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Unnamed Memory 06

멋진 광경이군요

과거가 떠올라

 

내가 태어났던 암흑시대에서도
이런 식으로 사람이나 마을이 불탔었지

「라나크 [쿠스쿨 왕]」
앞으로 대륙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될 거야

그걸 위해서는 우선,
4대국이라고 했었나?

대신 그들을
보내주는 걸로 하지

 

이걸로…

 

역시 그런가

 

400년이나 지나서
지금 와서 뭘 하려고…

 

너도 이만 쉬어
오랫동안 수고했어

 

멈춰 있던 시곗바늘이 나아가는 그 끝에

영원이여, 이어져 다오

Unnamed Memory
sub by 별명따위

언제나처럼 변함없이 이 품 안에 있어

변하지 않는 것이 단 하나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이 마음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내일을 붙잡아서

그늘 속에 숨은 시간의 언덕은 이젠 없으니까

전하고 싶은 것이

전해지지 않는 것이 있어

부디

흘러가게 될 그 끝은 이곳에 있으니까

되뇌었던 말을 따라 닿을 거야

날 부르던 그 목소리가 외치네

언젠가 바랐던 마음은 반드시 닿을 거야

네 마음의 곁에 있으니까

sub by 별명따위

~ 심연이 태어나는 때 ~

 

인간은 인간을 죽인다

그걸 위한 감정,
그걸 위한 힘이다

 

그래서 그걸 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면
애정과도, 증오와도 엮이고 싶지 않아

떠올리고 싶지 않아

 

그저 광기에
미치고 싶지 않은 거다

이미 나는 처음부터

벗어날 수 없는 광기 안에 있으니까

 

《나는 정의한다》

 

이 말이 독이 되기를 바란다

가시가 생겨나듯이
씨앗을 뿌린다

 

이건?

 

티나샤

졸려

 

설명하면 자도 된다

 

저주를 같은 곳에 부딪혀서
상쇄했어요

뭐?

간단히 말하면
당신의 저주를 해주했어요

해주했다니, 너…

그건 이제 지워도 돼요
목욕이라도 하고 나오세요

네 피인가?

 

촉매로 사용했어요

왜 자고 있을 때에 하는 거지?

의식이 없는 게
편하기 때문이에요

 

그럼 돌아가서 잘게요

 

뭔가요?

아니…

고마워

 

어째서 제가 케빈 왕의
생일 축하를 하러 가야 해요?

식전이라지만 실질적인
외교용 무도회잖아요!

 

네가 안 나가면
누가 나간다는 거지?

열심히 너구리 놈들한테
치이고 와 봐

어째서야!

 

전하, 타이리에서 전령이 도착했습니다

루스트 왕자께선
오지 못하게 되셨다고 합니다

쿠스쿨의 습격을 받아서

대신 오늘은 여동생이신
체칠리아 왕녀가 오신다고 합니다

쿠스쿨?

습격?

쿠스쿨의 마법사는 국경 근방의
마을을 불태워 버렸다고 합니다

타이리는 수백 년 동안
마법사를 박해하고 있으니까

단순한 복수인지,
아니면 다른 것인지

 

티나샤

 

저기, 잠시 상담할 게…

뭐지?

 

오스카, 나크를 좋아하세요?

나크라면 네가
데리고 있는 그 드래곤 말인가?

지금은 제가 주인이지만
그걸 덮어쓰고 싶어요

당신이라면 나크도
잘 따르고 있으니까요

 

갑자기 뭐지?

 

알겠다
그래도 상관없다

정말인가요?
그럼

 

이걸로 당신이 주인이에요

알겠다

 

꽤 예상 밖의 반응이군

 

완급은 조절하지 않으면 안 돼요

 

이런 곳에 모습을 드러내는 건
전대미문의 일이에요!

 

정체에 대해선
제대로 덮어두마

 

약혼자라고 했다간
날려버릴 거예요

 

기억해 두지

 

제20대 파르사스 왕
케빈 폐하

 

53회 생일을 무사히
맞이하시게 되어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전하~

「체칠리아[타이리 왕녀]」
체칠리아 왕녀

오늘은 정말로 축하드립니다

아쉽게도 오라버니께서
오지 못해 면목이…

아뇨

듣자 하니 귀국이
습격을 받았다고…

작은 날벌레가
시끄럽게 날아다닌 것뿐이랍니다

그 날벌레, 쿠스쿨에 대해
잠시 묻고 싶다만

어머, 이 이상의
복잡한 얘기는

이 자리에서는
하기 좀 꺼려지네요

 

당신도 잘 어울려 주는군

밀어붙이는 게 강한
계약자가 있어서요

이건 핏줄인가요?

 

아들의 저주를 풀어 주어
뭐라고 감사하면 좋을지

 

계약을 이행한 것뿐이에요

이걸로 누구와든 결혼할 수 있을 거예요

 

이거 큰일이군요

그 마음이 이해가 가는군요

당신도 꽤 남일처럼 말씀하시네요

좀 더 저 사람을
어떻게든 해 줬으면 좋겠는데요

저 나이에는 부모가 하는 말은
듣지 않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저 아이와
함께 해주지 않겠습니까?

아직도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지쳤어

춤을 추기에 적합한
드레스가 아니어서 다행이야

 

라나크

 

이 드레스의 자수는

타이리의 장인 10명에게
반년 동안 만들게 한 것인데

 

전하, 피곤하시다면
잠시 쉬시겠어요?

 

티나샤, 무슨 일이지?

죄송하지만 이분에게 중요한 볼일이
있으니 이만 자리를 비켜주시겠어요?

그런 곳에서 갑자기
나타나선 무례한 소리를!

전하, 이분은 누구시죠?

나의 마―

마?

 

…법사입니다

마법사 주제에
자기 분수도 모르고

추잡해!
썩 나가!

"마법사 주제에"라고?

말은 가려서 해
멍청한 것이

뭐라고?

 

나가

두 번이나 말하지 않으면
이해하지 못하겠어?

 

그래서?

 

오스카

저는 원래대로라면 400년 전에
죽었어야 했을 사람이에요

 

죽은 자에게
홀려 있어선 안 돼요

 

당신은 당신이 해야 할 일을 하세요

 

이 나라의 백성들의 미래가
걸려 있다는 걸 부디 잊지 마세요

 

티나―

 

루크레치아의 주술을 풀었을 때
제가 했던 말을 기억하세요?

 

데리러 왔어

예전보다 크고, 아름답게
성장했구나

아이티

라나크!

정말로 살아 있었구나!

 

네가 나를 찾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어

하지만 지금껏
움직일 수가 없었어

괜찮아
살아 있는 걸로도 충분하니까

 

너를 위해 쿠스쿨이라는
나라도 만들었어

주변에 방해되는 마을은
불태워 두었고

지금은 정말 좋은 땅이 됐어

너는 그곳의 왕비가 되는 거야

 

그는?

계약자였던 사람이야

아카시아의 검사인가
위험하군

 

그냥 놔두자

 

검에게 힘이 있어도
결국은 검

그걸 사용하는 자에게
힘이 없다면 어쩔 도리가 없잖아

이건…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저주는 풀었어

당신과의 계약은
오늘 밤으로 끝이에요

아직 시간은
남아 있었을 거다!

더 이상 없어

 

라나크를 상처 입힐 생각이라면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지금의 나라면 죽일 수 있어

하지만!

 

그만 하면 됐어
가자

 

티나샤!

 

티나샤 님

 

전하의 상태는?

 

성이 나 계세요

언뜻 보기엔 평소와
크게 다를 건 없지만요

 

끝났다
나머지는 부탁하지

아, 네

 

전하, 검을 가지고
어디 가시는 겁니까?

 

루크레치아의 숲에 다녀오겠다

 

기다려 주십시오!

위험한 일이 있으면
어쩌시려는 겁니까!

없으니까 괜찮아

어서 이 손을 놔라!

 

오지 않아도 돼

나는 여기 있으니까

 

정말인지 어떤지
보러 왔는데

역시 그 아이는 갔구나

 

"역시"라는 건 무슨 말이지?

그야 나한테도 쿠스쿨에서
권유하러 왔으니까

 

물론 거절했어

다른 마녀들도
똑같지 않을까?

그래서 이번에 그 아이가 간 건
여러 나라에서도 문제가 되지 않을까?

 

그 라나크라는 남자와
티나샤는 어떤 관계지?

그 아이는 마녀가 된 후로
그 남자를 쭉 찾고 있었어

이제야 재회하게 됐으니
잘된 거 아니야?

하지만 멀쩡한 것처럼
보이진 않았어

반쯤 꿈속을
다니고 있는 것 같았어

질투하는 거야?

그 아이가 그래도 괜찮다면
딱히 문제될 건 없잖아

싫어

당신에게 참견할 권리가 있어?

양보할 생각은 없어

그건 내게 있어서
유일무이한 여자다

그 남자를 죽이고서
다시 데려와서

그래도 다른 남자가 좋다면
그때에는 놔 주겠어

 

알겠어

 

지금부터 나는 그 아이가
내게 했던 말을 그대로 전할 거야

단,

그 아이와 죽을 기세로 싸울
각오가 된 사람한테만

 

이제 됐다

우선 이 얘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그 아이의 본명을 가르쳐 줄게

본명?

 

티나샤·아스·메이야·우르·
아에테르나·투르다르

- 투르다르?

투르다르라면 400년 전
하룻밤 만에 멸망한 마법대국이죠?

그 나라의 이름이
이름 끝에 들어 있다는 말은…

왕족인가?

정확히는 차기 여왕 후보

투르다르는 왕정이지만

혈맥이 아니라 순수하게
힘으로 왕을 정하는 곳이었어

 

힘으로 정한다니

이상한 녀석이 강하면
어쩌려는 거지?

그래서 그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바로 부모님 곁을 떠나서

성에서 키워지게 됐다고 해

 

그만큼 힘이 월등했었다는 거네요

 

그리고 왕 후보는 남녀
한 명씩 선택되어서

그대로 약혼자가 되는 건데

남자는 국왕의 외동 아들이었어

그게 라나크야

하지만 실력은
비교조차 안 됐었어

모두 티나샤가 여왕이고,

라나크가 티나샤의
남편이 되는 거라 생각했었나

맞아

그래도 라나크는 5살이나 어린
그 아이를 진짜 여동생처럼 귀여워했대

하지만 그들을 둘러싸고
궁정이 둘로 나뉘게 됐는데

 

타국과 교류를
가져야 한다는 게 혁신파

지금 그대로 타국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이 구 체제파

그리고, 양쪽 다 조금도
양보하지 않는 가운데

이윽고 국왕이
병환에 몸져 눕게 됐는데

혁신파는 티나샤,

구 체제파는 라나크로
나뉘어서 다투게 됐어

다퉜다고 해도 티나샤 양이
즉위하는 건 확실했던 게…

그래, 그래서 구 체제파는
한 계책을 생각했어

티나샤의 즉위를 방해하고,
라나크의 힘을 강화시킬

일석이조의 계책을

 

그 아이가 13살 때였어

어느 날 밤, 정신이 들자
라나크가 자신을 안아들고서

어딘가로 가고 있었대

 

여기는… 대성당?

아, 일어났니?

너는 마법 내성이 강해서
역시 금방 깨는구나

 

라나크, 이 사람들은 누구야?

 

가만히 있어, 아이티

라나크?

 

라…나크…

어째서…
그만둬!

 

죽지 않게끔 연명만
시키면 돼

《목숨이여, 지금 잠시 동안 머물러라》

《상처는 상처로, 피는 피 그대로
천천히 불태워라》

《지금 잠시 동안 그대로 존재하라》

 

《내가 바라는 것은
순수한 힘이다》

《여기 있는 피와 살을 촉매로
하여 힘이여, 나타나라》!

 

이건 투르다르를 위한 거다, 아이티!

이 마력으로 나는 너를 뛰어넘는다!

 

뭐, 뭐지?
어서 제어해라!

 

이 이상은…!

 

《나는 그대의 모든 것을 지배한다》

《나를 그릇으로 하여
내 명을 따라라》

 

마력의 폭풍이 사라진 뒤에
찢어진 배는 어떻게든 낫긴 했지만

그 자리에서 사흘 동안
격통에 시달렸다고 해

 

하지만 마력을 자기 안에
거둬들여 필사적으로 지키려 했던 나라는

이미 멸망해서 잔해만
남게 되었고

넘쳐 나온 마력은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흡수해서 대륙 곳곳으로 흩어져

다섯 곳의 마법 호수가 되었어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났을 때

그 아이는 마녀가 되었어

 

그 후로 투르다르 영지의
한 구석에 탑을 세우고서 거기 살게 됐어

 

그리고 쭉 라나크를
찾고 있었어

뭐 때문에 그런 건지는
듣진 못했어

 

이걸로 끝이야

 

그 녀석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지?

 

다 알고 있는 걸
물어보지 않았으면 좋겠는걸

 

이걸로 일시적으로 수호결계를
봉인해 두지 않았다면

라나크가 당신을
놓아줬을 거라 생각해?

그리고 드래곤도 두고 갔다며?

답은 가까이에 있잖아

 

방침에 변경은 없다

그 기분 나쁜 남자를 죽이고서
티나샤를 데리고 돌아온다

그뿐이다

 

쿠스쿨에서 서한이 도착했다

대륙의 4대국

타이리, 세자르,
간드너, 파르사스에

「쿠무[파르사스 마법사장]」    
    「그란포트[파르사스 장군]」
종속을 요구해 왔습니다

 
 
종속을 요구해 왔습니다

 

「네산[파르사스 내대신]」
얼마 전, 타이리는 1만의 대군을 이끌고
쿠스쿨로 진군했으나

 
얼마 전, 타이리는 1만의 대군을 이끌고
쿠스쿨로 진군했으나

하지만 결과, 타이리군은 거의 괴멸

「바르다로스[쿠스쿨 마법사장]」
한편, 쿠스쿨은 마법사 50명도
안 되는 희생으로 그쳤다고 합니다

 
한편, 쿠스쿨은 마법사 50명도
안 되는 희생으로 그쳤다고 합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동시에 타이리 국내의 커다란 마을
5곳이 괴멸하여

이 일로 희생된 인간도
수천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피해를 입은 마을은
건물을 남겨두고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고 하는데

그걸 한 것은
『푸른 달의 마녀』라고…

 

그래서 파르사스에
조력 요청과는 별개로, 오스카

아카시아의 현재 사용자인 네게
마녀 토벌 의뢰가 와 있다

가능하겠나?

그걸 죽일 수 있는 건
저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나는 죽이지 않아

 

타이리가 조력해 주길
바란다면 가죠

하지만 그건 쿠스쿨을 적이라고
상정했을 때입니다

그 녀석은 달라

그녀는 스스로 그 나라에
있는 게 아닌가?

눈에 보이는 것만이
진실이라곤 할 수 없어

마녀에게 홀린 것이냐!
이 어리석은 것이!

네 어깨에 백성들의
목숨이 걸려 있다는 걸 잊었느냐!

 

아버지, 날 흔들어 보려고
해도 소용없어

나는 이미 정했어

질 생각은 없고,
무언가를 놓을 생각도 없어

 

이거 원, 핏줄이로군

 

알겠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거라

그 대신

 

네가 왕이 되거라

나는 슬슬 퇴위하겠다

폐, 폐하!

좀 이르지만 상관없겠지?

좋은 기회이니
여러모로 배워 보거라

 

나 참, 모두 나를
단련시키는 걸 즐기고 있군

 

알겠다
그 왕위, 감사히 받도록 하지

 

네 결정이 나라를
좌우한다는 걸 항상 의식하거라

 

당신이 그 검의 소유자이고,
내가 마녀인 이상

언젠가 당신은 정말로 나를―

 

명심해 두겠다

 

긴 세월을 엮는 빛의 바늘

넣어둔 그 상자 속

태어나고, 다시 사라지는 것

용납받을 수 없는 축복을

모이고, 다시 떨어져

그저 흘러가는 대로

인간은 흘러가는 운명과

돌아오는 원 속에서

계속해 방황하는 네가 어디로 간다 하여도

푸른 빛 사이를 넘어서

나침반이 가리키는 길을

나아가는 그 너머에

네게

인도해 주는 것은 함께 사랑했던 기억

언젠가 갈라졌던 가지의 끝이

서로 맞닿게 됐을 때

꽃을 피워내는 봉오리에

다시금 저주하며 소망하네

안녕을

 

~ 꿈의 끝 ~

sub by 별명따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