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니도 04

오랫동안 살아왔다

 

오랫동안 살아왔기에 이 세상은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란 걸 알았다

 

그래서 싸웠다

 

왕으로서,

지키는 자로서,

뜻을 이어가는 자로서

 

싸우고, 싸우고,
계속해 싸웠다

 

이제 전쟁 같은 건
그만두자

 

나는 그보다 당신과
얘기를 나누고 싶어

 

세츠

 

이건?

 

화해의 증표다

데자스에게는 검은색이
잘 어울릴 것 같으니까

 

세츠

 

내가 살아간다는 것은 나 자신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건만

 

[마왕성 이빌바로]

행방불명?

가능한 수는 써봤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애당초 디스티니아에서도
행방을 파악하지 못한 듯해서…

이젠 됐다

 

설령 더 이상 만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대와 나눴던
평화 약속을 끝까지 지키겠다

세츠

 

화평이 맺어졌다고는 하나

진정한 평화가 찾아올지는
앞으로 하기에 달렸다

 

- 마음을 다잡거라, 블러드
- 네!

저 블러드, 몸과 마음을
다 바치겠습니다!

 

데자스톨 님!

오늘은 디스티니아에서
좋은 과일이 들어왔어요!

마왕님!

우리 나라의 고기도
신선해서 괜찮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로 5년

우리 나라도 정말
윤택해졌군요

그래

모두 정말로 잘해주었다

이제 전쟁 같은 건…

 

마왕님?

 

언제나 몸에서 떼지 않고
애용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구나

 

디스티니아에 실력이 좋은
보석장인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수리를 의뢰해 놓겠습니다

 

부탁한다

 

사적인 일을
부탁해 미안하구나

 

이세계 소환은
두 번째입니다
sub by 별명따위

잊혀지지 않는 이 손의 감각이

흘러가는 일상을 깨부수고 있어

후회를 결심하고 밤의 색에
내가 물들어 가

그날의 약속이 떠오르니?

인간은 속이며, 원망하고 증오해도

그럼에도 서로를 갈구하니까

절대 도망치지 않아

그러니 그만두지 않아

외쳐

Continue Distortion

일그러진 당신의 목소리가 닿은 그 찰나

볼륨이 올라가네

도움을 바라는 목소리가 들렸으니까

당신은 혼자가 아냐

날 당신 곁에 있게 해줘

마지막이 다가오지 않도록

멀리 돌아가도 좋으니 들려줘

거짓말 같다며 웃는 당신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게 될 날까지

 

sub by 별명따위

 

제4화
『선물은 두 번째입니다』

 

보고드립니다!

갑자기 나타난 디스티니아군이
저희 나라에 침공!

 

현재 이빌바로 교외에서
교전 중입니다!

 

평화조약을 맺은 지
5년 만에 이럴 줄이야

쉽게 무너지는 평화였군요

 

아직 그렇다고는
단정 지을 수 없다

 

당장 모든 간부를 모아라!

우리 군도 태세를 정비한다!

- 네!

지온, 라미나

둘은 서둘러 디스티니아로
향해다오

무언가가 수상하다

상황 확인이 최우선이다

- 네!

 

세츠, 그대와의 약속은
반드시 지키마

 

무기는 앞에 보이는 창고에

식량과 의료품은
안쪽 창고다

서둘러라!

또 금방 출정이군

다음에는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지…

5년 전에는 없었던
거대한 갑옷을 두른 적이 있는 거지?

 

그 평화조약은
대체 뭐였던 거지?

 

역시 인간 따위는
믿는 게 아니었어!

이대로 전쟁이 시작돼서
유통이 멈춰버리면 우리는…

괜찮아!

우리가 시간을 벌고 있으면
분명 마왕님이 어떻게든 해주실 거야!

 

한 달이 지났는데도 디스티니아에서는
연락이 없는 건가…

 

지금은 어떻게든 버텨보고는 있지만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
우리 나라의 한계는 곧 보일 것이다

 

나로서는 세츠와의
약속을 지킬 수 없는 것인가?

 

실례하겠습니다

 

블러드인가
무슨 일이지?

테랑 상회의 테랑·스니터가
마왕님께 면회를 요청하고 있습니다만

 

테랑이라고?

그렇다면 거절할 수도 없지

들여보내라

 

헛소리 마라!

발언은 가려서 해라
인간 주제에!

아뇨, 아뇨
헛소리는 하지도 않았습니다

정말로 진심으로 드리는 얘기입니다

 

테랑 상회의 힘으로 디스티니아와의
전쟁을 끝낼 도움을 드리겠다는 겁니다

왕으로서 이 이상 매력적인
제안이 달리 있을 거라 보십니까?

세계 제일

―이라는 돈의 힘을 빌려서 말인가?

실제로는 말이 도움이지,
끝내는 것도 가능하겠죠

우리 테랑 상회의 힘이라면 말이죠

 

그 조건이라는 것은?

당신, 데자스톨·세레노가
제 아내가 되는 것

그 말대로입니다

"노예"라 할 것을
잘못 말한 게 아닌가?

 

저는 아름다운 당신을
얻을 수 있다면야 상관없습니다

 

맹세의 목걸이는
여기 있습니다

 

예속의 저주라고?

이렇게 강력한 걸…!

꽤나 준비성이 철저하다만

그런 것을 어디에서
얻은 거지?

고생이야 다소 하긴 했지만

이 또한 오로지 당신을 향한
사랑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겠죠~

 

마왕님!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제안은 들을 가치도 없습니다!

지금 당장 이자를!

 

잠시 생각을 하게 해다오

마왕님!

 

저야 언제까지든
기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에게
그럴 시간이 있을까요?

 

나는 너와의 약속을
이런 식으로밖에 지키지 못하는 건가

 

마왕님

 

사람을 물려놨을 텐데?

 

그런 말도 안 되는 제안을
들어줄 필요는 없습니다!

저도, 간부나 부하들도

마왕님을 위해서라면 마지막 한 명이
된다 해도 싸울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알고 있다

그렇기에 안 된다는 것이다

 

마왕이나 되는 자가

이렇게나 어리석은 여자일 줄은
몰랐다며 비웃겠느냐?

 

저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실례하겠습니다

 

내게는 검은색이
어울린다고 해주었는데…

원치도 않았던 흰색을
몸에 두르는 것을 보며

비웃어 주겠느냐
세츠…

 

생각보다 데자스톨은 간단히
함락당할 것 같네요

 

그래야 당신들의 계략에 테랑 상회의
힘을 빌려드린 보람이 있겠죠

이걸로 마족국은 수중에
들어온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 이상 갔다간 다시
성가신 전쟁이 시작될 테니까요

돈이 드는 마도병은
이만 물러나게 만들까요

 

그럴 필요는 없다

 

어째서죠?

당신들은 마족국을
손에 넣고 싶고,

저는 그 아름다운
마왕을 손에 넣고 싶었죠

그렇다면 이걸로 끝이죠

그게 우리 주인님의
의향이기 때문이다

 

- 결혼식 당일 -

 

신랑, 테랑·스니터

그리고 신부, 데자스톨·세레노

서로에게 사랑의 맹세를

 

나, 테랑·스니터와
마왕 데자스톨·세레노는

오늘을 기해
주종의 맹세를 나눈다

 

그리고 마족국 이빌시온의 힘과
병합한 테랑 상회는

이 세계에 영원한 번영과

유구한 평화를 가져오겠다고
약속하도록 하죠

 

자, 동포들이여

새로이 마왕이 된
제게 충성을 맹세하고

함께 세계를 지켜나가며
역사에 이름을 새깁시다!

 

자, 여흥은 여기까지
하는 걸로 하고

 

데자스톨·세레노

나, 테랑에게 영원한
사랑의 맹세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보고 싶었다, 세츠

 

뭐, 뭐지?

- 폭발?
- 적습이다!

 

구하러 왔다

공주님

 

세츠…!

 

블러드 씨, 저기를 보세요

세츠 씨네죠?

 

여전히 억지를 부리는군

서두르자!

 

네… 네놈은 뭐냐?

대체 네놈은 뭐냐!

 

너희들, 나설 차례다!
나를 지켜라!

 

레비아!

데자스는 정말로
흰색이 잘 어울리질 않네

웨딩드레스는 포기하는 게
좋을 거야

 

그림자 마법
영지(影刺)

 

몸이!

 

해신이라고 해도
육지에서는 싱겁군

 

그만―!

 

그럼

데자스를 울린 그 값은
치러주시도록 할까

 

설마 용사 세츠가 나타날 줄이야

이거야 주인님께 좋은
얘깃거리를 가지고 갈 수 있겠군!

주인이라고?

 

뭐라고!?

 

자!

 

이제 끝이냐?

네놈, 진심으로
나오지도 않고 있지?

 

역시 강하군

하지만 지금은 주인님께
보고를 올리는 것이 우선이다

 

승부는 나중으로 미루지
용사 세츠

 

젠장, 도망쳤나

세츠!

 

보고 싶었다…
보고 싶었다, 세츠!

나를 두고서 어디로
사라졌던 것이느냐! 정말…!

으, 응…

그건 여러 일이 있어서

뭐, 아무튼 무사해서 다행이야
데자스

 

저기 말이야…

감동의 재회를 나누고 있는
와중에 미안한데

 

저주로 만들어진 마도병인가

 

이 저주의 힘도 그렇고

역시 뒤에서 조종하는 건
토마인가

 

혹여나 생각하고 있었다만
역시 그 토마가 상대인 것인가

그렇다면 나도 마왕으로서
세츠의 힘이 되도록 하마!

이 빚도 갚아야만 하니까

 

그럼 여기는 맡기고
나는 레구르스한테 다녀올게

 

토마가 무슨 짓을
벌이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수인국인가

확실히 수왕 레구르스의
협력을 얻을 수 있다면 든든하겠다만

또 갑작스러운 이야기로군

 

평화 약속을 위한 거니까
어쩔 수 없지

그렇군

그 약속을 위한 거라면
어쩔 수 없지

 

그 얘기는 지금 당장
가자는 거야?

혹시 또 나를 배 대신
이용하겠다는 거야?

어제부터 하룻밤 내내
달려와서는 싸운 건데…

세츠 씨!

 

성 안이 엉망진창이 됐어!

괜찮으셨어요?

응, 어떻게든 아슬아슬하게

 

이건 세츠 씨가
전해주세요

소중한 거죠?

 

응, 알겠어

 

세츠?

 

이것도 두 번째네

 

응, 두 번째구나

 

아, 그래

 

너는 또 내게 살아가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를 가르쳐 주었구나

 

이야기는 몇 번이든

이곳에서부터 시작돼

 

대부분은 해피 엔딩으로 이어져

그래서 기승전결

우리는 어디까지든지 가

다행히도 아직 펜은 쥔 채 놓지 않았어

잉크가 번진다고 해도
다음 페이지로 넘기면 돼

꾸깃꾸깃해져 버린다 해도

다시 시작할 수 없는 나날을 적어나가

언젠가 다시 읽어보게 될 지금을

사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지금의 우리는 분명 지금이 프롤로그일 거야

갈팡질팡하며 불투명한

쓴맛이든 단맛이든 다 적어보자

그리고 우리는

언젠가 종지부를 찍은 그 너머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웃으면서 후회해 보자

몇 번 운다고 해도 마지막의 마지막에는

웃기만 하면 돼

그렇게 이야기는 몇 번이든

이곳에서부터 시작돼

Be ambitious!!!

 

본래대로라면 나도 같이
가고 싶었다만

지금 왕이 나라에서
떠날 수는 없다

또 평화로워지면
언제든지 데리고 가줄게

 

그래, 약속이다

아니, 아니…

평화로워지면 왕께서 나라에서
떠나도 되는 것도 아니다만…

그 부분은 너희가 열심히 해

데자스 한 명한테만
맡기지 말고

 

저는 마왕님의 호의를 받아들여서
이곳에서 가게를 열게요!

바라고 바라던 제 가게예요!

이래도 돼?

소중한 브로치를
전해줬으니까

간단한 일이다

 

여러모로 신세를 졌다, 세츠

무슨 일이 생긴다면 우리도
언제든지 바로 달려갈 생각이다

그래, 그때는 잘 부탁한다

 

그럼 갈까?

어쩔 수 없구나

어울려 줄게

어디까지든지!

그래

 

모든 일이 끝나면

다음에는 내게 바로
돌아오는 것이다!

 

응, 또 보자!

 

다음 화
『쫓아가는 건 두 번째입니다』

sub by 별명따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