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얀이 도망쳤어
네가 주민등록 신고하고
보조금 받게 해 줬잖아
응, 매번 서류 쓰는 것도
힘들대서 말이야
신청서를 내야 돈을 받지
말끝마다 ‘이왕에’라길래
처음엔 ‘이왕이’라고 불렀었지
이왕에, 그 말뿐이었어
근데 왜 카라얀이라고 불러?
독일 지휘자 이름이잖아
덥수룩한 잿빛 머리카락 때문에
만다라 머리도 덥수룩하잖아
만다라 머리는
마구 자란 쪽파 같지
시와사라, 수다 그만 떨고
커피나 갖다줘
다 됐어
고마워
이왕에, 이왕에…
난 다시 자러 갈게
남동생 말이야
친동생은 아니지?
이쪽이 들리는 귀였나?
맞아요, 오른쪽 귀
그럼 대답이나 할 것이지
피는 안 섞였어요
그럼 엄마 애인의 아들이
야부키 죠인 거네
야시로 죠예요
‘내일의 죠’ 주인공 아니에요
농담도 못 해?
야시로 죠인 거 알아
죄송해요
그만 저어도 되지 않나?
마지막 한 알이 녹을 때까지요
설탕은 한꺼번에 녹아
저한테는 마지막 한 알까지
느껴지거든요
몇 살에 몇 살이었지?
저는 열 살
동생은 여덟 살이었어요
이번 일, 걱정되지 않으세요?
내가 왜?
우리가 C-로 보고했거든요
그건 너희 생각이고
전화 담당들은 A라고 판단했어
저는 그 사람들
만나본 적 없어요
여기선 선발 투수가
9회 말까지 던질 필요 없어
명부, 조사, 전화, 도구
수거에 뒤처리까지 나눠져 있지
나는 조직을 관리하면서
번 돈을 지사장한테 상납하고
지사장은 보호받는 조건으로
야쿠자한테 돈을 주는 거야
수거책들 입장에선 네가
보통 3루 코치는 아니지
그래서 상부에서 너한테
명부 조사도 맡기라더군
역시 생각했던 대로
피라미드 같은 구조네요
난 결정권자가 아냐
명령을 따를 뿐이지
지사장 위에는 임원들이 있고
그 사람들은 정치인이야
일본 어디든 우리 힘이
안 미치는 곳이 없어
일본의 정신을
담고 있는 조직이지
슬슬 일어날 때가 됐군
네, 가시죠
“월요일
오사카 니시나리 동부”
이봐!
누구예요?
월요일의 무녀
월요일마다 하루 종일 뛰어다녀
넌 처음 보는 거냐?
왜 하필 월요일이에요?
그건 나도 모르지
아무튼 저 친구가 보이면
다들 월요일인 걸 알아
몇 살에 몇 살이었냐고
물었을 뿐인데 잘 대답하더군
모호하게 말해도
바로 알아듣는다니까
좋았어, 잘 맞아
문 닫고 타!
야시로는 출소하자마자
여기저기서 깽판을 쳤다던데
명부를 맡겨 주시면 안 돼요?
걔한텐 아무도 없어요
이노우에 미키코예요
돈을 인출하는지 보고 올게요
직접 가지 말고
하류 노인네들 시켜
수거책이 한 명뿐이라서요
왜 사람을 안 써?
한 명만 쓸 수 있는
형편이에요
두 사람 몫으로
나누면 될 거 아냐
하류에게도
하류만의 생활이란 게 있어요
일한 만큼은 받아야 한다고요
뭐, 네가 노조 대표라도 돼?
여기 있습니다
그만들 먹고 전화나 돌려!
어디서부터 해요?
A부터 해야지!
히라오카
서둘러
아오키입니다
시작해
알겠습니다
연락할게요
여보세요? 이노우에입니다
오카바야시인데요
돈은 준비되셨어요?
인출했습니다
520만 엔이요
맞아요
지금 어디 계시죠?
은행 안이에요
오카바야시 씨는요?
지금은 좀 곤란하겠어요
일이 생겨서
고객 사무실에 나와 있거든요
죄송하지만 지하철 타고
난바로 좀 오시겠어요?
난바 어디로 갈까요?
로열 클래식 호텔
앞에서 뵐까요?
11시 30분 어떠세요?
11시 30분, 알겠습니다
저는 검은 양복, 흰 셔츠에
파란 넥타이 차림이에요
알겠어요
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해요
곧 뵙죠
어디야?
난바역 지하상가예요
그 여자는?
출구 쪽으로 가고 있어요
경찰 붙었나?
안 보여요
타카기 씨는 어디세요?
호텔 건너편이야
여기서 지켜보지
전 수거책이랑
다음 장소로 넘어갈게요
아오키입니다
여자가 호텔에 왔어
상황은 어때요?
남자 두 명이 있어
하나는 작업복에 마른 체격
다른 하나는 파란 재킷에
185cm, 85kg쯤 돼
경찰이에요?
난들 아나?
3루 코치한테도 말해줘
그럼 시작할게요
그래
“첫 번째 장소
작업복 차림의 마른 남성과”
“185-85의 파란 재킷
두 번째 장소로 이동”
계산서 부탁합니다
교수, 넥타이는 풀었다가
목표물이 보이면 다시 해
알겠습니다
나중에 봐
이름 기억하지?
오카바야시 히로무요
이노우에 미키코에게
돈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그 여자의 아들이 회삿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