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하느@harne_

 

이제 곧 나는
이 인생을 행복하게 마친다

 

아직 살아있었나

 

응?

 

스케줄 노트

오늘의 페이지에
1건 일정이 입력돼있습니다

8월 17일 오전 10시

쇼와거리 교차로

 

기억에 없는 일정?

전혀 기억에 없는 일정이
IP 단말에 입력돼있어서

 

그래? 신기해라

 

2시간 반쯤 남았지?

 

어느 평행세계의 할아버지가 와서
입력하고 간 거 아냐?

 

의외로 그럴지도 모르지

아니면

자기가 입력한 걸 까먹을 정도로
할아버지 정신이 나갔거나

아이!

 

그쪽이 가능성은 크겠어

 

그래서, 갈 거야?

 

글쎄...

 

일단 약속 같으니까

안 가는 게 나아, 할아버지

 

왜?

역시 정신이 나갔단 걸
깨달을 뿐이니까

아이, 적당히 하렴

 

그리고 차가운 초콜릿은
3시에 먹기로 했지?

 

점심 때까진
방에서 공부해야지

 

그래서

공부와 함께할 보리차랍니다

 

요샌 초등학생도
벌써 평행세계 같은 말을 아네?

저학년에 배운대
에리 씨가 그랬어

 

그래?

 

가보지그래?

 

신경 쓰이잖아

가보면 기억날지도 모르지

 

그래... 근처니까

 

잠깐 다녀올게

응, 조심해

 

잠깐

 

모자, 지금 챙겨올게

 

아, 그걸로 줘

 

이거?

 

얘, 그런 데서 뭐 하니?

위험해

 

데리러 와준 거야?

 

응, 데리러 왔어

 

신호가 바뀝니다

횡단보도 안에서
멈춰서지 마세요

 

횡단 중엔 멈추지 맙시다

 

패럴렐 시프트 한 건가?

 

IEPP 표시

 

에러?

여긴 어디지?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인간은 태어난 순간부터
무수한 선택을 해온다

 

그 선택에 있어서
고르지 않은 세계가 평행세계

즉, 패럴렐 월드라고
지금은 입증됐다

 

그 평행세계를 이동하는 것이
패럴렐 시프트

─라곤 해도, 물리적으로
육체가 이동하는 건 아니고

허질이라 부르는
의식만이 뒤바뀐다

 

작은 패럴렐 시프트는
일상적으로 일어나지만

깨닫는 일은 거의 없다

 

이따금 보관해둔 게 없어졌다가

혹시 몰라 다시 한 번
확인하면 찾아지는 건

작은 패럴렐 시프트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고유의 세계를 0으로 치고

보관해둔 세계 0에서
보관하지 않은 세계 1로 시프트하고

다시 0으로 돌아온 거다

 

0에서 멀어질수록
물리 세계의 차는 커진다

 

0과는 다른 직업을 가진다거나

결혼 상대가 달라진다거나

다만, 모두 선택지
너머에 있는 세계다

 

나 자신이 처음 큰 선택을
한 건 7세일 때였다

 

- 아빠랑
- 엄마랑

- 어느 쪽이랑 갈래?

 

부모님이 어디서
어떻게 얘기했는지는

이제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결국 그런 거다

 

나는 무슨 생각으로
어떻게 말했던 걸까

 

부모님이 이혼한 후에도
한 달에 몇 번

셋이서 쇼핑이나
나들이를 나갔다

하지만 즐거운 시간이 지나면
아빠랑 헤어지고

나는 엄마랑 같이
엄마가 태어난 집으로 돌아간다

 

엄마네 집은 넓지만
대단히 낡았고

할아버지가 어릴 땐
이미 낡았었지

─라고 할아버지가
말할 정도로 낡았다

 

2층은 없는 주제에
현관이 2개 있었지만

2세대 주택은 아니다

정문은 정월이랑
특별한 날에밖에 안 연단다

평소에 쓰는 건
안쪽의 작은 쪽만

 

집에는 할아버지랑 할머니,
그리고 큰 개가 한 마리 있었다

 

안뜰 연못에는
물고기도 거북이도 없고

대부분의 방이 비어있고

공기와 천장만이
잔뜩 있었다

 

코요미, 그건 어디서 난 거냐?

요전에 아빠랑 만났을 때
사달라고 한

8세 생일 선물이야

 

유노

 

너한텐 아직 일러

 

대상 연령
10세 이상이라고 적혀있다

 

하지만 다른 애들도
갖고 있고...

다른 애들 못된 점은
안 따라해도 돼

할아버지...

 

코요미

 

무슨 일 있니?

 

이제 할아버지랑은
평생 말 안 해

 

엄마

왜?

나, 유노 산책 다녀와도 돼?

그래...

발인 준비도 해야 하니
금방 와라

 

유노?

 

정말...

 

안 되지, 갑자기

 

유노!

잠깐, 유노

잠깐

 

저기, 이거 열 수 있어?

이 뚜껑 열어줘

 

고마워

 

저기, 잠깐만

 

[허질과학연구소]

 

허질과학...
아빠 회사다

 

저기... 저기 죄송한데요

 

죄송한데요
전화 좀 빌릴 수 있을까요?

 

그나저나 놀랐다
갑자기 전화해오니까

연구소에 있었으면
아빠를 부르면 될 텐데

그게, 아빠 폰 번호
모른단 말야

엄마 번호는 알고?

알고 자시고, 외웠지

맨날 거는데

 

뭐라니, 별난 애구나

 

코요미, 뭐 하니?

 

딱히, 아무것도 아냐

 

다녀왔습니다
코요미가 왔어

'왔어'?

 

오, 코요미

엄마는 부엌이야?

그래

 

오랜만이구나

어때, 잘 지냈냐?

 

여긴 내가 있던
세계가 아니야

 

여긴 내가 아빠를
따라가는 걸 택한 세계

그리고 할아버지가
살아있는 세계야

그래, 언제든 오렴

 

어디, 유노한테도
밥을 주고 올까?

 

나도 같이 갈래

 

그래, 그렇게 할까?

 

유노, 오늘은
코요미가 와줬단다

 

할아버지?

코요미냐?
왜 그러냐

 

오늘 할아버지랑 자도 돼?

그럼, 얼마든지

 

그러고 보니 8세가 되고
여기에 온 건 처음인가?

 

유노는 죽은 거지?

그래

 

어떻게 살아있게
되돌릴 순 없어?

가엽지만, 죽은 게
되살아날 가능성은 없어

 

할아버지, 미안해

나, 할아버지랑 싸운 채로...

 

싸워?

요전에 여기 왔을 때
싸운 적 있던가?

 

뭐 할아버지한테 혼났냐?

 

그런 일이 있어도
싫어진 건 아니란다

괜찮아

정말? 어째서?

 

그래...

 

코요미는 자기가 슬픈 거랑
다른 사람이 슬퍼하는 거랑

어느 쪽이 좋으냐

 

그건... 내가 슬픈 건 싫어

 

다들 그래

 

그래서 사람은 한때의
기분이나 어떠한 이유로

다른 사람을 슬프게
하는 짓을 하고 말지

 

그리고 대개 나중에 가서

왜 그런 짓을 했나 하고
실수를 깨닫지

 

하지만 그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돼서

몇 번이고 똑같은
슬픈 마음에 고통스러워하지

 

이건 정말로
괴로운 일이란다

 

할아버지는
그동안의 경험으로

가급적 그쪽으론 안 가는 게
좋다고 걱정할 뿐이란다

코요미를 좋아하니까

 

그런 거야?

 

그래

 

하지만 할아버지도
틀릴 때도 있고

 

뭘 할지는 결국
코요미가 정해야지

 

앞으로 코요미는
많은 걸 경험할 거야

해보기 전엔 어떻게 될지

아직 아무도 모르는 일을
마주할지도 모르지

그만큼 코요미한텐
선택지가 잔뜩 있어

선택지...

 

그 후로 할아버지는
가능성의 의의를 설명해줬지만

그때의 나로선
잘 이해할 수 없었다

 

간단히 설명하는 건
할아버지한테도 어렵구나

코요미는 똑똑하니까, 알게 되면
다른 사람한테 잘 전해주렴

 

 

코요미가 실수해도
할아버지는 싫어하진 않아

가끔 할아버지가
틀릴 때가 있어도

금방 싫어하진 마라

 

나도 할아버지가 좋아

 

잘 잤니

 

엄마?

 

왜 그러니?

할아버지는?

 

장의사가 깨끗하게 해주시고

지금은 큰방에 잠들어 계셔

 

무슨 일 있니?

엄마, 어제는 나...

부끄러워할 것 없단다

이런 시기잖니

누구랑 같이 자고 싶어져도
이상할 거 없어

 

자, 채비를 하자

할아버지를 제대로
보내드려야지

 

제단에 올려진
할아버지의 영정은

엄한 얼굴을 하셔서

어제의 온화한 할아버지와는
같은 사람으로 안 보였다

 

관 속의 야윈 사람도
영정과는 닮지 않았었다

 

물 갈아왔어

고마워
그쯤에 둬

 

그럼 저 높은 찬장
위쪽을 열어보렴

조심해라

 

엄마, 이거!

어머, 용케 이런 걸
챙겨뒀구나

어떡할까?

뭐, 이 방을
비워야 하는 건 아니니까 ...

 

[10세 축하한다, 코요미]
[사람이나 동물한테  ]
[들이대면 안 된다   ]
[      할아버지]

[할아버지]

그때, 마침내
3명의 할아버지가 겹쳐져

내 안에서
하나의 사람이 되었다

 

이게 내가 평행세계를
의식한 최초의 사건이었다

 

내 세계의 유노는 2년 후
수명이 다해 숨을 거두고

그 세계에서 본 것과
같은 곳에 잠들어있다

 

평행세계의 존재를
입증했다고 처음 발표한 건

일본의 허질과학연구소

즉, 우리 아버지가
일하는 연구기관이다

 

아버지네의 연구 성과는
전 세계의 주목을 모았다

그런 우수한 아버지 덕분인지

나는 별로 공부도 안 했는데
성적만큼은 이상하게 좋았다

 

다만, 이상하게 성적이 좋단 건
사춘기에는 곧 고독을 의미한다

 

적어도 그 시절 나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코요미, 친구 별로 없지 않니?

엄마는 그렇게 말했지만
그건 틀렸다

중학교 땐 한 명도
친구가 없었다

 

난 맹세했다
고등학교에선 친구를 만들기로

 

그래서 입학 시험
수석 합격자가 지명되는

신입생 대표 인사도
정중히 거절했다

 

이것으로 괜히
주목받을 일도 없다

 

나는 거리낌 없이
친구를 만들려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톱클래스 명문 학교에는

타인을 신경 쓰는
분위기는 전무하고

나의 고등학교 생활은 또다시
고독한 선택지로 돌진했다

 

코요미

 

왜 무시하는 거야, 코요미?

 

그러니까...

타키가와...?

저기, 코요미란 건
나 말이야?

말고 누가 있는데?

 

난 이제 화 안 났어

 

뭐?

아직 사과하고 싶으면
집에 가는 길에 들어줄게

 

자...

잠깐만, 타키가와

 

아까부터 뭐야?
그 호칭

 

그렇게 나오는 거
별로야

저기... 무슨 일 있었어?
타키가와?

뭔가 이상해

확실히 요즘 자꾸
엇갈리는 느낌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러는 건
코요미답지가...

 

미안해

 

저기...

잠깐

 

아직 볼일 있어?

할 얘기가 있어
진지한 얘기

 

설명할게, 따라와

 

노래방?

 

앉아

 

 

이거, 뭔지 알겠어?

 

그러니까...

손목시계..는 아니지?

IP 단말, 알아?

 

일단은

지금 자기가 어느 평행세계에
있는지 표시해주는 장치지?

 

아마 아직 시험 단계로

허질과학 연구자나 관계자가
모니터링 중이라고...

우리 아빠가 그 연구자야

 

우리 아빠도 그 연구소에...

알아

 

그래?

다행이다

지식 레벨은 내 세계의
코요미랑 다를 바 없구나

 

내 세계...?

저기, 그럼...

여기 있는 타키가와는...

 

이쪽에서 보자면
85 떨어진 세계에서 왔단 거야

 

즉, 나는 내가
패럴렐 시프트 한 걸 모르고

코요미, 타카자키 군한테
말을 걸었단 거야

 

마셔, 목마르지?

 

근데... 왜 나 같은 걸?

 

연인이니까

 

과연

그래서, 그 사람이랑
내가 무슨 관곈데?

 

내가 연인?

여..연인이라니, 그...

소위 남친이랑 여친?

당연하지

 

그렇다면 그...

배려가 너무 없어

 

죄송합니다

아, 왠지 정신 사나워!

내 코요미랑 한참 달라

 

죄송합니다

 

내 코요미는 좀 더
똑 부러지고, 믿음직스럽고

 

- 믿음직해?
- 그래

나를 들개가 덮치려 할 때
구해줬잖아

들개? 언제?

 

아무것도 아니야

 

저기...

 

넌 일단 타카자키 코요미지?

 

뭐...

일단이 아니라도
타카자키 코요미인데

 

하지만 그쪽 코요미랑
달라도 어쩔 수 없어

85는 꽤 멀 테니까

같은 코요미여도
거의 딴사람 아냐?

그럴까?

일단, 나는 이쪽의
타키가와에 대해선 전혀 모르고

그쪽도 나에 대해선...

그쪽이란 게
어느 쪽 누군데?

 

이쪽의 타키가와 말이야

답답해

 

저쪽이니 그쪽이니

평범하게 이름이랑 성으로
구분하면 되잖아

 

이쪽 세계는
타카자키 군이랑 타키가와

내 세계는 코요미랑 카즈네

 

그러면, 내가...

너를 카즈네라고
불러도 될까?

돼. 그게 왜?

 

그거, 코요미가
그렇게 부른단 거지?

내가 똑같이 부르는 건
왠지 좀...

그냥 별명이야

게다가 나는 나니까

 

카즈네..가 좋다면

본론으로 돌아가서

IP 단말은 허질에 새겨진
허질문을 읽어서 수치화하고 있어

 

분기 횟수를 거리로 바꿔서
표현하는 거였지?

 

85의 패럴렐 시프트는
상당한 거 아냐?

하지만 학교 끝나고
타카자키 군한테 말 걸 때까지

시프트가 일어난 걸 몰랐어

그만큼 위화감이 없는데
85나 떨어졌단 생각은 안 들어

그래서 생각했는데

일단 멀리 떨어진 세계에서
파생된 다수의 세계 중에

같은 방향으로 분기를
거듭하는 흐름이 생겨서

우연히 비슷한 상황의
세계가 태어난 거 아닐까?

 

지나간 길은 달라도
같은 곳에 도달했다?

'요동' 같은 걸까?

허질이 물질과 유사한 거동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얘기지만

그렇다면 다음에 일어날 일은?

수렴

두 세계가 겹쳐져버려

아니, 두 세계는
밟아온 역사가 다르니까

그렇게는 안 되나?

 

쌍성처럼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서로 영향을 주면서

같은 방향으로 나아간다거나...

 

허질과학의 사고 모델에선

평행세계는 물속의
거품에 비유돼

그 모델에 따르면 두 거품이
서로의 주위를 선회하면서

같은 방향으로 상승하는
그런 느낌

 

하지만 아직은 타카자키 군이랑
코요미는 한참 달라

망상이 지나친 건지 몰라도

타키가와랑 카즈네한테
85나 시프트가 일어난 건

뭔가 의미가 있지 않을까?

 

두 거품을
떨어지지 않게 하는 힘...

 

어떻게 생각해?

그럼 예를 들어 타키가와...

아니, 카즈네가 나랑
사귄다는 것도

 

내가 타카자키 군이랑?

 

미..미안

아니었지?
비약이 심했어

그게 아니라, 혼란스러워서

 

난 타카자키 군이
딱히 맘에 안 들어

그렇겠지

하지만 코요미는 좋아하니까

 

타키가와가 타카자키 군을 좋아할
가능성도 있을지도 몰라

타카자키 군한테도 그렇게 될
선택지가 있을 거야

 

뭐, 그럴 맘이 있으면 잘해봐

 

어떻게 될진 몰라도
이 일은 한동안 비밀로

소란스러워지는 건 싫거든

여기도 따로따로 나가자

응, 그래

 

내가 낼게

카즈네는 손님이니까

재밌는 아군이구나

고마워

 

여길 나가면
지금까지의 타카자키 군답게

자연스럽게 행동해

 

자연스럽게...

그래, 흐름에 맡기고

 

그럼, 내일 또 만날 수
있을지 없을진 몰라도

 

아... 응

 

잘 가

 

잘 가

 

그렇게 말하며
나와 내가 모르는 타키가와

85의 세계에서 온
카즈네는 헤어졌다

 

85의 평행세계...

 

다음 날, 당연하다시피
그 애는 등교했다

 

하지만 그것은
카즈네인가 타키가와인가

 

85씩이나 떨어져 있으면
조금은 분위기가 다를 거다

그 애의 행동거지는
카즈네로밖에 안 보였다

 

애초에 나는 타키가와와
인사도 한 적이 없어서

두 사람이 얼마나 다른지
비교할 순 없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다음다음 날도

물론 나는 그 애를 만났다

 

다만 아무 얘기도 안 했다

 

할 수 없었다

 

그 애의 세계에는
그 세계의 내가 있다고 한다

 

여기 있는 내가 아닌
또 하나의 내가

 

그 세계에선 나랑 그 애는
연인 사이로 만난다는 모양이다

 

또 하나의
나랑 그 애가...

 

있잖아

자기가 돌아가고 싶은,

가고 싶은 평행세계에
가는 건 가능할까?

이론적으론 가능하지

실제로 우리도 지금
옵셔널 시프트,

다시 말해 임의의 평행세계로의
시프트에 관해 연구 중이야

그래? 그럼...

하지만 기술적으로
확립된 건 아니야

실용화까지 앞으로...
10년은 걸리겠지

 

그래?

 

고마워

 

그럼 또 봐

 

10년이라...

 

안녕, 카즈네

 

카즈네?

 

저건 타키가와구나

 

카즈네는 돌아갔구나

 

[타키가와]

 

여어, 불러내서 미안해

 

이거

 

뭐, 일단 들어와서 앉아

 

뭐 마실래?

아뇨

 

뭐 부를래?

 

아니...

 

저기,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할게

 

메모에도 적었지만

요즘 한동안
85의 평행세계에 갔었지?

 

그래서, 그...

어땠어...?

어떠냐니?

아니, 그게, 그...

 

그쪽 세계의 나랑은...

 

아니, 아무것도 아냐

미안

 

이쪽에선 어땠나요?

 

여기서 얘기했어
카즈네랑

카즈네?

미안, 불쾌하면 관둘게

 

아뇨, 상관없어요

 

메뉴 봐도 되나요?

 

아...

 

여기

 

어떤 느낌이었죠?

 

그... 카즈네는?

 

카즈네는

사랑을 했달까?

코요미를

 

사랑?

 

물론 나 말고

코요미란 건 저쪽,
85의 세계의 타카자키 코요미고

 

그런가요?

응, 그래

 

그래서 그런 건 아닌데...

 

타키가와

 

나..나랑...

 

치..친구가 돼줄래?

 

친구...?

 

 

타키가와?

 

타키가와?

거..거기서...

친구..라고?

 

야, 이거 봐봐

 

카..카즈네?

소..속였겠다?

원래 세계로 돌아갔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더니

그게 아니라

있잖아

 

 

- 실?
- 잘 만들어졌지?

저기... 그러니까...

그러니까, 처음부터 난
평행세계 따윈 안 갔단 거야

 

난 쭉 이 세계의
타키가와 카즈네였어

 

85번째 카즈네 같은 건
존재 안 해

 

어..어째서...

어째서 그런 짓을...

 

복수

복수?

날 잊어버렸으니까

 

그러니까!

타카자키 군, 수석 합격이면서
신입생 대표 거절했잖아

 

아...

그 대신에 입학식 때
신입생 대표를 맡은 게 나야

 

그랬던가?

거봐, 기억도 못 하지?

난 수석이라고
자랑스러웠는데

설마 양보한 거였다니
용서 못 해!

 

저기, 설마 해서 그런데

혹시 그래서 복수를?

 

이 정돈 해야지, 보통

 

안 할 것 같은데, 보통

 

그건 그냥
눈에 띄기 싫었던 건데

귀찮게 했으려나?

 

뭐야?

 

화해

실컷 웃었더니 맘이 풀렸어

고마워

 

- 카즈네
- 왜?

 

나랑 사귀자

싫어

 

말했지?

내가 좋아하는 코요미는
좀 더 믿음직한 사람이야

 

그러니까
타카자키 군으론 싫어!

 

이렇게, 나의 인생 첫 고백은

지금까지처럼
인사 같은 거 하지 마

 

보기 좋게 쳘벽으로 끝났다

 

뭐냐고, 참나

 

그런데, 인사도 하지 말라더니

먼저 말을 걸어온 건
카즈네 쪽이었다

뭐야?

이거 말인데

95점이구나
아까워라

거기 말고

 

이 문제

정답 맞힌 게
타카자키 군밖에 없대

 

그렇구나

 

알려줘

왜 너만 함정 문제에 안 걸려?

함정이라기보단
아직 수업에 안 다룬 부분이지

- 그래?
- 응

다만, 지금까지 배운 걸
발전시켜서 생각하면

 

지난번 심술로는
아직 부족했던 건지

굳이 따지자면 나랑
겨루는 모양새가 됐는데

그 방식이 강압적이랄까
순순하달까...

그렇구나

 

과연

 

고마워

 

뭔가 멋있다

 

타카자키 군

고문 테스트
100점 못 받았지?

조언 필요해?

고문 같은 건 난 딱히...

역시!

대충했겠다?
진지하게 해!

 

왜?

왜 그렇게 되는 건진 몰라도

카즈네와 나는
점심시간과 방과 후에

작은 공부 모임 같은 걸
여는 모양새가 됐다

 

당초엔 수상하게 느껴졌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 애랑 대화하는 건 즐거웠고

나도 열심히 하게 됐다

공부 모임은 내게 있어서
큰 기쁨이 됐지만

그 모양새가 학년 수석 둘이
절차탁마하는 것처럼 보인 건지

차례로 반 애들이
모여들게 되어

둘만의 공간은
금세 무너지고

참나...

성적을 올리고 싶으면
학원을 가라고

솔직히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공부 모임을 계기로
반 애들끼리 대화가 늘고

반 전체의 평균 점수가
오른 것도 있어서

교실 안의 분위기가
온화해지는 현상이 일어났다

 

나한테도 친구라고 부를
상대가 생겼다

 

다만, 친해진 후에도

타카자키한텐
사람의 마음이 없으니까

─같은 소릴 이따금 듣고

카즈네한테는

코요미는 배려가 너무 없어

─란 말을 자꾸만 들었다

즉, 나는 사람의 마음이 없고

따라서 상대방을 배려해
행동하질 못한단 거다

게다가, 너는 그 사실을
전혀 눈치 못 채고 있어

 

그럴 리는 없다

 

나는 고등학교 재학 중에

친구들의 협력..이라기보단
흥미 위주의 조력하에

카즈네에게 고백을...

카즈네

뭐야?

 

알고 있겠지만
정말로 좋아해

나랑...

 

싫어

 

나에게 사람의 마음이 없다니
오해도 정도가 있지

 

카즈네는 전혀
상대해주지 않고

졸업식 날 고백도
그대로 피했다

 

내가 진학한 건

세계 최초로 허질과학 학과를
설립한 대학이었는데

여기서도 카즈네와 함께였다

 

그나저나
좀 부탁이 있는데

뭔데?

나랑 어울려줄래?

상관없는데

어디?

 

이리하여 우리는
사귀기 시작했다

[예기치 않은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프로그램을 정지합니다.]

 

카즈네는 기본적으로 과묵하고 쿨한
수재 스타일을 유지했지만

둘만 있으면 농담을 하거나
응석을 부리곤 한다

 

하지만 자꾸만 나로선
알 수 없는 이유로 화내고

그 결과, 나랑 카즈네는
달라붙었다 떨어지길 반복했다

타카자키!

 

안녕
 

 

안녕
 

피곤해 보여
 

응, 졸려
 

 

아, 머리!

 

대학교 졸업 후
우리는 둘이 같이

아버지가 부소장인
허질과학연구소에 들어갔다

 

왜 그래?

 

처음도 아니잖아

 

견학이나 면접으로
여러 번 와봤잖아

 

그러고 보니 그랬다

 

이 즈음, IP 단말은
실용화 직전까지 와있었지만

때때로 오작동을 일으켰다

 

우리가 처음 배속된 팀은

IP 단말의 신뢰도를
올리는 게 목표였다

 

말문이 막힌 계절의 아름다움도

이윽고 마음의 최후에서 메말라가겠지

시끄러운 마음에 맡기고 밤의 저편으로

귀찮은 아픔은 여기에 버리고 가자

언젠가 지나갈 찰나의 감정에

미련이 남는 꽃다발을

내일의 빛을 추구하는 건

너무나 지독하게 애달파져

너의 마음에 닿도록

지금 본 경치는 뿌리치지 않겠어

그게 우리의 증명이야

 

여름의 비도, 겨울의 열기도

가을의 가시도, 봄의 빛깔도

그대 거야

오직 그대 ...

- 되겠는데?
- 그래

 

괜찮겠는데?
아니, 완벽해

 

이거, 고마워

 

붓펜은 꽤 잘 써지는구나

 

아이라이너

아이라...

 

설마 몰랐다거나?

문 연다

 

폰은 입력도 번거롭고

화면이 작아서 식 전체를
다시 훑어보긴 어렵단 말야

그래서 엄마는 뭐래?

아, 클리닝 비용
낼 테니까 말해

 

딱히 됐어

그래? 미안

셔츠 물어낼게

됐어

 

카즈네와 나의 아이디어는

IP 단말의 성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다

 

그 덕분에
극히 가까운 평행세계에는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자각 없이
시프트한단 걸 알게 됐다

 

일반 모니터 인원에도
단말기가 배포되고

보다 많은 데이터
수집이 시작됐다

 

저랑 결혼해주세요

 

아쿠아마린이구나

 

3월의 탄생석이라고 들어서

 

코요미치곤 훌륭해

 

왜 그래?
왼쪽 약지야

 

- 고마워
- 뭐라는 거야

이제 시작이잖아

 

잘 부탁해

 

밖에서 맥주는
이제 좀 쌀쌀하다

그래?

그보다, 역시 맥주는
잔으로 마시고 싶어

 

그리고, 사실 여기
좀 특이한 야경이 보일 텐데

시간을 틀렸나 봐

 

그 정도가 타카자키 군다워

무슨 뜻이야?

그 야경, 기대할게

 

응?

 

왜 그래?

백이...

반대쪽

 

이상하네

분명히 오른쪽에
뒀던 것 같은데...

 

미안, 무슨 얘기였더라?

 

어디부터 얘기할까?

 

나는 문득 생각했다

반지를 받은 건
0인 카즈네였을까

그때의 나는 0이었을까

 

 

타카자키 코요미 님
이쪽으로 오시죠

 

IP 단말

응, 카즈네도

그래

 

나는 대체
누구랑 결혼하는 걸까

 

평행세계 연구가
진행되는 가운데

평행세계끼리
연락을 주고받게 되어

세계 전체가
양자 컴퓨터화하고

허질과학뿐만 아니라

온갖 과학기술의 발전이
가속되기 시작했다

 

한편, 우리 집에선 정문 쪽
현관이 단기간에 2번 열리고

훌쩍 허전해져 버렸다

 

하지만 새로운 가족도 생겼다

 

- 무슨 색?
- 주황색

 

자, 여기!

아, 찾았다

 

뭘 그리는 거니?

몰라

뭔지 모를 걸 그리고 있니?

이름은 몰라도 멋있었어

그래? 어디서 봤는데?

그러니까...

전에 아빠랑 보러 갔어

- 어디?
- 몰라

 

비밀

- 어디래?
- 비밀!

 

알려줘

안 알려줘

 

엄마, 방해돼!

얘, 알려줘!

 

즐거워 보이는데
슬슬 나가자

료가 어디 그림인지를
안 알려줘

아빠는 알아
아빠가 좋아하는 데

 

어딜까...

아직 그리다 말았으니까

 

그럼 슬슬 가자

 

좀 더 그리고!

응?

 

그럼 오늘은 특별히
크레용 꺼내놓고 나가도 되니까

정리 안 해?

그러면 돌아와서
바로 마저 그릴 수 있지?

 

하지만 크레용 밟으면 안 된다

알아

 

전시장 내부는 사정상
조명이 어두운 존도 있습니다

환상동물원은
클레어 유데스키 씨가 만든

움직이는
대형 조각 작품입니다

각각의 작품명은 ...

 

줄이 안 빠져
아직 좀 걸리겠어

 

5분... 10분 정도?

카즈네는 지금 어디야?

중앙광장 언덕

안개의 어쩌고 하는...

 

카즈네?

 

여보세요?

 

료, 료!

 

료, 이쪽이야

 

엄마?

 

 

왜 그래?

 

그냥, 악몽을 꿔서...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

그래

하지만 괜찮아

걱정할 건 이제
아무것도 없어

그렇지?

범인도 그 자리에서 제압했고

 

무엇보다
료가 무사해서 다행이야

 

코요미가 범인한테
달려든 덕분이야

좀 멋졌지?

조금은 카즈네가 말한 나에
가까워졌을까 싶어서

응?

왜, 옛날에 그랬잖아

내 코요미는 좀 더
믿음직한 사람이라고

 

다행이야
너랑 료한테 아무 일도 없어서

 

카즈네

 

마냥 사건을
질질 끄는 것도 안 좋고

어서 원래 생활로
돌아가는 게 좋겠어

다음 주부터 다시 유치원
등원시키는 게 어때?

갈래!

유치원 갈래

안 돼!

밖에 내보냈다가
무슨 일 있으면 어쩌려고?

 

괜찮아
엄마는 화난 게 아냐

그렇지?

 

놀랐니? 미안

 

맞다, 점심은 뭐 먹을래?

응? 아침 먹자마자?

 

부딪친다!

 

- 다녀올게
- 다녀오세요

 

조심해

돌아올 때
뭐 사올 거 있어?

 

글쎄...

 

딱히 없네

플라잉 휴머노이드
창 밖으로 내보내도 돼?

바람에 날려서 실종될걸?

 

거봐, 말했지?

 

얘, 료
이 그림 아직 그리다 말았지?

마저 안 그려?

 

어떻게 생겼었나 까먹었어

 

카즈네 군이?

 

그 일 직후엔
나보다 진정돼 보여서

카즈네답다 싶었는데

 

요 3일 정도는 뭐랄까...

한시도 료한테서
떨어지려 하질 않아

뭐,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

어머니라면 당연한 거 아냐?

그럴 것 같긴 한데...

그래도...

 

그리 걱정 마라

이번엔 네가 료를
지켰기에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으면
너도 어떻게 됐을지 몰라

그러지 않았으면?

 

실례합니다
괜찮을까요?

뭐지?

부소장님, 잠깐 실례합니다

 

허질과학청에서
긴급 연락이 들어왔는데요

긴급?

예, 신설된 이동감시실 일로...

 

SIP의 상대치는 22+10이군

문제는 시프트 거리인데요

오늘은 이만 조퇴하겠습니다

잠깐만 코요미

카즈네 군에 대한 무허가
옵셔널 시프트가 확인됐다는구나

 

옵셔널 시프트

자기 발생 장치를 써서

인위적으로
패럴렐 시프트를 일으켜

특정 평행세계의 자신과
바꿔치기하는 시프트

 

허질과학연구소에서도
10년 이상 전부터

옵셔널 시프트 실험을
수행했는데

그때부터 이미
실험을 수행할 땐

감독 관청에
신고가 의무화돼있었다

 

옵셔널 시프트는
갖가지 문제를 품고 있다

 

그중 하나가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이다

말할 것도 없지만
네 가족의 안전이 최우선이야

 

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학회나 사회에 줄 영향은 커

신중히 대처해라

 

우리가 걱정한 건
좀 더 복잡한 다른 문제였다

 

다녀왔습니다

 

카즈네, 나야

 

료, 연다

 

이런 데서 안 추워?

아빠!

 

도중에 사왔어

나, 밀크코코아

 

여기에 왔단 건
그림이 어딘지 알았구나

아니, 오늘 아침에야 알았어

그때는 정말로...

 

그렇구나

 

그땐 아직 우리는
같은 세계에 있었구나

 

- 코코아 따줄까?
- 나중에 마셔도 돼

그래?

 

- 그럼 여기 둘게
- 응

 

엄마한텐 두고 간 물건

 

풀어도 옵셔널 시프트는
감시되고 있어

그런 문제가 아냐
0이 안 되는 게 싫어서...

동일성의 확산이
걱정되지 않아?

 

동일성의 확산

멀리 있는 세계에
시프트하고 있는 사이에

그 세계에서
분기가 일어날 경우

원래 세계에서
더욱 떨어지고 만다

또, 바꿔치기한 쪽의
의식에서 보자면

귀환할 곳이
둘 존재하는 셈이 되어

행동할 때마다
복잡한 분기를 일으키고 만다

 

이제부터 당장 연구소에 가

싫어!

 

이 애랑은 다시는 안 떨어져

 

넌 이 세계의
카즈네가 아니야

- 겨우 만났다고!
- 아니야

네 료가 아니야

 

네...

네 세계의 료는...

 

엄마는 어디 있어?

 

응? 엄마는 어디 가버렸어?

 

그래... 넌 이제
내 료가 아니구나

내 료는 죽어버린 그 애뿐...

 

다리가... 안 움직였어...

 

무서워서...

 

나... 그 애를 못 구했어...

 

미안하구나, 료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

 

료, 크레용을 주워

응... 하지만...

 

안 밟게 조심해

응...

 

네 탓이 아니야

내 탓이야

 

내가 그 애를 죽인 거야

코요미도
그렇게 생각할 게 뻔해

 

그런 생각 안 해

넌 몰라!

행복한 쪽으로 나아간
너는 절대로!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알아

 

제아무리 가도
나는 나니까

 

나는 지금 카즈네가 돌아오길
진심으로 기다리고 있어

그러니까 분명 네 세계의 나도
네가 돌아오길 기다릴 거야

 

봐봐

 

켜졌다!

봤어?
불 켜졌어!

 

예쁘다

 

히다카 씨, 저건?

네, 조사를 위해
IP 단말의 클론을 작성했습니다

 

다 됐어!

 

얘, 들어오면 안 돼

됐어

 

상관없어

 

이거 줄게

 

이걸 보고 싶었어

 

고마워

 

카즈네

 

그럼 잘 지내

 

배려가 너무 없어

 

미안

 

'치사해'
그렇게 말한 것처럼 보였다

 

왜 그쪽만...

 

옵셔널 시프트
프로토콜 개시

바이털 이상 무

자계 전개했습니다

옵셔널 시프트 개시

 

옵셔널 시프트 완료했습니다

 

바이털은 정상이나
뇌파가 다소 저조합니다

 

당시의 IP 캡슐은
밖에서만 조작이 되는 설계였다

13의 카즈네의 협력자는
13의 나임이 틀림없으리라

이 일로 그 둘은
학계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

 

료와 연구, 양쪽을 잃고
새로운 삶을 찾아야만 한다

 

동일성의 확산이 일어나 버려
이 사람도 수치상 0은 아니다

분기가 일어난
이쪽으로 시프트할 때

둘로 나뉘어
수치상은 0이 아니게 됐다

 

하지만 이 사람보다
0에 가까운 사람은 없는 거다

 

이 사람이 보기엔
지금의 나와 료는 0은 아니다

 

한참 전에, 나한테 가능성의
의의를 얘기한 사람이 있었는데

결국 초등학생한텐
이해하기 힘든 얘기였어

그래?

나한테 주는 숙제랬지

다만, 그 사람한테도
뚜렷한 답은 없어 보였어

뭐야, 그게

 

아직 답은 못 내놨어

하지만 나는 가능성을
사랑하고 있어

 

반복해서 생각하는 사이에
그렇게 됐어

 

연애 얘기야?

사람에 대해서도
가능성째로 사랑하고 싶어

가능성째로 사랑해...?

행복해질 가능성도
불행해질 가능성도

그것도 포함해서
통째로 전부

 

분명 행복의 가능성 수만큼
불행의 가능성이 있고

우리는 살아있는 한
그걸 차례로 겪는 걸 거야

예를 들어

세계에 100명의 네가 있고
100명의 내가 있다 치면

그 100명의 나는
분명 100명의 널 사랑할 거야

 

설령 불행하든 행복하든

저마다의 세계에서
저마다의 내가 카즈네를 사랑해

 

카즈네, 난...

 

나도 모든 널 사랑해

 

들개한테서 구해준 너도
그렇지 않은 너도

 

무슨 얘기야?

아무것도 아니야

 

그 후로 우리는
평온하게 해를 거듭하며

아버지, 어머니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라 불리게 됐다

가까운 사람 중에
연상인 사람은 차례로 떠나갔지만

우리 집 정문 쪽 현관은
정월 말고는 열리는 일이 없었다

다만 이제 곧 열릴 모양이다

그리고 떠나는 건
나라는 모양이다

그 얘기를 의사가 해준 건

손녀 아이가
10세가 되기 직전이었다

 

카즈네는 아무 말도 없었다

 

난 신기하게도
평온한 기분이었다

 

그럼 잘 자

잘 자

 

가족에게 폐를
끼치긴 싫었지만

료와 에리 씨의 제안도 있어

나는 익숙한 집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타카자키 카즈네 님]
 
 

 

타카자키 카즈네 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타키가와 카즈네입니다

우선 사과드립니다

멋대로 옵셔널 시프트를
해서 죄송합니다

지금 당신의 손을 빌려
이 편지를 씁니다

 

사실 당신한테 어떻게든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그러려면 저와
제 세계에서의 코요미,

히다카 코요미에 대해
말씀드려야 합니다

 

길어질 수도 있겠지만
부디 어울려주세요

 

저와 히다카 코요미는
결혼하지 않았습니다

 

쭉 연구 파트너로
오래도록 함께 지냈지요

이쪽 세계와 저희 세계는

그이가 7세일 때
이혼한 부모님 중

어느 쪽을 따라갔느냐로
갈라진 모양입니다

 

제가 히다카 코요미와
만난 건 고등학교 때

누구와도 얘기하지 않고
학교에도 안 나오면서

성적은 수석인
맘에 안 드는 녀석

저는 멋대로 그이를
라이벌로 간주했죠

 

그래서 그이가 대입을
치르지 않는단 걸 알았을 땐

안심되면서도 섭섭한
복잡한 심정이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단순한
라이벌 의식만이 아니었는지도요

 

그건 둘째 치고, 그 후
저는 허질과학연구소에 들어가

그이와 재회..라고 하긴
좀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저는 그이를 만나기 위해
허질과학연구소에 들어갔죠

 

이윽고 그이는 저에게
비밀 연구를 같이 하자고 했죠

그건 시간 이동 연구

 

놀랐어요

어쩜 이리 비상식적이고
웃기는 생각을 하는 건지

 

당신도 알겠죠?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어요

연구소 제일가는 괴짜인 그이의
최대한의 조크인 줄만

하지만 조크 같은 걸
할 사람이 아니었어요

그건 그이가 최대한 보인
절실한 모습이었죠

 

왜냐면 그게

'교차로의 유령'을 구할
유일한 방법이었기에

 

교차로의 유령은
그이의 어릴 적 연인이었죠

 

어느 샌가.

우리는 이토록 가까이 있었건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다른 운명이었을까.

 

몇 살이 되어도.

기적 같은 걸 믿고 있고 싶었어

쭈글쭈글 비틀비틀 해져도

반드시 데리러 갈 테니까.

 

혹시나 하는 얘기라면

이미 질리도록 했지

「어차피」보단 「분명」 쪽이 훨씬

편하다고 생각하고 싶었어

 

눈물 때문이겠지

이별이 괴로운 건

평소처럼 웃으면서 「잘 가」

오늘부터 한 명씩. ...

그 애는 어떤 사고로
육체와 허질이 분리돼

교차로의 유령이 돼버렸죠

 

자기 탓이라고
코요미는 그랬죠

 

그리고 그 마음만으로

그 애를 그 교차로에서
구해낼 연구를 계속했죠

 

그런 그이의 모습은
뭐랄까, 일종의

광기에 차있었고

 

하지만 그런 반면에
너무도 순수하고 애처로워서

마치 작은 소년이
흐느끼는 것처럼 보였죠

 

그런 그이가 도달한 방법이
시간 이동이었어요

 

물론 물질적인
시간 이동이 아니라

허질 세계에서의 시간 이동

즉, 타임 시프트입니다

 

타임 시프트...

 

기다려라

반드시 널 구해주마

 

이제 됐어, 코요미 군

 

이제 상당히 시간이 지났지?

 

시오리?

나를 위해...

 

오직 그걸 위해
코요미 군이 살아가는 건

그런 건 싫어

 

무슨 소리야
약속했잖아

내가 반드시 구하겠다고

 

저와 코요미는 몇십 년에 걸쳐
타임 시프트에 대해 연구해

마침내 그 방법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코요미가 뇌사 상태가 된단 것도

 

정말 제멋대로에 독선적이고

남들이 피해를 보는걸
개의치 않죠

뭐, 피해를 보는 건
저밖에 없겠지만요

 

아무튼, 자기가 어찌 되든
그이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죠

 

저는 이제 놀랍지 않았어요

 

그저, '역시나'

'남겨지는 나 같은 건
안중에도 없구나'

'그렇다면 끝까지 어울려주마'
그런 오기 같은 마음과

그럴 수 있는 건
나뿐이라는 마음

 

저희는 신중하게
타임 시프트 장소를 골랐죠

그게 지금 당신이 살고 있는
이 세계였어요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코요미는 아무것도
얘기해주지 않아요

단지, 두 사람이
만나지 않는 세계라면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만 반복하죠

 

추억 얘기는 그때 가서 하자.

 

오랫동안 기다리게 했구나

 

무슨 뜻이야?

 

어릴 때 너랑 만나고

네가 사고를 당하고

 

그 후로 60년이야

 

정말 긴 시간이었어

코요미 군?

 

시오리, 작별이다

 

어제, 코요미는
타임 시프트를 실행했어요

 

이쪽 세계에선 그저
한 노인이 연구 중에 쓰러져

뇌사 상태에 빠진 걸로 돼있죠

 

하지만 저만큼은 압니다

 

그이가 그쪽 세계의
과거에 갔단 걸

 

지금 당신 곁에 잠들어있는
당신 남편, 타카자키 코요미에겐

그이가 7세인 시점부터
히다카 코요미의 허질이 흘러들고

또, 그쪽 세계의
그 애한테도

코요미가 구해낸
그 애의 허질이 흘러들었어요

 

이대로 저마다의 인생을 다하면
두 사람이 만날 일은 없겠지요

그거면 된 거예요

무엇보다 두 사람이 절대로
만나지 않는 세계를 택했으니까요

 

하지만 타임 시프트 직전에

코요미는 그 애랑 재회할 약속을
하고 왔다고 했어요

 

그쪽 세계에서의
인생 막바지에

그곳에서의 만남이에요

 

이론상 예측으로는
타임 시프트 후에

이쪽 세계의 기억이
남을 가능성은

0에 가깝다고 봐도
될 겁니다

 

그러니까 어릴 적 연인을
납득시킬 구실이라나 봅니다

 

지키긴 어려운 약속

 

약속이라기보단
그런 기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코요미의 막연한 희망

 

지금 저는 그 기적을
일으키고 싶습니다

 

확실히 저는 마음속 어딘가에서
두 사람을 만나게 하기 싫었어요

 

하지만

 

지금 당신 남편의 IP 단말에

쇼와거리 교차로에서의
약속을 입력했어요

 

[8월 17일 오전 10시]
[쇼와 거리 교차로  ]

한 달 후, 부디 그이를
약속 장소에 보내주세요

 

솔직히 적을게요

 

또 하나의 저라면
어렴풋이 느끼고 있겠지만

저는 이쪽 세계의 코요미,
히다카 코요미를 사랑합니다

 

물론 그건 연애 관계의 사랑,
결혼으로 맺어지는 사랑과는 달랐죠

 

그럼에도, 저는 제 인생을 다해
히다카 코요미를 사랑했다고

지금 마음속 깊이 느낍니다

 

막무가내인 부탁인 건 압니다

 

무엇보다 당신에겐

그리고 제게도 그렇지만

사랑하는 이를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거니까요

 

제 생각을 당신의 마음으로
이어줬으면 합니다

 

행복과 불행은 되풀이되죠

 

하지만 누군가가
누군가를 생각하는

그 마음이 이어져간다고
믿을 수 있다면

 

우리가 어느 세계에 태어나

 

만나고

살고

또, 죽어가는
의미가 있을 거라고

인생의 최후에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잘 잤어?

 

추신

사실 전에 딱 한 번
시프트한 적이 있어요

그때 본 아쿠아마린 반지
멋대로 따라했어요

죄송해요

 

에러?

여긴 어디지?

얼마나 날아갔지?

 

패럴렐 시프트가
일어났다 치고

그 여자애가
횡단보도에 있는 세계에

지금의 나는 없으니까
손쓸 수 없어

뒤바뀌어 그쪽으로 간 내가
갈피를 잡기를 빌 수밖에...

 

빈다라...

 

그런데 에러는 어떻게 된 거지?

계측 불능이라면
가능성으로는...

만약 허질 자체에
변화가 일어났다 치면

잠깐, 뭔가 그런 아이디어를
들은 적이 있어

무슨 논문이지?

어느 학회에서 들었던가?

누구랑 얘기했지?

 

저기요

괜찮으세요?

저기요

약...

약 좀 주워...

 

이건가요?

 

지금 열게요

 

자요, 쥘 수 있겠나요?

 

이제 괜찮네요

덕분에 살았습니다

 

다행이다

 

고맙습니다

 

저기, 괜찮다면
이름을 여쭤도 될까요?

이름을 댈 만한
사람은 아닙니다

 

아니에요

있죠

죽기 전에 한 번은
해보고 싶었어요

 

'이름을 댈 만한 사람은
아닙니다' 하고

 

그거 참
도움이 돼서 영광이네요

- 자요
- 고맙습니다

 

어머, 이건

네, 마누라 겁니다

빌린 겁니다

그래요?

 

저기...

 

어디서 뵌 적 없나요?

 

실례지만 성함이?

타카자키입니다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모르는 분 같네요

 

그런가요?

 

어쩌면 어느 평행세계에서
만난 적이 있는지도 모르죠

어머, 그러게요

그럴 가능성은 있겠네요

 

저기...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요?

 

네, 행복하답니다

무척

 

그거 다행이다

그러면

 

조심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안녕히 가세요
고맙습니다

 

어서 와

다녀왔어

기다려준 거야?

그런 셈이지

 

그나저나...

넌 누구지?

 

IEPP에 에러라고 표시돼서
지금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

정말, 표현 하고는

미안 미안

 

봐, 이거 고장일까?

 

별일이네

내가 외출한 건
쇼와거리 교차로... 맞아?

응, 10시에

 

패럴렐 시프트가
일어났다 해도

근처 같으니까
금방 0으로 돌아오려나?

 

그래서, 문제의 약속은 어땠어?

아, 아무도 안 왔어

그래?

 

스케줄도 고장일지도?

다만, 어떤 사람이랑
근사한 만남이 있었어

어떤 사람이라니?
옛날 지인?

아니, 모르는 사람인데

그 사람은 지금
행복하다고 했어

난 그게 대단히 기뻤어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지?

응, 모르는 사람의 행복이
나한텐 기뻤어

모르는 사람의 행복을
기뻐할 수 있는 건

내가 행복을 알고 있기
때문이란 걸 깨달았어

 

단순하구나

그래

간단한 말로 표현하자면
아무래도 좀...

 

카즈네

네가 있어줘서
나는 지금 행복해

 

그거, 0인 사람한테 해줘

물론 할 거야

 

하지만 모든 너한테
전하고 싶어

 

동시에, 카즈네가 아닌 누군가를
사랑한 하나하나의 나에게

네가 카즈네 이외의
누군가를 사랑해줘서

나는 카즈네를
사랑할 수 있었어

고마워

 

할아버지, 다녀오셨어요

다녀왔다

공부 안 하고
할아버지 나가는 거 봤구나

 

그치만 신경 쓰이는걸!

 

아이는 호기심이 많구나

 

헤아림이지

 

그리고, 내가 아닌 나를 사랑해준
카즈네가 아닌 누군가에게

 

부디 너와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 어딘가에서 행복하기를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내가 사랑한 온 세상의 너에게

 

何処かへ行った晴天と
어딘가 가버린 푸른 하늘과

斑な暮らしの中
얼룩진 생활 속에

見慣れた横顔
익숙해진 옆모습

窓を突いた雨音
창문을 뚫는 빗소리

言ってしまえば全ては取るに足らない
말해버리면 모든 건 보잘것없는

些細な言葉が尾を引いていく
사소한 말이 뒤따르지

 

抱えた痛みの数なんて
껴안은 아픔의 개수 같은 건

覚えてはいないけれど
기억나지 않지만

確かにふたりの愛を育てた
확실히 두 사람의 사랑을 키웠었어

安っぽい日々を送ろうね
싸구려 나날을 보내자

下らない話をしようね
쓸데없는 얘기를 하자

乾涸びた朝を重ねては
말라비틀어진 아침을 거듭하곤

幸せだと笑おうね
행복하다며 웃자

きっと先のことは分からない
분명 나중 일 같은 건 알 수 없어

今はただ
지금은 그저

しなだれた貴女が
응석 부리는 그대가

涸れる事のないように歌を歌うのだ
시들지 않도록 노래를 부를 거야

 

慰め合うのは簡単だ
서로 위로하는 건 간단해

故に此処にあるのは
따라서 여기에 있는 건

くすんだ空模様
흐릿한 날씨

夢に飼った蜃気楼
꿈속에 키운 신기루

 

貴女の気を惹こうとして
그대의 마음을 끌려고

独りに善がっていた
혼자 신나 있었지

幼く醜い恋心だ
미숙하고 꼴사나운 연심이야

迷い込む闇の行く末に
빠져드는 어두운 앞길에

安らかな心が燈った
평온한 마음이 밝혀졌어

差し伸べた手の平はどうか
뻗은 손바닥은 부디

離さないようにしようね
놓지 않도록 하자

雨の這う紫陽花を見ては
비가 흐르는 수국을 보고는

共に揺れる貴女の言の葉が
함께 흔들리는 그대의 말이

褪せる事のないように
바래는 일 없도록

空を仰ぐのだ
하늘을 우러러 봐

 

囁きを交わして
속삭임을 나누며

何でもない秘密を持った
아무것도 아닌 비밀을 가진

洒涙雨のような思い出だ
최루우 같은 추억이야

 

瑠璃色を隔てて
자줏빛과 거리를 두며

ぎこちなく笑い合っていた
어색하게 함께 웃었었지

華やかな笑顔に見惚れました
화려한 미소에 반했답니다

 

ほら

安っぽい日々を送ろうね
싸구려 나날을 보내자

下らない話をしようね
쓸데없는 얘기를 하자

乾涸びた朝を重ねては
말라비틀어진 아침을 거듭하곤

幸せだと笑おうね
행복하다며 웃자

きっと先のことは分からない
분명 나중 일 같은 건 알 수 없어

今はただ
지금은 그저

しなだれた貴女が
응석 부리는 그대가

涸れる事のないように歌を歌うのだ
시들지 않도록 노래를 부를 거야

在れるままであるように
존재하는 그대로 있도록

君を愛すのだ
너를 사랑할 거야

 

하느@harne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