 명 불러라.

무단으로 반출하지 마.

죄송합니다.

하지만 총신이 뒤틀렸는데
이 정도로 명중할 줄이야,

실력이 좋군.

저는

검 실력도 약하니

하다못해 이쪽으로.

듬직하구나.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어.

 

카츠히로, 너희는 면학에 애써라.

면학, 이요?

칼이나 총의 시대는 이제 끝나.

그 뒤에 오는 건

지혜와 지식의 시대야,

 

너희들의 시대야.

 

사람을 만나고 견식을 넓혀라.

너희들을 동행시키고 있는 건
그 때문이다.

하지만 우린 대장을 지키기 위해...

난 너희들을 방패막이 삼아
살 생각은 안 한다.

카츠히로,

사노스케와 함께 서로를 지켜라.

서로 도와서 미래로 나아가라.

 

시대가 바뀌면
세키호타이도 바뀔 거다.

새로운 세키호타이를
너희가 만드는 거야.

 

지금은 아직 어려운가.

 

하지만 내가 하는 말을
이해할 날이 언젠가 올 거다.

 

우린...

나는, 결국 당신을 지키지 못했고,

새 시대에도 익숙해지지 못했어.

 

하지만 지켜봐주세요, 대장.

제 10년을 쏟아부은 저의 싸움,

저의 세키호타이를!

 

츠키오카 츠난이
사노스케의 오랜 벗이었소?

뭔가 어색하게 놀라는데, 이봐.

그, 그런 건 아니지 않소, 카오루 님?

그러게, 켄신!

뭐, 됐나.

그래서 말이야,

재회 기념으로
한 판 확 벌일까 하거든.

오늘밤 도장 좀 쓰게 해주지 않을래?

 

그건 딱히 상관 없지만,

확 벌인다고 해봤자
그럴 돈이 어디에...

 

보아하니 또
우릴 등쳐먹을 셈이구나!

역시 안 돼!

절대 안 돼!

아니, 이봐,

걱정말라니까.

돈이라면 내게 맡겨둬.

그럼 잘 부탁해.

 

아, 맞아,

타에랑 작은 아가씨한테도 말 전해줘.

아마 좋아할 테니까.

 

이상해.

이상하다고, 너무 이상해!

사노스케, 어디 아픈 거 아닐까, 응?

 

지, 진정하시구려.

봄이니까.

 

그럼 시작하도록 할까.

뭐야?

돈이라면 맡기라고 한 거,

즉, 츠난 씨 등쳐먹으려고 한 거구나.

괜찮아, 딱히.

안 그래?

난 상관없다.

왠지 죄송합니다.

저희까지 대접받고.

됐어, 딱히.

네, 그렇다면...

 

왔구나.

죄송합니다, 저...

 

됐어, 이제.

안 그래?

사노 씨가 괜찮으시다면 저희는...

응, 뭐.

 

하지만 말이야,

 

요이타는 도박과 어린 아이들의 미소와
여자를 엄청 좋아했으니까,

마음이 내키면
무덤에 참배하러 가줘.

이미 다녀왔대.

 

죄송합니다.

 

사노 씨,

이거 무슨 연회야?

당신이 한턱 쏘다니
처음 있는 일이잖아!

사소한 건 신경 쓰지 마!

아무튼 취해 곯아떨어질 때까지
마시고 소란 피워!

 

이야,

츠난 씨가 사노 씨와
어릴 적부터 알던 사이이실 줄은 몰랐어요!

사노 씨는 어떤 아이였나요?

어떤...?

 

왜 그래?

 

그다지 변함없군.

앞뒤 안 가리고,

무슨 일이든
별로 생각 안 하고 돌진하고.

 

사노 씨답네!

 

날뛰기 시작하면 감당 안 되는

작렬탄 같은 남자였어.

아, 역시!

너, 패버린다, 임마!

 

하지만...

 

여차할 때는 믿을 수 있는 남자였어.

 

감사합니다!

가보로 삼을게요.

 

가, 감사합니다.

인사는 됐다.

사노 씨도 그려달라고 하세요!

난 됐어.

어릴 적에 수도 없이 그려졌어.

대부분 상처나 혹이나
멍 같은 게 달려있지.

 

보기 흉하게.

그건 네가 항상
뛰어돌아다니니까 그렇지.

사노 씨 맞네.

 

그럼 히무라 씨라든가?

 

아니, 소생은...

뭐 어때, 그려달라고 해.

술자리의 유흥이야.

 

사노스케와는 어떤?

친구라오,

약간의 옥신각신을 계기로.

 

유랑인이라더군.

 

전엔 무슨 일을?

 

서쪽에 있었다오.

 

교토냐?

 

유신의... 지사냐?

 

이봐.

 

그렇소.

 

그런가.

 

유신지사를 직접 그리는 건 처음이야.

전직이라오.

지금은 단순한 유랑인이오.

 

그럴까?

 

다 됐다.

 

어머, 달걀귀신?

난 본 것을 그린다.

 

이 남자는 보이지 않아.

그 미소 아래에 있는 얼굴,

상처 속에 있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

 

뭐, 이게 있으면
소생이란 걸 알지 않겠소.

 

사노 씨, 잘 먹었어!

다음엔 우리 가게에 얼굴 비춰줘!

응, 그럴게.

 

조심해서 돌아가라, 너희들!

알고 있다니까요!

사노 씨, 내일 또 봬요!

 

그래,

또 보자.

 

어디 그럼...

 

슬슬 가도록 할까.

 

마지막 만찬이다.

미련 남는 거 없도록 즐겼나?

딱히.

그럴 생각으로 연 연회가 아냐.

아카베코와 꼬마 아가씨에겐
상당히 얻어먹었으니까,

약간의 답례야.

 

슈우나 긴쥬는...

뭐, 하는 김에.

 

너는 어때?

조금은 즐겼냐?

 

전혀였지.

그래?

상당히 떠들었잖아.

 

정말로 괜찮은 거냐, 사노스케?

바보야.

난 그런 좀생이가 아니야.

 

그런가.

 

네가

지금보다 세키호타이를 선택해준 걸

진심으로 감사하지.

 

서두르자.

우물쭈물대다간 날이 밝아버릴 거다.

 

미안해, 너희들.

 

이해해달란 얘긴 안 하겠지만,

 

내게 있어서 세키호타이는
역시 특별해.

 

켄신,

다음에 너와 만난다면

그때는 난 어엿한 중범죄자일 거야.

역날검으로 때려눕혀줘도
전혀 상관없어.

 

어둠 속을 질주하고 있어

 

그 누구도 아닌 이 Story

새겨나가는 존재증명

 

의지를 깃들인

뾰족한 세계에 서서

마음은 말 따윈 필요없어

맞서 싸우는 용기에 물드네

 

잘라내듯 단호히

각오를 다졌던 건

여기가 아닌 어딘가에

마음이 흔들린 탓

어둠 속을 질주하고 있어

눈물을 메말리고

약함을 집어삼켰어

압도적인 인생을 도는 궤적

그 누구도 아닌 이 Story

새겨나가는 존재증명

 

존재증명

 

존재증명

 

다음 시간,

츠난과 니시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