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제목 with Caption Creator 4

맛이 없어

 

이러면 곤란해, 아가씨

요리 연습도 해둬야지

내가 좀 가르쳐줘?

 

매일 이래서야 힘들지 않아?

켄신

그렇지도 않아

카오루 양의 요리는

먹을 때마다 나아지는
훌륭한 요리야

 

일종의 진미라 이건가

 

싫으면 먹지 마!

매일 얻어먹으러 오는 주제에!

싸움꾼 관둬서
돈이 없어

뭘 그렇게 발끈하고그래

 

바쁘신데 죄송합니다

히무라 씨에게
드릴 말씀이 있어 왔습니다

 

켄신
서장님이 오셨…

 

부탁이 있습니다
히무라 씨

 

상처를 지닌 나그네여

아픔에 둔감한 우리

이제 웅크리고 있지만은 않아

세상에 나선 칼 끝

 

바람의 검심
-메이지검객 낭만담-

어디까지나 감각적으로

옳다고 믿었던 길을

우리는 속고 속이며 달려왔지

잘못 하나둘 쯤이야 있을 수 있어

틀에 박힌 상대적인

행복에는 관심없어

양보할 수 없는 것을 지키기 위해

고뇌하며 칼을 들었지

사거리에서 교차

어제 일 같아

기억 속에서 눈을 뜨는 동란

이토록 쉽게

홀릴 것만 같지

새빨간 비가 연주하는 진혼가

덧없이 흩날리는 망자

손짓하는 문지기

속에서부터 불타오르는 업화

지옥인가

천국인가

지켜보기 전에 걸음을 옮겨

이미 상처투성이

딱지는 이미 한 번 떨어졌고

비천

저 높이 날아오르기 위해

 

오늘이 최악의 하루라도

내일이 끝나버렸을지라도

한 명 정도는 이렇더라도

사랑해주리라 진심으로 믿어

언젠가 그 어느 날에

진흙 속에서 피어나 구름 위에서 지는

어리석은 나날을

살아가겠어

 

제6화
검은 갓

 

그런데

부탁이라 하심은?

 

이건 경찰 위신이
걸린 문제입니다

각 신문사에도 함구령을
내려둔 사안이라

여러분께서도 부디
비밀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실은 히무라 씨에게
어떤 흉적을 쓰러뜨려주십사…

흉적?

통칭 검은 갓

현재 정치, 재계, 관에서
활약하는 전 유신지사를 노리고

참간장을 보내
베어죽이고 있는 살인귀

 

최근 10년 간 실패한 적이 없는
굉장한 실력의 검객입니다

유신지사만 노린다면

원한이 있거나
세상을 바꾸겠다 이런 건가요?

그것도 있을 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검은 갓은 사람을
죽이는 걸 즐기고 있어요

 

요직에 앉은 유신지사를 노리면
경찰도 전력으로 경호에 나서고

표적이 된 당사자도 권력과
재력을 쏟아 호위에 힘을 쓰죠

그렇게 마련된 철벽을 뚫고

얼마나 사람을 벨 수 있을지
즐기고 있는 겁니다

 

2개월 전 놈이 시즈오카에
나타났을 때는

당사자와 경관에
호위까지 34명이 죽고

56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잠깐만요

권총 경찰도
배치된 거 아닌가요?

그런데도…

그게 어찌된 영문인지 권총 경관이
총을 뽑기도 전에 모두

가장 먼저 베였다고 합니다

목숨을 건진 이의 말로는

마치 꽁꽁 묶인 것처럼
몸을 꼼짝도 못 했다고…

 

니카이도 평법
심의일방인가

 

그 자

사람을 너무 죽이다가

핏빛과 피냄새에 마음을
홀린 게 분명해

메이지가 10년이나 지났는데
아직 그런 자가 남았다니

 

켄신…

 

추가 호위?

필요없어

고작 칼잡이 한 놈

추가 인원은 무슨
경찰도 필요없네

타니 님
상대는 검은 갓입니다

말조심하게

칼과 총탄을 헤쳐나와
메이지 유신을 이룬 내게

서장 따위가 참견할 셈인가

그래서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달인이 휘두르는 살인검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잘 아니까 이렇게 정예
호위단을 만든 게 아닌가

육군성에 명성 드높은

나 타니 쥬산로를 따르는
강자들 뿐이야

그래

타니 님에게는 우리가 있어

경찰 나리는 돌아가
손가락이나 빨고 있어

게다가 바깥 어중이떠중이에게
호위가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그놈이 네 부하 모두를
합친 것보다 강하기라도 한가?

면목없습니다만
그렇습니다

 

듣자하니

타니 씨도 꽤 높이 올라갔군요

칼과 총탄에서 도망다니던 막부 말에
비하면 다른 사람 같아요

 

이봐
어디가 최강의 정예야?

저놈들 전부 한 번씩은
다 흠씬 패준 기억이 있는데

 

어중이떠중이로는 불안하시겠지만
오늘 밤은 좀 봐주시죠

터무니없습니다!
분에 넘치는 영광이죠!

그러니까

오늘 밤만은 예전 일 잊고
잘 지내보자고

오늘 밤만은

 

타니 님

밖에 경관대도 배치시키겠습니다
괜찮겠습니까?

맘대로 해

 

부디 부탁드립니다!

 

참간장 예고 시간까지 5분

 

그런데 오는 거 맞아?

 

안 오면 그것도 다행이지

아가씨는 이미 잘 테고

그래

빨리 일어나서 목욕물 준비하고

돌아오길 기다린다더군

그런데 켄신

용케 이 일을 맡았네

발도재로서 맡는 일은
내키지 않는 줄 알았는데

물론 내키지 않아

하지만 그냥 둘 수도 없어

검은 갓의 악행을
막지 않으면

불행한 사람들이 늘어날 거야

 

검은 갓 스스로에게도 그렇고

 

그런데 사노야말로
왜 도와주기로 한 거야?

이런 재미있는 싸움
내가 안 끼면 안 되지

싸움이 아닌데…

그래, 질문한 김에
하나 더 대답해줘

뭐지?

낮에 얘기했던 니카이도 평법

심의일방이 뭐야?

혹시 너

검은 갓이 누군지
짐작가는 거야?

질문이 두 개인데?

말꼬리 잡지 말고

대답해봐

 

소문이야

소문?

십수년 전에 들은 소문

짐작이긴 하지만…

 

웬 비명소리냐!

안이 아냐, 바깥이다!

 

온다!

최전선은 나와 사노스케가 맡는다!
다른 자들은 뒤를 따르도록!

 

서둘러!

 

동요하지 마
고기 만두!

대장은 가운데에 있어야지!

 

한 시

 

안 온다

뭐야
겁만 준 거야?

 

있군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벌레들이

 

잠이 안 오네

왜지?
이상하게 가슴이 뛰네

 

켄신이니까 괜찮겠지만…
일단 사노스케도 있고

 

괜찮지, 켄신?

 

1, 2, 3…

14, 15마리 정도로군
생각보다 적어

저놈이 검은 갓?

눈이 맛이 갔어

사노

놈은 내가 맡지
자네는 타니 씨를 부탁해

 

뭘 보고만 있어!

어서 싸워!

 

비싼 돈 받았잖아!
제대로 일해!

놈을 쓰러뜨린 자에게는
5배를 쳐주지!

육군성 사관 자리도 준다!

-5배?
-사관?

-사관은 내 차지다!
-아니, 그건 나야!

 

멍청한 놈들!
욕심에 목숨을 내걸어!?

 

이 감촉
역시 좋아

빨라

켄신처럼 날아오르지는 않지만
꺼림칙한 검놀림이야

물러나

너희 같은 애송이들
상대가 아냐

놓치지 않는다

 

뭐, 뭐지?!
방금…

몸이 움직이지 않아

도망가면 곤란해

한 번 칼을 뽑았으면

어느 한쪽이 죽을 때까지 베어야지

그러지 않으면 재미없어

 

이놈…

방금 무슨 짓을 했지?

갑자기 몸이 무거워졌어

 

심의일방을 맞고도
아직 움직이다니

 

심의일방?

니카이도 평법
심의일방

 

다른 이름은 위축의 술

 

설마했는데 네가 검은 갓이었군

 

히무라 씨!

막부 말
교토에 있을 때

어떤 남자의 소문을
들은 적이 있지

어느 편에도 속하지 않고
암살 임무만 맡은 남자

 

니카이도 평법의
극의에 달한 검의 달인

미친 칼잡이

 

우도 진에

 

들은 적이 있다?

나도 널 안다

고류검술

비천어검류를 쓰는
쵸슈파 유신지사

칼잡이
히무라 발도재

 

켄신!

 

심의일방은 요술이 아니라
기합 대 기합의 승부지

네 검기에 대등한 검기를
지녔다면 걸리지 않아

얌전히 오라를 받아라, 진에

그리하지 않으면 내가 상대하지

나?

 

그건 원하는 바지만…

 

우선 참간장을 달성하고 생각하지!

이런!

타니 씨!
기합으로 술법을 풀어!

소용없어!

썩어빠진 돼지놈은
결코 풀 수 없다!

 

사노!

아직 끝내기엔

이르지!

 

어떠냐!

 

진에!

 

몸이 움직인다

 

이거 재미있군

이렇게 재미있던 적은
막부 말 이래 처음이야

 

표적 변경

다음 먹이는 네놈이다
칼잡이 발도재!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나타나지

그때까지 역날이 아닌
진짜 칼을 준비하고 기다려라

 

괜찮아, 사노?

이런 건 별 거 아냐

히무라 씨

당한 자들을 돌봐주세요
서두르면 목숨은 건질 겁니다

그런데 히무라 씨…

이제 당신이 표적이 됐습니다

괜찮습니다
오히려 잘됐어요

 

켄신, 너…

설마 처음부터 이렇게
될 줄 알고 받아들인 거야?

 

사실 여기서 끝을 보고 싶었지만
그리 쉽게 풀리지는 않는군

검은 갓 진에
만만한 자가 아냐

 

중상 6명, 경상 3명

검은 갓 사건으로 이렇게
피해가 적었던 적은 처음이래

마냥 기뻐할 수는 없군

배부른 소리하기는

사망자가 없는 것만 해도
대단한 거야

그런데 검은 갓…

우도 진에의 니카이도
평법이란 건 대체 뭐야?

니카이도 평법은

1문자, 8문자, 10문자의
삼단으로 구성된 검술이야

1, 8, 10의 글자로
평이라는 글자 획처럼 베지

그래서 평법이야

가장 꺼림칙하다고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건 오의

창시자만 사용했다고
전해지는 심의일방

압도적인 기를
상대에게 방출해서

꽁꽁 묶인 것처럼
심신을 틀어막아버리는

비기 중의 비기야

하지만 공격 수단으로
쓸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의를 잃고 달아나려는 자를
베기 위해 사용하다니

말 그대로 미치광이나 다름없어

틀림없이

하지만 여기 최강의
남자가 있으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그렇지도 않아

 

난 유신 이후 10년

사람을 베기를 스스로 금해왔어

하지만 놈은 오히려
기꺼이 사람을 베었지

칼잡이로서 이 차이는
상당히 커

 

진에가 언제 어디서 니카이도
평법을 깨우쳤는지는 모르지만

처음 막부 말의 교토에
나타났을 때

그놈은 신센구미
대원이었다고 해

신센구미?

막부 최강의 검객집단?
유신지사의 숙적이잖아

실제로 놈은 유신지사를
몇이나 베었지

하지만 그 이상으로
불필요한 살상을 거듭해서

내부에서 숙청당할 뻔했는데
역으로 대원들을 베고 탈주

그후로 몇개월 뒤에

칼잡이로 유신지사쪽에 섰다고 해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지조도 신념도 없군

진에에게 있는 건
사람을 베고 싶다는 욕망뿐이야

살인욕구로 움직이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칼잡이

게다가 전설의 오의까지
익힌 달인이라

내가 나설 곳이 아니군

놈의 목적은 나야

나 혼자 상대하겠네

 

그 대신이라기엔 뭣하지만

하나 부탁 좀 하지

 

한심한 얼굴이네

나이도 꽉찬 아가씨가
침 흘리면서 졸고 말야

 

어제 한숨도 못 잤나봐

 

이봐
일어나

 

일어나라니까

 

어서 와

다녀왔어

켄신은?

켄신은 안 돌아와

 

그래서 이번엔
켄신이 표적이 됐어

비우는 동안은
내가 여기 있기로 했어

켄신은 어디로 갔어?

일단 강쪽으로 간대

 

막부 말의 칼잡이는

공격도 쉽고 피하기도 쉬운
강을 거점으로 움직이곤 했지

강쪽으로 가면
진에를 찾기 쉬울 거야

들었지?

 

어디 가는데?

그야 당연하지
켄신 찾아야 돼

멍청한 소리하지 마

진에는 만만한 적이 아냐
이걸 보고도 몰라?

네가 가봤자
방해만 될 거야

여기서 얌전히 기다려

-그게 가장 안전…
-그럼 진에와 싸운 뒤에

켄신이 돌아오지 않고
그대로 떠나버리면 어떡해?

 

나그네라서

또 언제 어디로 갈지 모르지만

그래도 괜찮다면

 

아버지가 죽고
키헤에에게 배신당하고…

켄신까지 떠나버리면

 

또 혼자가 될 바에야!

위험해지는 게 훨씬 나아!

 

켄신이랑 떨어질까봐
불안해서 못 참겠다고?

고집불통이네

연심과 고집은 뗄레야
뗄 수 없으니까 어쩔 수 없나

그런데 혼자란다
넌 완전히 잊혀졌어

어쩔 수 없지

상대는 켄신이야
일본 제일의 남자라고

덧붙여서 일본 제2는 나야

알겠어?

그럼 난 일본 제3이냐?

 

난 씻고 잘 테니까 잘 부탁한다

켄신이 믿고 맡겼는데
책임감 좀 가져!

 

상류에서 비가 쏟아졌나보군
수위가 올라갔어

빠지면 그대로 끝이야

 

왔다

 

켄신…

찾았다

 

진에보다 무섭네

 

사노스케에게 들었어
당분간 도장에 안 돌아온다고?

 

나도 도장에 안 돌아가
같이 여기 있을 거야

 

카오루 양
사노스케와 싸웠어?

아니면 야히코?

아냐

 

진에 얘기는 들었지?

들었어
그래도 안 돌아가

누군가를 지키면서 싸우다간
진에를 이길 수 없어

 

카오루 양?

 

가장 좋아하는 남색 리본
켄신에게 빌려줄게

 

-빌려준대도 난…
-됐으니까 받아

알겠어?
빌려주는 거야

꼭 돌려줘

 

진에와 싸우고나서
그대로 떠나버리면

절대 용서 안 해

 

알겠어

반드시 돌려주러 갈 테니까

안심하고 도장에서 기다려

 

알았…

 

카오루 양!

-이거 놓…
-틀림없군, 발도재!

이 계집이 네 여자렸다!

진에, 이놈…!

분노해라!

그리 하면 너도 10년 전의
모습에 점점 가까워지겠지!

적수가 없다는
최강의 칼잡이로!

거기서 기다리겠다, 발도재

켄신!

 

진에…!

 

칼끝에 비친 그대가

떠도는 가을 하늘

 

생각보다 강하지 않은 옆 모습에

난 항상 다가가지 못 해

잊고 싶지만

생각처럼 잊혀지지 않아

칼날을 드리운 과거가 날 찔러

소매가 닿은 새벽보다 먼저

만나기 전으로는 이제 돌아가지 못 해

누구를 위해서도 꽃은 피지 않아

이 마음 닿지 않더라도

사랑 같은 게 사랑 같은 걸로

눈물자국은 지우지 못 해

하지만 언젠가 용서할 수 있다면

이 칼끝에 비친 내일을

한 명, 한 명 떠도는 가을 하늘

지금 우리 다시 만난다면

그 날의 기억은 아픔도 거짓도

흐르는 시간과 함께 녹아들 테니

 

잊을 수 없는 그대여

 

이제는 떠돌지 않도록

 

다음 회
두 명의 칼잡이