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어디지?
호수?
왜 이런 데에?
난...
맞아!
이런!
이대로면 자동판매기가 위험해!
난 또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는 있는 모양이야.
아무튼 여기서...
어라?
어라?
뭐지?
몸이 안 움직여?
잠깐, 누구 없어요?
어서 오십시오.
방금 건 내 목소리... 인가?
잠깐, 잠깐, 진정해!
감사합니다.
역시 내 목소리야!
또 이용해주시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것도 이건...
지금까지 몇 번이고 들어왔던 말.
당첨이 나오면 하나 더!
동서고금
온갖 자동판매기를 좋아해서
자타가 공인하는 매니아인 내가
이건...!
난 자동판매기가 되었어!
자동판매기로
자동판매기, 이동하다
혹시 죽어서 자동판매기로
아니, 설마.
아무리 좋아서 어쩔 줄 몰라했다곤 해도
괴...
굉장해!
어딜 어떻게 봐도
가격 설정은 양심적이라
하얗고 올곧게 뻗은 사각형의 몸은
...가 아니라!
거짓말이지?
말도 안 되잖아!
죽어서 자판기로 전생이라니 최악!
...은 아니네.
사랑했던 걸로 다시 태어나다니,
이건 혹시 신의 자비인가?
뭐, 되어버린 건 어쩔 수 없지.
솔직히 그렇게 나쁜 느낌은 안 드는 게
어서 오십시오.
감사합니다.
또 이용해주시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당첨이 나오면 하나 더!
아깝네요.
당첨!
동전을 투입해주십시오.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인가?
그 외에 뭘 할 수 있을까?
난 자동판매기.
믿자.
몰입해.
자신을 조종 못하면 어쩌자고.
자기 몸을 이해해!
(냉) 미네랄 워터 130엔 100개
뇌내에...
아, 아니, 뇌는 없나.
머릿속에 문자와 숫자가 떠올랐군.
이게 지금 팔고 있는 상품,
두 종류뿐인가.
종류를 변경할 경우엔
변경?
상품을 바꿀 수 있어?
포인트라니?
아, 이 PT란 거구나!
포인트란 금전을 기반으로 변환,
포인트를 소비함으로써
기능 추가가 가능합니다.
그렇구나.
조사해보고서 이것저것 알게 됐다.
방금 그 포인트란 걸 소비하면
보냉, 보온 뿐만이 아니라,
냉동 식품을 데우거나,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는 것 등도
기능은 차차 알아보기로 하고,
변경할 수 있는 상품을 확인해볼까?
아무래도 내가 생전에 자동판매기에서
시험 삼아 포인트 10을 소비해서
차가운 밀크티와 교환해볼까?
이거 편리하군!
가격은 100엔이면 되겠지.
100엔당 1포인트로
자, 다른 기능도 알아보도록 할까?
그렇게,
이것저것 알아보는 사이,
한 가지 중대한 사실을 알았다.
내 몸은 전기로 움직이고 있지 않다.
아무래도 포인트를 소비해서
1시간당 1포인트,
1일당 24포인트 소비라.
즉,
하루에 2400엔은 벌어야 한단 건가.
잘못 들을 리가 없어!
다시 태어난 나는
미궁을 방랑한다
다시 태어났어?
그런 일이 생길 리가...
틀림없는 자동판매기야!
더할 나위 없어!
우아함과 기능미를 겸비했어!
매니아의 슬픈 면이야.
(온) 콘 스프 100엔 100개
포인트를 소비해주십시오.
기능 - 보냉, 보온
상품의 보충이나 변경,
가능해지는 모양이다.
구입한 건 전부 있는 모양이야!
변환 가능하다고 했으니까.
전력 대신을 삼고 있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