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자의 아틀리에 03

라이자

 

이건…

 

전에 엠펠 씨가 사용했던…

 

나한테?

너도 연금술사가 되었다

언제까지고 도리깨만
들고 다닐 순 없지 않나

이걸로 조금은 조합도
하기 쉬워질 것이다

 

좋았어!
이걸로 조합을 마구 해보자!

 

어제 깨달았어

걸아나가려다가

평소에 신던 구두가 작게 느껴졌어

비웃을지도 모르겠어

바다를 보는 네가

어쩐지 어른스러워 보였어

 

어떤 게 보물이고
어떤 게 좋아하는 것인지

잃고 난 후에 깨닫게 되겠지

당연한 듯 펼쳐진 하늘 아래에

아마도 숨겨져 있을 거야

 

또 아침이 찾아오고

리본을 나비 모양으로 묶고서

아직도 온기가 느껴지는
소녀가 꾼 꿈

 

멈추지 말고 가자

빛나는 곳을 향해 가자

우리는 더는 돌아가지 못하니까

손을 맞잡고서 Golden ray

아직 곁에 있어

멈추지 말고 가자

원하는 곳을 향해 가자

우리가 선택한 희미한 Golden ray

아직 곁에 있어

아직 곁에 있으니까

 

라이자의 아틀리에
~어둠의 여왕과 비밀의 은신처~
sub by 별명따위

 

#03 『추억의 향기』

 

이 정도면 괜찮게
갖춰지지 않았어?

다음엔 뭘 만들어 볼까~

 

이번에는 어디로 나가려는 거니?

어… 엄마

저기… 좀 중요한 볼일이 있어서

그렇구나

그럼 그 덤으로 패트 씨네에
심부름 좀 부탁하자

그러니까 그럴 시간은 없다니까!

아무튼 다녀오렴

안 그러면 다락방 잠가둔다

 

안녕, 라이자

아, 클라우디아
나가는 중이야?

응, 잠깐 산책하러

 

아무리 라이자도 어머니한테는
못 이기는구나

 

고집불통이라서 정말 곤란해

연금술은 즐거워?

응, 엄청 빠졌어

헤에

나만이 아니야

렌트도, 타오도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는 느낌이 들어

 

모두 좋겠다

 

아니야!

저기 있지
괜찮다면 우리 집에 오지 않을래?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

그럼 심부름을 하고
돌아가는 길에 들를게

 

이렇게 전해주러 오게
만들어 미안하구나

최근 좀 바빠서 말이지

엄마한테 들었어요

옛날에 했었던 염색 가게를
다시 시작하신다고요

그래, 수행하고 싶다는
젊은이가 나타나서

그러고 보니 예전에 라이자의 옷도
만들었던 적이 있었다

무지갯빛 포도를 염료로 사용한
라젠 염색을 했었지

무지갯빛 포도?

혹시 이걸까?

옷은 더 이상
입을 수 없게 돼서

엄마가 리본으로 만들어 주셨어요

그렇구나

그 옷은 패트 씨가
만들어 주신 거였구나

소중히 사용해 주고 있구나

고맙다

또 패트 씨의 옷을
입을 수 있는 거네요!

기대돼요!

그게 조금 나중 일이
될 것 같구나

천이 생각만큼 조달하는 게
쉽지 않아서

네? 그런가요…

응? 천?

저기, 어떤 천이!
얼마나 있으면 되나요?

뭐?

 

천, 천~

연금술로 만들어 보자~

 

무지갯빛 포도를 사용할 줄이야

연금술에서 재료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염색에도 사용되는구나

 

몰랐던 것들이 잔뜩 있네

 

맛있어!

저번에 먹었던 쿠키도 맛있었고
역시 클라우디아네!

과자를 만드는 걸
좋아하는 것뿐이야

나는 그런 건
전혀 하질 못하겠더라구

존경하게 돼

 

라이자네가 더 대단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열심히 하는 게…

그래서 나도 용기를
내야겠다고 생각했거든

 

그 케이스

처음에 만났을 때
들고 있었던 거야?

하고 싶은 얘기라는 건

처음 만났을 때
숲에 있었던 이유야

와, 예쁘다

피리?

플루트라고 해

그날, 아버지한테
들키지 않는 곳까지 가서

몰래 연습하고 있었어

그렇구나

그러고 있었다가
마물에게 습격당했고…

그런데 왜 아버지한테는
숨기는 거야?

혹시 음악을 싫어하셔?

그건 좀 사정이…

아, 괜찮아
억지로 묻진 않을게

 

고마워!

저기 있지
그래서 부탁이 있는데…

언젠가 내 연주를
들어줬으면 좋겠어!

응? 언젠가?

응, 지금은 아직 좀…

하지만 라이자 앞에서라면
분명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아!

알겠어, 물론이지!

아, 근데 나는 음악은
잘 모르는데…

그런 건 괜찮아

그냥 들어주기만 해도 돼

알겠어
기대하고 있을게

응!

 

잠깐 다른 데 들렀다는 걸
들키지 않게 얼른 돌아가야겠어

 

어라?

 

바바라 씨

 

라이자

괜찮으세요?

장을 보러 나왔는데
다리가 아파져서

 

아, 그렇지!

 

이거 괜찮다면 사용해 보세요

 

본 적 없는 약이구나

굉장히 효과가 좋아요!

 

그럼 부탁해 볼까?

네!

 

오늘은 그 둘은 없구나

항상 같이 다니는 것도 아니에요

이젠 어린애가 아니니까요

하지만 소문이 자자하단다

"마을의 악동 3인방"이라고

네?

저번에 몰래
바다 건너편에 갔다가

마물의 습격을 받아
큰일이 있었다는 모양이더구나

저기…

아하하…

실은 나도 갔던 적이 있단다

네? 바바라 씨가요?

그래, 나와 바르타와 패트

악동 3인방이었지!

매일 모험 삼매경이었지

두근거리는 일을 찾아다녔지

이 마을의 어른들은 고지식한 분들만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 죄송해요!

괜찮단다!

어린애들한테는 어른이
그렇게 보이는 법이니까

예전에 패트도 그렇게
불평을 했었지

혹시 패트 씨라는 건
염색 가게의 패트 씨예요?

그래

오, 굉장한 우연이에요!

방금 만나고 오던 길이에요

나는 몇 년이나 보지 못했어

만나고는 싶지만
다리가 이렇게 안 좋아져서야

좀처럼 멀리까진
가기가 힘들구나…

어라? 통증이 사라진 모양이구나

 

실은~

이 약, 제가 만들었어요!

어머나, 대단하구나!

아니, 그 정도까지는~

 

향기도 굉장히 좋구나

꽃 향기일까?

아, 알아보시겠어요?

섬 바깥에서 따온 꽃인데요

섬 바깥?

그럼 그 꽃도 그랬던 걸까

그 꽃?

예전에 결혼 축하로 받은
편지가 꽃과 함께 왔었어

 

노랗고 나팔 같은 모양에

중심은 주황색과 붉은색이었단다

무척 근사한 향기가 났는데

몇 주 정도 향기가 났었지

헤에

향기가 사라진 뒤에

꽃이 시들시들해졌어도
잊을 수가 없었지

섬 이곳저곳을 찾아봤지만
똑같은 꽃은 찾을 수 없었단다

편지를 보낸 사람한테는
물어보지 않으신 거예요?

발신인의 이름이 없었거든

어라라…

어머, 미안하구나!
오래 붙잡고 있었구나

 

어머, 이게 웬일이람
하나도 아프지 않구나!

다행이다

그럼 이거 받으세요

기쁜걸

고맙구나, 라이자

별말씀을요!

 

그렇게 됐으니까!

섬 바깥으로 꽃을
따러 가고 싶은데!

작은 요정의 숲에서 봤던 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거든요

 

알겠다

하지만 지난번 일도 있으니
릴라가 동행하도록 하겠다

좋았어!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다

감독할 뿐이다

나도 같이 가면 좋겠는데

아버지가 허락해 주지
않을 거라 생각해

무리하지 않아도 돼

우리한테 맡겨둬!

응!
모두 열심히 해!

 

또 나까지 따라오게 됐는데…

그럼 바로 찾아보자

그 김에 좀 더
먼 곳까지 가서

연금술의 재료를
모아보기도 하고~

안 된다

목적을 이루고 나면 돌아간다

에?

 

좋은 기회다

지금부터 전사의 마음가짐을
가르쳐 주겠다

네!

언제나 평상심을
유지할 것

어떤 상황에서도
방심하지 말 것

먼저 퇴로를 확보해 둘 것

 

네? 그것뿐인가요…?

그것뿐이다

 

노랗고 나팔 모양의…

아!

 

이것도 아냐

저기, 정말 이 근처 맞아?

클라우디아가 잘못 안 거 아냐?

아무튼 타오도 찾아 봐

그래, 그래

 

좀 더 안쪽으로 가도 될까?

 

앞으로 조금만 더다

 

열려 있다

 

저기, 엠펠 씨

아직 내게 무슨 볼일이 있나?

아까 그 꽃 문제로 조금…

음?

라이자가 그랬었는데요

그 꽃, 몇 주 동안이나 향기가
남아 있었다고 해요

 

그건 좀 이상하군

특징을 들어보건대

나도 떠오르는 꽃은
하나밖에 없다만

그렇다면 그렇게 강한 향기가
나진 않을 것이다

제가 본 꽃도
향기는 그렇게까지는…

 

그럼 다른 꽃이 아닐까요?

 

그럴지도 모르겠군

역시 저도 같이
있던 게 좋았던 게…!

 

같이 있지 않더라도

라이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있다고 생각한다

 

나, 있어봤자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나도…

언제쯤 실전적인 전투를
가르쳐 주는 거야

 

나는 지금 당장 강해지고 싶은데!

쉿, 들리겠어!

 

라이자!
너무 멀리까진 가지 마라

알고 있어

 

이런 곳에 산양이?

 

따라오라는 거야?

 

미안, 살짝만!

 

혹시…

이거다!
산양아, 고마워!

 

신기한 산양이네

 

찾아왔어요!

이거죠?

편지와 함께 왔던
꽃이라는 게

그래

 

똑같은 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향기가…

말로 표현하긴 어렵지만
좀 더 강했단다

역시…

그렇구나~

미안하구나
모처럼 찾아와 줬는데

발렌츠 아가씨까지 휘말리게
한 것 같아 정말 미안하구나

아, 아뇨!
그렇지는…

또 찾아올게요

- 그치?
- 응

괜찮단다
그 마음만으로도 충분하단다

그치만…

정말로 이젠 괜찮단다

늙은이는 포기하는 것도,
잊는 것도 잘하거든

 

정말 아쉬웠네

음…

저기 있지, 실은 나
다를지도 모른다고…

똑같은 꽃인데 향기가
다른 이유가 왜일 거라 생각해?

응?

바바라 씨는 그러셨지만

포기한다든가, 잊는다든가
역시 그런 건 아깝잖아!

라이자

이미 탄 배라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

 

하룻밤 자고 나면 무언가
떠오를 거라 생각했는데

안 되겠어~

라이자, 발렌츠 아가씨가 왔다

 

안녕, 라이자!

아, 안녕

무슨 일이야?

저기 있지!

 

그럼 간다

 

패트 씨…

 

역시 그만두자!

괜찮다니까

우리는 연금술로 만든 천을
전해주러 온 것뿐

그러는 김에 살짝
물어보면 돼

하, 하지만…

뭘 그렇게 얘기하고 있는 거냐?

패, 패트 씨

지저분한 차림으로 와서 미안하구나

창고를 청소하고 있던 참이라서

이쪽 아가씨는?

처, 처음 뵙겠습니다
클라우디아·발렌츠라고 합니다

아, 최근 왔다는
상인의 따님이구나

응?

좋은 천이구나

네?

바느질의 완급도,
염색된 색상도 아름답구나

잠깐만요!
패트 씨!

어이쿠, 미안하구나

나도 모르게 예전 버릇이
나오고 말았구나

그래서 오늘은
무슨 볼일이냐?

 

짠, 천을 가지고 왔어요!

 

그래, 그래
이런 걸 원했다

다행이다

그런데 이런 훌륭한 천을
대체 어디에서 얻은 거냐?

제가 만들었어요!
연금술로!

연금술로?
라이자가 말이냐?

네!

연금술이라는 것의
소문은 들었다만

라이자가 만들었단 말이지…

 

라이자, 이 향은…

 

패트 씨, 이 향은?

음?

 

아, 델포이 로즈향 말이구나

델포이 로즈향?

완성한 옷에 뿌리는 거다

향도 좋은 데다가
방충 효과도 있다

혹시 예전에 바바라 씨한테
결혼 축하로 편지를 보내셨어요?

바바라의?

음, 예전 일이긴 하다만

아마도 보냈겠지

이거 봐, 틀리지 않았지?

다행이다

 

그 무렵에는 바빠서

그만 이름을 쓰는 걸
잊고서 편지를 썼지

그런데 용케도 나라는 걸 알았구나

그에 대해서는~

저기…

처음에는 편지와 함께 온
꽃을 찾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찾은 꽃은
색도, 모양도 똑같은데

향기만이 달랐어요

그래서 떠오른 건데요

재봉소에서는 옷을 완성할 때
특별한 향을 뿌리죠?

잘 알고 있구나

아버지한테 물어본 적이 있어서요

 

그럼 어쩌면 편지를 쓴 건
재봉소 사람이고

자기도 모르게 그 향이
묻은 걸지도 몰라요

그래서 라이자한테 물어봤어요

바바라 씨한테 재봉소를 하는
친구는 없는지 하고요

 

그렇구나

그래서 예전에는 재봉소도
하고 있었던 내게 도달했다는 거구나

이거 정말 대단하구나

클라우디아는 정말
머리가 좋거든요!

우연히 맞힌 거야!
우연히…

패트 씨, 그 향을 조금만
받아갈 수 있을까요?

미안하지만 이젠 없단다

네? 그럼 아까 그 나던 향기는요?

옷에 향을 묻히는 건
창고에서 해서

그 향이 남아 있던
걸지도 모르겠구나

 

모처럼 와 주었는데 미안하구나

하지만 편지를 쓴 게
패트 씨라는 걸 아신다면

바바라 씨도 기뻐하실 거라 생각해요

 

어이, 지금 와서 그런 말을…

부끄러우니 말하지 말아주거라

네~?

거기다 속으로는 바바라도
알고 있지 않을까?

 

발신인을 알아내긴 했지만
중요한 향이 없어서야…

 

나를 누구라 생각하시나?
클라우디아 군

없다면 만들면 돼

왜냐면 나는 연금술사니까!

라이자

왠지 듬직해

맡겨두렴~

 

받은 책을 읽어봤지만
어디에도 없어서…

부탁이야!
가르쳐 줘, 엠펠 씨!

그건 입문서라고 하지 않았나

거기다 뭐든지 의지하라고
했던 적은 없다

뭐?

델포이 로즈향을 조합하기 위해서는
그럭저럭 높은 기술이 요구된다

애당초 재료를 전부
갖추는 것도 힘들겠지

그럴 수가…

 

희소한 재료다
소중히 다뤄라

그럼…

이번만이다

고마워!

 

어떤 향이었는지 기억의 실을
끌어당겨 이미지하는 거다

 

완성됐어

 

라이자

 

엠펠 씨, 이건…

 

그래, 희소한 재료가
헛되지 않아 다행이다

굉장해, 라이자!

클라우디아가 도와줘서 그런 거야!

 

그야말로 이 향이야!

두 번 다신 맡지
못할 거라 생각했어

기쁜걸

둘 다, 정말 고맙구나!

기뻐해 주셔서 다행이에요

그런데 이 향기에는
어떻게 도달한 거니?

저기… 어느 사람한테 들었어요

어느 사람이라니?

부끄러워서 이름은 말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는데요

하지만 바바라 씨라면
알 거라고 하셨어요

 

그렇구나

 

라이자의 약 덕분에
멀리까지 갈 수 있겠어

오랜만에 악동 3인방끼리
만나러 가볼까?

 

악동 3인방이래!

그거, 지금도 제대로 이어지고 있지?

지금은 악동 4인방이지만

뭐?

클라우디아도 동료니까

 

응!

 

저기, 라이자

 

연금술이라는 건 근사하네

 

그러네

 

옛날 추억까지
되살려 주는걸

 

나이를 먹어도 이어지는
우정이란 건 정말 좋네

 

- 라이자
- 응?

 

저기 있지!

들어줄래?
내 플루트

뭐? 그래도 돼?

아까 동료라고 해줬잖아?

그래서…

나도 좀 더 용기를
내야겠다고 생각했거든!

 

알겠어
그럼 부탁할게

 

어쩜 아름다운 선율인지

 

오랜만에 악동 3인방이 모였구나

바르타, 결혼 축하로 꽃을
보내준 게 패트였대

이제야 알게 됐어

이름을 쓰는 걸 잊어서 미안하다

정말이지, 촐싹댄다니까

그래도 고마워

아냐

 

정말 감사합니다!

굉장히…

굉장히 아름다운 소리였어!

 

정말로?

응!

뭐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정말 아름다워!

 

고마워, 라이자

굉장히… 굉장히 기뻐!

용기를 내서 다행이야!

 

#04 『수몰갱도』

sub by 별명따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